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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기획 장애예술 일자리 정책의 현황과 과제 고용에서 경력으로, 숫자에서 내용으로

  • 글 문영민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조교수
  • 등록일 2026-10-14
  • 조회수 68

모두기획

들어가며

장애예술인이 예술 활동으로 매달 월급을 받는다는 말은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낯설었다. 장애인의 예술은 오랫동안 복지관 프로그램이나 여가 활동, 혹은 일회성 공모 지원의 영역에 머물렀고, 그 활동이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소수의 이야기였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기업이 출자한 표준사업장 예술단, 기업 소속으로 일하는 장애인 연주자,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예술단, 집에서 작품을 만들어 제출하는 재택근무 미술 작가까지, 여러 형태의 장애예술 일자리가 제도 안에 자리를 잡았다.

일자리가 늘었다는 것은 분명한 성과다. 장애예술인이 무대에 서는 횟수가 늘었고, 장애예술인을 채용하겠다는 문화시설도 크게 늘었다. 동시에 더 나아가 물어야 한다. 늘어난 일자리가 장애예술인에게 예술가로서 계속 일하고 성장할 수 있는 자리가 되고 있는가? 대부분의 장애인 일자리 지원 정책이 민간 영역에 한정되어 있던 시기를 지나, 공공 영역의 의무 고용률 확대와 고용 창출 제도가 마련되면서 양적 확대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양질의 일자리, 지속 가능한 일자리라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장애예술 일자리를 만든 세 가지 흐름

1) 문화정책: 지원의 대상에서 일자리의 대상으로
2020년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장애예술인 지원은 처음으로 독자적인 법적 근거를 갖게 되었다. 이어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첫 법정 계획인 「제1차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 기본계획(2022~2026)」을 발표했다.(주1) 이 계획은 창작 지원과 함께 ‘일자리 등 자립 기반 조성’을 주요 전략으로 내세웠다. 기업과 공공기관의 장애예술인 정규직 채용 연계, 권리 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를 활용한 예술 특화 일자리, 민간 장애인예술단 설립에 대한 인센티브 등이 담겼다. 특히 장애예술인을 근로자로 보호하고 노동시간으로 인정할 수 있는 문화예술 활동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장애예술인 친화적 고용기준’ 개발을 과제로 제시했다.

2023년부터는 장애예술인 창작물 우선구매제도가 시행되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우선구매기관은 해당 연도 창작물 구매 총액의 100분의 3 이상을 장애예술인이 생산한 공예품, 공연, 미술품 등으로 구매해야 한다.(주2) 정부의 장애예술인 지원 예산도 2021년 206억 원에서 2024년 291억 원으로 40% 넘게 늘었다.(주3) 장애예술이 ‘지원해야 할 활동’에서 ‘사고팔고 고용하는 노동’으로 옮겨가기 시작한 것이다.

2) 고용정책: 의무고용률 상향과 중증장애인 2배수 인정제
또 하나의 흐름은 장애인 고용정책의 변화다. 공공부문 의무고용률은 2019년 3.4%에서 2022년 3.6%, 2024년 3.8%로 꾸준히 올라왔다. 2019년 이후 3.1%로 묶여 있던 민간기업 의무고용률도 2026년 2월 국무회의에서 2027년 3.3%, 2029년 3.5%로 단계적으로 올리는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되었다.(주4) 공공부문 역시 2029년까지 4.0%로 상향할 계획이다.

그러나 의무 이행은 여전히 더디다. 2024년 기준 장애인 고용의무 대상 기업 3만 1,286곳 가운데 1만 8,335곳(58.6%)이 의무를 지키지 못했다.(주5) 기업들이 장애인을 고용하지 못하는 이유로 가장 흔히 드는 것은 “마땅한 직무가 없다”라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장애인 고용이 많았던 제조업의 고용 증가율은 낮은 반면, 서비스업과 공공행정 등 다른 산업에서 장애인 고용 증가율이 더 높게 나타나는 변화도 관찰된다.(주6) 예술 직무는 바로 이 ‘적합 직무’의 공백에 대한 하나의 답으로 등장했다. 기업은 본업과 별개로 운영할 수 있는 예술 직무를 통해 고용의무를 이행하고, 장애예술인은 예술 활동을 직업으로 이어갈 수 있는 접점이 생긴 것이다.

