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음광장
2022년 시작한 이음리뷰클럽은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구성원들이 창작자, 관계자, 관객으로 참여한 공연, 전시, 행사의 감상과 후기를 나누는 모임입니다. 올해 새롭게 모인 3기 멤버 역시 예술의 미학적 완성도에서 접근성 이슈까지, 장애 당사자의 관점에서 자유롭게 이야기 나눕니다.
11월의 리뷰▶ 전시 《the third f : 미지 곰팡이 페스티벌》 | 연극 〈무서운 게 딱 좋아〉 | 낭독공연 〈없던 공연〉 | 무용 〈마/더스〉 | 연극 〈그녀는 매일 같은 식으로 머리를 빗는다〉 | 전시 《몸의 미학: 현존하는 몸, 살아있는 아름다움》 | 음악극 〈도와줘요, 엔피씨!〉
이성수
1. 제3의 생명체: 우리는 살아있는 것을 동물 아니면 식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오늘은 그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미지의 생명체 ‘곰팡이’를 주제로 하는 전시에 다녀왔어요. 경복궁역 인근에 있는 예술공간 팩토리2에서 이지연 시각예술작가의 기획으로 마련된 자리였어요. 팩토리2는
이지연 작가를 중심으로 뭉친 곰팡이 써클 구성원들이 지난 수개월 동안 산기슭, 물가, 도심 등 이곳저곳을 탐방하며 곰팡이를 찾는 여행의 베이스캠프이자 곰팡이의 세계로
관람객을 안내하는 ‘공간으로 된 티켓’ 같은 곳이었어요. 오래전에 사촌 형이 공간으로 된 잡지를 만든 적이 있는데, ‘공간으로 된 티켓’이라는 말에 그때 기억도 나더라고요.
2. 발효와 부패: 인간에게 이로운 곰팡이는 ‘발효’, 해로운 곰팡이는 ‘부패’라고 한대요. 듣고 보니 더 설명할 필요
없이 바로 이해되었어요. 발효에는 치즈, 와인, 된장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고, 부패는 무좀…까지만 이야기할게요.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항상 발효와 부패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때로는 부패이면서 발효인 척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발효와 부패는 곰팡이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3. 곰팡이의 으뜸, 버섯: 버섯이 곰팡이의 생식기라는 것 알고 계셨나요? 그러고 보니 모양도 꼭…. 이거 부끄러워하거나
미안해할 이야기 아니죠? 그냥 자연 현상에 관한 이야기니까요. 아무튼 그렇대요. 버섯은 곰팡이의 생식기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고 해요. 포자를 퍼트리고 번식하는 상태의
곰팡이가 버섯이라고 이해되었어요. 몸에 좋은 최고의 식품이어서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는 수식어도 들어본 기억이 나요. 버섯은 참 신기한 것 같아요. 종류도 많고,
종류만큼이나 습성도 다양하대요. 모양새와 좋아하는 환경과 자라나는 속도 등등. 요즘같이 다양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곰팡이와 버섯의 다양성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4. 곰팡이의 시간: 지구의 자전 속도와 공전 속도는 일정하지만, 그 시간이 인간과 곰팡이에게는 분명 다르게 흐른다는 것을
알았어요. 우리는 모든 것을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곰팡이는 곰팡이의 시간으로 살고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가끔 사람들은 곰팡이를 보며 놀라기도 해요.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나타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그 예상은 어디까지나 인간 중심적 사고였고, 착각에 불과했던 거예요. 시간은 다르게 흐르고 그래서 세계도
달라요. 오늘은 그 다른 세계의 이야기를 아주 살짝 아주 조금만 듣고 왔어요. 다음엔 조금 더 들어가 볼 수 있을까 궁금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돌아왔어요.
이성수
오랜만에 잠시 존재론적 고민을 했습니다. “나는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거짓말, 이 한마디가 저를 관통했습니다.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나 그리고 한 번뿐인 내 인생. 이
말을 오랫동안 진리로 믿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거짓말이라니. 충격적이었습니다. 공연을 보고 나니 무슨 말인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일무이한 존재로서의
나’라는 인식은 어쩌면 오만하고 위험한 생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내 안에는 미생물, 각종 균과 바이러스 등 얼마나 많은 생명체가 존재할까요? 자연과학적 상식이나 지식이 없더라도 우리는 자기 안에 무수히 많은 생명체가
있다는 것쯤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육안으로 식별되지 않을 만큼 작은 존재이지만, 분명 살아있는 생명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우리가 먹는
음식으로부터 오죠. 그러면 음식은 또 어디에서 왔을까요? 두말할 것 없이 다른 생명으로부터 옵니다. 동물이건 식물이건 아니면 곰팡이건 유산균이건 우리가 먹는 모든 것은 다른
누군가의 생명이죠. 그 수많은 생명이 차곡차곡 쌓이고 서로 이어져서 ‘나’라는 존재가 형성됩니다.
