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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리들의눈 《Writing me - 내 인생 첫 촉각책》

리뷰 나에게 쓰는 감성 어린 서사

  • 안현정 미술평론가
  • 등록일 2021-09-29
  • 조회수695

리뷰

(사)우리들의눈 《Writing me - 내 인생 첫 촉각책》

나에게 쓰는 감성 어린 서사

안현정 미술평론가

전시 《Writing me - 내 인생 첫 번째 촉각책》은 시각장애인으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30~40대 중도 실명 여성에게 포커스를 맞춘 아트 프로그램의 마지막 과정이다. 결과 중심의 일반 전시에 비해 과정과 섬세한 심리묘사를 강조한다. 일주일간 열린 전시에서 만난 작품은 얼핏 보면 아이들의 손장난 같은 느낌을 보여준다. 하지만 곰곰이 들여다보노라면, 앞이 보이지 않는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표현해내는 일곱 여성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속속들이 아로새겨져 있다.

  • 유진 글.그림, 『재미있는 이야기 해줄까?』 책표지

‘우리들의 눈’을 통해 ‘그들의 삶’을 이해하다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단순하면서도 당연한 질문이 누군가에게 가장 소중한 질문이 될 수 있다면? 이 질문을 예술과 테크놀로지를 통해 질문하고 탐구하는 비영리 아트 플랫폼 ‘우리들의 눈’은 1996년부터 시각장애를 ‘또 다른 창의적 가능성’으로 이해하기 위해 경계 없는 융복합적인 미술교육을 개척한 단체다. 보이지 않는 장애를 넘어 다양한 예술 감수성을 바탕으로 일반 대중이 그들의 삶을 함께 이해하는 다양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여왔다. 보는 것을 그대로 믿는 시대, 그 속에서 이들에게 시각장애란 우리 모두가 함께 끌어안아야 할 소통의 모티브라고 할 수 있다. 오감으로 느끼는 아트 프로젝트와 시각장애인 미술교육, 작품 전시, 점자 촉각책 제작, 교육용 앱(APP) 개발 등 창의적인 교육·문화 인프라를 구축해온 단체이기에, 전시 역시 한 가지 결론을 내리기보다 확장된 사회미학을 담는다.

“앞을 못 보는 어른들이 만든 책이요?”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눈이 보이지 않는 이들이 어떻게 책을 만들었는지를 반문한다. 시각장애인에게 미술교육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선입견 탓이다. 실제 ‘우리들의 눈’은 안 보인다는 이유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이들에게 이미지 소통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심어준 의미 있는 기여를 해왔다. 이들은 “미술이란 보는 것을 표현하는 시각예술만 의미한다는 편협한 생각이 일반화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미술에 있어 ‘본다는 것’은 세계를 바라보는 ‘가치 있는 관점’이 아닐까.

7인 7색의 메시지, 보이는 것이 의미

《Writing me - 내 인생 첫 촉각책》은 심리상담가, 미술치료 전문가, 예술강사와의 심리상담과 예술 활동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한 프로젝트다. ‘말하기-글쓰기-체험활동-책 만들기’를 경험한 7인의 시각장애인이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자기치유적 방법으로 제작한 일종의 에세이북이다. 실제 전시 현장에는 이 모든 과정을 함께한 자원봉사자가 도슨트를 해준다. 참여자의 자기발견의 기회와 더불어, 보는 이들이 다시금 본다는 것의 의미와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확장에 큰 도움을 준 전시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7인의 작가 중 대부분은 중도 실명한 30~40대 여성으로, 사회적·심리적 문제의 심각성에 깊이 공감한 상태였다. 실명된 기간이 10년 안팎으로 과거의 삶을 현재와 비교하기 쉬운 환경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차별과 편견을 가장 많이 경험하는 집단이자 성차별에 있어 취약한 이들에게 교육·결혼·취업 등 여러 삶의 영역에 대한 희망적인 질문을 불어넣은 계기가 된 기획이다.

7권의 책으로 구성된 전시는 관람자가 직접 만져보고 이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삶을 극복해 나가는지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프로그램 한 회에 상담 1시간, 미술 워크숍 2시간 진행으로 구성된 프로세스가 고스란히 작품에 담겼다. 회차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1회는 음식에 대한 기억을 매개로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2회는 자신의 성장환경을 나누는 시간을, 3회는 현재 나의 모습, 내가 좋아하는 모습, 싫어하는 모습을, 4회는 나의 주변, 사람, 감정을, 5회는 내가 생각하는 미래를, 6회는 죽음의 순간, 남기고 싶은 모습을, 7회는 서로가 바라보는 나의 모습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나의 과거를 통해 오늘을 진단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스스로에게 던지는 시간인 것이다. 상담 글쓰기(라포 형성) - 미술 워크숍(친해지기/기본조형) - 감정 심화 표현과 관점 - 베이킹, 점토예술 - 소감 나누기 - 결과물 엮기 - 과정기록물 결과물(촉각책) - 전시의 과정으로 만들어진 만큼, 전시는 단순한 보여주기가 아닌 장애를 함께 극복하고 이해하는 사회미학적 효과를 보여준다.

