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음광장
2022년 시작한 이음리뷰클럽은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구성원들이 창작자, 관계자, 관객으로 참여한 공연, 전시, 행사의 감상과 후기를 나누는 모임입니다. 올해 새롭게 모인 3기 멤버 역시 예술의 미학적 완성도에서 접근성 이슈까지, 장애 당사자의 관점에서 자유롭게 이야기 나눕니다.
1월의 리뷰▶ 전시 ≪어떻게 나에게 빨강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 영화 <하얼빈 > | 다원 <김주슬기 씻김굿> | 연극 <벼개가 된 사나히> | 낭독공연 <더 힐링> <크립스> <볼링의 역사> | 연극 <목련풍선> | 낭독공연 <크립스>
서주현
모두를 위한 예술프로그램 《어떻게 나에게 빨강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라는 전시 제목은 빨강을 가장 좋아하는 나의 흥미를 끌기 충분했다. 여긴가? 저긴가? 전시장을 찾다 규모가 작은 전시장에 들어갔다. 전시장 입구의 스탠드 모니터 화면에 수어 영상과 함께 자막으로 전시 설명이 나온다. 여긴가…? 의아해하며 전시장으로 들어갔다. 전시장은 둘러본다는 말이 무색하게 작은 공간에 대형 화면과 그림 한 점, 그리고 무언가 설명하듯 작은 사이즈의 모니터 여러 대가 벽에 걸려있다. 다른 전시장도 있겠지, 하며 다시 나가서 찾아보아도 없다. 다시 돌아와 스태프에게 여기가 빨강… 전시장이냐고 물어봤다. 맞댄다. 헉, 이렇게 규모가 작다고? 그래서 천천히 다시 둘러보기로 했다.
시각장애인에게, 청각장애인에게,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 미술관이란 어떤 의미일까? 대형 화면에서는 각자 경험했던 차별적인 사례를 이야기한다. 난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기 때문에 다른 장애인의 경험은 모른다. 이야기를 들어도 직접 겪은 일을 100% 공감하기엔 한계가 있다. 나부터도 좋아하는 작가나 화풍의 전시라도 본능처럼 “내가 갈 수 있나?”라는 질문이 튀어나온다. 접근성이 먼저고 그다음이 작품이다. 언제까지 이런 고민이 먼저여야 할지 답답하기도 하고, 이렇게 고민 없이 올 수 있는 전시장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가 싶다. -_-;;
전시 관람을 마치고 1층으로 내려와서 나가려는데 한쪽 벽면에 눈길을 끄는 화면이 나온다. 〈나의 손을, 너의 등에〉라는 워크숍 영상이었다. 영상 속에는 익숙한 배우들이 보이고 미술관이 나와 조금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다른 많은 전시장이 이렇게 가까워지면 좋겠다.
강하림
새해 첫 영화를 보러 주말에 잠실 롯데타워에 있는 롯데시네마에 갔습니다. 가본 적이 있어서 편하고 스크린이 커서 가끔 가는 곳입니다. 롯데타워에 있어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전망이 좋아요. 이번에 영화를 본 영화관은 그렇게 높은 층에 있지는 않았지만요.
제가 안중근 의사를 존경해서 여자친구에게 〈하얼빈〉을 같이 보러 가자고 했어요.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위해 폭약과 무기를 준비하고, 같이 할 동료를 모으기도 하고 일본군과 싸우기도 했어요. 일본이 지배해서 사람들이 괴로웠던 시대에 나라를 지키고, 독립하기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모습이 좋고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대사는 없었지만, 배우들이 멋있었어요. 특히 안중근 의사 역할을 한 현빈 배우도 멋있었고, 남편을 먼저 보내고 남편을 대신해 안중근 의사와 함께 독립운동하는 부인 역할의 여성 배우도 멋있었습니다. 세트장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뮤지컬 〈영웅〉도, 영화 〈영웅〉도 봤을 정도로 안중근 의사를 존경합니다. 저도 안중근 의사처럼 다른 사람이나 나라를 위한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돼요. 폭탄을 만들어 던질 수는 없지만, 일본에 당하던 괴롭힘으로부터 나라를 해방하기 위해 싸우는 안중근 의사의 모습을 본받아 불평등과 불편을 견디며 살아야 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뭔가 행동을 하고 싶습니다. 거의 가지 않았던 장애인 권리를 위한 집회에 올해부터는 열심히 참여할 생각입니다.
안타깝게도 여자친구는 그전에 같이 봤던 영화랑 비슷해서 별로 재미없어했어요.