여기에 고용률 산정 방식도 영향을 미친다. 2010년부터 시행 중인 ‘중증장애인 2배수 인정제’는 월 소정근로시간이 60시간 이상인 중증장애인을 고용하면 이를 2명의 장애인을 고용한 것으로 인정한다. 공공기관, 민간기업,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협약해 설립하는 컨소시엄형 표준사업장은 신규 장애인 고용 인원에 따라 최대 20억 원의 무상 지원금을 받을 수 있고, 참여 기관은 출자 비율만큼 장애인을 직접 고용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이러한 인센티브는 예술단 형태의 표준사업장이 여러 지역에서 빠르게 생겨난 배경이 되었다.

3) 일하는 방식의 변화: 원격근무의 확산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일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가 일상화되면서, 통근과 물리적 작업 환경의 장벽이 컸던 중증장애인에게 새로운 진입로가 되었다. 미국에서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의 고용률은 2019년 36.2%에서 2024년 상반기 41.3%로 올랐고, 팬데믹 이후 늘어난 신체장애인 전일제 고용의 68~85%가 재택근무 확산으로 설명된다는 분석이 나왔다.(주7) 한국에서는 재택근무 장애인 규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아직 없지만, 2024년 하반기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에서 비정규직 가정 내 근로자만 장애인 임금근로자의 1.6%, 약 1만 명 내외로 추정된다.(주8) 혼자 작업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 직접적이었다. 집에서 작품을 만들어 제출하는 재택 예술 직무가 기업의 고용 방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장애예술 일자리의 현황

2024년 기준 국내 등록 장애예술인은 9,528명, 장애예술단체는 233개로 집계된다.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장애인 취업자는 1만 1,988명으로 전체 장애인 취업자의 1.3%이며, 이는 전체 인구 취업자 중 해당 산업 비율(1.8%)보다 조금 낮다.(주9) 일자리의 질은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문화예술 활동의 고용 형태는 기간제/계약직/임시직이 38.8%로 가장 많고, 파트타임/기간제(25.0%), 자영업(18.0%), 일용직(12.7%)이 뒤를 잇는다. 정규직은 8.9%에 불과하다. 2023년 기준 장애예술인의 연 평균수입은 909만 5천 원이지만 중위수입은 200만 원에 그쳤다.(주10) 전업 예술인 비율은 2021년 62.2%에서 2024년 50.4%로 오히려 낮아졌다.(주11)

장애예술인이 일하는 일자리는 크게 네 가지의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형이다. 장애인에게 보호된 환경에서 훈련과 근로 기회를 제공하며, 인건비 지원과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등의 지원을 받는다. 둘째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근거한 장애인 표준사업장형이다. 장애인 근로자 10명 이상, 상시근로자의 30%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하고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해야 하며,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인증을 받는다.(주12) 셋째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장애예술인을 직접 채용하는 직접고용형, 넷째는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운영되는 공공일자리형이다.

표준사업장 모델의 대표 사례는 경남 김해시의 ㈜지캡(G-CAP)이 있다. 김해시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김해상공회의소와 협력해 고용부담금을 내던 지역 기업들을 대상으로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을 추진했다. 기업들이 부담금을 사회공헌 형태로 전환해 재투자하는 방식이다.(주13) 현재 중증장애인 13명을 포함해 20명이 일하고 있으며, 시 재정 투입 없이 공연 수익과 기업 지원금으로 운영된다. 김해시는 2029년까지 200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주14) 하트-하트재단이 에쓰오일 등 10개 기업·기관과 협약해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하트하트아트앤컬처를 설립한 것처럼, 여러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예술 분야 표준사업장도 늘고 있다.(주15)