이들이 들려준 자전적 에세이는 혼란을 넘어 장애를 긍정적 현실로 받아들여 예술로서 치유하며 살아가는 자아실현과 실존을 제공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우리들의 눈’이 걸어온 25년간의 노력 속에는 여성 이전에 시각장애 아동과 청소년을 향한 예술 정신이 담겨 있다. 전시에서 실제 작품들을 접하다 보면 인지행동 미술치료가 자기인지의 왜곡을 전환해 긍정적 서사로 옮겨낸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시력의 결손은 육체 기능의 저하가 아니라 불편한 한 능력을 쓰지 못하는 것뿐이다. 예술 활동을 통해 이들은 적극적으로 환경을 탐구하며 자신의 신체를 인정하고 자신감과 사회적 관계 형성, 긍정적인 미래를 향한 자기 개발에 쏟을 수 있을 힘을 얻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는 중도실명여성이라는 새로운 대상 발굴과 확장으로 이어진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앞으로 우리 사회의 장애 문화를 온전히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쌀강아지, 『희망의 바람이 붑니다』에 담긴 작품 <별미>

  • 초롬맘, 『마음의 속삭임』에 담긴 작품 <마음>

[전시] Writing me - 내 인생 첫 번째 촉각책

(사)우리들의 눈│2021.8.23.~8.30.│인사동 코트(서울)

고유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일곱 명의 여성들과 함께한 상담과 미술 창작 워크숍 과정에 쌓인 이야기를 그림과 글로 풀어내 엮은 촉각책 전시이다. 만지며 읽는 이야기는 눈으로만 읽는 이야기와 다를까? 시력이 약해서 혹은 중도에 실명하여 삶의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는 여성들이 모여 그들의 이야기를 촉각책으로 엮었다.


전시정보 보기

안현정

미술평론가이자 큐레이터. 전통의 현대적 브랜딩, 청년 및 소외계층을 위한 다원예술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연세대학교·고려사이버대학교 등에 출강하며, 저작권위원회·국립현대미술관·서울역284 등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KBS·SBS·EBS 등 문화 채널에 고정출연하고 있다. 『근대의 시선, 조선미술전람회』 『대중예술과 문화콘텐츠』 등의 저서와 다수의 논문, 칼럼 및 평론이 있다. 다음카카오갤러리에 ‘청년작가 온라인전시’를 개최해 작가들을 소개 중이다.
artstory77@hanmail.net

사진제공. (사)우리들의눈

2021년 10월 (24호)

상세내용

리뷰

(사)우리들의눈 《Writing me - 내 인생 첫 촉각책》

나에게 쓰는 감성 어린 서사

안현정 미술평론가

전시 《Writing me - 내 인생 첫 번째 촉각책》은 시각장애인으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30~40대 중도 실명 여성에게 포커스를 맞춘 아트 프로그램의 마지막 과정이다. 결과 중심의 일반 전시에 비해 과정과 섬세한 심리묘사를 강조한다. 일주일간 열린 전시에서 만난 작품은 얼핏 보면 아이들의 손장난 같은 느낌을 보여준다. 하지만 곰곰이 들여다보노라면, 앞이 보이지 않는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표현해내는 일곱 여성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속속들이 아로새겨져 있다.

  • 유진 글.그림, 『재미있는 이야기 해줄까?』 책표지

‘우리들의 눈’을 통해 ‘그들의 삶’을 이해하다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단순하면서도 당연한 질문이 누군가에게 가장 소중한 질문이 될 수 있다면? 이 질문을 예술과 테크놀로지를 통해 질문하고 탐구하는 비영리 아트 플랫폼 ‘우리들의 눈’은 1996년부터 시각장애를 ‘또 다른 창의적 가능성’으로 이해하기 위해 경계 없는 융복합적인 미술교육을 개척한 단체다. 보이지 않는 장애를 넘어 다양한 예술 감수성을 바탕으로 일반 대중이 그들의 삶을 함께 이해하는 다양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여왔다. 보는 것을 그대로 믿는 시대, 그 속에서 이들에게 시각장애란 우리 모두가 함께 끌어안아야 할 소통의 모티브라고 할 수 있다. 오감으로 느끼는 아트 프로젝트와 시각장애인 미술교육, 작품 전시, 점자 촉각책 제작, 교육용 앱(APP) 개발 등 창의적인 교육·문화 인프라를 구축해온 단체이기에, 전시 역시 한 가지 결론을 내리기보다 확장된 사회미학을 담는다.

“앞을 못 보는 어른들이 만든 책이요?”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눈이 보이지 않는 이들이 어떻게 책을 만들었는지를 반문한다. 시각장애인에게 미술교육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선입견 탓이다. 실제 ‘우리들의 눈’은 안 보인다는 이유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이들에게 이미지 소통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심어준 의미 있는 기여를 해왔다. 이들은 “미술이란 보는 것을 표현하는 시각예술만 의미한다는 편협한 생각이 일반화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미술에 있어 ‘본다는 것’은 세계를 바라보는 ‘가치 있는 관점’이 아닐까.