※ 조력자와의 대화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이성수
1. 이것은 굿인가 공연인가? 지금까지 이런 굿은 없었… 아니, 이런 공연은 없었다.
2. 사실은 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굿은 공동체의 번영과 상생을 기원하는 의식이며 동시에 예술적 가치를 지닌 공연 그 자체였다. 굿은 우리 민족 특유의 고유한 문화다.
3. 음식을 나눠 먹고 춤추고 노래하며 흥과 한이 동시에 발산되는 우리 민족 특유의 세계관과 정서는 반드시 회복하고 보존해야 할 전통문화라고 생각되었다.
4. 안타깝게도 지금은 굿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많다. 외세로 인한 역사 왜곡이 긴 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서 토속 신앙은 미개하고 위험한 것으로 치부되었고 미신, 귀신같은 말들로 부정적 이미지가 잔뜩 씌워졌다. 그러나 지구상에 존재하는 저 수많은 종교 중에 과연 위아래가 따로 있을까.
5. 탐욕스러운 자들이 사리사욕을 채우거나 누군가를 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도 부정적 이미지에 큰 몫을 했다.
6. 오늘은 모두가 함께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안내자를 자처한 김주슬기는 춤추고 노래하며 특별하고 오붓한 굿판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7. 본래 소리꾼이었던 그의 목소리는 심금을 울렸다.
8. 산 자는 흥겹고 죽은 자는 위로받으며, 삶과 죽음의 경계 없이 진정 모두를 위하는 시간이었다.
이성수
큰 무대 위로 배우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얼굴도 표정도 의상도 보이지는 않았다. 그냥 점 같은 사람들이 뛰어다니며 말도 하고 노래도 했다. 걷는 소리, 뛰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들리는 말이 저 점 중 누구의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사실 이러한 이유로 평소 대극장 공연 관람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공연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
우선 국극답게 시종일관 들려오는 판소리가 너무 좋았다. 어떻게 노래를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명창이란 이런 것일까? 현장에서 듣는 판소리는 말이 필요 없이 그냥 가슴에 꽂힌다. 다음으로 우리 국극 특유의 대사 끊어 읽는 호흡과 톤이 좋았다. 아, 이건 또 말로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한국인이라면 적어도 한 번쯤 들어봤을 그 호흡, 그 속도가 친숙하기도 하고 개성이 있기도 하고 풍자와 해학이 뒤섞인 느낌이랄까, 오로지 우리 국극에서만 들을 수 있는 그 톤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시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발음을 알아들을 수 없는 구간도 중간중간 있었다. 그러나 앞뒤 문장이 서로 연결되면서도 한 문장 한 문장이 독립적이어서 별로 상관없게 느껴졌다. 들리는 모든 말이 공감이 가고, 감탄이 나오는 문학이었다. 그리고 이야기 또한 한 번쯤 들어봄 직한 친숙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중간중간 못 알아들어도 집중을 놓쳐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 나는 이 부분이 특히 좋았다. 때로는 이야기를 쫓아가지 못해서 힘이 들 때도 많다. 억지로 집중력과 이해력을 뽑아내면서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나에게는 몹시 피로하고 괴로운 일이 되기도 한다. 오늘 공연은 그러지 않아도 되어서 얼마나 마음 편하게 관람했는지 모른다. 이야기가 술술 읽히니 보이지 않는 데서 오는 답답함도 덜했다.
이야기는 1막과 2막으로 구성되었다. 1막에서는 여성을 베개로 삼아야만 잠을 자는 왕이 충신인 사나이(사나히)에게 베개(벼개)가 될 것을 강요하는 이야기, 2막에서는 그 유명한 옛날이야기 ‘아랑설화’가 나온다. 1막과 2막 모두 남성의 성폭력에 관한 이야기인데, 여성국극인지라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지정 성별이 여성인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을 보며 느낌이 묘했다. (지정 성별) 남성보다 더 남성처럼 표현하는 연기력에서 가해자의 속성이 너무나 적나라하고 노골적으로 느껴지고, 그 풍자가 절정에 달하여 순간 소름이 돋기도 했다.