민간기업 직접고용의 사례로는 사단법인 뷰티플마인드의 ‘뷰앙상블’이 있다. 뷰티플마인드가 무료 음악교육을 통해 양성한 장애인 연주자가 기업에 고용되어 각 기업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구조이다. 2022년 7개 기업 19명이던 고용 규모는 현재 28명으로 늘었다.(주16)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맞춤훈련센터는 2021년 웹툰 분야를 시작으로 오케스트라, 합창단 등 문화예술 직무 훈련을 운영해 장애예술인 100여 명의 고용을 만들어냈다.(주17) 직업재활시설 형태로 예술 일자리를 만드는 사례도 늘어났다. 수원의 함께걸음직업재활센터는 2021년 12월 공연을 중증장애인생산품으로 지정받고 장애인마술단을 운영해 왔다.(주18)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나선 사례도 있다. 인천시는 2022년 전국 지자체 최초로 직업재활시설 형태의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을 창단했다.(주19)

최근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재택 예술 직무다. 창작 활동을 기업 본업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주변 직무’로 인정해 장애예술인을 재택으로 채용하는 방식이 고용부담금 절감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주20) 이 과정에서 기업과 장애예술인을 연결하고 채용과 관리를 대행하는 민간 중개기관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이렇게 살펴보면 장애예술 일자리는 불과 몇 년 사이 민간 대기업 직접고용, 공공기관 직접고용, 자회사형·컨소시엄형 표준사업장, 사회적기업, 정부부문 임기제 공무원 등으로 빠르게 다각화되었다. 2020년 한국장애인고용개발원 연구가 장애예술인을 직업예술인, 예비직업예술인, 장애인예술활동가로 나누고 각각 민간 의무고용 일자리, 직업훈련과 공공일자리로 연결하는 전략을 제안했던 것에 비추어 보면,(주21) 제도가 그리던 경로가 상당 부분 현실이 된 셈이다.

 

국외의 일자리 정책

1) 노르웨이: 예술 기관의 구성원으로 고용하기
노르웨이는 2006년 고용, 사회보험, 사회복지 행정을 통합한 고용노동복지청(NAV)을 출범시키며 일자리 중심의 복지체계로 전환했다.(주22)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노르웨이 예술위원회가 NAV, 노르웨이장애인연맹과 협력해 ‘기능장애가 있는 아스피란트(Aspirant, 신진/예비 예술인)를 위한 시범제도’를 운영한다. 문화기관이 장애가 있는 예술인이나 문화 종사자를 1년간 전일제로 채용하면 46만 크로네를 지원하는데, 이 금액은 전액 임금으로 써야 하고 아스피란트는 일반적인 근로조건으로 고용되어야 한다. 이 제도의 목적은 편견과 편의 부족이 장애인의 예술·문화 직업 진입을 가로막는 구조적 차별에 대응하는 것이며, 장애예술인을 별도의 장애인 사업장이 아니라 일반 예술 기관의 구성원으로 고용한다. 기관은 새로운 경험과 관점, 네트워크를 가진 동료를 얻고, 장애예술인은 예술 현장에서 경력을 쌓는다.(주23)

2) 독일: 고용 형태와 무관한 예술인 사회보장
독일은 1983년 설립된 예술인사회금고(KSK)를 통해 자영 예술인과 언론인을 공적 연금·건강·요양보험에 편입시킨다. 보험료는 예술인이 50%, 예술과 언론 활동을 활용하는 기업이 내는 예술인사회부담금이 30%, 연방정부 보조금이 20%를 부담한다.(주24) 임금노동자가 아니더라도 임금노동자와 비슷한 부담으로 사회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예술인에게 결정적인 안전망이다. 여기에 장애예술인의 작업을 돕는 예술지원인(Kunstassistenz)이 있다. 예술지원인은 재료 준비 같은 실무부터 전시 준비와 홍보, 예술적 기법의 매개까지 맡으며, 일부 기관은 5주 과정의 교육과 실습을 거쳐 수료증을 준다.(주25)

