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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컴퍼니 배드의 공연예술 협업과 공동창작 방법론 공동창작과 협업을 위한 창의적 실천으로서의 ‘우정’

  • 박영희와 컴퍼니 배드 
  • 등록일 2024-12-26
  • 조회수 41

트랜드

‘컴퍼니 배드(Company Bad)’라는 이름은 ‘장난꾸러기 친구들’ 또는 ‘말썽꾸러기들’로 해석될 수 있다. 동시에 주류 흐름과 자본주의 논리, 기존의 규범에 저항하는 ‘나쁜’ 친구들과 예술가들의 집단을 상징한다. 컴퍼니 배드에게 협업은 필수이며 강력한 창작의 원동력이다. 호주와 한국을 넘나드는 한-호 예술가 콜렉티브로서, 우리의 창작 방식은 오랜 시간 동안 형성된 개인적 유대, 문화적 교류, 공유된 경험에 뿌리를 둔다. 이러한 관계는 창작 과정에 깊은 정서적 공감을 심어주며, 이를 통해 급진적이고 다국어적이며 인간미 넘치는 공연 창작을 가능하게 한다. 이 글은 컴퍼니 배드의 창작 실천의 핵심이자 협력적 여정을 이끄는 원동력으로서의 우정에 대한 고찰이다.

우정을 창작의 접근법으로

컴퍼니 배드에게 우정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창작 작업의 기반이다. 사회학자 틸먼-힐리(Tillman-Healy)의 ‘우정 기반 연구(friendship-based research)’ 개념에서 영감을 받아, 우리는 개인적 연결을 통해 아이디어와 감정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예술적 생태계를 구축했다. 컴퍼니 배드의 철학은 신뢰, 공감, 상호 존중이 창의적 협력을 지속시키고 강화함을 강조한다. 틸먼-힐리가 말했듯이, ‘관계의 흐름이 곧 프로젝트의 흐름’이 된다.(주1)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우리의 작품 〈지하 Underground〉를 들 수 있다. 이 작품은 공동창작 음악극으로 초문화적 이중 언어로 완성되었는데, 공연이 진행되는 2시간 동안 인종, 언어, 성 정체성, 문화, 나이, 국적 등을 초월하여 관객과 예술가 모두 안전하고 자유로우며 함께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유토피아를 만들었다. 초문화적 협력에 공동의 관심을 가진 한국과 호주의 친구들로 창작팀을 구성하였고, 팀원들 간의 실제 관계를 바탕으로 사랑, 상실, 공동체의 주제를 탐구하였다. 협력 과정에서 팀원들의 우정과 신뢰를 유지하고 심화하는 데 중점을 두면서, 각 구성원이 최고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정신적·신체적·정서적으로 안전하고 포용적이며 즐거운 창작환경과 과정의 발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였다. 혹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다른 기대와 요구, 압박이 있더라도, 우리는 배드 브리핑(Bad Briefing)과 그들과의 긴밀한 대화를 통해 우리의 원칙과 철학을 고수하고 실천해 왔다. 그리고 우리의 우정을 진정성 있게 표현하고자 했으며, 관객이 이러한 우정의 정신을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하였다.

협업을 통한 새로운 현실의 창조

컴퍼니 배드의 창작 과정 중심에는 수년간의 국제적 협업과 전통적인 한국 공연 실습에서 영감을 받은 관계적 프레임워크 ‘I-You-We’가 있다. 이것은 문화와 언어, 국적이 서로 다른 다문화적 환경 속에서 함께 작업하는 가운데 다양한 작업 방식, 아이디어, 통찰력을 탐구하며 협업과 공동창작 방식을 확장하기 위한 공연예술 워크숍 시리즈로, 나(I), 너(You), 그리고 우리(We)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개발하고 발표하는 과정을 실험한다.