폭력에 대해 생각한다. 강자와 약자, 다수와 소수, 주류와 비주류, 중심과 주변 등에 대해 생각한다. 요즘 어딜 가든 여성의 이야기, 소수자의 이야기를 적지 않게 접한다. 시대가 그런 시대인가보다 하고 다소 가볍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망각하고 있던 것을 돌이켜보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성성에 대한 비판, 폭력에 대한 고발, 차별에 대한 저항의 이야기가 늘 존재해 왔다. 당장 ‘아랑설화’만 놓고 보더라도 시대적 배경이 조선시대가 아닌가. 억울하고 원통하고 한 맺히는 이야기는 시작도 끝도 알 수 없이 지금 이 순간에도 반복되고 있다. 간혹 어떤 사람들은 자신은 폭력적이지 않은 사람, 차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을 본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이 때로는 가해자, 때로는 피해자, 때로는 방관자가 된다. 폭력적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기의 폭력성을 부정하기보다는, 그것을 인정하고,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시작도 끝도 없이 반복되는 폭력처럼 무한 반복되는 성찰과 반성을 하며, 후끈했던 공연장을 벗어나 다시금 겨울밤 공기를 마시며 집으로 돌아간다.
정지영
모두예술극장 해외희곡 낭독공연 세 편을 모두 보았다. 하하하! 장애에 대해서 이렇게 수다 떤 적 있어? 희곡이 쓰인 문화적 맥락과 시대가 다르지만 이를 관통하는 것이 있으니, 장애다. 한 편씩 뜯어보면 너무 길어지니까 한 번에.
• 〈더 힐링〉 “내가 이상하다고요?”
한 교단이 연 캠프! 이 캠프에서는 장애를 부정하고 기도하면 장애라는 고통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을 부정당한 장애아동들에게 트라우마가 되어 성장기, 어른이 될 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의 죽음으로 장례식장에 모인 그때의 친구들…. 치유는 나의 모습이 외형적인 탈피가 아닌 내면의 탈피인 것을, 서로를 통해 깨닫는다!
• 〈크립스〉 “물품 후원자들에게 보람 후원하기도 힘들구먼”
세상에서 가장 은밀한 장소 화장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소문이 퍼져나가고 거친 뒷담화가 오가는 곳 화장실. 화장실에 모인 보호작업장의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시끌벅적 자유를 외친다! 간간이 후원자들에게 보람을 후원하기 위해 귀찮기도 하지만 ‘나’를 지키기 위한 투쟁은 오늘도 화장실에서.
• 〈볼링의 역사〉 “볼링공이 홈에 빠지면 세상이 무너지나?”
절대로 홈에 빠지지 않는 볼링공. 체육 시간을 패스하기 위한 알콩달콩 보고서 쓰기. 남학생과 여학생, 이 둘은 적당히 비장애 사회에 적응하는 ‘척’하며 비장애 사회의 모순을 디스한다. ‘나 활용하기 가이드북’을 가진 두 사람은 3만 년(?) 만에 오는 달 만한 혜성을 보러 가기로 하면서 위기를 맞이하는데…. 우리 사이가 어떻게 되어도 내가 나인 게 부끄럽지 않으면 된 거 아니야? 통통!
해랑
제 휴대폰에는 2023년 4월 1일 집에서 제가 목련풍선을 불고 있는 영상이 있습니다. 집 근처에서 목련잎을 몇 장 주워 와서 비장한 표정으로 화면을 봐요. 그러고서는 “불어보겠습니다”라고 말하고 풍선을 불고 나서 팡 터지는 소리에 놀람과 즐거움으로 웃고 있는 모습이 있습니다. SNS에서 목련으로 풍선을 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나서 봄이 되기를 기다려서 불었어요. 소중한 추억입니다. 그 이후로 봄만 되면 풍선으로 불 만한 목련잎을 찾아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런 경험을 생각하면서 연극을 보러 갔습니다.
맨 처음 극장에 들어가서는 무대의 엄청난 크기에 압도되었습니다. 무대 위로 언덕이 만들어져 있고, 공장을 표현한 긴 선의 기둥과 조명이 있고, 목련나무도 있었고요. 보는 눈은 즐겁긴 했지만, 자막을 보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극이 시작되기 전에 무대 위에는 ‘목련풍선’이라고 적혀있는 자막이 크게 있었는데, 본 무대에서는 더 작게 나오더라고요. 자막 화면이 하나밖에 없던데, 차라리 무대 천장 양옆으로 두 개를 두거나, 화면을 더 키워서 글자 크기도 더 키웠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멀리 있는 자막을 보느라 극이 다 끝나고서는 눈이 뻑뻑하고 피곤했습니다.
