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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이음

예술가의 본업과 부업

이슈 검색 키워드는 ‘스스로’ ‘함께’

  • 김유남 배우
  • 등록일 2024-05-29
  • 조회수274

이슈

따뜻해짐과 동시에 쌀쌀함이 오는 4월 말, 전화가 왔다. 웹진 [이음] 원고청탁 전화였다. 글재주가 없는 나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예술가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주제였다. 지금 나의 상황과 딱 들어맞지 않은가? 상반기에는 일이 거의 없는 장애예술인에게는 거절하는 것이 더 부담스러웠달까? 수락하였다.

‘예술가’라는 말은 얼핏 보면 멋지면서도 안쓰러움이 느껴질 수 있는 단어이다. 사전적으로는 “예술 작품을 창작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직업’이라…. 직업(職業)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이라고 사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장애예술인, 아니 대부분의 예술가는 이 예술이라는 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또한 일정 기간 ‘계속’이라는 것은 더욱 그러하다. 하소연할 것은 많지만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 다른 직업은 어느 정도 소득을 얻는지 2023년 5월에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2021 한국의 직업정보」 보고서를 살펴봤다.

평균소득이 높은 직업에는 대기업 고위 임원(1억 9,043만 원), 성형외과 의사(1억 3,863만 원), 한의사(1억 2,327만 원), 정신과 의사(1억 2,287만 원), 내과 의사(1억 2,176만 원), 안과 의사(1억 2,037만 원), 언어학 연구원(6,623만 원), 로봇공학 기술자(6,413만 원), 물리학 연구원(6,407만 원), 정치학 연구원(6,387만 원), 건축감리기술자(6,365만 원), 정부 행정관리자(6,233만 원) 등이 차지했다. 반면 평균소득이 낮은 직업에는 연극·뮤지컬 배우(2,223만 원), 연극연출가(2,510만 원), 영화시나리오작가(2,760만 원), 작곡가(2,903만 원), 대중무용수(2,931만 원), 지휘자(2,977만 원), 소설가(3,022만 원) 등이 포함됐다.

우선 ‘예술가’라는 직업은 평균소득이 높은 직업 1위부터 50위 안에는 없었다. (예외가 있을 수 있지만) 나에게는 도달하기 매우 어려운 연봉이다. 50위인 6,233만 원의 반의반도 안 되는 정도가 나의 작년 연봉이다. 아직 10년 차 경력의 32살이라는 나이 문제라고 치부하기에는 간극이 크다. 하지만 또래 친구들과의 ‘생계유지 비용’ 아니 ‘생계유지 시간’으로 보면 비슷하달까.

이러한 상황이니 우리 ‘예술가’들에게는 절대적인 부업이 따라온다. 이것을 요즘 말로 ‘부캐’라고 할 수 있을까? 나의 대답은 “아니오”이지만…. 예술가는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 내 주위를 봐도 예술가가 아닌 ‘선생님’ 또는 ‘기사님’ 등으로 불리며 부업을 한다. 때로는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예술작업은 취미생활이거나 부업이고, 이 일이 나의 본업이야”라고. 정말로 웃프다.

나 또한 브이드림이라는 장애인 특화 재택근무 고용지원 기업을 통하여 아침에 재택으로 채팅 상담 업무를 하기도 했다. 현재는 어느 정도 생활력이 생겨 생계유지가 가능하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1년에 700만 원 벌면 많이 벌던 때였기에 부업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 일마저도 본업인 예술활동에 시간을 할애해야 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는 못했다.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에 공연 연습을 하고, 공연을 올리게 되면 때때로 아침부터 공연장으로 출근해야 하기에 마땅한 직장을 잡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른 아침인 8시부터 11시 정도까지 근무했다. 이렇게라도 시간을 조율할 수 있으면 정말 감사했다. 이러한 부업을 갖고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많다.

