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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접근성 가이드③ 문자통역

트렌드 각자의 문화를 존중하고 모두의 편의를 고려하기

  • 문영민 장애예술 연구자
  • 등록일 2021-12-29
  • 조회수1899

트렌드

영국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가 제공하는 「공연장 접근성 가이드(A Guide to Theater Access)」는 장애인을 위한 공연 접근성 지원(수어해설, 음성해설, 자막)을 준비과정부터 공연 진행, 피드백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또한 시니어 매니저, 접근성 코디네이터, 마케팅이나 기술지원을 담당하는 스태프에게 필요한 사항을 직무별로 제시하였다. [웹진 이음]에서는 국내 공연예술 분야 접근성을 높이는 데 시사점을 줄 수 있도록 5회에 걸쳐 「공연장 접근성 가이드」의 내용과 함께 국내 현황을 살펴보는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① 수어통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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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음성해설 및 터치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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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문자통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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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배리어프리 서비스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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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기술 지원

공연에서 문자통역(captioning)은 배우가 말하거나 노래하는 모든 청각 정보를 청각장애인(주1)이 텍스트로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다. 대사를 텍스트로 나타낼 뿐 아니라 인물의 이름, 효과음, 공연 중 음악에 대한 설명을 텍스트로 나타낼 수 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문자통역사는 타이밍에 맞게 텍스트를 자막기에 나타나도록 한다. 최근 국내에서 진행되는 많은 배리어프리 공연에서 공개형 자막기로 문자통역을 제공하고 있어서 많은 관객이 익숙할 것이다. 문자통역을 제공하는 공연에는 무대, 자막기, 좌석 등 사전에 준비되어야 할 것이 있다.

문자통역 공연 기획하기

기획에 앞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해당 공연이 문자통역에 적합한지 여부이다. 사전 대본이 있는 공연이라면 문자통역에 적합할 것이다. 하지만 사전 대본이 없거나 즉흥 공연이라면 주의 깊은 계획이 요구될 수 있다. 물론 즉흥 공연이라고 해도 가능한 방법들이 있다. 국내에서는 에이유디사회적협동조합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문자통역을 이용할 수 있다. 공개형 자막으로 실시간 문자통역을 이용하거나 쉐어타이핑(Sharetyping)이라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자막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 소셜벤처 소보로(소리를 보는 통로)에서는 음성언어를 문자로 변환하는 기술(STT, Speech To Text)을 통하여 청각장애인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통해 자동문자통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다음에는 문자통역과 공연 제작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고 다음 사항을 준비한다.

대본: 최종 대본을 사전에 문자통역사에게 보낸다. 문자통역사가 자막을 문자화할 시간이 필요하다. PDF 문서는 텍스트로 변환하기 용이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한글이나 워드 파일을 준비한다. 문자통역사에게 대본을 보내는 일정은 공연 1~2개월 전이어야 한다.
공연 영상: 문자통역사가 자막을 공연에 맞추고 타이밍을 연습할 수 있도록 공연 2주 전에 최신의 공연 영상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티켓 가격: 문자통역 공연의 할인 정책을 미리 결정한다. 문자통역과 공연을 동시에 가장 잘 관람할 수 있는 좌석은 종종 관객석에서 가장 좋은 자리이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좌석의 가격을 그대로 제시한다면 문자통역 이용자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
공연 날짜: 가능하다면 같은 지역에서 열리는 다른 문자통역 공연과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날짜를 조정한다. 청각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공연의 수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가능하면 많은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어, 이음온라인 ‘문화소식’에서 문자통역을 제공하는 공연 정보를 확인한 후에 이를 참고하여 가능한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문자통역 장치의 배치

문자통역 장치(자막기)를 배치하기에 최적의 장소를 찾으려면 가능한 일찍 무대 디자이너, 조명팀 및 기술팀과 논의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무대 세트가 디자인되고 설치되면 최적의 위치를 찾기에는 너무 늦을 수 있기 때문이다.