제가 관람한 날은 개방형 음성해설이 있다고 해서 어떻게 나오려나 했는데, 접근성 매니저분이 직접 음성해설도 담당했습니다. 2층 관객석에 앉으셨는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음성해설을 담당하는 사람을 따로 앉혀서 진행하는 건 처음 봐서 흥미로웠습니다. 중간중간 잔잔하게 해설해 주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음성해설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뭐라 말할 수가 없네요. 음성해설도 모두 자막으로 나오고 있어서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음성해설의 내용이 좀 적지 않은가 싶었는데, 그날 같이 관람한 시각장애인 관객은 터치투어에 참여하고 관람해서 더 잘 본 것 같다고 전해 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상여꾼들의 소리가 정말 멋있어서 그 소리만 다시 듣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창작산실에 선정된 만큼 무대디자인도 멋있었는데, 그만큼 접근성도 좋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최선의 선택을 했겠지만…. 관객 중에는 우는 분도 계시고, 커튼콜 때는 기립박수를 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저 역시 극 자체는 좋았지만, 일정도 어렵고 체력도 어려워서 한 번 본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서주현
낭독공연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경험이 좋아서인지 두 번째에는 기대가 생겼다. 시간 계산을 잘못해서 여차하면 공연을 놓칠뻔했는데 정말 아슬아슬하게 도착! 무사히 입장하고 리플렛을 볼 겨를도 없이 공연이 시작되었다. 모두예술극장 해외희곡 낭독공연 〈크립스(Creeps)〉는 1965년에 쓰인 캐나다 희곡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쩌면 같은 일을 겪고 있는, 그리고 이 시대에까지 이어지는 일들을 재미있게 낭독극으로 풀었다.
시설의 보호작업장에서 4명의 뇌성마비 남성 장애인의 억압과 차별. 비인간적인 작업환경, 사사건건 가르치려 드는 직원들의 태도에 불만을 느낀 피트, 짐, 샘, 톰, 마이클이 유일하게 자유로울 수 있고 안전한 공간인 화장실로 피신해 그곳에서 나누는 대화들로 구성된다. 이 공연을 보면서 과거의 내가 떠올렸다. 19살까지 재가장애인으로 살다, 태어나 처음으로 집이 아닌 단체생활을 했다. ‘시설’이었지만 현대 사회에서 말하는 부정적 시선보다는 나에겐 처음으로 경험하는 작은 사회였다. 극에서는 시설의 안정감에 길들어 잊고 있던 꿈에 대해 각성하며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한다. 살면서 가장 무섭다고 생각하는 것은 ‘길드는 것’ ‘안정감에 의한 무력감’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 것처럼 이곳이 비인간적이고 불합리한 것들의 완성체라 할지라도 적응하고 나면 가장 안전한 곳으로 변한다. 그리고 변화를 두려워한다. 이것은 장애가 있건 없건 동일하다.
공연을 보며 계속 극에 나의 이야기를 대입시킨다. 내가 과거에 경험했던 것들에서 나는 어떻게 각성했었는지 자문하며 공연은 막바지에 다다른다. 낭독극이라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력 덕에 낭독과 함께 내 머릿속에선 한편의 영상이 계속 돌아간다. 세련된 연출력이 빛나는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마치니 11시를 훌쩍 넘겼다. 부랴부랴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을 타고 가며 그 옛날 혼자 외출하는 게 꿈이었던 시절을 떠올리곤 쓴웃음이 나왔다.
이음리뷰클럽 활동에 관한
못다 한 이야기
강하림
2024년 반년 동안 이음리뷰클럽 활동을 하면서 이렇게 공연이나 영화를 보고 내 느낌을 다시 떠올려 정리해서 리뷰를 쓰고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인터넷에 올리는 건 처음 해보는 활동이었는데, 굉장히 뜻깊었어요. 다른 분들이 올린 리뷰를 다 봤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끔 보면서 사진과 글로 다른 분들에게 공연을 소개받는 것 같았어요.
공연 정보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보통은 네이버 영화나 공연에 나오는 것들을 훑어보다가 예매해서 보러 가는데, 거기에 안 올라오는 공연들은 찾기가 어려웠어요. 조력자가 소개해 줬던 서울국제공연예술제나 모두예술극장의 공연 정보는 제가 네이버를 통해 스스로 찾기는 쉽지 않아요.
※ 조력자와의 대화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서주현
이음리뷰클럽 활동하면서 참 다양한 감각에 자극을 받았습니다. 평소 저는 늘 미술전시에 관심이 쏠려있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공연 쪽에서 활동하면서 공연에 관심도 생겼습니다. 그러면서도 저에겐 연극엔 대사가 있어야 하고 배우는 언어전달력이 좋아야 한다는 등의 편견이 있었습니다. 이음리뷰클럽 활동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보았습니다. 대사와 음악이 없는 움직임만으로 가능한 공연, 언어장애가 심한 배우가 주연인 공연 등, 틀을 깨고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저에게도 신선한 자극들이어서 감사했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예술 분야에 참여하고 관람자로서도 늘 예술을 가까이하고 싶습니다. 함께 참여한 분들께도 수고하셨다는 말을 남기고 싶어요.