  • 나(I): 예술가, 자연인으로서의 나. 개인적·예술적 인식과 훈련에 초점을 맞춘다.
  • 너(You): 창작의 동료와 창작의 물리적·정신적 환경. 창작의 동료, 창작환경 내 의미 있는 관계 구축 및 발전
  • 우리(We): 예술가 개인, 동료(앙상블), 창작환경, 그리고 관객과 공동체. 이 모든 이들과의 역동적 상호작용

이 원칙들을 통합하여 창작 과정을 지속적인 대화로 재구성하고, 경직된 위계 구조를 거부하며 책임과 신뢰, 적응력을 촉진한다. 컴퍼니 배드의 협업자들은 사회문화적으로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다. 우리는 협업예술가들의 현장 경력, 나이, 성 정체성과 성별, 장애의 유무, 언어, 문화, 국적 등으로 그들의 전문성을 가늠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모든 협업예술가는 각자의 예술과 삶의 ‘전문가’임을 인정하고, 이들과 창작 과정에서 귀중한 통찰을 교환한다. 이는 우리가 다양한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지속 가능하게 해 온 실질적이고 중요한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전통적인 상향식 리더십 모델을 넘어서, 상호 교류를 통한 협력적 창작을 가능하게 한다.

공간과 시간의 재구성

컴퍼니 배드는 예술적 창작의 모든 측면을 포괄하는 창의적 접근 방식을 취하며, 공간 디자인과 시간 인식을 중요한 요소로 다룬다. 자본주의적 구조에 의해 형성된 전통적인 공연장은 종종 권력 불균형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우선하여, 다양한 배경을 가진 예술가들의 고유한 필요를 간과한다는 점을 인식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우리는 모든 예술가가 동등하게 참여하고 주체성을 발휘할 수 있는 포용적이고 신뢰 가득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한다.

건축적 관점에서는 관객과 공연 간의 관계를 재구성하여 관객이 공연 경험을 보다 주체적으로 이끌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한다. 몰입형·참여형 공연으로 공간을 채우는 모든 사람에게 우리의 창작물을 통해 신뢰와 우정을 체험하게 하고, 공간 디자인 단계에서 관객의 자율성을 공간 설계에 구체적으로 반영함으로써 이러한 가치를 공간적으로 강화한다.

또한, 우리는 시간을 유동적이고 비선형적인 개념으로 바라보며 ‘크립 타임(Crip Time)’과 ‘퀴어 타임(Queer Time)’ 같은 이론에서 영감을 얻는다.(주2) 프로젝트 일정이 유기적으로 발전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자발성·상호 돌봄·창작적 재생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예술가들이 더 자유롭고 용기 있게 창의력과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창작환경을 만들어간다.

안전하고 용기 있는 공간 조성

포용적이고 지지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컴퍼니 배드의 기본 윤리이다. 간단한 ‘딩동 체크인(Dingdong Check-ins)’을 통해 팀원들이 신체적·정서적 필요를 공유하고 공감을 키우며, 섣부른 억측과 오해를 줄여나간다. 워크숍의 시작은 ‘체크인’이다. “딩동!”을 외친 후 간단한 자기소개와 몸과 마음의 상태를 날씨, 숫자, 동물, 색 등에 자유롭게 비유하여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마치면 “체크”를 외치고, 다음 사람이 이어받아 현장에 있는 모든 구성원이 서로를 상호 체크한다. 나 자신과 동료들의 물리적·정서적 상태를 이해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참여 예술가들은 매일의 워크숍 시작단계에서 실천한 ‘체크인(딩동)’ 활동이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을 넘어 창작의 동료, 그리고 창작 과정과 공간에 대한 배려와 신뢰를 강화하는 데 구체적인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주3)

또한, 연습 첫날 ‘배드 브리핑(Bad Briefings)’을 통해 우리의 정체성과 가치를 소개하며, 모든 이해관계자, 연습장, 공연장 팀 및 협업예술가들과 상호 존중을 강화한다. 그리고 창작 과정에서 우리는 ‘(창작 과정에서) 무엇이 잘 작동하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성찰적 접근을 실천하여 자기 인식과 공동체적 회복력을 심화한다.

