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웹진 이음

트렌드 문화예술 분야 장애인 접근성 제고를 위한 개념적 고찰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모두의 문화적 권리!

  • 최보연 문화정책연구자‧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조교수
  • 등록일 2024-09-25
  • 조회수 99

트렌드

활발해지는 접근성 논의

최근 접근성이라는 말이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대학로를 거닐다 보면 포스터나 유인물에서 ‘배리어프리 공연’, ‘배리어프리 전시’라는 표현이 많았는데, 올해 들어서는 부쩍 ‘접근성 공연’ 혹은 ‘접근성 전시’, ‘접근성 콘텐츠’라는 표현이 많아진 것이 체감된다. 장애인 접근성 관련 다양한 포럼이나 연수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개최되는가 하면, 국내 문화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시설별 접근성 가이드』도 배포되었다.(주1) 더불어, 예술계와 정책을 중심으로 접근성 전담 인력이 필요하다는 논의도 제기된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10여 년간 접근성 의제에 관심을 가지고 창작-향유를 아우르는 접근성을 어떻게 고려하고 반영할지를 고민해 온 예술가 및 현장 활동가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축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특히 배리어(barrier)를 완전히 프리(free)하게 할 수는 없다는 점, 보이지 않는 장벽을 끊임없이 인식하고 이를 넘어서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배리어컨셔스(Barrier-conscious)적 태도가 중요하다는 성찰적 인식이 공연예술계 현장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주2) 물론 정책 변화도 있었다. 2023년 12월을 기점으로 「문화예술진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국공립 공연장 및 전시장에서 연 1회 장애예술인 공연 및 전시 개최 의무가 명문화되었고, 같은 시기에 문화체육관광부 내에는 장애인문화예술과가 최초로 신설되었다.(주3)

그러나 접근성 개념에 관한 명확한 합의, 혹은 일관된 개념적 정의는 여전히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예술계나 정책 논의에서 한 발짝만 벗어나도 여전히 접근성이라 하면, 마치 ‘장애인’에게만 특정되는 물리적·기술적 ‘서비스’인 것처럼 암묵적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이는 사전적 정의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접근성은 “특정 지역이나 시설로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정의되고, 주로 교통이나 이동 편의성과 연계해 설명한다.

물리적 개념을 넘어 문화적 권리이자 기회로서의 접근성

접근성은 장애인을 위한 물리적 환경의 구축이나 기술적 서비스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권리이자 기회로서 이해되어야 한다. 영국, 호주, 미국 등 장애예술 및 문화정책 논의에서 접근성 관련 표현으로는 ‘액세스(Access)’와 ‘액세서빌러티(Accessibility)’가 혼용되고 있다. 둘은 유사해 보이나,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 액세서빌러티는 “어떤 장소에 들어가거나 혹은 무언가를 사용하기 쉬운(easy to reach, enter, use)”이라는 의미로, 공간이나 장소 혹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지를 뜻한다. 주로 장애인을 고려하는 개념으로 활용되는데, 이때 ‘사용하기 쉽다’는 의미는 “지각적으로 인식하거나 이해하기 쉬운(easy to understand)”이라는 의미도 포함된다.(주4)

반면 액세스는 “물건이나 대상,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 혹은 권리(the opportunity or right to use something or to see somebody/something)”로 정의되어 훨씬 더 포괄적이고 큰 개념이다. 물론 액세스도 “장소에 들어가거나 도달할 수 있는 방법(a way of entering or reaching a place)”이라는 의미를 포함한다. 그러나 액세스는 물건이나 대상, 서비스를 활용하는 ‘주체・당사자’의 입장에서 이들이 가지는 권리와 기회를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관점이 반영된 확장적 개념이다.

접근성을 권리이자 기회로 이해해야 하는 맥락은 해외의 문화정책 논의를 통해 확인된다. 영국 등 영연방 국가를 중심으로 문화정책의 궁극적 목표이자 핵심 가치는 수월성(excellence)과 접근성(access), 양대 축으로 전제된다. 이때 접근성은 장애인에게만 한정된 개념이 아니다. 장애인을 포함하되,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이들에 있어 문화예술 활동을 제약하는 물리적・지리적・경제적, 더 나아가 사회문화적 장벽을 넘어서는 것을 뜻한다. 일례로 영국 잉글랜드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가 발간한 2030 비전서 『렛츠 크리에이트(Let’s Create)』에 따르면, 액세스는 사회경제적・인종적・정치적, 젠더 혹은 신체적 제약조건 등을 막론하고 누구나 최고의 문화적 경험을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로서 이해되고 강조된다.(주5)

