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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광장 손제형 만화 『몬스터 코멧 1』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모험으로의 초대

  • 윤정선 만화평론가
  • 등록일 2024-11-13
  • 조회수 76

이음광장

동화 「인어공주」 「미운 오리 새끼」로 유명한 작가 안데르센은 어린 시절 엉뚱한 성격으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상대성 이론을 발견한 물리학자 아인슈타인도 또래보다 느리고 늦된 행동으로 주위의 걱정을 한 몸에 받았다. 놀라운 점은, 남들과 달라서 세상에서는 약점으로 여긴 특성이 훗날 이들이 성장해서 꿈을 이루는 데 오히려 강점이 되어주었다는 사실이다. 엉뚱함은 작가적인 상상력으로, 느림은 끈기를 요구하는 연구 활동에 제격이었다.

안데르센과 아인슈타인 외에도 많은 위인의 어린 시절을 살펴보면, 의외로 남들과 달라서 힘들었던 경험이 적지 않다. 그리고 남과 다른 점이, 훗날 꿈의 정체성을 이루는 데 영향을 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 발견을 필자의 책 『조금 다르면 어때?』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데, 2024년 출간한 손제형 작가의 만화 『몬스터 코멧 1』에 나오는 주인공 알로를 보면서도, 책에서 던진 질문이 내내 떠올랐다.
‘조금 다르면 어때?’

알로는 화룡성이라 불리는 외계행성에 사는 용깨비다. 용깨비는 공룡으로 변신하여 평소보다 배로 힘이 강해지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외계종족으로 빨간 머리카락과 황금색의 눈을 지녔는데, 알로 혼자만 푸른빛의 머리카락과 눈을 지닌 채 태어나 따돌림을 받는다. 그런데 알로가 푸른 눈동자와 머리카락을 지닌 것이 뭔가 의미심장하다. 행성 안에서만 살아온 용깨비 종족이 늘 자신들의 힘을 우주로 분출하고 싶어 했는데, 알로의 아버지만이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초능력을 지녔고, 이 능력이 알로에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알로는 ‘다른’ 모습으로 태어난 것을 추측할 수 있을 터이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발달장애인인 손제형 작가는 만화 『몬스터 코멧 1』을 통해 혼자만의 방에서 나와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광야에서 홀로 자신의 힘을 시험하는 수련의 시간을 보내던 알로가 지구인 소녀 소영을 우연히 만나 함께 우주로 모험을 떠나는 여정에서, 세상으로 문을 열고 나가고 싶어 하는 작가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같은 종족에게서 괴물이라고 손가락질받는 알로를 소영은 무서워하지 않는다. 소영은 알로에게 “난 너와 똑같은 경험을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네가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을지 느껴졌어.”라고 말한다. 아무도 널 이해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은 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철학자 윌 버킹엄은, 낯선 사람에 대한 공포, 말 그대로 제노포비아(xenophobia)는 우리의 의식 깊은 곳에 자리한다고 했다. 또 낯선 타자와 연결되고자 하는 욕망, 필로제니아(philoxenia) 역시 우리 안에 내재해 있다고 바라보았다. 언제부턴가 ‘대혐오 시대’라는 말이 우리 시회에 유령처럼 떠돈다. 나와 다른 타자에 대한 두려움이 혐오로, 때론 폭력으로 표출되는 것을 자주 목도한다. 타자와의 연결이 부재한 세상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고립된 세상을 만들어내기 쉬울 터.

소영은 자신 안의 필로제니아를 일깨우며, 알로가 느끼는 불안과 외로움을 온전히 공감한다. 또 알로는 그런 소영을 보며, 마침내 자신을 신뢰하기 시작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용깨비 행성을 벗어나 드넓은 우주로 한 걸음을 내디딘다.

그동안 남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숨기며 살아왔던 알로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은 웅숭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나’라는 작은 세상에서, 우주처럼 넓은 세상으로 자신을 확장해 나가는 용기,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힘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 삐죽삐죽한 파란색 머리카락의 알로가 한 손을 이마 앞에 대고 너머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다. 옆에서 소영도 한 팔을 뻗어 그곳을 가리키고 있다. 배경에는 푸르스름한 빛이 흐르는 우주에 노란 행성이 떠 있다. ‘마인프로젝트 시리즈, 몬스터 코멧 1, MONSTER COMET, 글·그림 손제형’이라고 쓰여 있다.

    손제형 만화 『몬스터 코멧 1』, ©노드메이트, 2024
    디자인 스튜디오 노드메이트의 창작 프로젝트 ‘마인’의 첫 작품이다.

윤정선

만화, 영화, 그림책을 비평하는 문화예술평론가, 월간 [그림책] 자문위원. 2011년 국제사랑영화제 영화비평 부문 대상, 2021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평론 공모전 신인상을 수상했다.
younfight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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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3 18: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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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감동으로 잘읽었습니다 내안의 진정한 힘과 잠재력을 찾아떠나는 여행을 용기있게 떠나봐야 겠습니다 윤정선 작가님의 말씀이 마음의 길을 열어주고 확장시켜주는 멧세지를 주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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