그리고 우리가 생계유지를 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 아니 또 하나의 방법은 예술활동을 지원해 주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예술지원 시스템과 복지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다. 우선 다들 잘 알고 있는 ‘예술활동준비금’이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지원하는 사업으로, 매년 신청을 받고 있으며 격년으로 지원한다. 물론 참여 제한과 선정 규모, 지원 규모가 정해져 있으니 선정되지 않았다고 낙심하지 않길 바란다. 이외에도 창작준비금지원사업으로 ‘창작디딤돌’, ‘창작씨앗’이 있고, ‘예술인파견지원사업-예술로’ 등이 있으니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잘 이용하길 바란다. 나도 작년에 창작준비지원금에 선정되어 지원금을 받고 생계유지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예술경영지원센터도 있다. 이처럼 포털사이트에서 ‘예술활동지원’으로 검색하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들이 나오니, 잘 알아보고 신청하면 생계유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밑져야 본전이지 않나. 부업과 다양한 형태의 정책 및 지원사업을 통하여 쾌·적·한(?) 예술활동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있는데, 주위의 나와 같은 사람, 나와 맞는 사람, 선배, 선생님, 친구 동료를 잘 챙기길 바란다. 앞서 말한 부업과 지원사업은 나의 물질적인 생계유지를 돕는다. 하지만 내 주위의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물질적인 생계유지(“밥 사주세요”)뿐만 아니라 예술작업에도 함께한다(“낙하산이 될래요”). 가장 중요한 정신적인 생계유지를 많이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사랑받은 만큼의 보답도 필요하겠지만, 보답이 보답으로 또 더한 보답으로 좋은 생계유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해줄 게 없어서, 보답해줄 수 없어서 도움을 요청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면, 어느 누구에게도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다. 스스로 검색부터 시작하면서 앞서 말한 필요한 정도의 부업과 필요한 정도의 지원을 받으며, 동료의 도움에 감사하고 보답하는 것이 우리 ‘예술가’가 예술가로서 설 수 있는 생계유지의 방법이지 않을까.

  • 파일럿수트를 입은 김유남 배우가 맞은편의 네 사람과 대결할 듯한 자세로 마주보고 서 있다.

    아주특별한예술마을, 〈느릿느릿 엉금엉금 거북이〉(2020)

  • 다섯 명의 배우가 무대에 나란히 서 있다. 한가운데가 김유남 배우다. 벽에는 오로라와 양들, 낙타 그림이 영사되고 있다.

    아주특별한예술마을, 미디어 퍼포먼스 〈노래가 되자〉(2022)

김유남

통칭 저신장 배우, 자칭 난쟁이 배우.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음악극 〈합★체〉(2023), 뮤지컬 〈드리머스〉(2022), 〈바넘, 위대한 쇼맨〉(2018), 무용 〈대심땐스〉(2017) 등 다수의 공연과 드라마 〈보이스 4〉, 〈YG전자〉에 출연하였고, 웹뮤지컬 〈골드보이〉(2022) 주연을 맡았다.
ssunder123@naver.com

사진 제공.아주특별한예술마을

2024년 6월 (53호)

상세내용

이슈

따뜻해짐과 동시에 쌀쌀함이 오는 4월 말, 전화가 왔다. 웹진 [이음] 원고청탁 전화였다. 글재주가 없는 나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예술가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주제였다. 지금 나의 상황과 딱 들어맞지 않은가? 상반기에는 일이 거의 없는 장애예술인에게는 거절하는 것이 더 부담스러웠달까? 수락하였다.

‘예술가’라는 말은 얼핏 보면 멋지면서도 안쓰러움이 느껴질 수 있는 단어이다. 사전적으로는 “예술 작품을 창작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직업’이라…. 직업(職業)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이라고 사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장애예술인, 아니 대부분의 예술가는 이 예술이라는 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또한 일정 기간 ‘계속’이라는 것은 더욱 그러하다. 하소연할 것은 많지만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 다른 직업은 어느 정도 소득을 얻는지 2023년 5월에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2021 한국의 직업정보」 보고서를 살펴봤다.

평균소득이 높은 직업에는 대기업 고위 임원(1억 9,043만 원), 성형외과 의사(1억 3,863만 원), 한의사(1억 2,327만 원), 정신과 의사(1억 2,287만 원), 내과 의사(1억 2,176만 원), 안과 의사(1억 2,037만 원), 언어학 연구원(6,623만 원), 로봇공학 기술자(6,413만 원), 물리학 연구원(6,407만 원), 정치학 연구원(6,387만 원), 건축감리기술자(6,365만 원), 정부 행정관리자(6,233만 원) 등이 차지했다. 반면 평균소득이 낮은 직업에는 연극·뮤지컬 배우(2,223만 원), 연극연출가(2,510만 원), 영화시나리오작가(2,760만 원), 작곡가(2,903만 원), 대중무용수(2,931만 원), 지휘자(2,977만 원), 소설가(3,022만 원) 등이 포함됐다.

우선 ‘예술가’라는 직업은 평균소득이 높은 직업 1위부터 50위 안에는 없었다. (예외가 있을 수 있지만) 나에게는 도달하기 매우 어려운 연봉이다. 50위인 6,233만 원의 반의반도 안 되는 정도가 나의 작년 연봉이다. 아직 10년 차 경력의 32살이라는 나이 문제라고 치부하기에는 간극이 크다. 하지만 또래 친구들과의 ‘생계유지 비용’ 아니 ‘생계유지 시간’으로 보면 비슷하달까.