문화정책의 핵심 가치이자 목표로서의 접근성

접근성은 물리적・기술적 차원의 액세서빌러티 개념을 포함하되, 근본적으로 권리이자 기회를 강조하는 액세스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접근성(access)은 시설이나 공간, 서비스 차원에서의 몇 가지 기술적 방법론, 예를 들어 장애 유형에 따른 수어통역, 자막해설, 음성해설, 터치투어 등 물리적・감각적 도구의 활용 및 웹 접근성 등 정보 제공 방식의 다각적 지원만으로 구현될 수 있는 영역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액세스로서의 접근성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기획·창작 단계에서부터 장애 당사자와 이들의 개별적 특성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에서 출발하되, 이들이 창작-향유 관점에서의 주체적 권리를 ‘적당히’가 아닌 ‘정당하게’ 누릴 수 있는 제도적 환경과 조건이 무엇인지를 지속적으로 탐색하는 것이 필연적으로 요청된다.(주6)

따라서 접근성은 (가이드나 매뉴얼 적용을 통해) ‘완성’ 혹은 ‘완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접근성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유무형의 다양한 장벽을 발견하고 이를 넘어서기 위한 항구적 노력은 기술지원이나 한두 명의 접근성 전담 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문화예술계 내에서 창작/기획-교육-향유가 서로 맞물리며 작동하는 방식, 문화예술 기관·단체의 운영방식, 이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상호 유기적으로 맞물릴 수 있어야 가능하다.

더 나아가 접근성은 장애인 의제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문화정책이 지향해야 할 핵심적 원칙, 원리 또는 태도로서 설정되고 이해될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 접근성 논의가 ‘장애인’ 의제에 집중되어 전개되고 있는 것은 그 자체로 충분히 중요하다. 그러나 ‘접근성’은 단순히 하나의 집단·그룹에만 한정되는 의제가 아닌,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는 본원적인 문화적 권리’를 함축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문화정책적 차원에서 접근성은 정책이 지향해야 할 주요한 핵심 가치로서 수용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접근성이 문화체육관광부 장애인문화예술과가 담당하는 업무영역으로 설정되는 것이 아닌, 문화정책 모든 영역에서 핵심 화두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접근성이 자칫 장애인에 한정된 의제나, 장애인을 위한 물리적・기술적 서비스 정도로만 축소되어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 가장 주요한 화두인 장애인 접근성 중심으로 이해하되, ‘접근성’ 개념이 문화다양성 차원에서 장애인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어야, 우리 모두의 문화적 권리로서의 접근성이 한 발짝씩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필자가 참여한 『문화시설별 접근성 가이드: 총론』(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024) 및 논문 「문화예술 분야 장애인 접근성 제고를 위한 개념적 고찰: 접근성 개념 및 관련 용어 분석을 중심으로」(최보연·정종은, 2024)에서 다룬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주1:『문화시설별 접근성 가이드』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지난 8월 발간・배포하였다. [총론], [공연시설], [전시시설], [예술교육] 등 4개 분야의 가이드를 포함한다.

주2:신재, “우리 사이에 있지만 없는 것들 _ Oset프로젝트의 배리어프리에 관한 질문들”(웹진이음, 2019.12.17.) ; 다이애나랩, “당신을 관통하는 배리어 _ 배리어컨셔스에 대하여①”(웹진이음, 2022.03.08.)

주3:문화체육관광부, “국공립 공연·전시장, 연1회 이상 장애예술인 공연·전시 연다”(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3.12.21.)

주4:「유엔 장애인권리협약(UN 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이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액세서빌러티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주5:잉글랜드예술위원회 2030 비전서 『Let’s Create: Arts Council England Strategy 2020-2030』

주6:김민정, 「극장 접근성과 장애관객 서비스: 적당한 편의가 아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는 극장이 되기까지」. 연극평론, 96(2020), 154-161.

최보연

문화정책연구자,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조교수. 예술행정과 문화정책을 공부한 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으로 일하면서 정책연구자로서 이력을 갖게 되었다. 정책과 현장 사이에 발생하는 간극에 관심을 가지며, 균형을 상상해보려고 노력한다. 『문화시설별 접근성 가이드: 총론』(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024)을 공동집필했다.
philoarts@gmail.com

썸네일 이미지.모두예술극장 접근성 안내 영상 캡처

2024년 10월 (57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제공하는 자료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서
「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비상업적 이용만 가능, 변형 등 2차적 저작물 작성 금지」의 조건에 따라 이용이 가능합니다.

댓글 남기기

제 2021-524호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WA-WEB 접근성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 | 1.업체명: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주소: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고 112 3.웹사이트:http://www.ieum.or.kr 4.유효기간:2021.05.03~2022.05.02 5.인증범위:이음 온라인 홈페이지 |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47조제1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9조제5항에 따라 위와 같이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를 발급합니다. 2021년 05월 03일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