3) 일본: 고용률 상향과 ‘장애인 고용 비즈니스’의 급성장
한국과 가장 닮은 경로를 걷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의 민간기업 법정고용률은 2024년 4월 2.3%에서 2.5%로, 2026년 7월 2.7%로 연이어 올랐다.(주26) 의무 대상 사업주의 범위도 상시근로자 37.5인 이상으로 넓어졌다.(주27) 이 과정에서 자사에서 장애인 고용을 운영하기 어려운 기업에 장애인이 일할 장소와 업무를 제공하는, 이른바 ‘장애인 고용 비즈니스’가 급성장했다. 후생노동성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를 통해 일하는 장애인은 2023년 3월 약 6,600명에서 2025년 10월 약 11,100명으로 늘었다.(주28)

예술은 이 비즈니스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다. 한 기업은 재택 ‘아티스트 사원’을 채용해, 집에서 유화·수채·아크릴 등 평면 작품을 제작하고 매달 지정 주제 1점과 자유 주제 1점을 제출하도록 한다.(주29) 중개기업들은 업무 분리나 설비 개선, 교통비가 필요 없다는 점을 내세워 이 방식을 법정고용률 달성 수단으로 홍보한다.(주30)

주목할 점은 일본 정부의 대응이다. 후생노동성 ‘향후 장애인 고용촉진제도의 바람직한 방향에 관한 연구회’는 장애인 고용 비즈니스의 문제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업무 내용과 일하는 장소가 이용 기업과 분리되어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함께 일한다’는 이념에서 멀어지고 고용 책임이 희박해진다는 것이다. 둘째, 업무가 고정되어 숙련에 따른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 셋째, 성과물이 폐기되거나 중요하지 않은 배포에 그쳐 결국 법정고용률 달성만을 목적으로 한 고용이 되고, 이는 장애인의 일할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주31)

이러한 문제가 중개 비즈니스를 이용하지 않는 일반적인 장애인 고용에서도 생길 수 있다고 명시하고, 두 가지 대응을 제안한다. 하나는 이용 기업이 고용 현황을 보고할 때 중개 비즈니스 이용 여부와 취업 장소, 업무 내용 등을 함께 보고하게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가이드라인이다. 중개 사업자에게는 장애 특성을 이해하는 자격자 배치, 성과물이 이용 기업의 사업에 활용되도록 하는 제안과 지원, 장애인의 희망을 반영한 다양한 업무와 장소 제안, 최종적으로 이용 기업이 자사 사업장에서 직접 고용하도록 이행을 돕는 지원을 요구하고, 그 실적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게 한다. 이용 기업에게는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사업자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며, 일정 기간 뒤에는 자사 사업장으로 고용을 옮겨가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비즈니스가 급증한 배경으로 짧은 기간에 연이어 이루어진 법정고용률 인상을 지적하는데, 2027년부터 민간 의무고용률이 상향되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맺음말: 좋은 일자리가 되기 위해

한 보고서는 장애인 일자리 정책을 고용의 지속성, 급여의 안정성, 공공기관의 역할이라는 기준에 따라, 표준사업장이 세 기준 모두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평가했다.(주32) 이 기준은 출발점으로 유용하다. 그러나 예술인에게 좋은 일자리는 여기에 두 가지가 더 필요하다. 하나는 예술적 성장과 가시성이다. 작품이 발표되고 평가받으며 경력으로 쌓이는가의 문제다. 또 하나는 예술 노동의 가치가 인정받고 있는가이다. 십수 년간 활동해 온 한 장애인 오케스트라는 지금도 무대에 “세워준다”라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주33) 장애예술이 예술 그 자체로서보다 시혜나 인식개선의 도구로 소비될 때, 일자리는 늘어도 예술가로서의 경력은 쌓이지 않는다.