① 공개형 자막과 개인 자막기 방식의 선택(주2)

공개형 자막의 설치가 가능하다면 전체 자막기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좋다. 공연에 전체 자막기를 설치하기로 했다면 가능한 한 빨리 공연 무대팀과 상의해야 한다. 공개형 자막이 무대의 다른 요소들과 잘 조화를 이루도록 무대를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자통역 이용자가 무대와 자막을 함께 보기 편한 좌석 배치를 고려할 필요도 있다.

전체 자막기 설치가 불가능하거나, 공연 문자통역 진행 논의가 늦어졌거나, 재연되는 작품이라 초연 당시 무대 구성을 변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개인 자막기 설치를 고민해볼 수 있다. 일정 좌석을 할당하여 자막기를 설치해두고 문자통역 이용자가 우선적으로 예매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도 있고, 이용자가 관람을 원하는 날에만 자막기를 설치할 수도 있다. 개인 자막기를 설치해 문자통역을 진행하는 경우 무대 구성과 자막기 설치를 동시에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부 청각장애인 관객은 개인 자막기를 원하지 않을 수 있다. 문자통역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지만 장애가 노출되기를 원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장단점, 관객의 특성을 고려하여 공개형 자막과 개인 자막기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② 공개형 자막기의 위치

공개형 자막기의 위치를 고려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 관객의 가시성이다. 문자통역을 이용하는 관객이 자막기, 무대 그리고 배우를 최소한의 눈 움직임과 머리 움직임으로 볼 수 있도록 고려하는 것이 좋다. 이를 고려하여 자막기를 무대 내에 설치하거나 무대 바깥에 설치할 수 있는데, 자막기가 무대 내에 있는 것이 서비스 이용 관객으로부터 더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 문자통역 이용 관객이 선호하는 공개형 자막기의 위치는 무대 뒤, 배우들 머리 위, 시야를 가리지 않는 곳이라고 답하였다.

배우들 머리 위로 자막기를 설치하는 경우, 높이가 너무 높지 않게 해야 한다. 오페라의 자막처럼 무대 높은 위치에 자막기를 설치한다면 공연 내내 대사를 보기 위해 무대 위를 올려다봐야 하므로 이용 관객이 매우 불편할 수 있다. 일부 문자통역 이용자는 영화관 자막과 비슷하게 무대 아래쪽에 자막기를 배치하기를 원하기도 한다. 관객의 시야를 확보하면서 무대 아래쪽에 배치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공연장이 가파른 좌석 경사가 있는 곳이라면 시도해볼 수 있다. 이 경우 앞 좌석과 자막기와의 거리가 얼마나 가까운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체 관객이 볼 수 있는 곳에 자막기를 배치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자막기와 무대를 한 번에 보기 쉬운 위치에 문자통역 이용자를 위한 객석을 배치해야 한다.

③ 자막기 설치를 위한 팁

  • 조명이 문자통역 화면을 반사할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조명을 피하여 배치한다.
  • 공연 중 내려오는 스크린 또는 포그 효과가 자막기의 시야를 가릴 염려는 없는지 미리 고려한다.
  • 자막기가 무대에 그림자를 만들지는 않는지 미리 확인한다.
  • 자막기가 스피커 바로 앞에 있으면 안 된다.
  • 원형 무대에는 자막기를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은 일반적인 오해이다. 이 경우 자막기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관객이 앉는 곳 반대편에 배치할 수 있다.
  • 특정 장면 동안 자막이 잠시 가려지는 위치가 전체 공연 동안 자막이 엉망인 위치보다 나을 수 있다.
  • 문자통역 이용자에게 문자통역 좌석에 앉아보게 하는 것을 잊지 말라. 그리고 해당 좌석 앞 좌석에 관객이 앉았을 때도 문자통역을 잘 볼 수 있는지 확인하라.

