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같은 장단이 가슴을 울립니다.
만월처럼 차오르는 마음,
우리는 힘차게 발을 굴러
무대 위에 바람을 일으킵니다.
바람따라 일렁이며
물결처럼 춤추는 사람들,
발달장애인예술단 얼쑤입니다.
- 오빠 안녕?
- 집에서 잘 쉬다 왔어요?
- 네
- 인사 먼저 할까요?
- 준비!
- (다같이) 얼쑤!
- 여러분 안녕!
- 반갑습니다
예술단의 아침은 스트레칭으로 시작합니다.
관절과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시키며 차분하게 하루를 준비합니다.
무대 위에서 안전하고 자유롭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꾸준한 몸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몸 풀기가 끝나면 사물놀이 연습을 시작합니다.
사물놀이는 우리 예술단에서 가장 오랫동안
연습하고 공연해 온 전통 예술입니다.
우리는 사물놀이를 통해 우리 장단의 역동성과
소리의 신명에 빠져들었습니다.
하늘과 땅을 울리는 사물의 소리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 가슴을 뛰게 만듭니다.
사물놀이로 단원들의 몸과 마음이 한껏 깨어나면
마당극 연습을 이어갑니다.
지금은 마당극 <딱 친구, 토끼랑 자라>를 연습하고 있는데요.
극작과 연출을 맡은 성장순 선생님의 고심 끝에 탄생한 이 작품은
우리만의 다양성을 친숙한 이야기 안에 담아냅니다.
- 앗! 어떻게 알았지?
- 아! 배고프다 밥 먹자!
- 친구들 괴롭히는 게 무슨 왕이야?
- 내가 친구할게
- 응! 고마워 토끼야
천안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발달장애인예술단 얼쑤는
문화예술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교육과 일자리 창출,
자립을 도모하는 사회적협동조합입니다.
청소년 국악동아리에서 사물놀이를 배우던
발달 장애인 22명의 어머니들이 뜻을 모아
2014년 봄, 예술단 얼쑤를 창단했습니다.
자녀가 발달장애가 있으니까
성인기에 대해서 다 고민을 해요
성인이 됐을 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는데
우리 애들도 좀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문화예술로 밥 벌어먹고 살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됐죠
예술단 얼쑤는 특히 발달장애인들끼리만 공연을 해요
처음부터 힘들어도 우리 발달장애인들이
이 무대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했거든요
무대에서 우리 단원들이 공연하는 모습을 보면
개인의 한계라고 해야 될까요?
그런 걸 뛰어넘는 것 같아서 저는 너무 감동적이고
또 어떤 때는 자랑스럽고 그래요
발달장애인예술단 얼쑤는 2018년 첫 단원을 고용한 이후
현재는 8명의 발달장애인 단원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공연으로 장애인식 개선 활동을 활발히 지속하는 한편
예술단으로서의 창작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 천안의 자랑, 유관순 열사를 주제로 제작한
창작 마당극 <아우성치는 봄날>은 많은 관객들로부터 사랑받은
우리 예술단의 정기 공연 작품이죠.
우리는 공연을 통해
발달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예술단은 사무실과 휴게실
그리고 방음시설을 갖춘 2개의 연습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음 민원 때문에 예술단은 연습 시간에 제약을 두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건물 내부 계단 때문에
휠체어 장애인은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연습실과 공연장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엄마들이 우리 같이 한번 해보자라고 했을 때
다 같이 달라 붙어서 했어요
굽이굽이 정말 대단한 일들을 많이 겪었지만
얼쑤 엄마들처럼 이렇게 열심히 하는 엄마들은 없어요
원동력... 엄마들이죠
소음 민원 때문에 오후 일정은 예술단 선생님들의 연습공간인
놀이패신바람에서 진행합니다.
오후 연습에서는 난타, 탈춤, 비나리, 판굿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전통예술을 배웁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까지 많은 것들을 배워야 하는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배우고 익힐수록 언어전달력이 좋아졌고
표현력이 풍부해졌으며 움직임이 안정되었습니다.
민석 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13년째
우리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단원입니다.
처음 사물놀이를 배울 때, 손이 아프다며 엄살을 부리던
귀여운 모습이 눈에 선한데요.
지금은 어엿한 상쇠를 맡아 사물놀이 무대를 이끌고 있습니다.
정인 씨는 우리 예술단의 홍일점입니다.
매일 아침 운동을 리드하는가 하면,
단원들의 생일도 제일 먼저 챙깁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매사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죠.
영 씨는 언제나 밝은 웃음을 선사하는 미소 청년입니다.
다른 단원들보다 늦게 시작했는데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죠.
아직은 비상임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우리 예술단 모두는
영 씨가 상임단원으로 함께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얼쑤가 자기 삶을 잘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하나의 원동력
이런 걸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라고요
이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
이런 걸 좀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얼쑤는 월급(을 주고) 공연할 수 있게 해줘요
관객들이 손뼉 치고 나를 안고
(그러면) 기분이 좋아졌어요
응 재미있어요
엄청 우렁차게 해서 좋아요
(얼쑤는) 자신감이에요
느낌으로는 (내가) 변해 있다는 걸 느꼈어요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 동생들이 공연에 와서 칭찬을 해요
박수를 많이 받았어요
너무 좋았어요
나에게 얼쑤한 꿈이고 기뻐요
우리는 발달장애인도 지역사회 안에서
당당한 직업인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누구나 문화예술을 쉽게 즐기고 배울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모두가 신명 나게 어울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우리는 오늘도 발을 구르고 북을 울리고
무대를 누비며 목청껏 외칩니다.
우리는 발달장애예술가입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무대를 만듭니다.
우리는 직업예술인으로 당당히 살아갑니다.
우리는 발달장애인예술단 얼쑤입니다.
현장탐방은 장애 예술단체의 창작활동이 이루어지는 다양한 공간과 활동 사례를 발굴하여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 현장탐방: 예술해볼라GO 시즌2 발달장애인예술단 얼쑤 기사가 궁금하시다면 웹진이음에서 확인하세요. [기사 바로가기](링크)
영상. 박유미 미술작가 gomako1983@gmail.com 김태경 촬영감독 12tae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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