재택 고용이 이동과 환경의 장벽이 큰 장애예술인에게 문을 넓힌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늘어난 일자리가 모두 좋은 일자리는 아니다. 최근에 발표한 장애인 재택근무 연구에서 28명의 재택근무 노동자를 인터뷰하며, 장애예술 일자리에서 일하는 참여자들도 함께 만났다.(주34) 참여자들은 형식적인 의무고용제 준수에 맞춰진 고용 관행 속에서 무관심과 방치를 경험했다. 재택근무 자체가 충분한 편의 그 자체로 여겨지면서 필요한 지원은 가려졌고, 그 책임은 노동자에게 넘어갔다. 중개기관은 취업의 문을 열었지만, 저숙련·저임금 노동을 재생산했고, 동료 관계와 집단적 보호를 약화시켰다.

재택 장애예술인에게 이 문제는 더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작품은 매달 제출되지만, 누구도 평가하거나 활용하지 않고 퇴사 시 작품을 “알아서 처리하라”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혼자 작업하는 동안 예술적 성장에 필요한 동료, 피드백, 무대에서 멀어지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재택 장애예술인 문제가 유사한 결론에 이른다는 것은, 이것이 개별 기업의 일탈이 아니라 고용의무제와 중개 구조가 만나는 지점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현상임을 보여준다.

고용률 산정 방식도 점검이 필요하다. 중증장애인 2배수 인정제에 따라 월 60시간 이상 일하는 중증장애인은 2명으로 계산되므로, 기업으로서는 하루 3시간 안팎의 근로가 부담금을 줄이는 가장 경제적인 선택이 되기 쉽다. 물론 중증 발달장애 예술인에게 이 정도 근로가 실제로 적절한 경우도 많다. 문제는 노동시간 그 자체보다, 그 시간이 예술적 필요나 당사자의 선택이 아닌 산정 기준에 맞춰 정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좋은 일자리의 출발점은 의무고용에 산입되는 예술 직무가 최소한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지 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창작시간으로 인정되는 활동의 범위, 작품을 발표하고 유통할 기회, 예술적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체계 같은 것들이다. 일본이 검토하는 방향처럼, 중개기관이 장애 특성을 이해하는 인력을 두고 성과물이 기업 활동에 실제로 쓰이도록 제안하며 궁극적으로 기업이 직접 고용하도록 이행을 돕는다면, 중개는 단순한 매칭을 넘어 성장을 지원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지원의 방식도 고용주 중심에서 예술인 중심으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 예술 활동을 이해하는 예술지원인을 양성하고 근로지원인 체계 안에 자리 잡게 한다면, 장애예술인은 창작 준비부터 작품 발표까지 예술 노동에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지원이 특정 고용주에게 묶이지 않고 사람을 따라가도록 하는 일이다.

궁극적으로는 정책의 성과 지표가 바뀌어야 할 문제이다. ‘몇 명을 고용했나’에서 ‘몇 명이 예술인으로 계속 일하고 성장하고 있나’로. 1차 기본계획을 잇는 제2차 기본계획이 장애예술 일자리를 ‘숫자’에서 ‘내용’으로 옮기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주1.문화체육관광부, 「제1차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 기본계획(2022~2026)」, 2022.

주2.「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5조의2;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우선구매제도」

주3.김예지, 『장애예술인 수급권 실태 및 근로유인정책 토론회 자료집』,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024, 6쪽.

주4.“7년간 멈췄던 민간기업 장애인 의무고용률, 내년 0.2%p 오른다”, 서울신문, 2026.2.10.

주5.“장애인 의무고용률 3.5%로 상향… ‘제도는 충분, 이제 실행의 문제’”, 더버터, 2026.2.11.

주6.이병화·박승희, 「문화·예술 분야 장애인 일자리 확대 방안」, 『복지이슈 FOCUS』 6호, 경기복지재단, 2024, 6쪽.

주7.Bloom, N., Dahl, G. B., & Rooth, D.-O., “Work from home and disability employment”, NBER Working Paper No. 32943,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2024.

주8.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2024년 하반기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

주9.이효성 발제, 「장애예술인의 일할 권리와 창작할 권리를 위한 정책 토론회」, 국회의원회관, 2025.7.17.; “양적 팽창한 장애예술 일자리 ‘지속가능성·내실은 여전히 부실’”, 에이블뉴스, 2025.7.17.

주10.문화체육관광부·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24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실태조사」, 2025.