이성수
전문 비평가나 리뷰어는 아니지만,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나서 뭐라도 적느냐 안 적느냐가 얼마나 큰 차이인지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중요한 일이고 필요한 일이지만 자발적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꽤나 어려운 일이었는데, 덕분에 생각과 마음의 근육을 기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실시간 메모를 하지 못하는 사람인 탓에 그 순간순간의 느낌과 기억을 더 정확하게, 더 왜곡 없이 적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고, 체력과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여 다른 분들의 리뷰를 꼼꼼히 살펴보고 소통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이음리뷰클럽 3기 동료님들, 6개월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함께 새해를 맞이해서 기쁩니다. 우리 모두에게 그날그날이 새날이기를 희망합니다.
정지영
2024년은 제 평생 못 본 연극 실컷 본 해였습니다. 시각예술 전시회, 지역 예술가 전시회, 장애예술 등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예술세계에 입문하는 기분도 듭니다. 그리고 관람에 동행해 주신 분들을 통해 다른 관점의 해석도 들을 수 있었고, 다른 공연에 대한 리뷰를 보고 같은 공연이라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모두 이음리뷰클럽 덕분입니다. 그리고 연극의 매력에 푹 빠진 해였어요. 이음리뷰클럽 활동은 끝났지만 2025년도 문화 활동은 계속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게시판을 통해 소통했던 것이 아쉽지만, 다음에 참여하는 분들은 더 활발한 댓글! 부탁드려요. 아참, 그리고 장애예술이 더 번창하기를!
해랑
평소에는 공연을 보면서도 사진을 잘 남기지 않는 편인데, 이음리뷰클럽 활동하면서 더 유의 깊게 보고 사진도 더 많이 더 자주 찍게 되었습니다. 제가 보지 못한 작품들의 리뷰를 보는 재미도 있었네요. 리뷰는 공연을 보고 나서 쓰는 거라 뒤늦게 공연 정보를 알게 되는 것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현실적으로 힘들겠지만, 언젠가 리뷰를 접하고 공연을 보러 가는 환경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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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림
사회적기업 베어베터에서 9년째 일하고 있다. 광명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 소속 인권강사,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직장내 장애인인식개선교육 파트너강사, 장애인권교육 협업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뮤지컬과 영화 보기를 좋아한다.
17dagal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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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현
그림 그리는 사람. 어려서는 핑크로 도배할 만큼 핑크색을 좋아하다 우연히 잡지에 실린 재미로 보는 운세(?) 같은 코너에서 내 행운의 색이 빨강이라는 글을 본 후부터 지금까지 내 소울 컬러는 빨강이다.
iamboil@nate.com
![](/template/cms/user/images/sub/webzine/img_reviewClub_profile--leesungsoo.png)
이성수
중도 저시력 시각장애인. 힘빼고 컴퍼니 대표. 연극, 글, 장애인식개선, 워크숍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대화하고, 놀이하는 사람. 2023년 배리어컨셔스 연극 <국가공인안마사>, 2024년 모두의 연극 <도깨비 안마원> 작품에서 극작, 연출, 출연했다. 2024년 배리어프리 에세이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를 함께 썼다.
페이스북
유튜브채널 힘빼고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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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5월의 연둣빛과 6월의 해질녘 서늘한 바람을 좋아한다. 지식이 조금 넓고 말이 많지만 깊이 들어가면 조용해진다. 2000년부터 장애인단체에서 일하다 보니 귀결은 유니버셜디자인! 지금은 대구대학교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물론 취향은 존중하지만)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30조(문화생활, 레크리에이션, 여가생활과 스포츠 참여)를 잊지 맙시다!
jiyoung.jung74@gmail.com
![](/template/cms/user/images/sub/webzine/img_reviewClub_profile--haerang.png)
해랑
관심사가 많은 사람. 농인의 문화예술 향유권에 관심이 있으며 종종 접근성 자문, 모니터링을 한다. 아티스트, 공연 관계자, 관람객을 위해 「문자통역 신청 매뉴얼」을 제작·배포했다. ≪2023 SPAF≫, ≪모두예술주간 2023≫, 연극 <이런 밤, 들 가운데서> 등에서 접근성 자문을 했고, 2024년 재공연한 <인정투쟁; 예술가 편>에서는 접근성 창작진으로 함께했다.
deafjam66@gmail.com
사진 및 캡션 제공.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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