“그래봤자 미생물인데, 너무 과한 해석 아닌가요?” 이렇게 반문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 미생물을 무시할 때, 그 미생물과 소통이 잘되지 않을 때,
엄청난 폭발 사고가 나기도 하고, 팬데믹을 겪기도 하고, 암에 걸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목숨을 잃을 때가 되면 그들은 우리를 벗어나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겁니다. 우리 입장에선 죽음이라고 말하고 분해라고 말하지만, 그들 입장에선 이동하는 것에 불과하겠죠. 그러니 그들을, 우리 안에 있는 그들을 결코 우습게 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인간 중심적, 나 중심적 사고에 있던 나를 겸손해지게 합니다. 독립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의존하지 않는 내가 되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애썼던가요. 그러나 나 혼자서는 단 한 순간의 머무름조차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조금은 재밌는, 조금은 충격적인, 조금은 숙연한, 조금은 고마운, 조금은 서글픈,
조금은 비참한, 조금은 미안한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가 연결되고, 연결되고, 연결되어서 존재하는 나. 그리고 언젠가 나 또한 연결될 그 순간. 아니, 지금 내가 연결되어 있는 위치는 어디쯤인지, 복잡하고 답이 없는
질문을 통해 역설적으로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서주현
평소 극단 애인의 공연은 빼먹지 않고 보려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다른 극단의 공연도 많이 봐왔지만, 극단 애인의 공연은 무언가 다르다고 느꼈고, 이번 공연도 역시나
달랐습니다. 공연을 보는 내내 제 경험을 비춰보며 공감도 하고, 감탄도 하고, 많은 감정을 느끼며 감상했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배우로 공연을 해본 사람으로서 이번
공연은 저의 또 다른 편견에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언어장애가 있는 배우의 전달력! 사실 전 연극이나 공연 제의가 들어오면 일단 거절합니다. 왜냐하면 연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발음이 부정확한 저 자신을 잘 알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컸습니다.
예전에 극단 애인과 3일간 워크숍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도 하고 제가 고민하던 것들과도 마주하는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그때 백우람 배우의 인상이 강렬했습니다. 백우람
배우가 한 이야기가 제 뇌리에 아주 강하게 남았는데, 그것은 ‘고유성’이었습니다. 정말 다양한 장애가 있고 개인이 가진 장애 하나하나가 그 사람의 고유성이 된다는 것….
저의 틀을 왕창 깨준 것입니다.
이번 공연도 그러한 이야기를 합니다. 장애를 숨기고 (숨긴다고 숨겨지지도 않지만) 정확한 발음으로 전달하는 것에 대한 욕망, 오히려 장애를 더 부각해야 한다는 주장 등등….
정말 장애의 원초적인 것을 가지고 토론하고 예술에서 장애가 위치하는, 또는 위치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공연이었습니다.
해랑
극단 애인의 공연은 처음이라 기대를 많이 하고 봤는데, 기대보다 훨씬 좋았던 것 같습니다. 장애연극, 장애가 있는 배우라면 으레 듣는 말들을 너무 무겁지 않게 풀어내는 극의
전개가 흥미로웠고 연출에도 신경 쓴 게 느껴졌습니다. 장애가 있는 배우에게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이 공연을 봤다면 참 좋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극단 내부 사정으로 낭독극으로
전환되었지만, 배우들이 대사를 읽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배우들의 연습량이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모두예술극장이 깊이감이 있는 무대라 수어통역이 객석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한글자막은 배치를 잘 해두어서 관람 시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예매는 구글폼으로 신청한 후 현장에서 좌석을 배정해 주는 방식이었는데, 수어통역과 한글자막을 편하게 볼 수 있는 좌석으로 배정해 주었고, 직접 앉아보고 불편하면 다른
좌석으로 옮겨도 된다고도 안내해 주었습니다. (좌석이 만족스러웠기에 바꾸지는 않았습니다. )
함께 작업했던 분들을 많이 만나서 좋기도 했고, 극단 애인의 공연을 보게 되어서 무척이나 행복했습니다. 다음에는 꼭 본공연으로 볼 수 있길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정지현
저도 낭독극이었지만 접근성도 그렇고, 극의 몰입에 방해되지 않아 좋았어요.