문자통역 공연 진행을 위한 최종 준비

① 문자통역 장비의 확인

문자통역 장비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다면 장비의 확인이 필요하다. 장비가 없다면 공연일 전에 도착하도록 해야 한다. 장비가 도착했을 때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또한 문자통역에 사용될 노트북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자막기와 노트북 사이에 통신이 원활한지, 문자통역에 필요한 모든 장치의 LED가 모두 작동하는지(최소한 3번 이상 확인한다), 공연장 내 통신이 원활한지 등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공연일까지 점검하지 않고 그제야 문제가 발견된다면 그것을 해결하기에 너무 늦은 경우가 많다. 문자통역사는 무대 및 자막기를 명확히 볼 수 있어야 하며, 공연의 음향이 깨끗해야 한다. 라이브 공연에서는 특히 음향이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문자통역사가 관객석의 뒤편, 조명박스 혹은 사운드박스에 배치될 수 있다.

② 홍보

문자통역 공연의 날짜와 시간이 공연 브로셔, 전단지, 포스터, 웹사이트 등 공연 홍보물에 포함되어 있는지를 확인한다. 공연 안내에서 티켓을 예매한 모든 관객에게 문자통역이 제공됨을 알린다. 공연 홍보에는 소셜 네트워크가 사용될 수 있다. 문자통역 공연을 위한 페이지를 만들거나 접근 가능한 공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지역 농아인협회 등에 공연 홍보를 부탁할 수도 있다. 국내 농아인협회 지역지부에서 배리어프리 영화를 홍보하고 있는데, 공연에 대한 정보를 함께 제공한다면 청각장애인의 문화예술 접근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문자통역 공연을 기획한다면, 관객 개발을 위해 무료 또는 할인 티켓을 청각장애인 관객에게 배포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③ 공연의 마지막 준비를 위한 팁

  • 최종 리허설에 문자통역사가 참석해 최종 대본을 체크한다. 대본을 읽기 위해 작은 책상과 조명을 준비한다.
  • 문자통역사가 대본의 어떤 부분을 재차 확인하기 위해 무대 매니저, 연출, 혹은 배우와 이야기해야 할 수도 있다.
  • 문자통역에 ‘핸드폰 전원을 꺼주세요’와 같은 안내 메시지를 미리 준비하여 모든 관객이 안내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 공연 전후에 다음 문자통역 공연 정보를 삽입하도록 문자통역사에게 요청한다. 다음 공연을 관객에게 알리는 가장 좋은 기회일 수 있다.

피드백

피드백을 통해 공연에서의 문제점을 파악하면 관객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다. 피드백을 받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공연의 중간 혹은 직후이다. 관객에게 관극 경험이 어땠는지, 문자통역 가시성이 좋았는지, 문자통역을 통하여 연극을 잘 이해했는지 물어본다. 어떤 관객은 대면으로 피드백을 제출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길 수 있다. 또한 장애가 드러나는 것을 꺼려하여 공연장에서 피드백을 제출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 한 뮤지컬 공연에서 문자통역이 유익하다고 판단하면 작은 카드를 바구니에 넣고 가도록 요청했더니 문자통역 좌석을 예매한 관객은 50명이었으나 250명의 관객이 작은 카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문자통역이 필요하지만 필요를 드러내지 않는 관객이 존재할 수 있다. 공연이 끝난 후에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피드백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내는 방법도 있다.

시사점

우리나라에서는 수어통역과 문자통역을 이용하는 ‘청각장애’가 있는 관객을 동일한 특성을 가진 집단이라고 판단하기 쉽다. 하지만 청각장애인 중에도 특성이 다른 집단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수어를 사용하고 농인 문화에 자부심이 매우 강한 집단과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지 않는 난청인 집단이 있으며, 난청인 중 비가시적인 청각장애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장애에 관한 선입견 때문에 ‘패싱’하고자 하는 경우 지원을 적극적으로 요청하지 않거나, 개인 자막기의 사용 등을 통해 장애가 공개되는 상황을 꺼릴 수 있다. 장애가 공개되었을 때 장애와 결부된 낙인과 직면할 위험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영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장 접근성 가이드」에서 대체로 공개형 자막만을 고려한다는 점, 장애가 불필요하게 ‘아웃팅(Outing)’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문자통역 피드백을 받을 때도 작은 카드를 바구니에 넣고 가도록 하는 사례 등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 장애가 보편적인 특성일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더 많은 사람이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장치로 문자통역을 고려한다는 사실이다. 법적으로 청각장애인으로 규정되지 않지만 청력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혹은 대사가 많거나 음향이 좋지 않은 공연에서 문자통역은 공연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특정한 장애를 가진 관객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관객의 접근성을 위해 배리어프리 공연이 제작되어야 한다. 배리어프리 공연은 궁극적으로 모든 관객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 <로드킬 인 더 씨어터> 공개형 자막기
    사진 제공. 국립극단