주11.장진아 발제, 앞의 기사(에이블뉴스, 2025.7.17.).

주12.이병화·박승희, 「문화·예술 분야 장애인 일자리 확대 방안」, 『복지이슈 FOCUS』 6호, 경기복지재단, 2024.

주13.“민관 협력 ‘김해시 장애인 문화예술단 ㈜지캡’ 일석삼조 성과”, 경남도민일보, 2025.10.21.

주14.“‘김해시 장애인문화예술단, 시 재정 투입 없이 성공했죠’”, 네이트뉴스, 2026.5.16.; “김해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지캡’, 체육 분야로 영역 넓혔다”, 부산일보, 2026.6.30.

주15.하트-하트재단, “하트-하트재단,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하트하트아트앤컬쳐’ 설립”, 2025.4.9.

주16.“‘특별한 취업’, 문화·예술분야 장애인 활동 무대 넓힌다”, 서울신문, 2022.10.4.; 사단법인 뷰티플마인드 누리집.

주17.이인재, 「장애예술인 수급권 실태분석 및 근로유인을 위한 정책」, 『장애예술인 수급권 실태 및 근로유인정책 토론회 자료집』,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024, 11-12쪽.

주18.이병화·박승희, 앞의 글, 4쪽.

주19.“전국 최초 설립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 단원 모집”, 아주경제, 2022.3.14.

주20.“고용부담금 절감과 상생의 열쇠, 장애예술인 고용을 아시나요?”, 생생투데이, 2026.2.12.

주21.심진예·박종빈·김용탁·장숙현, 『문화예술분야 장애인 일자리 확대 방안』,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2020.

주22.이정주, “최고 복지국가 노르웨이의 새로운 선택, ‘장애예술인 고용 수당제’-②”, 에이블뉴스, 2025.7.29.

주23.Kulturdirektoratet, “Forsøksordning for aspiranter med funksjonsnedsettelser”; “Spørsmål og svar om forsøksordningen for aspiranter med funksjonsnedsettelser”.

주24.Künstlersozialkasse, “KSK in Zahlen”; 이인재, 앞의 글, 36-37쪽.

주25.이인재, 앞의 글, 22~24쪽.

주26.厚生労働省, 「今後の障害者雇用促進制度の在り方に関する研究会 報告書(案)」. 第13回 第13回 今後の障害者雇用促進制度の在り方に関する研究会 資料1, 2026.1.30.; 회의 자료 페이지

주27.“障害者雇用を3年で「自社運用」へ”, HRプロ, 2026.8.4.(厚生労働省, 「障害者の法定雇用率引上げと支援策の強化について」 인용).

주28.厚生労働省, 「今後の障害者雇用促進制度の在り方に関する研究会 報告書(案)」. 第13回 今後の障害者雇用促進制度の在り方に関する研究会 資料1, 2026.1.30.

주29.株式会社メンバーズ, 「全国勤務(在宅):アーティスト社員」 募集要項.

주30.株式会社HRイノベーション, 「在宅アート雇用いろは」.

주31.厚生労働省, 「今後の障害者雇用促進制度の在り方に関する研究会 報告書(案)」, 第13回 今後の障害者雇用促進制度の在り方に関する研究会 資料1, 2026.1.30.

주32.이병화·박승희(2024). 앞의 글, 6-7쪽.

주33.장진아 발제, 앞의 기사(에이블뉴스, 2025.7.17.).

주34.Mun, Y., Ryu, A., & Lim, Y., “Rethinking disability employment in the digital era: Remote work, employment quotas, and intermediary structures in South Korea”, Journal of Asian Public Policy, 2026, 1-16.

문영민

문영민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장애인의 노동과 건강, 장애학을 가르치고 연구한다. 장애인의 공연예술 접근성과 장애(예술)인의 좋은 일자리에 관심이 있다. 『나는 휴먼』(2022)을 공동 번역했으며, 2021-2022년 웹진 이음 기획위원으로 활동했다.
ymmun@cau.ac.kr

2026년 10월 (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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