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늦겠네
망했다
난 지각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
그러면서도 지각하는 데는 진짜 선수죠
외출할 때마다 난 항상
시간을 넉넉하게 두고 출발해요
결국엔 십중팔구 또 늦게 돼요
마치 내가 집을 나서기만 하면
시간에 지진이 일어나서 다른 사람들은 다 괜찮은데
나는 나 혼자만 시간 붕괴의 소용돌이가 일어나서
늦게 되는 것 같아요
나에게 가장 큰 재난의 원흉은
바로 엘리베이터랍니다.
내 한평생 엘리베이터에 써버린 시간을 다 모은다면
아마 엄청나게 수지맞을걸요.
오늘 집에서 나오면서 반복해서 다짐했어요
오늘은 진짜 지각하지 말자
그래서 전 미리미리 집을 나서서
딴 데는 전해 신경 쓰지 않고 날 듯이 달려왔어요
횡단보도 지나서, check!
인도 지나서, check!
지하철역 장애인 엘리베이터 찾고
속도 늦추지 말고,
두리번거리지 말고 check!
13호선에서 7호선으로 환승 check!
역에서 밖으로 나가는 엘리베이터 찾고 check!
바글바글한 인파를 뚫고 check! 행사 장소가 있는 빌딩 도착 check! 오! 거의 해냈어!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
내 인생을 가장 궁금해 한 사람들은
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사람들이에요.
아, 엘리베이터 기다리면서 만난 사람들도 포함이요
엘리베이터를 타는 건 꼭 랜덤박스를 여는 것 같아요
오늘은 하늘이 내게 어떤 서프라이즈를 보내 주실까?
내가 항상 궁금한 건
일상생활에선 물어보지 못하거나,
물어보기 고약한 질문들을
어떻게 엘리베이터라는 작은 밀폐된 공간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이렇게 입 밖으로 낼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다쳤어요, 며칠 있으면 다 나아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씩씩하긴요, 뭘요.”
“일해요, 직업 있어요.”
“결혼했죠, 결혼했어요.”
“네, 남편은 좋은 사람이에요.”
“그러는 님은 왜 엄마랑 안 다니세요?”
배우 조우리
배우 조우리를 소개하자면?
저는 조우리입니다
저는 연극을 좋아하고요
연극을 할 때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고
고생해서 무엇인가 했을 때
남들이 봤을 때 행복감을 느끼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연기한 희곡은 어떤 작품인가?
2024년도 3월에
명동예술극장에서
『제일 가까운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죠?』라는
중국 희곡을 (공연) 한 적이 있는데요
여성이면서 어머니와의 관계
혹은 사회생활의 문제점
혹은 남자친구와의 문제들을 다루는 희곡이어서
의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낭독극이긴 하지만 대본이 긴 대본이라
부담이 컸었는데요
연습하다 보니까 저랑 비슷한 면이 되게 많았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무대에서 공연으로 올라가는 게 아니고
3분 안에 영상으로 많은 사람들한테 보여지잖아요
이 영상을 통해서 보시는 분들이
장애인 인식이나 혹은 이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는 영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무대란?
아직 제가 한국에서 살아갈 때
인간 조우리이기 보다
앞에 프레임이 붙잖아요
장애인 조우리
휠체어를 탄 조우리
이렇게 붙는 경우들이 대다수인데
무대 위에서는 그냥 관객들이 볼 때
여러 가지의 삶을 살아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고요
그리고 장애가 있다기보다는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무대 위라서 좋은 것 같습니다
“나에게 무대는 도전이며,
여러 종류의 삶을 살아볼 수 있는 기회다”
⯎ 연기가 뭐라GO 시즌2 | 조우리 배우 편 ⯎
또 늦겠네, 망했다
- 천쓰안 〈제일 가까운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죠?〉
◑단 한편도 놓칠 수 없는 <연기가 뭐라GO> 시즌2 플레이 리스트◐
1편. 백우람 배우 | 찌그러진 보닛에서 연기 피어오르고
2편. 조우리 배우 | 또 늦겠네, 망했다
3편. 방대한 배우 | 모든 건 연극이 실패한 순간부터 시작됐어
(음성버전) 방대한 배우 | 모든 건 연극이 실패한 순간부터 시작됐어
4편. 차윤슬 배우 | 너는 그저 두려운 마음을 조심하라!
5편. 백지윤 배우 | 난 엄마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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