  • <로테르담> 개인형 자막기
    사진 제공.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주1: 영국문화예술위원회 매뉴얼에서는 농인(Deaf)과 난청인(hard of hearing people)을 구분하여 서술하고 있으나, 이 글에서는 한국 「장애인복지법」에서 법적으로 규정하는 ‘청각장애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다만 ‘청각장애인’이라는 법적 규정이 포괄하지 못하는 문자통역 이용자가 있다는 점을 반영하여 문자통역 이용에 관해 서술할 때는 ‘문자통역 이용자’ 혹은 ‘문자통역 이용 관객’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주2: 공개형 자막과 개인 자막기 방식의 선택은 문자통역 공연 기획에 있어 핵심적인 문제이지만, 「공연장 접근성 가이드」에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대체로 공개형 자막 방식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분은 장애문화예술연구소 짓이 발간한 『무대 위 장애예술, 그 해석과 제안』 중 4장 장애인 공연관람 접근성 매뉴얼 부분을 참고하여 작성했다.

[참고자료]

문영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에서 장애인 공연예술, 장애정체성, 장애인의 몸, 장애인의 건강 불평등을 연구하고 있다. 프로젝트 극단 0set의 공연 <연극의 3요소> <불편한 입장들>에 참여하였고, 공연으로 장애인 접근성 문제를 알리는 활동에 관심이 있다. 현재 이음온라인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saojungym@daum.net

2022년 1월 (27호)

상세내용

트렌드

영국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가 제공하는 「공연장 접근성 가이드(A Guide to Theater Access)」는 장애인을 위한 공연 접근성 지원(수어해설, 음성해설, 자막)을 준비과정부터 공연 진행, 피드백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또한 시니어 매니저, 접근성 코디네이터, 마케팅이나 기술지원을 담당하는 스태프에게 필요한 사항을 직무별로 제시하였다. [웹진 이음]에서는 국내 공연예술 분야 접근성을 높이는 데 시사점을 줄 수 있도록 5회에 걸쳐 「공연장 접근성 가이드」의 내용과 함께 국내 현황을 살펴보는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① 수어통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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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음성해설 및 터치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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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문자통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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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배리어프리 서비스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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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기술 지원

공연에서 문자통역(captioning)은 배우가 말하거나 노래하는 모든 청각 정보를 청각장애인(주1)이 텍스트로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다. 대사를 텍스트로 나타낼 뿐 아니라 인물의 이름, 효과음, 공연 중 음악에 대한 설명을 텍스트로 나타낼 수 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문자통역사는 타이밍에 맞게 텍스트를 자막기에 나타나도록 한다. 최근 국내에서 진행되는 많은 배리어프리 공연에서 공개형 자막기로 문자통역을 제공하고 있어서 많은 관객이 익숙할 것이다. 문자통역을 제공하는 공연에는 무대, 자막기, 좌석 등 사전에 준비되어야 할 것이 있다.

