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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술가다①

이슈 나만의 표현으로 언제 어디서나 반짝이는 존재감

  • 김우경 배우·송상원 미술작가
  • 등록일 2024-01-31
  • 조회수612

이슈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아 설레는 마음으로 힘찬 한해를 그려 보고자 청년 예술가 여섯 명을 만났다.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인식한 순간들, 장애와 예술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 예술적인 욕망과 도전, 특별한 각오와 다짐을 담아본다.

① 김우경 배우·송상원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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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김보경 가야금 연주자·이은신 무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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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이근하 배우·허은빈 미술작가

  • (왼쪽) 곱슬곱슬 긴 머리를 풀어 늘어뜨린 김우경 배우가 자주색 긴 털조끼를 입고 한 손에는 부채를 쥐어 위로 치켜들고 호탕하게 웃고 서 있다. (오른쪽) 안경을 쓰고 목도리를 두른 송상원 작가가 양손으로 그림 액자를 들고 서 있다.

김우경 배우(왼쪽), 송상원 미술작가


#국내유일 #표정부자 #농인
김우경 배우

(왼쪽) 김우경 배우가 한 손에 부채를 활짝 펴들고 있고, 한 손과 한 발을 쭉 뻗은 채로 서 있다.

1. 나를 소개하는 세 가지 해시태그(#)

#국내유일 #표정부자 #농인으로 소개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농인 배우들이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핸드스피크에서 활동하고 있다. 내가 가진 강점 중 하나가 표정이다. 표정으로는 어디 가서 밀리지 않는다. 표정을 통해 나의 예술을 알리고 싶다. 또한 나의 정체성 중 농인은 당연히 빠질 수 없는 부분이기에 함께 해시태그를 했다.

2. 처음 ‘예술가’라고 느낀 때

20대 중반에 수어 뮤지컬을 보고 가슴이 뛰어 전업 배우가 되기로 결심하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작품을 하나 완성하는 일에만 집중했었는데, 하나둘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예술에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핸드스피크에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농인 예술가들까지 다양하게 만나게 되었는데, 해외에는 예술 활동을 꾸준히 지속하는 아티스트가 참 많다. 특히 프랑스에서 2년마다 열리는 세계농예술축제인 클랑더이 페스티벌에 작년 여름 참여했을 때 큰 감명을 받았다. 그곳에서 핸드스피크의 공연을 보여주고 수많은 농인 예술가를 만나게 되어 예술의 매력을 더 깊이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예술가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3. 예술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힘

핸드스피크에서 공연뿐 아니라 예술 워크숍, 해외 초청 교류 활동 등 예술을 다양하게 접하게 되었다. 국내에는 농인 중심의 예술이 많지 않은데, 해외에는 농예술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나라의 문화와 농인의 생각이 모두 담긴 예술을 배우면서, 우리도 한국의 정서와 문화를 담은 농인만의 예술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들 덕분에 내가 계속 예술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준 핸드스피크의 도움이 제일 크다.

4. 예술 하기 힘들 때 vs 자랑스러울 때

김우경이라는 사람보다 장애인 중 한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느껴질 때 가장 회의감이 든다. 나름 농인 예술가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준비하는데, 아직도 많은 사람이 농예술을 “장애인이 만들었으니 부족해도 괜찮아” 같이 동정의 시선으로 보는 게 가장 싫고, 고민이기도 하다. 그래서 핸드스피크에서 댄스 스튜디오 원밀리언과의 콜라보 댄스처럼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하고, ‘메가 크루 수어 뮤직비디오 프로젝트’ 같은 멋진 작품들을 만들면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바꾸려고 노력한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소모가 많지만, 인식 변화에도 효과적이라 꾹 참는다. 지금은 우리의 도전이 과감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인식이 달라지고 농예술이 예술의 한 장르처럼 받아들여지는 시간이 온다면 그때는 잔잔하게 영향을 주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
내가 예술의 길을 갈 때 제일 크게 반대하셨던 어머니가 지금은 공연 때마다 빠짐없이 보러 오신다. 내가 출연한 공연이나 TV 프로그램 장면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올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놀랍기도 했고 감사했다. 그뿐만 아니라 2023년에 EBS 〈딩동댕 유치원〉에서 수어 동요를 했을 때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이 좋아해 주었고, 수어를 율동처럼 따라 하기도 하는 반응을 보면서 농인뿐만 아니라 농인·청인 구분 없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참 자랑스러웠다. 앞으로 수어를 이해할 수 있는 코다(농인 부모의 청인 자녀)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작품도 만들어보고 싶다.