이러한 상황이니 우리 ‘예술가’들에게는 절대적인 부업이 따라온다. 이것을 요즘 말로 ‘부캐’라고 할 수 있을까? 나의 대답은 “아니오”이지만…. 예술가는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 내 주위를 봐도 예술가가 아닌 ‘선생님’ 또는 ‘기사님’ 등으로 불리며 부업을 한다. 때로는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예술작업은 취미생활이거나 부업이고, 이 일이 나의 본업이야”라고. 정말로 웃프다.

나 또한 브이드림이라는 장애인 특화 재택근무 고용지원 기업을 통하여 아침에 재택으로 채팅 상담 업무를 하기도 했다. 현재는 어느 정도 생활력이 생겨 생계유지가 가능하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1년에 700만 원 벌면 많이 벌던 때였기에 부업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 일마저도 본업인 예술활동에 시간을 할애해야 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는 못했다.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에 공연 연습을 하고, 공연을 올리게 되면 때때로 아침부터 공연장으로 출근해야 하기에 마땅한 직장을 잡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른 아침인 8시부터 11시 정도까지 근무했다. 이렇게라도 시간을 조율할 수 있으면 정말 감사했다. 이러한 부업을 갖고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많다.

그리고 우리가 생계유지를 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 아니 또 하나의 방법은 예술활동을 지원해 주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예술지원 시스템과 복지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다. 우선 다들 잘 알고 있는 ‘예술활동준비금’이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지원하는 사업으로, 매년 신청을 받고 있으며 격년으로 지원한다. 물론 참여 제한과 선정 규모, 지원 규모가 정해져 있으니 선정되지 않았다고 낙심하지 않길 바란다. 이외에도 창작준비금지원사업으로 ‘창작디딤돌’, ‘창작씨앗’이 있고, ‘예술인파견지원사업-예술로’ 등이 있으니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잘 이용하길 바란다. 나도 작년에 창작준비지원금에 선정되어 지원금을 받고 생계유지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예술경영지원센터도 있다. 이처럼 포털사이트에서 ‘예술활동지원’으로 검색하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들이 나오니, 잘 알아보고 신청하면 생계유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밑져야 본전이지 않나. 부업과 다양한 형태의 정책 및 지원사업을 통하여 쾌·적·한(?) 예술활동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있는데, 주위의 나와 같은 사람, 나와 맞는 사람, 선배, 선생님, 친구 동료를 잘 챙기길 바란다. 앞서 말한 부업과 지원사업은 나의 물질적인 생계유지를 돕는다. 하지만 내 주위의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물질적인 생계유지(“밥 사주세요”)뿐만 아니라 예술작업에도 함께한다(“낙하산이 될래요”). 가장 중요한 정신적인 생계유지를 많이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사랑받은 만큼의 보답도 필요하겠지만, 보답이 보답으로 또 더한 보답으로 좋은 생계유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해줄 게 없어서, 보답해줄 수 없어서 도움을 요청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면, 어느 누구에게도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다. 스스로 검색부터 시작하면서 앞서 말한 필요한 정도의 부업과 필요한 정도의 지원을 받으며, 동료의 도움에 감사하고 보답하는 것이 우리 ‘예술가’가 예술가로서 설 수 있는 생계유지의 방법이지 않을까.

  • 파일럿수트를 입은 김유남 배우가 맞은편의 네 사람과 대결할 듯한 자세로 마주보고 서 있다.

    아주특별한예술마을, 〈느릿느릿 엉금엉금 거북이〉(2020)

  • 다섯 명의 배우가 무대에 나란히 서 있다. 한가운데가 김유남 배우다. 벽에는 오로라와 양들, 낙타 그림이 영사되고 있다.

    아주특별한예술마을, 미디어 퍼포먼스 〈노래가 되자〉(2022)

김유남

통칭 저신장 배우, 자칭 난쟁이 배우.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음악극 〈합★체〉(2023), 뮤지컬 〈드리머스〉(2022), 〈바넘, 위대한 쇼맨〉(2018), 무용 〈대심땐스〉(2017) 등 다수의 공연과 드라마 〈보이스 4〉, 〈YG전자〉에 출연하였고, 웹뮤지컬 〈골드보이〉(2022) 주연을 맡았다.
ssunder123@naver.com

사진 제공.아주특별한예술마을

2024년 6월 (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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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14: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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