문자통역 공연 기획하기

기획에 앞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해당 공연이 문자통역에 적합한지 여부이다. 사전 대본이 있는 공연이라면 문자통역에 적합할 것이다. 하지만 사전 대본이 없거나 즉흥 공연이라면 주의 깊은 계획이 요구될 수 있다. 물론 즉흥 공연이라고 해도 가능한 방법들이 있다. 국내에서는 에이유디사회적협동조합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문자통역을 이용할 수 있다. 공개형 자막으로 실시간 문자통역을 이용하거나 쉐어타이핑(Sharetyping)이라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자막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 소셜벤처 소보로(소리를 보는 통로)에서는 음성언어를 문자로 변환하는 기술(STT, Speech To Text)을 통하여 청각장애인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통해 자동문자통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다음에는 문자통역과 공연 제작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고 다음 사항을 준비한다.

대본: 최종 대본을 사전에 문자통역사에게 보낸다. 문자통역사가 자막을 문자화할 시간이 필요하다. PDF 문서는 텍스트로 변환하기 용이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한글이나 워드 파일을 준비한다. 문자통역사에게 대본을 보내는 일정은 공연 1~2개월 전이어야 한다.
공연 영상: 문자통역사가 자막을 공연에 맞추고 타이밍을 연습할 수 있도록 공연 2주 전에 최신의 공연 영상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티켓 가격: 문자통역 공연의 할인 정책을 미리 결정한다. 문자통역과 공연을 동시에 가장 잘 관람할 수 있는 좌석은 종종 관객석에서 가장 좋은 자리이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좌석의 가격을 그대로 제시한다면 문자통역 이용자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
공연 날짜: 가능하다면 같은 지역에서 열리는 다른 문자통역 공연과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날짜를 조정한다. 청각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공연의 수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가능하면 많은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어, 이음온라인 ‘문화소식’에서 문자통역을 제공하는 공연 정보를 확인한 후에 이를 참고하여 가능한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문자통역 장치의 배치

문자통역 장치(자막기)를 배치하기에 최적의 장소를 찾으려면 가능한 일찍 무대 디자이너, 조명팀 및 기술팀과 논의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무대 세트가 디자인되고 설치되면 최적의 위치를 찾기에는 너무 늦을 수 있기 때문이다.

① 공개형 자막과 개인 자막기 방식의 선택(주2)

공개형 자막의 설치가 가능하다면 전체 자막기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좋다. 공연에 전체 자막기를 설치하기로 했다면 가능한 한 빨리 공연 무대팀과 상의해야 한다. 공개형 자막이 무대의 다른 요소들과 잘 조화를 이루도록 무대를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자통역 이용자가 무대와 자막을 함께 보기 편한 좌석 배치를 고려할 필요도 있다.

전체 자막기 설치가 불가능하거나, 공연 문자통역 진행 논의가 늦어졌거나, 재연되는 작품이라 초연 당시 무대 구성을 변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개인 자막기 설치를 고민해볼 수 있다. 일정 좌석을 할당하여 자막기를 설치해두고 문자통역 이용자가 우선적으로 예매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도 있고, 이용자가 관람을 원하는 날에만 자막기를 설치할 수도 있다. 개인 자막기를 설치해 문자통역을 진행하는 경우 무대 구성과 자막기 설치를 동시에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부 청각장애인 관객은 개인 자막기를 원하지 않을 수 있다. 문자통역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지만 장애가 노출되기를 원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장단점, 관객의 특성을 고려하여 공개형 자막과 개인 자막기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② 공개형 자막기의 위치

공개형 자막기의 위치를 고려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 관객의 가시성이다. 문자통역을 이용하는 관객이 자막기, 무대 그리고 배우를 최소한의 눈 움직임과 머리 움직임으로 볼 수 있도록 고려하는 것이 좋다. 이를 고려하여 자막기를 무대 내에 설치하거나 무대 바깥에 설치할 수 있는데, 자막기가 무대 내에 있는 것이 서비스 이용 관객으로부터 더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 문자통역 이용 관객이 선호하는 공개형 자막기의 위치는 무대 뒤, 배우들 머리 위, 시야를 가리지 않는 곳이라고 답하였다.