  • (왼쪽) 김우경 배우가 한 손에 부채를 활짝 펴들고 바닥에 앉아 있다.
  • (왼쪽) 김우경 배우가 한 손은 주먹을 쥐어 위로 뻗고 다른 한 손은 손바닥을 펼쳐 귀를 막고 있다.

5. 나의 강점과 장점

외국 사람이 아무리 한국어를 잘해도 한국 정서를 깊이 알 수 없듯이, 청인이 아무리 수어를 잘해도 농문화를 깊이 표현하고 알기는 어렵다. 농인의 정체성과 농문화, 수어를 깊이 있게 아는 농인으로서의 특수성을 잘 살리는 것이 나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또 아무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농인의 예술을 아주 정확하고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요약하자면, 농인만이 나타낼 수 있는 예술, 하지만 수어를 하는 모든 농인이 할 수는 없는 표현력이 나의 강점이자 장점이다.

6. 장애와 예술 활동

장애를 제일 잘 이용할 수 있는 게 당사자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가진 특수성을 잘 살리면 긍정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예술 활동의 역량과 상관없이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지 않고 고정관념을 가지고 장애예술을 바라본다면 그것 자체가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7. 예술적 동반자·동료·롤모델

이정은 배우님을 닮고 싶다.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연기력을 보면 대단하게 느껴지면서도 닮고 싶다. 하지만 ‘제2의 이정은’ 말고 ‘제1의 김우경’이 되고 싶다. ‘메가 크루 뮤직비디오 프로젝트’ 때 조연출로 참여해 동료 선후배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었을 때도 좋았다. 대규모 퍼포먼스에서는 박자를 맞추는 게 중요한데, 농인은 그런 개념 자체가 없다. 춤을 처음 춰보는 사람들도 많았던 터라 어떻게 걷는지 같은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그러면서 리더라는 위치가 어렵다고 느꼈다. 앞으로 내 작업도 해보고 싶은데, 요즘엔 미디어아트와 라이브 연주의 콜라보 공연 〈폴리팝〉에 빠져있다. 언젠가 이런 작품을 만들어 동료들과 함께해보고 싶다.

8. 내가 꿈꾸는 예술, 예술가

예술 활동을 하며 나의 장애를 드러낼 때 모든 사람이 주목할 수 있는 특수성과 사람의 구별이 없는 평등함이라는 두 가지 면모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장애를 드러낼 때 사람들이 ‘이것 또한 예술’이라고 평범하게 생각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예술 활동을 꾸준히 지속해야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것이 나에게 가장 중요하다. 한국 농예술의 뿌리를 단단히 내려 농인 후배들이 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고 다양한 농인 예술가가 생겨나기를 기대한다. 또한 농인 예술가를 동정의 시선이 아닌 그저 한 사람의 아티스트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중에는 유명해지고 싶다. 돈을 많이 버는 유명인이 아닌,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힘이 실리고 언론이 관심을 갖는 그런 유명인이 되어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다수의 사회에서 소수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에 대한 메시지를 강조하고 싶다. 장애예술에서 장애인의 장애를 부각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 당사자만이 할 수 있는 목소리를 담고 싶다. 그런 예술가가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 지켜봐 달라.

•수어통역. 남진영 수어통역사

  • EBS 〈딩동댕 유치원〉 수어 동요 〈그대로 멈춰라〉(2023)

  • 무대에 빨간색 긴 조끼를 입은 배우들, 파란색 긴 조끼를 입은 배우들이 서 있다. 머리에는 깃털 장식을 꽂았다.

    핸드스피크 〈사라지는 사람들〉(2022) ⓒ세종문화회관


#이무기 #상생 #존재감
송상원 미술작가

송상원 작가가 양손을 그림 액자 위에 가지런히 포개어 액자에 기대 앉아 있다.

1. 나를 소개하는 세 가지 해시태그(#)

나를 소개하는 해시태그는 #이무기 #상생 #존재감이다. 1988년 용의 해에 태어난 이무기 송상원이다. 지금은 비록 이무기일지라도 언젠가는 용처럼 멋지게 하늘을 날아오르리라는 꿈을 품었다. 하지만 점점 현재의 나의 삶에 감사하고 행복하다면 굳이 용이 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다 가족이라 생각하며 다 같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꿈꾼다. 또한 작고 하찮아 보이는 것들의 존재를 그림으로 드러내는 작가다.