맺는말

컴퍼니 배드의 창작 접근은 우정, 공동창작, 문화적 교류의 변혁적 힘을 강조한다. 개인의 역사, 문화적 서사, 급진적 예술적 실험을 얽어내어 관객과 예술가 모두에게 도전적이고 영감을 주는 공연을 만든다. 비록 도전적이지만, 우리의 창작 과정은 이를 지탱하는 우정을 통해 보다 풍요로워지고 깊어진다. 20여 년간 우정을 구체적인 창작방법론으로 하여 협업을 지속해 오면서, 새로운 도전을 통해 계속 배우고 적응하며 발전해 왔다. 이를 통해 의미 있는 예술은 예술적 기교가 아닌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예술가들 사이의 신뢰, 개방성, 인간적 연결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닫는다.

주1.Tillman-Healy, L. M. (2003). Friendship as method. Qualitative Inquiry, 9(5), 729-749.
주2.Halberstam, J. (2005). In a queer time and place: Transgender bodies, subcultural lives.New York, NY: NYU Press.
Kafer, A. (2013). Feminist, queer, crip. Bloomington, IN: Indiana University Press.
주3.박보람, 장애인 공연예술 창작 워크숍 ‘Hello 프로젝트’, 다른 사람, 평범한 일상, 특별한 예술(웹진이음, 2021.6.30.)
  • 4개의 사진 모음에는 각각 마이크를 들고 노래하는 사람, 연주하는 사람, 춤추는 사람 등 다양한 모습이 담겨있다.

    〈지하 Underground〉 photo by Fenlan Chuang

  • 주황색 포장마차 텐트 안에서 천장의 조명이 빛을 내고, 북적거리는 분위기 속에 사람들이 술을 마시거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벽면에는 인화된 즉석사진이 붙어 있고 잡다한 물품들이 쌓여있다.

    〈The 떡볶기 Box〉, 2014

  • 사람들이 무대 바닥에 눕거나 휠체어에 앉아 두 팔을 위로 뻗고 있다. 무대 위에 흰 종이가루가 휘날린다.

    〈HELLO Project〉, 춘천, 2019

  • 사람들이 자유로운 모습으로 몸을 뻗거나 구부리며 다양한 동작을 위하고 있다.

    ‘I-YOU-WE’ 창작 워크숍(2024 이음 예술창작 아카데미)

박영희

약 30년간 연극, 영화, TV 분야에서 한국, 호주, 중국,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를 무대로 활동해 온 독립예술가로, 다문화 이중 언어 및 다국어 연극과 공연 창작의 전문가다. 현재 호주 퀸즐랜드 공과대학교(QUT)에서 강의와 박사 과정을 병행하며, 어린이 관객의 다문화에 대한 포용과 이해를 돕는 다국어 연극 제작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박영희, 제레미 나이덱, 네이슨 스톤햄, 믹 맥키그가 이끄는 한국-호주 예술가 콜렉티브 컴퍼니 배드는 인간 존재의 복잡성을 탐구하며 기쁨과 슬픔, 한(恨)과 정(情)의 감정을 중심으로 대담하고 다학제적인 공연과 커뮤니티 아트를 창작한다. 이야기, 음악, 디자인을 융합한 다국어 문화 간 공연을 선보이며, 자발성과 실험 정신을 중시하고, 완벽함보다는 진솔함을 추구한다. 또한, 호주와 한국 간의 문화적 연결과 협력을 지향하며, 협업과 성찰을 통해 사회적 이상을 실현하는 변혁적 공간을 만들어 가는 데 주력한다.
actresspyh@gmail.com
컴퍼니 배드 홈페이지

사진 제공. 컴퍼니 배드

2025년 1월 (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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