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차곡차곡 쌓인 기억.
서로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따뜻한 믿음.
그 속에서 우리는 춤을 춥니다.
무대를 밝히고
빛으로 나아가는 사람들,
룩스빛 아트컴퍼니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연습실에 모입니다.
오전 연습을 앞두고 속속 도착하는 단원들.
각자 스트레칭을 하거나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며
우리의 하루를 맞이합니다.
오전에 진행되는 1부 연습은 강사님의 지도로 진행됩니다.
먼저 발레 바를 잡고 기본 동작을 연습하는 바워크를 실시합니다.
이는 몸의 중심축을 익히고
올바른 자세를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되죠.
우리는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연습합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관절과 근육들이 움직임을 기억할 수 있도록 훈련합니다.
보이지 않아도 무대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보지 않아도 서로를 속속들이 느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단원들과 함께하는 점심시간.
일과 중 우리가 가장 좋아하고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휴게실에 모여 다 같이 식사하며 웃고 떠들다 보면
연습의 고단함은 어느새 잊게 되죠.
땀 흘려 몸을 움직이고 밥을 나누어 먹는 일상,
이 소소한 하루하루가 모여 우리는 또 하나의 가족이 됩니다.
시각장애인 무용단 룩스빛은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특별한 빛이 되어
무한히 확장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2013년 창단했습니다.
무용단을 이끄는 김자형 단장님이 대학 조교 시절
논문 준비의 일환으로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3개월간의
댄스 수업을 진행했던 일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도 8명의 수강생들이 계속 춤을 추기를 바랐고,
이 인연으로 무용단을 창단하기에 이르렀죠.
동호회처럼 모였던 작은 집단에서
지금은 국내 유일 시각장애인 무용단입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 하니 대부분 “어떻게 춤을 춰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근데 시각장애인이 춤을 춘다는 것은 새로움입니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일상으로 하는
매일매일의 연습 자체가 공연이다.
시각적 정보에 의해서 움직이는 동선, 환경
그걸 극복할 수 없지만 그걸 수용하고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유를 창조하는 그 과정이
시각장애인에게는 그게 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2021년에는 사단법인 룩스빛아트컴퍼니를 설립해
활동 영역을 보다 확장했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무용 교육과 장애인식 개선 사업을 병행하며
더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춤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죠.
우리 무용단은 시각장애인 단원 6명과
비장애인 단원 6명이 정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시각장애인 단원들은 자신의 보폭과 몸의 감각으로
공간을 파악하고 활용하기 때문에
같은 공간을 안정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같은 곳에서 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하는
지금의 연습실이 단원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합니다.
물론 언젠가는 무장애 연습 공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지만요.
오후 시간에는 주로 무용단의 레퍼토리 작품 중
두어 개를 반복해서 연습합니다.
우리 무용단은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왔습니다.
그래서 발레, 창작 발레, 한국무용, 재즈댄스까지
레퍼토리 작품들의 색깔도 다채롭죠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시도를 추구해 온 무용단이기에
최근 준비하고 있는 신작이 더욱 기대됩니다.
우리에게 연습이란 작품을 만들기 위한 과정인 동시에
서로 다른 몸이 부딪히는 시간입니다.
때문에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죠
보이지 않는 이분들한테 무대 환경이 녹록지 않습니다.
잘못 앞으로 가면 무대에서 떨어질 수가 있고
그래도 우리가 1회전을 했을 때 내가 원하는 방향은 찾아야지
그다음으로 이동할 수 있고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겠다 싶어서
회전 방법을 연구했고 회전 연습을 많이 했었거든요
하다 보니 자신감이 생기거든요
시각장애인이 혼자서 춤추게 하는 과정으로
지금 가고 있습니다 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움직임을 보조하고 배려합니다.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어야
무대 위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죠
단원들 사이의 애정과 믿음을 쌓는 일 또한
좋은 무대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기혜 씨는 우리 무용단의 수석 무용수입니다.
어린 시절 학교 발표회에서 무용을 처음 접하고
막연히 무용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는 기혜 씨
40대 이후, 시력을 잃고 나서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춤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결코 뒤지지 않죠.
유진 씨는 우리 무용단에서 누구보다 다재다능한 단원입니다.
본래 미술을 전공한 유진 씨는 자세 교정을 위해
취미로 무용을 배우기 시작했는데요.
지금은 어엿한 무용수로서 다양한 무대에 서며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죠.
현재는 장애예술인 강사 양성 과정을 수료하고
우리 무용단의 교육생들을 가르치는 보조 강사로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해나 씨는 표현력이 풍부한 무용수입니다.
춤을 출 때 작품의 감정선을 이해하고
그 깊이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죠.
무용단에서는 보조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해나 씨.
다른 무용단과 협업하거나 다양한 장르의 무대에 도전하며
본인의 역량을 꾸준히 확장해가고 있습니다.
12명의 무용수들이 모두가 언제든지
내가 너의 수호천사가 되어줄게라는 신뢰가 있거든요
그 신뢰가 무용수들한테 전해지기 때문에
(무용수들이) 정말 날아다니거든요
아 이래서 춤을 추는구나
이래서 룩스빛에 있게 되는구나
연습하는 광경을 보는 자체가 저한테는 큰 감동입니다.
20분짜리 작품 하나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최소 6개월에서 1년.
우리는 그 느리고 지난한 시간 동안
한 동작씩 정성스레 무대를 만들어 갑니다.
화려하거나 완전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춤에는 진심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하는 단원들에 대한 믿음이 스며 있습니다.
저에게 룩스빛이란 새로운 도전인 것 같습니다.
이분들과 함께 의미 있는 공연을 하고 싶고
선생님들하고 같이 나중에까지
잘 키워나가고 싶은 그런 마음이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잘 아시는 선생님들께서 알려주시기 때문에
습득하기도 좋고 또 편하게 공연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룩스빛이란 꿈입니다.
“어떻게 해?”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었거든요.
근데 여기서는 그 꿈을 펼칠 수 있고 또 이것도 했으니까
더 큰 다른 것도 할 수 있는 곳이지 않을까
여기 와서 뭔가 시선이 달라진 것 같아요.
되게 많은 영역들을 밟아가면서 활동량이 넓어졌어요.
더 가고 싶다, 좀 더 해보고 싶다
이렇게 (생각이) 바뀐 것 같아요.
(꿈은) 저는 일단 예술계의 거장
이렇게 함께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즐겁고요
그리고 자존감이 많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저랑 끝까지 함께하는 동반자 같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너무 잘 맞는 것 같아요.
정말 이 룩스빛 무용단에서 끝까지 남고 싶습니다.
우리는 연습하고 또 연습합니다.
손끝으로 전하고 온몸으로 익힙니다.
서로의 온기에 기대 조금씩 더 크게 움직입니다.
우리는 사회적 가족입니다.
우리는 함께 도전합니다.
우리는 빛으로 나아가는 무용단입니다.
우리는 룩스빛 아트컴퍼니입니다.
현장탐방은 장애 예술단체의 창작활동이 이루어지는 다양한 공간과 활동 사례를 발굴하여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 현장탐방: 예술해볼라GO 시즌2 룩스빛 아트컴퍼니 기사가 궁금하시다면 웹진이음에서 확인하세요. [기사 바로가기](링크)
영상. 박유미 미술작가 gomako1983@gmail.com 김태경 촬영감독 12taekim@gmail.com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