2. 처음 ‘예술가’라고 느낀 때

군포문화재단에서 주최한 ‘2021 제1회 GYAP 2030 청년작가전’에서 회화 부문 작가로 선정되었을 때다. 장애·비장애 구분 없이 지원할 수 있는 공모사업에 용기를 내어 신청했고, 처음으로 만든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면접 심사까지 거쳐 최종 3인에 뽑혔다. 면접 심사 때 심사위원 3명 앞에서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설명했지만, 솔직히 붙을 자신이 없었다. 하늘이 노래지면서 갑자기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고 긴장도 많이 했다.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참 소중한 경험이었다. 포트폴리오에 다 같이 행복하게 사는 것, 생명의 소중함, 환경에 대한 걱정 같은 나의 작업을 정리해 담았었는데, 포트폴리오를 잘 정리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도 했다. (웃음)

3. 예술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힘

학교를 졸업하고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취미로 그림, 도예, 클레이 공예를 했다. 그러다가 2019년에 그림을 그리는 발달장애 청년들의 부모들이 ‘로아트’라는 예술단체를 만들었는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곳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워크숍과 전시회를 통해 활발하게 예술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내가 꾸준히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항상 옆에서 도와주고 응원해 준 분은 어머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대부분의 시간을 나와 보낼 수 있도록 묵묵히 응원하고 도와주신다. 두 분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예술가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4. 예술 하기 힘들 때 vs 자랑스러울 때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 생각이 안 날 때, 그리고 결과물의 색감이나 전체적 느낌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 힘들다.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멸종위기의 동물들을 주제로 다루다 보면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하고 지구의 미래가 걱정되고 그렇다. 작업이 불만족스러울 때는 반복해서 바로잡아가거나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본다.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에 입주해서 다른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자극을 받기도 했다. 가끔은 불행하게도 예술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작업을 못 끝내고 완전히 어둠 상태에서 끝나면 어떻게 하지, 그런 고민을 했다. 아직은 끝이 아니니까 계속하는 거다. 예술 활동을 하면 행복감이 들고 불안감도 어느 정도 해소된다.
2022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의 《드림어빌리티》 전시 때는 정말 자랑스러웠다. 〈가족회의〉라는 100호 그림으로 대상을 받고 뉴스에 실렸을 때 어머니가 너무 좋아하셨다. 많은 분이 축하해 주었고 상금도 받아서 기뻤다. 2023년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에 13기 입주작가로 들어갔을 때도 그랬다. 주로 경기도 군포에서 예술 활동을 하다가 서울로 유학 온 기분이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 활동을 하는 작가들도 만나고 기획전도 열어줘 작가 송상원과 작품을 홍보하는 기회가 되었다. 많은 관람객이 내 작품에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작품 판매로까지 연결되는 기쁨도 맛봤다.

  • 송상원 작가가 한 손에 그림 액자를 들고, 두 개 그림을 다리 앞과 뒤편에 놓고 서 있다.
  • 송상원 작가가 그림 액자에 비스듬하게 기대어 앉아 있다.

5. 나의 강점과 장점

나의 강점은 성실함이다. 그림 그리는 게 내 직업이라고 생각해서, 매일 6~7시간씩 매달려 있다. 생각도 하고, 자료도 찾고, 그림도 그리면서. 그리고 다른 예술가들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여긴다. 워크숍이나 전시회 때 같이 작업을 하고 전시발표를 했던 분들과 지속해서 관계를 맺고, 서로 작업에 영감을 주고받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요즘은 작고 하찮아 보이는 것들의 존재감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올해의 주제가 ‘더 가까이 더 자세히’ 보는 것이다. 매년 어머니와 여행하면서 사진을 많이 찍고 돌아와 그림을 그린다. 작년에는 이태리에 가서 볼로냐 어린이책 박람회도 둘러보고 유적지도 많이 봤는데 다 못 돌아봐서 아쉬웠다. 올해는 북유럽에서 풍부한 자연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 오로라를 볼 시기는 아니지만, 마음속의 오로라를 찾아보려 한다.

6. 장애와 예술 활동

그림 작업을 할 때는 발달장애가 있다는 것을 잊는다. 그러나 나의 장애 특성이 스토리나 구성, 색채 등 작품에 어떤 식으로든 나타난다고 본다.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점들이 나의 작품 특징이 될 수 있으니까. 발달장애인은 경증이든 중증이든 누군가의 도움 없이 홀로서기가 어렵다. 예술 활동을 할 때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많지 않다. 그림 그리는 데 필요한 캔버스나 물감, 붓, 기타 재료도 누군가의 도움으로 주문한다. 지원사업 신청서를 쓸 때도 내가 한글 프로그램이나 파워포인트를 다룰 줄 안다고 해도 결국은 누군가의 손을 거쳐야 한다. 회계처리는 말할 것도 없고. 나에게 그 누군가는 바로 어머니다. 부모님이 아닌 제3자가 조력자, 매개자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장애 특성을 인정하면서도 마음이 무겁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지도록 배우려고 노력한다.