배우들 머리 위로 자막기를 설치하는 경우, 높이가 너무 높지 않게 해야 한다. 오페라의 자막처럼 무대 높은 위치에 자막기를 설치한다면 공연 내내 대사를 보기 위해 무대 위를 올려다봐야 하므로 이용 관객이 매우 불편할 수 있다. 일부 문자통역 이용자는 영화관 자막과 비슷하게 무대 아래쪽에 자막기를 배치하기를 원하기도 한다. 관객의 시야를 확보하면서 무대 아래쪽에 배치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공연장이 가파른 좌석 경사가 있는 곳이라면 시도해볼 수 있다. 이 경우 앞 좌석과 자막기와의 거리가 얼마나 가까운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체 관객이 볼 수 있는 곳에 자막기를 배치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자막기와 무대를 한 번에 보기 쉬운 위치에 문자통역 이용자를 위한 객석을 배치해야 한다.

③ 자막기 설치를 위한 팁

  • 조명이 문자통역 화면을 반사할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조명을 피하여 배치한다.
  • 공연 중 내려오는 스크린 또는 포그 효과가 자막기의 시야를 가릴 염려는 없는지 미리 고려한다.
  • 자막기가 무대에 그림자를 만들지는 않는지 미리 확인한다.
  • 자막기가 스피커 바로 앞에 있으면 안 된다.
  • 원형 무대에는 자막기를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은 일반적인 오해이다. 이 경우 자막기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관객이 앉는 곳 반대편에 배치할 수 있다.
  • 특정 장면 동안 자막이 잠시 가려지는 위치가 전체 공연 동안 자막이 엉망인 위치보다 나을 수 있다.
  • 문자통역 이용자에게 문자통역 좌석에 앉아보게 하는 것을 잊지 말라. 그리고 해당 좌석 앞 좌석에 관객이 앉았을 때도 문자통역을 잘 볼 수 있는지 확인하라.

문자통역 공연 진행을 위한 최종 준비

① 문자통역 장비의 확인

문자통역 장비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다면 장비의 확인이 필요하다. 장비가 없다면 공연일 전에 도착하도록 해야 한다. 장비가 도착했을 때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또한 문자통역에 사용될 노트북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자막기와 노트북 사이에 통신이 원활한지, 문자통역에 필요한 모든 장치의 LED가 모두 작동하는지(최소한 3번 이상 확인한다), 공연장 내 통신이 원활한지 등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공연일까지 점검하지 않고 그제야 문제가 발견된다면 그것을 해결하기에 너무 늦은 경우가 많다. 문자통역사는 무대 및 자막기를 명확히 볼 수 있어야 하며, 공연의 음향이 깨끗해야 한다. 라이브 공연에서는 특히 음향이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문자통역사가 관객석의 뒤편, 조명박스 혹은 사운드박스에 배치될 수 있다.

② 홍보

문자통역 공연의 날짜와 시간이 공연 브로셔, 전단지, 포스터, 웹사이트 등 공연 홍보물에 포함되어 있는지를 확인한다. 공연 안내에서 티켓을 예매한 모든 관객에게 문자통역이 제공됨을 알린다. 공연 홍보에는 소셜 네트워크가 사용될 수 있다. 문자통역 공연을 위한 페이지를 만들거나 접근 가능한 공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지역 농아인협회 등에 공연 홍보를 부탁할 수도 있다. 국내 농아인협회 지역지부에서 배리어프리 영화를 홍보하고 있는데, 공연에 대한 정보를 함께 제공한다면 청각장애인의 문화예술 접근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문자통역 공연을 기획한다면, 관객 개발을 위해 무료 또는 할인 티켓을 청각장애인 관객에게 배포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③ 공연의 마지막 준비를 위한 팁

  • 최종 리허설에 문자통역사가 참석해 최종 대본을 체크한다. 대본을 읽기 위해 작은 책상과 조명을 준비한다.
  • 문자통역사가 대본의 어떤 부분을 재차 확인하기 위해 무대 매니저, 연출, 혹은 배우와 이야기해야 할 수도 있다.
  • 문자통역에 ‘핸드폰 전원을 꺼주세요’와 같은 안내 메시지를 미리 준비하여 모든 관객이 안내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 공연 전후에 다음 문자통역 공연 정보를 삽입하도록 문자통역사에게 요청한다. 다음 공연을 관객에게 알리는 가장 좋은 기회일 수 있다.

