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켜지고
무대 위에 또 하나의 작은 세상이 펼쳐집니다.
그곳에 발을 맞추고 얼굴을 마주하고
눈빛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만나고 연결되기 위해 무대를 만드는 사람들
극단 함께사는세상입니다.
출근길 단원들이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바로 이곳, 우리의 극장에 모이기 위해서죠.
각자의 업무에 돌입하는 단원들.
기획팀은 얼마 남지 않은 공연의 진행 상황을 면밀히 체크하고
배우팀은 스트레칭과 발성훈련을 시작으로 개인 연습에 들어갑니다.
더 없이 집중해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단원들.
하는 일은 달라도
좋은 공연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모두 한가지입니다.
우리가 업무에 집중하는 동안
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태균 씨와 지원 씨가
극장 구석구석을 청소합니다.
두 사람과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요
소중한 우리의 극장을 안팎으로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두 사람에게
단원들은 언제나 고마운 마음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2015년 4월
소극장 함세상의 개관을 알리며 온 동네에 울려퍼졌던
풍물 소리를 생생히 기억합니다 .
많은 분들의 진심 어린 지지 속에서 탄생한 공간인 만큼
우리는 이곳이 모두를 위한 극장이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극장의 문턱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죠.
입구에는 완만한 경사로와 펜스를 설치해
누구나 안전하게 1층 극장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자동문은 물론이고,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도 마련했죠.
1990년에 창단한 극단 함께사는세상은
대구 지역 내 유일한 마당극 창작집단입니다.
사회의 차별과 모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동시에
모두에게 따뜻한 밥과 안락한 집이 주어지는
평등한 세상을 꿈꿉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장애인 당사자와 협업해 공연을 만들고
장애인예술교육 활동을 지속하며
장애인 연극제를 개최하고 있죠.
“나 이정숙,
나를 밀어낸 세상 속으로
나를 풍덩 던져 넣겠다”
발언을 잘 못하고 있는 사람
이 사회에서 조차 나오지 않는 사람들에게
시선이 자꾸 가게 되면서
왜 이렇지 왜 이렇지
아마 내가 비주류이고 내가 약자여서
더 관심을 가지지 않나라는 생각이 좀 들고요
우리가 하고 싶은 말 그리고 나의 발언
이것들을 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무대에 서고 무대를 만들고 무대를 연결하는 일
이것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가 선택한 방법입니다.
지금은 코앞으로 다가온 공연
<괜찬타! 정숙아>의 막바지 연습이 한창인데요.
이 작품은 뇌병변 장애를 가진 여자 이정숙의
자립 도전기를 담고 있습니다.
<괜찬타! 정숙아>는 우리 극단에서 중시하는
공동창작 방식으로 제작했기에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한데요.
기획부터 당사자 인터뷰, 자료수집과 장면화 과정,
공연과 비평, 수정 작업까지
모두 연출과 배우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해 함께 만들었죠.
저희 극단은 공동체성을 지향하고 있어요
소수자, 약자 이런 분들의 이야기를 공감하고
자료도 공부하고 하는 그런 공동 창작의 과정
그 모든 것이 공동체성의 과정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자기 다양성을 가지고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만드는 과정
협업이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주인공 정숙이 역을 맡은 정희씨는 객원배우로 참여해
이번 공연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극단 놀노리패의 대표이면서
직접 작품을 쓰고 연출하는 창작자이기도 한데요.
그야말로 매력 만점, 재주 만점의 팔방미인인 정희씨는
우리 극단의 든든한 협력자입니다.
병진씨는 극단의 분위기 메이커입니다.
늘 센스있는 멘트로 단원들을 즐겁게 해주는 유쾌한 막내죠.
대학 동아리에서 경험했던 다양한 문화활동을 바탕으로
극단의 크고 작은 일들을 늘 꼼꼼하게 챙겨주고 있습니다.
극단 2년차 배우인 윤경씨는 타고난 연습벌레입니다.
연기는 물론이고 노래와 춤도
누구보다 열심히 단련하는 노력파죠.
극단에서는 야무진 살림꾼으로 통하기도 하는 윤경씨.
분장실부터 의상실, 소품실까지
늘 단정하게 관리해주고 있죠.
극단 함께사는세상은 지역의 장애문화예술 거점으로서의 역할도
확대해 오고 있습니다.
극단에서 운영하는 연극동아리 ‘조각보’는
연극활동을 지속하고자 하는
6명의 발달장애인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참여자들은 일주일에 한 번 극장에 모여,
움직임과 발성을 훈련하고 공연도 준비합니다.
장애인과 함께 공연을 만들고 무대에 서는 경험이 쌓이면서
장애예술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보다 넓고 깊어졌습니다.
자신의 표현 언어가 다 다양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기다려주는 시간들이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동료들의 박수, 눈빛으로 긍정해주는 것이
엄청나게 많은 예술적 에너지를 쏟아낼 수 있게 해준다
연극을 하니까 친구가 많이 생긴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 다 같이 하는 게 그게 꿈인 것 같아요
함께 살아가는 게 행복인 것 같아요
여기 와서 같이 가고 같이 생각하고
시야도 많이 넓어진 것 같아요
함세상에 와서 함께 한다는 게 얼마나 좋은 건지
함께 하면서 얼마나 힘이 생기는지
이런 걸 깨닫게 됐거든요
극단 활동하면서
연출 기법 같은 걸 많이 배워서 좋아요
연극은 제 생의 모든 것
나에게 극단 함세상이란
저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구나(느끼게 해줘요)
우리는 모두 타인에게 낯선 세계입니다.
다른 몸
다른 감각
다른 언어
당신이라는 몹시도 다르고 낯선 세계
우리는 그 곁에 나란히 서서 당신을 격려하고 응원합니다.
연극 무대 속의 주인공처럼
모두가 세상의 주인공이 되고
우리의 이야기가 이 세상을 함께 바꿔 나갈 수 있고
모두가 평등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으로 될 수 있는 걸 꿈꿔 보고 있습니다.
극단 함께사는세상은 따뜻한 공동체와 평등한 세상을 꿈꿉니다.
그곳은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같이 울고 웃으며
타인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입니다.
그 다정한 세상을 위해 우리는 오늘도 함께 노래하고
함께 춤추고 함께 무대에 섭니다.
우리는 문턱없는 무대를 만듭니다.
우리는 연극으로 평등한 세상을 꿈꿉니다.
우리는 함께 사는 가치를 나눕니다.
우리는 극단 함게사는세상입니다.
현장탐방은 장애 예술단체의 창작활동이 이루어지는 다양한 공간과 활동 사례를 발굴하여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 현장탐방: 예술해볼라GO 시즌2 극단 함께사는세상 기사가 궁금하시다면 웹진이음에서 확인하세요. [기사 바로가기](링크)
영상. 박유미 미술작가 gomako1983@gmail.com, 이근영 사진작가 studioowa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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