7. 예술적 동반자·동료·롤모델

독학을 한 예술가 앙리 루소, 색감이 뛰어난 예술가 샤갈,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 피카소, 박정희(작가), 쿠사마 야요이 등을 좋아한다. 전시회에서 본 데이비드 호크니도 인상적이었다. 영국 작가로 팔순이 넘었는데, 1972년 뮌헨올림픽 포스터가 마음에 남았다. 포스터를 보면서 내가 몰랐던 역사를 알게 된 거다. 가슴 아팠던 역사, 암흑기가 다 있다. 피카소의 〈게르니카〉 작업도 유럽의 암흑기를 담아 마음 깊이 다가왔다. 역사, 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졌다. 2020년에 서찬석 작가 앞에서 러시아 초현실주의 작가인 블라디미르 쿠쉬의 작업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예전에 푸르메재단에 작품을 기증했었는데, 서양화가인 박정희 작가도 작품을 기증했다고 해서 좋았다. 색채랑 표현이 좋아서 그때부터 찾아봤다. 나와 다른 작가들이 연결된 것들을 찾아본다. 작고 하찮아 보이는 존재들의 아름다움을 계속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다. 세계관이 잘 공유되어야 비로소 아름다운 예술을 만들 수가 있다.

8. 내가 꿈꾸는 예술, 예술가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고 잘하는 것이 그림 작업이다. 이것을 통해 나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그 과정에서 얻는 자존감, 행복감, 희열은 덤이다. 그림이라는 언어로 사회와 관계를 맺고 사회의 일원으로 주변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자연에 관심을 두고 봐야 보이는 존재들을 계속해서 찾아내고 관찰하면서, 그들의 아름다움과 존재감을 드러내는 작업을 하는 예술가로 남고 싶다.

•인터뷰 도움. 조경숙 님

  • 코끼리, 하마, 토끼, 여우, 곰, 기린 등 다양한 숲속 동물이 두 아이를 둘러싸고 모여 있다.

    송상원 〈가족회의〉, 캔버스에 아크릴, 162.2×130.3cm, 2021

  • 파란 바다에 한 가득 건물과 집, 가구 등이 둥둥 떠 있다.

    송상원 〈해수면 상승〉, 캔버스에 아크릴, 97×130.3cm, 2021

김우경

농예술 아티스트, 핸드스피크 단원. 수어 뮤지컬, 수어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작업에 참여했다. 〈딩동댕 유치원〉에서 수어 동요를 부르기도 했다. 주요 출연작으로 수어 뮤지컬 〈미세먼지〉(2019) 〈사라지는 사람들〉(2020, 2022) 〈엘리베이터〉(2022) 〈우리읍내〉(2023), 수어뮤직비디오 〈누가 죄인인가〉(2020), 원밀리언×핸드스피크 콜라보 퍼포먼스(2023) 등이 있다.
핸드스피크 홈페이지

송상원

로아트 작가, 한국미술협회 군포지부 회원.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13기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자연에서 소재를 찾아 그림을 그리고, 사회 이슈를 그림에 담아 소통한다. 개인전 《행부기와 함께하는 나눔과 소통》(2013) 《행부기 송상원의 행복나누기》(2014) 《뛰는 호랑이 나는 이무기》(2022) 《이무기라도 괜찮아》(2023), 단체전 《지구를 걷는 감각의 고리》(2022) 《드림어빌리티》(2022) 《이토록 아름답고 황홀한 만남》(2023) 《내가 사는 너의 세계》(2023) 등이 있다.
song106867@gmail.com
▸ 인스타그램 @songsangweonsong

정리.프로젝트 궁리 박희연 teph__y@naver.com, 최순화 suna.choe@gmail.com
사진.이재범 POV스튜디오 실장 andy45a@naver.com
자료사진 제공.필자

2024년 2월 (50호)

상세내용

이슈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아 설레는 마음으로 힘찬 한해를 그려 보고자 청년 예술가 여섯 명을 만났다.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인식한 순간들, 장애와 예술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 예술적인 욕망과 도전, 특별한 각오와 다짐을 담아본다.

