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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창작과 배리어프리②

이슈 편견의 벽을 깨야 진정한 참여가 시작된다

  • 안정우 무용가
  • 등록일 2021-09-29
  • 조회수1068

이슈

예술창작과 배리어프리②

편견의 벽을 깨야 진정한 참여가 시작된다

안정우 무용가

예술 활동의 편견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직접 경험한 사례를 하나 말하고자 한다. 학창 시절 무용학과에 진학하기 위한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원 원장님이 무의식적으로 나에게 말씀하셨다. “넌 장애가 있어서 무용학과를 졸업해도 갈 길 없어. 굳이 가겠다면 입학만 하고 다른 학과로 옮겨봐.” 그때를 생각하면 내가 원해서 얻은 장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장애로 인한 사회적 편견으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다는 씁쓸한 기억이 떠오른다.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이 예술 활동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장애 예술인의 활동이 증가하고, 물리적 장애물이나 심리적 장벽을 없애려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와 같은 사회적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요소가 등장하고 있다. 이것은 장애 예술인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장애 예술인이 글과 그림, 노래, 악기, 무용, 연극, 공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에는 장애 예술인의 공연을 온전한 예술적 행위로 보지 않고, 그저 취미 활동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장애 예술인과 비장애 예술인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기관의 예술인 지원사업에서 장애 예술인이 단독으로 계획한 사업은 채택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장애인과 함께 계획하는 사업이 주로 통과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기분이 유쾌하지 않았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회에 만연한 것을 느끼면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장애 예술인이 직접 기획 및 제작하는 공연은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장애 예술 사업에 참여하면서 일부를 제외하고는 제작진이 비장애인이며, 장애 예술인은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사례도 종종 있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소통하는 과정에서도 소외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 대중매체에서 등장하는 장애 예술인의 모습 역시 장애를 이겨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그것으로 인해 예술적 측면의 평가가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장애인이 ‘제작자’로서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음에도 전문적인 교육의 부재로 인해 책임 있는 위치에 서지 못하며,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는 것이 장애 예술인이 처한 현실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 장애인이 예술에 접근할 수 있는 사회 저변의 인식개선과 체계적인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해야 한다.

장애 예술인 정책을 뒷받침할 접근성의 한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예술인 창작지원금’ 제도로 장애 예술인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러나 작업을 실행할 수 있는 공간적 한계는 예술인의 창작활동을 방해한다. 다양하고 자유로운 창작활동이 가능하도록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서 모두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극장 또는 시설과 공간 조성이 필요하다.

이전과는 달리 장애는 편견의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이 저변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장애 예술인의 인식이 개선되고,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장애 예술인이 가진 잠재된 능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국립극단 또는 국립무용단 등의 국공립 예술단체에서 장애 예술인의 고용지원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차별적인 시선으로 배제되고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른다면 그것은 진정한 참여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장애 유무를 떠나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자유롭게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예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편견을 깨고 모두가 함께 나아가는 온전한 사회, 아름다운 사회로 나아가기를 기대해본다.

안정우

현대무용을 전공하였으며 장애 예술, 배리어프리, 공연에 관심을 두고 있다. 무용 공연 외에도 <관람모드-보는방식> <춤의 국가> <2020연극의 해-장애인의 공연장 내 재난대피 워크숍> 등의 연극에 출연하였다.
myajw88@naver.com

2021년 10월 (24호)

상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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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창작과 배리어프리②

편견의 벽을 깨야 진정한 참여가 시작된다

안정우 무용가

예술 활동의 편견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직접 경험한 사례를 하나 말하고자 한다. 학창 시절 무용학과에 진학하기 위한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원 원장님이 무의식적으로 나에게 말씀하셨다. “넌 장애가 있어서 무용학과를 졸업해도 갈 길 없어. 굳이 가겠다면 입학만 하고 다른 학과로 옮겨봐.” 그때를 생각하면 내가 원해서 얻은 장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장애로 인한 사회적 편견으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다는 씁쓸한 기억이 떠오른다.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이 예술 활동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장애 예술인의 활동이 증가하고, 물리적 장애물이나 심리적 장벽을 없애려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와 같은 사회적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요소가 등장하고 있다. 이것은 장애 예술인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장애 예술인이 글과 그림, 노래, 악기, 무용, 연극, 공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에는 장애 예술인의 공연을 온전한 예술적 행위로 보지 않고, 그저 취미 활동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장애 예술인과 비장애 예술인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기관의 예술인 지원사업에서 장애 예술인이 단독으로 계획한 사업은 채택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장애인과 함께 계획하는 사업이 주로 통과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기분이 유쾌하지 않았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회에 만연한 것을 느끼면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장애 예술인이 직접 기획 및 제작하는 공연은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장애 예술 사업에 참여하면서 일부를 제외하고는 제작진이 비장애인이며, 장애 예술인은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사례도 종종 있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소통하는 과정에서도 소외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 대중매체에서 등장하는 장애 예술인의 모습 역시 장애를 이겨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그것으로 인해 예술적 측면의 평가가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장애인이 ‘제작자’로서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음에도 전문적인 교육의 부재로 인해 책임 있는 위치에 서지 못하며,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는 것이 장애 예술인이 처한 현실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 장애인이 예술에 접근할 수 있는 사회 저변의 인식개선과 체계적인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해야 한다.

장애 예술인 정책을 뒷받침할 접근성의 한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예술인 창작지원금’ 제도로 장애 예술인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러나 작업을 실행할 수 있는 공간적 한계는 예술인의 창작활동을 방해한다. 다양하고 자유로운 창작활동이 가능하도록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서 모두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극장 또는 시설과 공간 조성이 필요하다.

이전과는 달리 장애는 편견의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이 저변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장애 예술인의 인식이 개선되고,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장애 예술인이 가진 잠재된 능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국립극단 또는 국립무용단 등의 국공립 예술단체에서 장애 예술인의 고용지원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차별적인 시선으로 배제되고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른다면 그것은 진정한 참여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장애 유무를 떠나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자유롭게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예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편견을 깨고 모두가 함께 나아가는 온전한 사회, 아름다운 사회로 나아가기를 기대해본다.

안정우

현대무용을 전공하였으며 장애 예술, 배리어프리, 공연에 관심을 두고 있다. 무용 공연 외에도 <관람모드-보는방식> <춤의 국가> <2020연극의 해-장애인의 공연장 내 재난대피 워크숍> 등의 연극에 출연하였다.
myajw88@naver.com

2021년 10월 (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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