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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모두미술공간 개관전으로 살펴보는 전시공간 접근성 관람의 조건

  • 라움콘 
  • 등록일 2025-02-05
  • 조회수 28

트랜드

01. 시작

송지은전시를 아껴서 보러 간다, 이 말이 웃긴데. 2024년 12월에 개관한 모두미술공간(주1)에서 진행하는 전시 《감각한 차이》(주2)는 아끼고 아껴서 이번에 보러 간 것 같아. 새로운 공간에 대한 기대감과 전시 작업과 어떤 감각의 교류가 일어날지 궁금해서, 올곧이 전시에 집중할 수 있는 관람 시간을 기다렸던 것 같아.

Q레이터그래서 나도 막 가자고 안 하고 기다렸잖아.

송지은(웃음) 그러게. 모두미술공간은 서울스퀘어에 있잖아. 주차장이랑 가까워서 좋긴 한데, 이동하는 차량 때문에 조심해야겠다.

Q레이터그래도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전시장으로 들어갈 수 있어서 좋아. 휠체어로 이동하기 편해.

02. 감각을 경험하는 관람

송지은모두미술공간 1관에 전시된 작업 기억나?

Q레이터천천히 설명 다시 해줘.

송지은처음에 관람한 작업은 점자책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바람에 펄럭이는 설치 작품이었지. 우린 설치된 점자책들을 만져볼 수 있었고. 다음엔 사운드 퍼포먼스 영상이 설치된 공간 안에서 관람했고. 동그랗고 하얀 석고 공을 굴려서 탁탁탁 탁탁 소리와 함께 긴장감을 경험해 보는 설치 작업, 맞은편엔 드로잉과 모터로 움직이는 설치. 벽을 따라가면 동굴 같은 공간에 베이글 반죽 모양의 조각이 바닥에 가득 있었고, 바다 영상에 베이글 그림자가 붙어 있었지. 여기까지가 모두미술공간 1관에 설치된 작업이야. 여기 사진도 있어. 기억나지?

Q레이터어, 이건 점자를 손으로 만져볼 수 있어서 좋았어.

송지은응, 제목이 〈감각의 벽〉이야. 이름이나 단어를 점자로 변화시켜 보는 경험도 기억에 남아. 우리만 이름을 변환해 보는 줄 알았더니 다른 사람들도 다 본인 이름 변환했더라. (웃음) 난 〈96 BPM〉 퍼포먼스 영상이 설치된 공간이 신선했어. 보통 영상을 상영하는 공간은 어두운데, 그곳은 어둡지 않고 좀 밝아. 은은한 조명이 벽 코너에 설치되어 의자 위를 밝혀주고 있었고, 묘하게 긴장감을 해소해준 것 같아.

Q레이터어, 작은 불빛이 있어서 잘 보였어. 그리고 공 굴리는 작업.

송지은석고 공은 김령문 작가의 〈Circle Circle on a Hill〉이 제목이야. 이 작업과 마주 보고 있던 게 백승현 작가의 설치 드로잉 작업인데, 두 작품을 연결하는 제목이 〈언덕 위의 파도〉야. 두 작품 사이, 폭이 아슬아슬한 듯 넉넉했어. (웃음) 휠체어 두 대가 함께 지나갈 수 있는 폭인데 관객이 많을 땐 조심해야겠다 생각되었거든. 모두미술공간이 아주 큰 공간은 아니라, 이 정도 폭을 고려해서 구성했다면 휠체어 이동 동선과 작업 설치 방식에 대해 많이 고민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 그리고 Q레이터는 석고 공도 굴렸잖아. 작업 설치대의 높이가 높았다면 참여하지 못했을 거야. 휠체어 타고도 참여 가능한 정도니까.

Q레이터내 것은 다 깨졌잖아.

송지은공이 깨져서 소리를 내야지! 내가 굴렸을 땐 안 깨져서 아쉬웠다고. 그리고 2관으로 이동해서 〈시부야 폰트〉 프로젝트 다큐멘터리 영상 보고, 책갈피에 스탬프도 찍고. (웃음) 조그만 캔버스 그림 액자들이 눈 모양처럼 설치된 박찬별 작가의 〈나, 그리고 백 개의 망원경〉이 있었고. 그다음엔 강승탁 작가 소개 영상과 페인팅이 있었어.

Q레이터어, 기억나. 도슨트 프로그램 생각나. 쉽고 천천히 말해서 좋았어. 못 듣고 지나간 것도 다시 설명해 줘서. 이런 거 중요해.

송지은도슨트의 설명 듣다가 혼자 계속 돌아다니면서 홀연히 사라지던데? (웃음)

Q레이터원래 전시장은 그렇게 다닐 수 있어야 하는 거야.

송지은종종 미술관이나 전시 공간에서 Q레이터가 자유롭게 관람하며 혼자 작품을 관람하며 돌아다닐 때가 있어. 그런 곳 특징은 접근성이 좋다는 거야. 전시장 접근성이 좋다는 건 접근을 보조하는 요소가 전시 구성에 잘 배치되어 있어서 어떤 도움 없이 그냥 관람이 가능한 거고. 그래서 관람자가 본인의 컨디션 그대로 편하게 관람할 수 있어. 그게 좋은 접근성 같아.

Q레이터보러 가볼까, 뭐 힘들게 막 찾아도 겨우 도착해. 마음먹고 가야 하는 전시 공간이 많아.