① 김우경 배우·송상원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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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김보경 가야금 연주자·이은신 무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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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이근하 배우·허은빈 미술작가

  • (왼쪽) 곱슬곱슬 긴 머리를 풀어 늘어뜨린 김우경 배우가 자주색 긴 털조끼를 입고 한 손에는 부채를 쥐어 위로 치켜들고 호탕하게 웃고 서 있다. (오른쪽) 안경을 쓰고 목도리를 두른 송상원 작가가 양손으로 그림 액자를 들고 서 있다.

김우경 배우(왼쪽), 송상원 미술작가


#국내유일 #표정부자 #농인
김우경 배우

(왼쪽) 김우경 배우가 한 손에 부채를 활짝 펴들고 있고, 한 손과 한 발을 쭉 뻗은 채로 서 있다.

1. 나를 소개하는 세 가지 해시태그(#)

#국내유일 #표정부자 #농인으로 소개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농인 배우들이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핸드스피크에서 활동하고 있다. 내가 가진 강점 중 하나가 표정이다. 표정으로는 어디 가서 밀리지 않는다. 표정을 통해 나의 예술을 알리고 싶다. 또한 나의 정체성 중 농인은 당연히 빠질 수 없는 부분이기에 함께 해시태그를 했다.

2. 처음 ‘예술가’라고 느낀 때

20대 중반에 수어 뮤지컬을 보고 가슴이 뛰어 전업 배우가 되기로 결심하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작품을 하나 완성하는 일에만 집중했었는데, 하나둘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예술에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핸드스피크에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농인 예술가들까지 다양하게 만나게 되었는데, 해외에는 예술 활동을 꾸준히 지속하는 아티스트가 참 많다. 특히 프랑스에서 2년마다 열리는 세계농예술축제인 클랑더이 페스티벌에 작년 여름 참여했을 때 큰 감명을 받았다. 그곳에서 핸드스피크의 공연을 보여주고 수많은 농인 예술가를 만나게 되어 예술의 매력을 더 깊이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예술가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3. 예술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힘

핸드스피크에서 공연뿐 아니라 예술 워크숍, 해외 초청 교류 활동 등 예술을 다양하게 접하게 되었다. 국내에는 농인 중심의 예술이 많지 않은데, 해외에는 농예술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나라의 문화와 농인의 생각이 모두 담긴 예술을 배우면서, 우리도 한국의 정서와 문화를 담은 농인만의 예술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들 덕분에 내가 계속 예술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준 핸드스피크의 도움이 제일 크다.

4. 예술 하기 힘들 때 vs 자랑스러울 때

김우경이라는 사람보다 장애인 중 한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느껴질 때 가장 회의감이 든다. 나름 농인 예술가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준비하는데, 아직도 많은 사람이 농예술을 “장애인이 만들었으니 부족해도 괜찮아” 같이 동정의 시선으로 보는 게 가장 싫고, 고민이기도 하다. 그래서 핸드스피크에서 댄스 스튜디오 원밀리언과의 콜라보 댄스처럼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하고, ‘메가 크루 수어 뮤직비디오 프로젝트’ 같은 멋진 작품들을 만들면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바꾸려고 노력한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소모가 많지만, 인식 변화에도 효과적이라 꾹 참는다. 지금은 우리의 도전이 과감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인식이 달라지고 농예술이 예술의 한 장르처럼 받아들여지는 시간이 온다면 그때는 잔잔하게 영향을 주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
내가 예술의 길을 갈 때 제일 크게 반대하셨던 어머니가 지금은 공연 때마다 빠짐없이 보러 오신다. 내가 출연한 공연이나 TV 프로그램 장면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올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놀랍기도 했고 감사했다. 그뿐만 아니라 2023년에 EBS 〈딩동댕 유치원〉에서 수어 동요를 했을 때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이 좋아해 주었고, 수어를 율동처럼 따라 하기도 하는 반응을 보면서 농인뿐만 아니라 농인·청인 구분 없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참 자랑스러웠다. 앞으로 수어를 이해할 수 있는 코다(농인 부모의 청인 자녀)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작품도 만들어보고 싶다.

  • (왼쪽) 김우경 배우가 한 손에 부채를 활짝 펴들고 바닥에 앉아 있다.
  • (왼쪽) 김우경 배우가 한 손은 주먹을 쥐어 위로 뻗고 다른 한 손은 손바닥을 펼쳐 귀를 막고 있다.