피드백

피드백을 통해 공연에서의 문제점을 파악하면 관객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다. 피드백을 받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공연의 중간 혹은 직후이다. 관객에게 관극 경험이 어땠는지, 문자통역 가시성이 좋았는지, 문자통역을 통하여 연극을 잘 이해했는지 물어본다. 어떤 관객은 대면으로 피드백을 제출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길 수 있다. 또한 장애가 드러나는 것을 꺼려하여 공연장에서 피드백을 제출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 한 뮤지컬 공연에서 문자통역이 유익하다고 판단하면 작은 카드를 바구니에 넣고 가도록 요청했더니 문자통역 좌석을 예매한 관객은 50명이었으나 250명의 관객이 작은 카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문자통역이 필요하지만 필요를 드러내지 않는 관객이 존재할 수 있다. 공연이 끝난 후에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피드백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내는 방법도 있다.

시사점

우리나라에서는 수어통역과 문자통역을 이용하는 ‘청각장애’가 있는 관객을 동일한 특성을 가진 집단이라고 판단하기 쉽다. 하지만 청각장애인 중에도 특성이 다른 집단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수어를 사용하고 농인 문화에 자부심이 매우 강한 집단과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지 않는 난청인 집단이 있으며, 난청인 중 비가시적인 청각장애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장애에 관한 선입견 때문에 ‘패싱’하고자 하는 경우 지원을 적극적으로 요청하지 않거나, 개인 자막기의 사용 등을 통해 장애가 공개되는 상황을 꺼릴 수 있다. 장애가 공개되었을 때 장애와 결부된 낙인과 직면할 위험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영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장 접근성 가이드」에서 대체로 공개형 자막만을 고려한다는 점, 장애가 불필요하게 ‘아웃팅(Outing)’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문자통역 피드백을 받을 때도 작은 카드를 바구니에 넣고 가도록 하는 사례 등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 장애가 보편적인 특성일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더 많은 사람이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장치로 문자통역을 고려한다는 사실이다. 법적으로 청각장애인으로 규정되지 않지만 청력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혹은 대사가 많거나 음향이 좋지 않은 공연에서 문자통역은 공연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특정한 장애를 가진 관객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관객의 접근성을 위해 배리어프리 공연이 제작되어야 한다. 배리어프리 공연은 궁극적으로 모든 관객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 <로드킬 인 더 씨어터> 공개형 자막기
    사진 제공. 국립극단

  • <로테르담> 개인형 자막기
    사진 제공.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주1: 영국문화예술위원회 매뉴얼에서는 농인(Deaf)과 난청인(hard of hearing people)을 구분하여 서술하고 있으나, 이 글에서는 한국 「장애인복지법」에서 법적으로 규정하는 ‘청각장애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다만 ‘청각장애인’이라는 법적 규정이 포괄하지 못하는 문자통역 이용자가 있다는 점을 반영하여 문자통역 이용에 관해 서술할 때는 ‘문자통역 이용자’ 혹은 ‘문자통역 이용 관객’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주2: 공개형 자막과 개인 자막기 방식의 선택은 문자통역 공연 기획에 있어 핵심적인 문제이지만, 「공연장 접근성 가이드」에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대체로 공개형 자막 방식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분은 장애문화예술연구소 짓이 발간한 『무대 위 장애예술, 그 해석과 제안』 중 4장 장애인 공연관람 접근성 매뉴얼 부분을 참고하여 작성했다.

[참고자료]

문영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에서 장애인 공연예술, 장애정체성, 장애인의 몸, 장애인의 건강 불평등을 연구하고 있다. 프로젝트 극단 0set의 공연 <연극의 3요소> <불편한 입장들>에 참여하였고, 공연으로 장애인 접근성 문제를 알리는 활동에 관심이 있다. 현재 이음온라인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saojungym@daum.net

2022년 1월 (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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