송지은응. 미술 공간에 휠체어로 접근하긴 가능해졌지만, 작품에 접근하는 것이나 나의 몸 상태 그대로 관람하기 어려운 경우는 아직 많단 말이야. 가령 OO 미술관의 경우 주차장에서 휠체어로 이동하기는 쉽지만 굉장히 어두운 조명, 높은 좌대는 전시를 관람하기 어렵게 만든 요소들이었어. OOO 같은 경우는 주차장에서 전시장까지 엘리베이터로 쉽게 이동할 수 있고 직원이 전시장까지 친절한 접근 방법을 설명해 주지만, 막상 전시 디스플레이엔 휠체어 접근성이 반영되어 있지 않아서 관람 자체가 불가능했지. 그래서 미술 공간이 생각하는 접근성에 대한 고민이 주차장에서 미술 전시장 입구까지의 접근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솔직히 말해. 이번에 관람하며 아쉬운 점도 있어?

Q레이터아니. (웃음) 뭐, 공간이 더 커지면 좋겠지.

03. 마무리

2024년 8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문화시설별 접근성 가이드」를 발간했다.(주3) [총론] [공연시설] [전시시설] [예술교육] 등 총 4종으로 접근성의 개념 및 요소, 실천 방식과 사례를 세밀한 챕터로 구성하여 정리한 자료다. 라움콘이 모두미술공간에서 관람한 《감각한 차이》는 ‘가이드’로 정리된 「문화시설별 접근성 가이드_전시시설」이 전시 구성에 적용되어, 접근성에 대한 다양한 요소를 실제 감각하고 경험할 수 있는 전시다. 장애 유형별 고려 사항 및 다양한 관람객의 관람 접근성을 고민한 작품 설치 방식, 전시에 대한 정보 접근성, 관람객의 이동과 관람 과정을 고려한 전시 구성원의 적절한 개입이 그러하다. 다양하게 충족된 관람의 조건은 다층적 방식으로 각각의 작업을 감각하게 하였다. 모두미술공간이 다양한 예술과 사회적 연결을 활발히 매개하기를. 동시에 「문화시설별 접근성 가이드」를 기반으로 다양한 전시를 실천하며 전시 접근성에 대한 현재 미술계의 고민, 대안과 가능성, 그리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의 장소로서 확장되기를 기대한다.

주1.모두미술공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2024년 12월 12일 개관한 시각예술분야 표준전시장으로,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별관 5층에 조성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누구나 예술을 통해 소통할 수 있도록 제반 시설을 구비했다. 전시장과 함께 소통 공간도 별도로 마련해 장애예술인들의 창작 작업과 교류를 뒷받침하도록 했다. 모두미술공간 홈페이지 바로가기
주2.모두미술공간 개관전 《감각한 차이》는 2024년 12월 12일부터 2025년 2월 7일까지 열린다. 전시정보는 이음온라인 문화소식에서 볼 수 있다.
주3.「문화시설별 접근성 가이드」는 2024년 8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총론] [공연시설] [전시시설] [예술교육] 등 총 4종으로 발간했다. 접근성의 개념부터 시설별 접근성과 경험지도, FAQ 등을 담고 있다. 문화시설별 접근성 가이드 바로가기 : [총론] [공연시설] [전시시설] [예술교육]
  • 한쪽 벽면에 점자책이 가득 설치되어 있다. 작은 테이블에는 노트북이 설치되어 있고, 텍스트를 입력하면 옆 벽면 점자로 프로젝션된다.

    〈감각의 벽〉

  • 전시실에 두 개의 가벽으로 세 개의 공간을 만들어 작품을 설치했다. 관람객이 무리지어 작품을 보고 있다.

    〈언덕 위의 파도〉와 〈Circle Circle on a Hill〉

  • 코너의 한쪽 벽에는 감각한 차이 전시 서문이 쓰여 있다. 이어진 벽에는 긴 테이블이 놓여 있고 전시 안내가 다양한 형태로 놓여 있다.

    《감각한 차이》 전시정보 안내. 색약 보정 안경, 필담 코너, 수어 해설 영상, 점자 리플렛, 전시 리플렛과 큐알코드가 있다.

  • 아크릴판에 A4 용지에 프린트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안내문에는 ‘쉬운 전시정보와 전시실 안내’ 설명문과 함께 한글과 점자를 표기한 전시공간 도면이 그려져 있다.

    쉬운 전시정보와 전시실 안내 촉각 지도

라움콘

라움콘

라움콘은 문화예술 기획자 Q레이터가 베르니케 실어증* 상태에서 사용한 착어이자 비언어로 원래는 ‘양치질’을 의도하여 사용한 단어다. 2018년 10월 7일 갑작스런 뇌출혈로 장애를 갖게 된 문화예술 기획자 Q레이터와 시각예술작가 송지은으로 구성된 아티스트 듀오 라움콘은 마비된 신체 기능을 재활(Rehabilitation)하는 과정에서 예전과 다른 몸으로 경험하는 일상을 관찰하고 기록하여 다양한 창작물을 생산한다.
* 베르니케 실어증(Wernicke's aphasia)은 뇌 좌반구 측두엽 및 후두염 근처에 위치하는 베르니케 영역이 손상을 입어 생기는 실어증이며, ‘감각성 실어증’이라고도 한다.
∙ 인스타그램 @laumkon
∙ 홈페이지 laumkon.com

사진 제공.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025년 2월 (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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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21-524호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WA-WEB 접근성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 | 1.업체명: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주소: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고 112 3.웹사이트:http://www.ieum.or.kr 4.유효기간:2021.05.03~2022.05.02 5.인증범위:이음 온라인 홈페이지 |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47조제1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9조제5항에 따라 위와 같이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를 발급합니다. 2021년 05월 03일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