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음광장
〈자화상의 행로 I〉
카리스마는 너무나 연약하고,
홀로서기에 있어서 누군가 멘토 역할을 해줘야 할 것 같은 유년기.
얼굴과 머리 색깔에서 감지할 수 있는 색채감각은
조금은 차갑고도 창백하다.
유년기에는 힘들고 고달픈 주경야독의 생활을 계속했었다.
음식을 섭취하고도 또 쉼 없이 달려갔고, 학구열을 불태웠던
나의 유년기는
조금 타이트한 몸무게를 유지했고,
얼굴과 머리카락 또한 카키색으로 빈약하게 표현된
그런 시간이다.
〈자화상의 행로 II〉
약물복용과 함께 잃어버린 청춘의 거룩함은
한때 아름다움으로 표출되었던 젊은 여인의 정열과
순수하고 상큼한 청포도의 황금빛과도 같은 영광에 어울리는 패션 감각을
색연필로 미세하게 터치해 본다.
어느덧 중년에서 황혼으로 가는 길목에서
조금은 원색적인 색깔들을 과감하고 미세하게 표현하는 것이
어색해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가끔 젊어지고 싶을 때가 있다.
〈자화상의 행로 Ⅲ〉
어느덧 나의 마음은 2024년 9월의 문턱에서
시곗바늘을 재촉하고 있다.
유년기를 거쳐서 중년의 영광과 정열을 가슴에 끌어안고 걸어야 하는
노년기의 엘레강스한 품격을 노래한다.
카키색과 겨자색의 매치는 중동에서 부귀영화를 뜻하는 색채감각.
부드러운 색연필의 터치가
카키색과 겨자색의 매치를 향하여
나의 손길을 끌어안고 가는 것은 왜일까!
어쩌다가 미국 부모님을 만나
먹거리와 의복, 주거지의 기본적인 근심조차도 모두 해결되고
호화롭고 행복했던 10년 세월의 기억이
뇌리에서 숨 가쁜 울음을 터트리게 한다.
조유경
정신요양시설 소화누리 틈새미술관에서 작품 창작활동을 하고, 광주광역시 남구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며 회화반 작가로 활동 중이다. 《TOGETHER》(2019),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에》(2021), 《울산구상작가회 정기전 영호남교류》(2021), 《무해하고 다정한 시선전》(2023), 남구장애인문화예술 작품전 《함께바라봄》(2023)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제3회 틈새미술공모전 최우수상(2020), 호남권장애인 웹툰&회화 공모전 우수상(2022), 광주광역시 장애인 기능경기대회 그림 부문 은상(2024)을 수상했다.
t0104729733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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