5. 나의 강점과 장점

외국 사람이 아무리 한국어를 잘해도 한국 정서를 깊이 알 수 없듯이, 청인이 아무리 수어를 잘해도 농문화를 깊이 표현하고 알기는 어렵다. 농인의 정체성과 농문화, 수어를 깊이 있게 아는 농인으로서의 특수성을 잘 살리는 것이 나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또 아무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농인의 예술을 아주 정확하고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요약하자면, 농인만이 나타낼 수 있는 예술, 하지만 수어를 하는 모든 농인이 할 수는 없는 표현력이 나의 강점이자 장점이다.

6. 장애와 예술 활동

장애를 제일 잘 이용할 수 있는 게 당사자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가진 특수성을 잘 살리면 긍정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예술 활동의 역량과 상관없이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지 않고 고정관념을 가지고 장애예술을 바라본다면 그것 자체가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7. 예술적 동반자·동료·롤모델

이정은 배우님을 닮고 싶다.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연기력을 보면 대단하게 느껴지면서도 닮고 싶다. 하지만 ‘제2의 이정은’ 말고 ‘제1의 김우경’이 되고 싶다. ‘메가 크루 뮤직비디오 프로젝트’ 때 조연출로 참여해 동료 선후배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었을 때도 좋았다. 대규모 퍼포먼스에서는 박자를 맞추는 게 중요한데, 농인은 그런 개념 자체가 없다. 춤을 처음 춰보는 사람들도 많았던 터라 어떻게 걷는지 같은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그러면서 리더라는 위치가 어렵다고 느꼈다. 앞으로 내 작업도 해보고 싶은데, 요즘엔 미디어아트와 라이브 연주의 콜라보 공연 〈폴리팝〉에 빠져있다. 언젠가 이런 작품을 만들어 동료들과 함께해보고 싶다.

8. 내가 꿈꾸는 예술, 예술가

예술 활동을 하며 나의 장애를 드러낼 때 모든 사람이 주목할 수 있는 특수성과 사람의 구별이 없는 평등함이라는 두 가지 면모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장애를 드러낼 때 사람들이 ‘이것 또한 예술’이라고 평범하게 생각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예술 활동을 꾸준히 지속해야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것이 나에게 가장 중요하다. 한국 농예술의 뿌리를 단단히 내려 농인 후배들이 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고 다양한 농인 예술가가 생겨나기를 기대한다. 또한 농인 예술가를 동정의 시선이 아닌 그저 한 사람의 아티스트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중에는 유명해지고 싶다. 돈을 많이 버는 유명인이 아닌,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힘이 실리고 언론이 관심을 갖는 그런 유명인이 되어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다수의 사회에서 소수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에 대한 메시지를 강조하고 싶다. 장애예술에서 장애인의 장애를 부각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 당사자만이 할 수 있는 목소리를 담고 싶다. 그런 예술가가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 지켜봐 달라.

•수어통역. 남진영 수어통역사

  • EBS 〈딩동댕 유치원〉 수어 동요 〈그대로 멈춰라〉(2023)

  • 무대에 빨간색 긴 조끼를 입은 배우들, 파란색 긴 조끼를 입은 배우들이 서 있다. 머리에는 깃털 장식을 꽂았다.

    핸드스피크 〈사라지는 사람들〉(2022) ⓒ세종문화회관


#이무기 #상생 #존재감
송상원 미술작가

송상원 작가가 양손을 그림 액자 위에 가지런히 포개어 액자에 기대 앉아 있다.

1. 나를 소개하는 세 가지 해시태그(#)

나를 소개하는 해시태그는 #이무기 #상생 #존재감이다. 1988년 용의 해에 태어난 이무기 송상원이다. 지금은 비록 이무기일지라도 언젠가는 용처럼 멋지게 하늘을 날아오르리라는 꿈을 품었다. 하지만 점점 현재의 나의 삶에 감사하고 행복하다면 굳이 용이 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다 가족이라 생각하며 다 같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꿈꾼다. 또한 작고 하찮아 보이는 것들의 존재를 그림으로 드러내는 작가다.

2. 처음 ‘예술가’라고 느낀 때

군포문화재단에서 주최한 ‘2021 제1회 GYAP 2030 청년작가전’에서 회화 부문 작가로 선정되었을 때다. 장애·비장애 구분 없이 지원할 수 있는 공모사업에 용기를 내어 신청했고, 처음으로 만든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면접 심사까지 거쳐 최종 3인에 뽑혔다. 면접 심사 때 심사위원 3명 앞에서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설명했지만, 솔직히 붙을 자신이 없었다. 하늘이 노래지면서 갑자기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고 긴장도 많이 했다.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참 소중한 경험이었다. 포트폴리오에 다 같이 행복하게 사는 것, 생명의 소중함, 환경에 대한 걱정 같은 나의 작업을 정리해 담았었는데, 포트폴리오를 잘 정리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도 했다. (웃음)