‘우리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라며 표현 방식에 의문을 가진 배우들, 연극의 전형적인 틀을 고집하는 작가, 뭐든 실험해 보자 하여 아직 동선도 못 짠 연출가. (앗,
연출가의 전동휠체어 이름이 멋있어서 저도 제 휠체어에 인디언식 이름을 지었습니다. ‘바람처럼 굴러가는 굴렁이’. 부를 땐 ‘굴렁이’라고 불러주세요. )
앞서 리뷰한 두 분과 다르게 쓰려고 고민하다가 〈없던 공연〉에서 고민하는 장애예술을 함께 생각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맞습니다. 이런 공연은 없었죠. 대사에도 나오는데
‘고유성’을 전달하기 위한 낭독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극의 스토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공연을 준비하는데 해외유학파 연출가는 장애를 표현하라며 즉흥적으로 동선을 바꾸죠. 작가는 시각장애인용 해설을 써야 하는데, 자꾸 바뀌는 내용
때문에 결국 뛰쳐나가 버리고요. 스님 자아2가 인상적이었는데, 억지로 (남들보다 길고 밥 먹을 때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코가 없어진) 비장애인이 되자 자신의
이중성을 제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위선자의 역할을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현실에서도 장애 부심(?)이 있는 사람들도 느낄 수 있는 혼란이겠다는 생각에 대사
하나하나가 귀에 들어왔습니다. 코가 없어져서 좋아하는 스님 자아1, ‘내 코는 나야!’라는 스님 자아3과 달리 이리저리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가장 현실적이지 않을까요?
아, 아쉬운 점 하나! 현학적인 대사가 많아 쫓아가기 힘들었습니다.
공부하자! 장애예술에 대해서!
서주현
공연장 한가운데 사방이 3미터보다 작은 크기의 무대가 있고 두 명의 여성 무용수(에스테르 살라몬, 에르제베트 갸르마티)가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백발이 아름다운, 아마도 엄마이지 않을까 하는
배우와 그녀의 딸로 추측되는 여성. 무대 사방으로 관객이 자리했다. 정적 속에 관객석은 만석이 되고 공연은 시작된다. 배경음악도 없고 대사도 없고 슬로우 모션보다도 느리게
느리게 움직임이 시작된다. ‘조금 있으면 음악이 나오겠지, 대사도 하겠지’라고 예상했지만 아주 정확히 빗나갔다. 관객들의 숨소리마저도 들릴 만큼의 고요 속에서 무대 안의 두
예술가는 아주 간간이 몇 마디만 내던질 뿐 고요 속에 움직임은 계속된다.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그 두 예술가는 모녀 관계라는 걸 알 수 있었고 공연이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난다. 급기야 중반으로 갈 때쯤 내 앞의
관객은 거의 통곡 수준으로 숨죽이며 운다. 아…. 감정이 섞인 말이 없어도, 구슬피 연주되는 음악이 없어도 그저 움직임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에 파장을 울릴 수가 있구나.
아마 그건 우리의 정서가 아닐까. ‘엄마’라는 단어만으로도 코끝이 찡해지는 말. 나도 ‘엄마’라는 단어를 꺼내기만 해도 울컥하는데, 엄마와 딸의 움직임을 보며 얼마나 많은
감정을 읽어낼까.
다른 일정 때문에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못 나누고 나온 것이 너무나도 아쉽다.
강하림
너무 조용한 공연이었습니다. 말도 많이 안 하고 음악도 없고. 무용 공연도 처음이었고 이렇게 조용한 공연도 처음이었습니다. 엄마랑 딸이 춤을 추는 공연이라는 건 홈페이지에서
보고 갔는데, 두 분이 아주 잘 맞는 것 같았어요. 아직도 사이가 어려운 저희 아버지 생각도 나고 엄마 생각도 많이 났습니다. 엄마랑 같이 장애인식개선 강의를 하기도
하는데, 일을 같이하다 보니 잘 맞는 부분도 있지만 잘 안 맞는 부분도 있어요. 공연 후에 한 관객이 진짜 둘의 사이를 물어보니, 공연하신 어머니와 딸도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저랑 엄마도 엄청 크게 싸워서 아버지가 놀랐던 적도 있어요.
엄마와 공연을 같이 하니 좋을 것 같아요.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면이 더 생길 것 같고, 서로 모르던 부분도 알게 되고. 딸은 독일에 살고 엄마는 헝가리에 사는데 한국에서
오랜만에 만나 공연하는 것도 신기한 것 같아요.
또 무용 공연을 보러 가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 조력자와의 대화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서주현
“장애인극단인데 언어장애 때문에 중요한 역할을 못 맡는 일이 생긴 거야”
“잘못 알아듣는 일이 많다는 거 알면서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까 하는 거야.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까. 몇 번을 물어도 다시 말할 수 있어. 못 알아들었으면서 알아듣는
척하면 다 알아.”
이 연극의 연출을 맡은 진준엽 연출가가 초기에 장애인 배우와 처음 활동할 때 언어장애가 심한 장애여성이 와서 주인공을 맡고 싶다고 해서 당황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이야기한다. 출연자의 반이 언어장애가 심한 장애배우다. 그럼에도 주인공 배역을 얻고자 각자의 방법으로 연출가에게 어필한다. 그중 가장 언어장애가 심한 장애여성이 주인공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자 다른 장애 배우들마저도 술렁인다. 연극이란 매체 자체가 대사 전달력이 중요한 부분인데, 대사가 전달되지 않는 연극을 누가 보려 하겠나. 그럼에도 연출가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어필했던 중증장애여성배우를 주인공으로 해서 공연을 올리기로 한다.
