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텍스트 크기

가

고대비

통합검색

툴팁 텍스트

잠깐! 찾고 싶은 정보와 관련 있는 핵심 단어를 적어주세요.

예시) 장애인예술교육 분야 자료집을 찾고 싶을 땐, "예술교육"처럼 핵심 단어를 적어주세요.

추천 키워드

배리어프리 콘텐츠 검색하기

이음광장 배우고 가르치고 성장하기② 장애와 예술, 경계를 허무는 행복한 조합

  • 이순화 예술강사
  • 등록일 2025-08-20
  • 조회수 36

이음광장

후끈한 바람이 얼굴을 비빈다. 달리는 나의 휠체어 바퀴는 빠른 걸음을 재촉한다. 바쁘게 지나가는 하루,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며 살아가고 있다. 시간은 늘 빠르게 지나가지만, 나의 외출 준비 과정과 행동 하나하나는 더디게 느껴진다. 나이가 들수록 일정을 줄인다는데 ‘왜 나는 더 바빠질까?’라는 질문을 자주 반복한다. 휠체어를 타면서 이동 시간이 자유로워진 부분도 있지만, 예술은 나에게 단 하나의 선택지였고, 내가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이자 희망이기 때문이다. 장애를 가지고 예술을 한다는 것은 단순한 활동이 아니다. 사회적·물리적·경제적 제약을 이겨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 길을 선택했다. 예술이야말로 나를 가장 자유롭게 해주는 수단이었고, 나 자신을 잃지 않게 해준 소중한 언어였기 때문이다.

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수많은 장벽과 마주했다. 소통의 어려움, 이동의 불편함, 사회적 인식의 벽은 내가 선택한 길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예술을 통해 누군가와 감정을 나누고, 그들의 공감과 응원을 받을 때마다 나는 다시 한번 용기를 얻는다. 특히,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운영한 ‘장애예술인 강사 양성과정’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예술교육자로서의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 예술은 장애를 잊어버리게 하는 힘이자, 한계를 무너뜨리는 도구다. 나도 예술로 타인의 삶에 스며들 수 있었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었다. 예술은 말하지 않아도 말할 수 있는 힘을 가졌고, 세상과 소통하는 커다란 새로운 문이 되었다. 인간의 삶, 감정, 기억에 대한 표현은 창작예술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예술은 장애가 있는 모든 사람에게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순간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예술교육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도 모두 각자의 사연과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들 또한 예술체험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치유하며, 사회 속에서 함께 성장할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단계별로 완성해 갈 수 있는 예술교육의 기회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수업 마지막 날 참여자들은 “재밌어요” “행복해요” “언제 또 오세요?”라고 쓴 메모를 건네며 헤어짐에 아쉬워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 뿌듯하고 마음 찡했다.

얼마 전 ‘키비탄 휠-하모니클럽’ 휠체어합창단이 봉사활동으로 지역을 방문했을 때, 나는 페이스페인팅과 부채 그리기 활동을 함께했다. 그때 참여한 장애인분들과 어르신들 모두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예술을 통해 누구나 행복한 감정을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음을 느꼈다. 또한, 예술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기에 저절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바뀌는 것을 경험하였다.

예술강사로서 바람이 있다면, 더 많은 이들이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예술교육 시간이 많아지면 좋겠다. 물론 재정적인 부분도 고려해야겠지만, 활동이 어려운 이들에게 예술 경험은 더 필요하다. 예술강사 역시 다양한 이들과 만나서 함께 경험하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아가며, 새로운 프로그램과 교안도 만들 수 있고, 여러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도 터득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예술교육가로서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예술인 강사 양성과정 수료 후 보수교육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강사로서 새로운 정보와 자신만의 노하우를 접목해 발전하는 교육으로 문화예술을 이어가야 한다.

장애와 예술, 어떤 사람들에게는 낯선 조합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 조합 안에서 누구보다 진실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예술을 통해서 누군가를 이해하고, 함께 울고 웃으며, 결국은 나도 치유받고 있었다. 앞으로 예술을 통해 더 많은 사람과 공감하고, 세대와 경계를 넘어 예술의 순수함을 함께 나누고 싶다. 그것은 나의 작은 바람이자 앞으로의 여정 속에서 지켜야 할 나의 길이다. 예술강사로 활동하면서 행복한 기억과 희망을 담은 동화를 만들어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하는 활동을 만들어 보고 싶다. 나는 예술을 통해 사람들과 공감하고, 창작자이자 예술교육가로서 예술의 경계가 없는 세상에서 자유로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과 나의 경험을 함께 나누기를 희망한다.

  • 푸른색과 초록색 물감이 붓질로 물결처럼 번져 있고, 그 위에 붉은색 손글씨가 빼곡하게 쓰여 있다.

    음악·동작 통합 프로그램 – 경험 표현하기

  • 디귿자로 놓인 책상에 둘러앉은 학습자들이 중앙의 휠체어를 탄 예술강사의 색종이를 든 손동작에 주목하고 있다. 책상 위에는 악보와 크레파스 등이 놓여 있다.

    음악·미술 통합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필자

이순화

이순화

자연과 삶의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담아내는 화가이다. 《자연-바라보다》(2023) 외 7회의 개인전과 200회 이상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교육 강사, 예술인강사, 휠체어합창단원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 개인 작업실 ‘아뜰리에 SOON’을 오픈하여 작업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soonhwale@hanmail.net

사진 제공.필자

2025년 8월 (66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제공하는 자료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서
「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비상업적 이용만 가능, 변형 등 2차적 저작물 작성 금지」의 조건에 따라 이용이 가능합니다.

댓글 남기기

제 2021-524호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WA-WEB 접근성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 | 1.업체명: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주소: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고 112 3.웹사이트:http://www.ieum.or.kr 4.유효기간:2021.05.03~2022.05.02 5.인증범위:이음온라인 홈페이지 |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47조제1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9조제5항에 따라 위와 같이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를 발급합니다. 2021년 05월 03일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