3. 예술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힘

학교를 졸업하고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취미로 그림, 도예, 클레이 공예를 했다. 그러다가 2019년에 그림을 그리는 발달장애 청년들의 부모들이 ‘로아트’라는 예술단체를 만들었는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곳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워크숍과 전시회를 통해 활발하게 예술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내가 꾸준히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항상 옆에서 도와주고 응원해 준 분은 어머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대부분의 시간을 나와 보낼 수 있도록 묵묵히 응원하고 도와주신다. 두 분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예술가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4. 예술 하기 힘들 때 vs 자랑스러울 때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 생각이 안 날 때, 그리고 결과물의 색감이나 전체적 느낌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 힘들다.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멸종위기의 동물들을 주제로 다루다 보면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하고 지구의 미래가 걱정되고 그렇다. 작업이 불만족스러울 때는 반복해서 바로잡아가거나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본다.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에 입주해서 다른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자극을 받기도 했다. 가끔은 불행하게도 예술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작업을 못 끝내고 완전히 어둠 상태에서 끝나면 어떻게 하지, 그런 고민을 했다. 아직은 끝이 아니니까 계속하는 거다. 예술 활동을 하면 행복감이 들고 불안감도 어느 정도 해소된다.
2022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의 《드림어빌리티》 전시 때는 정말 자랑스러웠다. 〈가족회의〉라는 100호 그림으로 대상을 받고 뉴스에 실렸을 때 어머니가 너무 좋아하셨다. 많은 분이 축하해 주었고 상금도 받아서 기뻤다. 2023년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에 13기 입주작가로 들어갔을 때도 그랬다. 주로 경기도 군포에서 예술 활동을 하다가 서울로 유학 온 기분이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 활동을 하는 작가들도 만나고 기획전도 열어줘 작가 송상원과 작품을 홍보하는 기회가 되었다. 많은 관람객이 내 작품에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작품 판매로까지 연결되는 기쁨도 맛봤다.

  • 송상원 작가가 한 손에 그림 액자를 들고, 두 개 그림을 다리 앞과 뒤편에 놓고 서 있다.
  • 송상원 작가가 그림 액자에 비스듬하게 기대어 앉아 있다.

5. 나의 강점과 장점

나의 강점은 성실함이다. 그림 그리는 게 내 직업이라고 생각해서, 매일 6~7시간씩 매달려 있다. 생각도 하고, 자료도 찾고, 그림도 그리면서. 그리고 다른 예술가들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여긴다. 워크숍이나 전시회 때 같이 작업을 하고 전시발표를 했던 분들과 지속해서 관계를 맺고, 서로 작업에 영감을 주고받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요즘은 작고 하찮아 보이는 것들의 존재감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올해의 주제가 ‘더 가까이 더 자세히’ 보는 것이다. 매년 어머니와 여행하면서 사진을 많이 찍고 돌아와 그림을 그린다. 작년에는 이태리에 가서 볼로냐 어린이책 박람회도 둘러보고 유적지도 많이 봤는데 다 못 돌아봐서 아쉬웠다. 올해는 북유럽에서 풍부한 자연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 오로라를 볼 시기는 아니지만, 마음속의 오로라를 찾아보려 한다.

6. 장애와 예술 활동

그림 작업을 할 때는 발달장애가 있다는 것을 잊는다. 그러나 나의 장애 특성이 스토리나 구성, 색채 등 작품에 어떤 식으로든 나타난다고 본다.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점들이 나의 작품 특징이 될 수 있으니까. 발달장애인은 경증이든 중증이든 누군가의 도움 없이 홀로서기가 어렵다. 예술 활동을 할 때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많지 않다. 그림 그리는 데 필요한 캔버스나 물감, 붓, 기타 재료도 누군가의 도움으로 주문한다. 지원사업 신청서를 쓸 때도 내가 한글 프로그램이나 파워포인트를 다룰 줄 안다고 해도 결국은 누군가의 손을 거쳐야 한다. 회계처리는 말할 것도 없고. 나에게 그 누군가는 바로 어머니다. 부모님이 아닌 제3자가 조력자, 매개자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장애 특성을 인정하면서도 마음이 무겁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지도록 배우려고 노력한다.