2시간의 짧지 않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내내 웃음을 자아낸다. 배우들의 연기도 리얼했고, 생전 처음으로 언어장애로 사람을 웃기기도 할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내
경험이기도 한 언어장애인이 겪는 많은 일들…. 짙게 공감되는 부분이 좋았고, 사실 불편할 수 있는 소재를 유쾌하게 풀어낸 점이 가장 좋았다.
서주현
〈도와줘요, 엔피씨!〉는 지인이 나오는 공연이기도 하고 포스터를 보자마자 흥미를 끌었던 작품이라 토요일 붐비는 대학로를 찾았다. 특이하게도 이음갤러리에서 전시 책자를 가지고 가면 공연이 50% 할인된다고 해서 1시간 먼저 가서 전시를 둘러보았다. (같은 단체의 전시와 공연이 각각 2층과 5층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몸의 미학: 현존하는 몸, 살아있는 아름다움》은 장애인의 몸에 관한 전시로 각자 서로 다른 몸을 가지고 정상과 비정상의 모호한 구분에 의문을 품는다. 4명의 장애여성은 다양성을 인정받지 못한 경험들로부터 “나의 몸은 그 자체로서 가치와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각자의 삶 속에서 체득한 기억과 감각을 통해 자기 신체를 이해하고 마주한다.
전시 작품에 공감하며 5층 공연장으로 올라갔다. 그때 무대 뒤의 소리가 들린다. 처음에는 오디오 사고인가 생각했는데, 그것도 연출의 의도였다. 세미 뮤지컬이라고 해야 하나? 간간이 배우들의 노래와 게임을 구조로 짠 형식이다. 심한 강직과 언어장애가 있는 민지의 일상에서 자립을 꿈꾸고 실현해 나가는 과정을 독특한 구조로 연출한 점이 신선했다.
가끔 상상해 본다.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더 많은 세상이 된다면, 내가 원하는 곳으로 순간이동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간혹 시공간을 넘나드는 영화를 보면 과거로 가서 미래를 바꾸려 해보지만, 결론은 바뀌지 않는 타고난 운명이라고. 살짝 그런 느낌을 받으며 마무리되는 장면에서 답답함과 안타까움. 아니면 열린 결말일까 하는 물음을 던진 채 공연의 막이 내렸다. 여운이 남는다.
강하림
사회적기업 베어베터에서 9년째 일하고 있다. 광명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 소속 인권강사,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직장내 장애인인식개선교육 파트너강사, 장애인권교육
협업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뮤지컬과 영화 보기를 좋아한다.
17dagala@naver.com
서주현
그림 그리는 사람. 어려서는 핑크로 도배할 만큼 핑크색을 좋아하다 우연히 잡지에 실린 재미로 보는 운세(?) 같은 코너에서 내 행운의 색이 빨강이라는 글을 본
후부터 지금까지 내 소울 컬러는 빨강이다.
iamboil@nate.com
이성수
중도 저시력 시각장애인. 힘빼고 컴퍼니 대표. 연극, 글, 장애인식개선, 워크숍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대화하고, 놀이하는 사람. 2023년
배리어컨셔스 연극 〈국가공인안마사〉, 2024년 모두의 연극 〈도깨비 안마원〉 작품에서 극작, 연출, 출연했다. 2024년 배리어프리 에세이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를 함께 썼다.
페이스북
유튜브채널 힘빼고컴퍼니
정지영
5월의 연둣빛과 6월의 해질녘 서늘한 바람을 좋아한다. 지식이 조금 넓고 말이 많지만 깊이 들어가면 조용해진다. 2000년부터 장애인단체에서 일하다 보니
귀결은 유니버셜디자인! 지금은 대구대학교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물론 취향은 존중하지만)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30조(문화생활, 레크리에이션,
여가생활과 스포츠 참여)를 잊지 맙시다!
jiyoung.jung74@gmail.com
해랑
관심사가 많은 사람. 농인의 문화예술 향유권에 관심이 있으며 종종 접근성 자문, 모니터링을 한다. 아티스트, 공연 관계자, 관람객을 위해 「문자통역 신청
매뉴얼」을 제작·배포했다. 《2023 SPAF》, 《모두예술주간 2023》, 연극 〈이런 밤, 들 가운데서〉 등에서 접근성 자문을 했고, 2024년 재공연한 〈인정투쟁; 예술가
편〉에서는 접근성 창작진으로 함께했다.
deafjam66@gmail.com
사진 및 캡션 제공.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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