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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광장 김금숙 만화 『준이 오빠』 흑과 백의 명료한 색감으로 담은 청년가

  • 윤정선 만화평론가
  • 등록일 2024-09-11
  • 조회수 147

이음광장

‘가장 개인적인 것이 창의적인 것이다’라고 미국의 거장 영화감독 마틴 스코세이지는 말했다. 만화 『준이 오빠』에서도 이 말은 유효하다. 한 발달장애 청년이 가족의 응원 속에서 음악적인 재능을 꽃피우기까지의 실제 이야기가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기 때문이다. 작가 김금숙은 판소리를 배우러 간 교습소에서 만난 발달장애 청년 ‘최준’을 보며 깊이 감동하였다. 외국 유학 시절, 현지인들과는 ‘다른’ 이방인으로 떠돌던 자기 모습 또한 최준에게서 보았다.

그렇다. 작가는, 최준을 보며 ‘다름 안에 아름다움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 ‘다름’의 이야기를 『준이 오빠』를 통해 전하고 싶었다. 그것은 분명 고정된 프레임의 시각이 아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풍경일 터. 피아노를 치며 판소리하는 ‘피아노 병창’이란 새로운 장르를 창조해 낸 음악가 최준처럼, ‘다른 시선’은 익숙함을 다르게 바라보는 창조력이 아닐까?

무엇보다 장애를 가진 인물과 그 가족의 삶을 통해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는 작가. 과거보다는 장애감수성이 진일보한 듯 보이지만, 여전히 장애에 대한 편견이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요즘, 이 시대에 『준이 오빠』는 세상의 차별과 편견을 극복해 가는 한 발달장애 청년의 삶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유의미하다. 그 지난한 과정을 통해 주인공 내면의 성장을 깊이 통찰한 점에서도 독보적이다.

보이지 않는 소리에 귀 기울이기

늘 오빠의 뒷전에서, 일찍 철들어야 했던 ‘착한 딸’ 동생 윤선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준이 오빠』는, 장애인 가족의 애환을 피부로 와닿게 해 준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흑과 백의 그림은, 장애에 대한 사람들의 이분법적인 편견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인물들 내면의 감정을 역동적으로 드러내 준다. 흑과 백이라는 단순한 색이,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오히려 역설적으로 듣게 해주는 것이다.

소리에 유독 민감한 준이에게 시끄럽다고 말할 뿐, 그것이 재능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가족들이 마침내 음악이야말로 준이가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임을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준이가 판소리를 배우면서 말문이 트이고, 그 결과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깨우쳐 나가는 이야기는, 그래서 그 자체로 울림이 있다. 자신만의 세상에 웅크려 있던 준이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게, 음악은 길이 되어주었다.

“바람 소리가 예쁩니다.”라고 말하는 오빠를 바라보며, 동생 윤선은 생각할 수 있었다. ‘내게는 들리지 않는 바람 소리가 오빠 귀에는 예쁘구나.’

오빠를 통해 소리를 발견해 가는 윤선처럼, 만화 『준이 오빠』는 세상에서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들을 함께 들어보자고, 나지막하게 이야기한다. 준이가 일상에서 만나는 바람, 지하철 소리 등에서 영감을 얻어 음악을 만든 것처럼, 우리가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풍경을 이제는 멈춰 서서 마주하자고 말한다.

문을 열면 보이는 다른 시선의 풍경들

“오빠와 우리 사이엔 문이 하나 있다. 우린 매번 오빠에게 그 문을 열고 우리가 사는 세계로 오라고만 했다. 얼마나 힘들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오빠가 열지 못할 때는 우리가 열어줄게.”

동생 윤선의 고백은 우리 사이에 있는 무수히 닫힌 문을 떠올려준다. 마침내 윤선이 “문은 양쪽에서 열리는 거니까”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어쩌면 시작은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검은 벽 사이로 활짝 열린 문, 그 열린 문을 통해 하얀빛이 쏟아지는 듯한 장면에서,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어서다.

마침내 윤선은 듣는다. 준이 오빠가 만든 음악에서, 오빠와 함께 산책하면 만났던 바람 소리를. 그리고 생각한다.

‘오빠 귀에 들렸던 그 바람 소리가 이렇게 가볍고 예뻤구나….’

  • 노란 바탕의 책표지에 책가방을 맨 초등학생 모습의 윤선과 준이가 나란히 걷고 있다. 윤선과 준이는 흰색과 검정색으로 그려져 있다. 책표지 오른쪽 상단에는 굵고 큰 글씨로 “준이 오빠”라고 쓰여 있다. 그 옆에 작은 글씨로 “음악으로 소통하는 발달장애 청년 이야기”라고 쓰여 있다.

    김금숙 글·그림, 『준이 오빠』, 한겨레출판, 2018

윤정선

만화, 영화, 그림책을 비평하는 문화예술평론가, 월간 [그림책] 자문위원. 2011년 국제사랑영화제 영화비평 부문 대상, 2021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평론 공모전 신인상을 수상했다.
younfight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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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02: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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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아이로 고생하시는 적지 않은 부모들에게 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줄 만화가 아닌가 싶네요. 감동의 스토리들 하나하나 접하다 보면 좀 더 강해지고, 지혜롭게 마주할 수 있는 용기도 생기지 않겠나 생각해 봅니다. 항상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독서를 통해 힘도 얻고 지혜도 얻을수 있어 좋은것 같네요. 아직 읽지 않은 분들 그리고 주위의 분들에게 꼭 일독을 권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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