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음광장
〈자화상의 입지〉
똑같이 파란색으로 그린 스카프와 머리카락은
천상의 영혼을 울리는 노래를 의미하며
자화상의 눈가에 비친 청포도의 상큼함을 전한다.
초라하게 무너져가는 현대인들의 도덕적 타락 속에서도
내 영혼의 세계는 오랜 세월 수녀님들의 수도 생활을 가까이하면서 살아오고 있다.
그 수도 생활의 근본은 순결과 영육 간의 순금의 영혼과도 같은 경건함이다.
아직은 무르익지 않은 청포도와도 같은 상큼한 눈가의 주름이 연륜을 표현한다.
비록 눈가와 이마는 주름이 하나둘 생겨나지만,
나의 내면의 강한 젊음의 열정은 글과 그림을 파고들고 있다.
〈자화상의 입지2〉
그림 속 나는 오렌지색 베레모를 쓰고 있다.
연보라색과 파란색과 초록색을 가미해
시원하면서도 아름다운 세계의
어느 예술가의 인물화를 한점 선물하는 마음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미국 유학 시절 구매했던 베레모를 잃어버려서 마음 아팠다.
너무나 아꼈던 소지품 중 하나였다.
가끔 시험 기간이 아니면 베레모를 쓰고 캠퍼스 내의 기숙사를 벗어나서
친구들과 외출하였다.
하지만 베레모를 쓰고 사진을 찍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귀국해서 어느 쇼핑단지에 가도 그 베레모와 같은 것을 발견할 수가 없다.
언젠가는 동창들을 만나서
또다시 그 베레모를 쓰고 추억에 젖어 보고 싶다.
조유경
정신요양시설 소화누리 틈새미술관에서 작품 창작활동을 하고, 광주광역시 남구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며 회화반 작가로 활동 중이다. 《TOGETHER》(2019),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에》(2021), 《울산구상작가회 정기전 영호남교류》(2021), 《무해하고 다정한 시선전》(2023), 남구장애인문화예술 작품전 《함께바라봄》(2023)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제3회 틈새미술공모전 최우수상(2020), 호남권장애인 웹툰&회화 공모전 우수상(2022), 광주광역시 장애인 기능경기대회 그림 부문 은상(2024)을 수상했다.
t0104729733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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