7. 예술적 동반자·동료·롤모델

독학을 한 예술가 앙리 루소, 색감이 뛰어난 예술가 샤갈,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 피카소, 박정희(작가), 쿠사마 야요이 등을 좋아한다. 전시회에서 본 데이비드 호크니도 인상적이었다. 영국 작가로 팔순이 넘었는데, 1972년 뮌헨올림픽 포스터가 마음에 남았다. 포스터를 보면서 내가 몰랐던 역사를 알게 된 거다. 가슴 아팠던 역사, 암흑기가 다 있다. 피카소의 〈게르니카〉 작업도 유럽의 암흑기를 담아 마음 깊이 다가왔다. 역사, 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졌다. 2020년에 서찬석 작가 앞에서 러시아 초현실주의 작가인 블라디미르 쿠쉬의 작업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예전에 푸르메재단에 작품을 기증했었는데, 서양화가인 박정희 작가도 작품을 기증했다고 해서 좋았다. 색채랑 표현이 좋아서 그때부터 찾아봤다. 나와 다른 작가들이 연결된 것들을 찾아본다. 작고 하찮아 보이는 존재들의 아름다움을 계속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다. 세계관이 잘 공유되어야 비로소 아름다운 예술을 만들 수가 있다.

8. 내가 꿈꾸는 예술, 예술가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고 잘하는 것이 그림 작업이다. 이것을 통해 나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그 과정에서 얻는 자존감, 행복감, 희열은 덤이다. 그림이라는 언어로 사회와 관계를 맺고 사회의 일원으로 주변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자연에 관심을 두고 봐야 보이는 존재들을 계속해서 찾아내고 관찰하면서, 그들의 아름다움과 존재감을 드러내는 작업을 하는 예술가로 남고 싶다.

•인터뷰 도움. 조경숙 님

  • 코끼리, 하마, 토끼, 여우, 곰, 기린 등 다양한 숲속 동물이 두 아이를 둘러싸고 모여 있다.

    송상원 〈가족회의〉, 캔버스에 아크릴, 162.2×130.3cm, 2021

  • 파란 바다에 한 가득 건물과 집, 가구 등이 둥둥 떠 있다.

    송상원 〈해수면 상승〉, 캔버스에 아크릴, 97×130.3cm, 2021

김우경

농예술 아티스트, 핸드스피크 단원. 수어 뮤지컬, 수어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작업에 참여했다. 〈딩동댕 유치원〉에서 수어 동요를 부르기도 했다. 주요 출연작으로 수어 뮤지컬 〈미세먼지〉(2019) 〈사라지는 사람들〉(2020, 2022) 〈엘리베이터〉(2022) 〈우리읍내〉(2023), 수어뮤직비디오 〈누가 죄인인가〉(2020), 원밀리언×핸드스피크 콜라보 퍼포먼스(2023) 등이 있다.
핸드스피크 홈페이지

송상원

로아트 작가, 한국미술협회 군포지부 회원.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13기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자연에서 소재를 찾아 그림을 그리고, 사회 이슈를 그림에 담아 소통한다. 개인전 《행부기와 함께하는 나눔과 소통》(2013) 《행부기 송상원의 행복나누기》(2014) 《뛰는 호랑이 나는 이무기》(2022) 《이무기라도 괜찮아》(2023), 단체전 《지구를 걷는 감각의 고리》(2022) 《드림어빌리티》(2022) 《이토록 아름답고 황홀한 만남》(2023) 《내가 사는 너의 세계》(2023) 등이 있다.
song106867@gmail.com
▸ 인스타그램 @songsangweonsong

정리.프로젝트 궁리 박희연 teph__y@naver.com, 최순화 suna.choe@gmail.com
사진.이재범 POV스튜디오 실장 andy45a@naver.com
자료사진 제공.필자

2024년 2월 (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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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7 09: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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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푸릇푸릇한 젊은 예술가분들의 모습에 여섯 명의 이야기를 단번에 읽게 됩니다. 김우경 배우님의 딩동댕 유치원 수어동요에 또 한번 크게 웃어요. 표현력도 짱이고 방긋 웃음에 저도 절로 웃게 되요. 그대로 멈춰라 수어 동요도 따라 배워볼게요. 그리고 송상원 작가님 이야기도 그림도 멋지세요. 하찮은 존재들의 소중함을 그림으로 그리신다는 이야기가 와닿네요. 올해 더 많이 자주 활동해주세요!

2024-02-06 17: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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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통해 자신있게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이 저도 본받고 싶은 멋진 모습입니다. 젊고 패기 있게 활동하시는 것이 멋지게 느껴집니다. 예술활동 하시면서 어려움도 있으시지만 극복하고 이겨내시는 것에 저도 화이팅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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