7인 7색의 메시지, 보이는 것이 의미

《Writing me - 내 인생 첫 촉각책》은 심리상담가, 미술치료 전문가, 예술강사와의 심리상담과 예술 활동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한 프로젝트다. ‘말하기-글쓰기-체험활동-책 만들기’를 경험한 7인의 시각장애인이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자기치유적 방법으로 제작한 일종의 에세이북이다. 실제 전시 현장에는 이 모든 과정을 함께한 자원봉사자가 도슨트를 해준다. 참여자의 자기발견의 기회와 더불어, 보는 이들이 다시금 본다는 것의 의미와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확장에 큰 도움을 준 전시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7인의 작가 중 대부분은 중도 실명한 30~40대 여성으로, 사회적·심리적 문제의 심각성에 깊이 공감한 상태였다. 실명된 기간이 10년 안팎으로 과거의 삶을 현재와 비교하기 쉬운 환경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차별과 편견을 가장 많이 경험하는 집단이자 성차별에 있어 취약한 이들에게 교육·결혼·취업 등 여러 삶의 영역에 대한 희망적인 질문을 불어넣은 계기가 된 기획이다.

7권의 책으로 구성된 전시는 관람자가 직접 만져보고 이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삶을 극복해 나가는지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프로그램 한 회에 상담 1시간, 미술 워크숍 2시간 진행으로 구성된 프로세스가 고스란히 작품에 담겼다. 회차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1회는 음식에 대한 기억을 매개로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2회는 자신의 성장환경을 나누는 시간을, 3회는 현재 나의 모습, 내가 좋아하는 모습, 싫어하는 모습을, 4회는 나의 주변, 사람, 감정을, 5회는 내가 생각하는 미래를, 6회는 죽음의 순간, 남기고 싶은 모습을, 7회는 서로가 바라보는 나의 모습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나의 과거를 통해 오늘을 진단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스스로에게 던지는 시간인 것이다. 상담 글쓰기(라포 형성) - 미술 워크숍(친해지기/기본조형) - 감정 심화 표현과 관점 - 베이킹, 점토예술 - 소감 나누기 - 결과물 엮기 - 과정기록물 결과물(촉각책) - 전시의 과정으로 만들어진 만큼, 전시는 단순한 보여주기가 아닌 장애를 함께 극복하고 이해하는 사회미학적 효과를 보여준다.

이들이 들려준 자전적 에세이는 혼란을 넘어 장애를 긍정적 현실로 받아들여 예술로서 치유하며 살아가는 자아실현과 실존을 제공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우리들의 눈’이 걸어온 25년간의 노력 속에는 여성 이전에 시각장애 아동과 청소년을 향한 예술 정신이 담겨 있다. 전시에서 실제 작품들을 접하다 보면 인지행동 미술치료가 자기인지의 왜곡을 전환해 긍정적 서사로 옮겨낸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시력의 결손은 육체 기능의 저하가 아니라 불편한 한 능력을 쓰지 못하는 것뿐이다. 예술 활동을 통해 이들은 적극적으로 환경을 탐구하며 자신의 신체를 인정하고 자신감과 사회적 관계 형성, 긍정적인 미래를 향한 자기 개발에 쏟을 수 있을 힘을 얻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는 중도실명여성이라는 새로운 대상 발굴과 확장으로 이어진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앞으로 우리 사회의 장애 문화를 온전히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쌀강아지, 『희망의 바람이 붑니다』에 담긴 작품 <별미>

  • 초롬맘, 『마음의 속삭임』에 담긴 작품 <마음>

[전시] Writing me - 내 인생 첫 번째 촉각책

(사)우리들의 눈│2021.8.23.~8.30.│인사동 코트(서울)

고유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일곱 명의 여성들과 함께한 상담과 미술 창작 워크숍 과정에 쌓인 이야기를 그림과 글로 풀어내 엮은 촉각책 전시이다. 만지며 읽는 이야기는 눈으로만 읽는 이야기와 다를까? 시력이 약해서 혹은 중도에 실명하여 삶의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는 여성들이 모여 그들의 이야기를 촉각책으로 엮었다.


전시정보 보기

안현정

미술평론가이자 큐레이터. 전통의 현대적 브랜딩, 청년 및 소외계층을 위한 다원예술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연세대학교·고려사이버대학교 등에 출강하며, 저작권위원회·국립현대미술관·서울역284 등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KBS·SBS·EBS 등 문화 채널에 고정출연하고 있다. 『근대의 시선, 조선미술전람회』 『대중예술과 문화콘텐츠』 등의 저서와 다수의 논문, 칼럼 및 평론이 있다. 다음카카오갤러리에 ‘청년작가 온라인전시’를 개최해 작가들을 소개 중이다.
artstory77@hanmail.net

사진제공. (사)우리들의눈

2021년 10월 (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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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6 09: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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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보지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신 책이네요. 그들의 삶의 모습이 투영되는거 같아요. 저도 앞을 본다는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인사동 전시회에 같이 가보고 싶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