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웹진 이음

이음광장 빛을 향한 여정③ 둥글둥글 동그라미의 시

  • 이민희 사진작가
  • 등록일 2024-08-14
  • 조회수 81

이음광장

밤중에 작업의 등을 켠다면 환해진 주변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눈과 맘은 저절로 껌벅거릴 것이다. 행성의 생성과 소멸의 과정에서 우주는 변화하며 카오스와 새 에너지가 일어난다는 걸 일상에서 경험하곤 한다.

학창 시절, 손으로부터 입시미술의 어려움을 만났다. 도예가인 외삼촌과 입시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자연과 가마의 불빛을 접했다. 물성과 변화는 색과 빛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색과 빛에 대한 탐구는 손의 핸디캡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입시미술을 접었다가, 대학 시절 영상매체를 만나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실천 의지도 달라지면서 다시 그림과 마주하게 됐다. 그림 작업을 하며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던 어린아이와 그림자를 만나고, ‘바라봄(觀)’에 천착하게 됐다.

하얀 스케치북은 빛이 가득한 스크린처럼, 내 그림자가 짙어도 그 공간에서는 작은 점으로 보이지 않았다. 사실 그 존재도 모르게 빛은 어둠을 더 넓게 품어 주었다. 그리는 순간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행위가 섬뜩하기도 했다. 이 과정은 ‘물음표 더하기 느낌표는 물음표’로, 어둠과 빛의 굴레에 대한 자문자답은 작업의 연속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상적으로 창작활동 하는 사람을 소소하게 만났으나 꾸준히 예술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 어쩌면 살아가기 바쁜 내게 창작은 사치이며 생활의 차이로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런 내게도 물과 빛을 닮은 물감으로 무언가를 그리거나 표현하는 것은, 잠재된 어둠이 짙게 떠올랐을 때 밝음을 향해 용을 쓰는 행위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마치 영상이 가득한 긴 터널을 뚫고 나가는 듯, 온몸의 빛을 끌어모아 발광하며 솟구치는 듯, 빛처럼 드로잉을 한 흔적이 사진과 다양한 매체로 표현된 궤적일 것이다.

그 기록을 보면 미완의, 미숙한 그 순간의 형태를 내 꼴로 내보인다. 그런 난, 주변을 아프게도 했다. 이 드로잉의 행적은 바라봄(觀)과 어리석음에 대한 알아차림의 참회와 희망의 기도가 담겨 있기도 하고, 내 행위의 거울로 바라본다.

어리석음에 대한 무지를 뚫고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의 드로잉 행위를 바라본다.
나는 숙연하게 두 손을 모아쥔다.
이를 수행하며 우주를 향하는 길은 절박하면 절박할수록 밝음으로 이끌어준다.
희망의 에너지에 대한 간절함과 설렘, 자비가 동반한 동그라미의 지혜가 되어주었다.
이를 ‘빛’이라는 공간이라 부르며 물음을 갖고 행할 뿐이다.

예술은 삶의 창작 행위를 담는 그릇이며 소통의 도구 중 하나다. 지구의 삶은 순수와 자비를 키워가는 푸른 우주 공간이다. 어둠은 생명과 지혜를 확장할 수 있는 시작이며 에너지가 되어준다. 고향으로 향하게 한다. 알파와 오메가의 모든 차원 너머의 모든 존재에 대한 포용의 지혜, 로고스로서의 시를 그려본다.

  • 채도가 높은 빨간색, 파란색, 녹색이 혼합되어 색칠된 큰 동그라미와 작은 동그라미가 교차로 행렬을 맞춰 배치되어 있다.

    이민희, 〈공간의 묘약〉, 100×100cm, 혼합재료 & 피그먼트 프린트, 2022

  • 명도가 높은 빨간색, 노란색, 녹색이 혼합되어 색칠된 큰 동그라미와 작은 동그라미가 교차로 행렬을 맞춰 배치되어 있다. 그림 좌우에는 눈금자처럼 든간격의 선이 그려져 있다.

    이민희, 〈둥글둥글〉, 60×50cm, 혼합재료 & 피그먼트 프린트, 2022

  • 검정 바탕에 굵고 흰색의 자국이 사방 귀퉁이에서 중앙으로 뻗어 있다.

    이민희, 〈보고 있다〉, 50×50cm, 피그먼트 프린트, 2023

  • 검정 바탕에 굵은 흰색 자국의 동그라미가 가득 차 있다.

    이민희, 〈침묵〉, 52×82cm, 피그먼트 프린트, 2023

이민희

사진작가이자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의 생명을 탐구하며 무의식의 굴레를 또 다른 생명력으로서 ‘빛’이라는 가능성을 표현하고자 한다. 회화와 접목한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주요 전시로는 개인전 《길, 36.5도를 바라보다》(2015), 《36.5도의 빛》(2016), 《Breath - gentle cloudy》(2018), 《here &now - 일렁이는 이야기》(2019), 《푸른 공명》(2019), 《Here &now - 섬광의 드로잉》(2021), 《원형의 굴레》(2022), 솔로 퍼포먼스 〈길, 36.5도를 보다〉(2017) 등이 있다.
open38@naver.com
홈페이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제공하는 자료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서
「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비상업적 이용만 가능, 변형 등 2차적 저작물 작성 금지」의 조건에 따라 이용이 가능합니다.

댓글 남기기

제 2021-524호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WA-WEB 접근성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 | 1.업체명: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주소: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고 112 3.웹사이트:http://www.ieum.or.kr 4.유효기간:2021.05.03~2022.05.02 5.인증범위:이음 온라인 홈페이지 |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47조제1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9조제5항에 따라 위와 같이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를 발급합니다. 2021년 05월 03일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