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
예술과 기술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사이에서 매체(미디어)는 무엇을 의미할까? 수많은 미디어아트 전시와 달리 《미디어 술래》는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지게 한다. 기술이 등장하는 방식 때문일지도 모른다. 인터랙티브 설치, AI(인공지능), 키네틱 로봇센서, 로봇 등 기술이 사용되는 방식은 최첨단 하이테크놀로지를 뽐내는 듯한 형식이 아니다. 오히려 기술은 가려져 있고, 그보다는 관계가 가시화되거나,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감각들과 그 감각의 변용 가능성을 비추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술은 예술로 전환되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기술과 예술 사이에서 매체가 가지는 지위가 등장한다. 마치 술래잡기처럼 매체는 기술 그 자체이면서 예술을 실현하는 도구이자 수단이 된다.
이러한 기술적 매체는 감각 세계를 드러낸다. 빛이 바람 소리로 전환되고, 촉각적 다가옴이 빛과 그림자를 형성하며, 사운드의 청각이 진동을 만들고 그 진동이 그림을 그려낸다. 움직임이 음악이 되는 그 감각의 순간을 포착하는 술래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 면면을 들여다보면 기술적 매체의 이면에 장애 신체의 자리가 존재한다. ‘매체’는 예술가의 신체로서 감각적 세계를 포착한다. 비가시적이던 것이 가시화되고, 드러나지 않는 감각들이 표출될 뿐만 아니라 각각의 감각들은 다른 감각들로 변용되는 가능성을 실현한다. 여기서 이를 실행하는 것은 기술적 매체이자 예술가적 신체-매체이며, 감각적 환경이다. 바로 이 과정에서 기술은 기술을 너머 예술이 된다.
전시명 ‘술래(術來)’는 이 매체의 의미를 함축한다. 술래는 기술(術)이 놓이는 도구이자 나아가야 하는(來) 예술(기술)의 목적이라는 매체의 의미와 함께, 이를 수행하는 매체로서 예술가의 역할을 포괄한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 술래는 그렇게 숨은 것을 끝내 찾아내는 자이자 게임과 게임을 잇듯 세계와 세계를 연결하는 자다. 따라서 기술을 수행하는 도구이자 수단인 매체는 단순히 기술만 지시하지 않는다. 감각을 포착하고 변용할 역량을 지닌 예술가의 신체 역시 하나의 매체로서 기술을 수행하며 예술을 창조한다. 따라서 이 매체의 역량으로 기술은 감각 세계를 포착하고, 창조적 변용의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예술이 된다.
술래이자 예술가인 곽요한은 형상의 붕괴와 재배치를 반복하는 회화와 이를 확장하는 영상 작품을 통해 생성과 파괴의 순환을 보여주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전치한다. 김유석 작가는 40개의 식물 로봇과 인공 태양으로 숲을 짓는다. 조도가 높아질수록 식물이 더 크고 빠르게 움직이며 바람 소리를 내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빛과 바람의 원리뿐 아니라, 풀잎이 부딪히는 촉각적 진동까지 청각적 감각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와 유사하게 박은영 작가는 수십 개의 투명 구체를 통해 관람자와의 거리를 빛과 그림자의 움직임으로 번역한다. 다가설수록 구체는 생명체처럼 깨어나 반응하고, 그 촉각적 거리감은 빛과 그림자의 결로 다시 태어나 보이지 않던 관계의 생명성을 표출한다.
이요 작가는 진동하는 소리를 철가루의 무늬로 눌러 앉힌다. 청각이 촉각을 거쳐 시각으로 응고되는 이 형상화 속에서, 시각예술인 회화가 청각과 촉각이 변이하거나 융합한 산물일 수 있음을 드러낸다. 박성민 작가도 다소 유사한 감각의 전이 과정을 보여준다. 청각장애 무용수의 움직임(예술)을 모션 트래킹과 데이터 맵핑(기술)하여 악보를 만들고, 여기에 현악 파트의 화음을 얹어 음악을 탄생시키는 방식이다. 이렇게 완성된 악보를 바탕으로 전자음향과 에이블뮤직그룹의 현악 4중주 라이브 연주, 그리고 무용수의 안무가 하나로 조화된 무대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기술과 예술의 차이, 매체의 위치와 역할은 끊임없이 교차하며 감각적 질서 자체를 재구성하게 된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장면이 있다. 예술가 박유석 술래는 실제 술래잡기 놀이처럼 무대를 만들었다. 타원형의 어두운 방에 한 줄기 빛이 사선을 그리며 회전하는데, 이미 시각적으로 매우 아름다운 조형 공간은 이내 어린이들의 놀이터로 승화된다. 사색의 공간과도 같던 어두운 공간의 한 줄기 빛이 신체와 접촉하는 순간 사운드가 형성된다. 아이들은 빛을 잡아내듯 술래잡기 놀이를 하는데, 이 순간 만들어지는 각각의 빛과의 접촉은 화음을 형성하며 소리를 넘어선 음악을 만들어낸다.
이와 같이 《미디어 술래》는 기술 중심의 화려한 테크닉을 선보이는 이전의 미디어아트 전시와는 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 전시는 일상에서 간과하고 있었던 무수히 많은 감각과 신체의 상응을 기술이자 예술로 경험하게 할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장애의 신체가 감각 세계를 포착하는 술래-매체임을 지각하게 한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놀라운 것을 깨닫게 된다. 시각이 청각으로, 움직임이 음악으로, 진동이 회화로 변이되는 과정에서 촉각적 활동, 즉 접촉을 통해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감각 세계는 이렇게 서로가 접촉되는 촉각적 환경에서 진정한 예술적 하모니가 만들어진다. 감각의 포착자이자 술래인 예술가-매체는 그들의 신체로, 그들의 언어로 예술의 무대를 만들어 제시한다. 또한 이 전시에서 주목되는 것은 장애의 신체가 등장하지 않으면서 그 신체의 감각적 역량을 경이롭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전시에서 장애의 신체는 더 이상 불능의 신체가 아니라 새로운 감각적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메신저(매체)로서 미적인 신체임을 깨닫게 된다. 예술과 기술의 차이는 결국 여기에 있다. 매체가 도구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끊임없이 자리를 바꾸며 감각을 새로 배치할 때, 기술은 비로소 술래가 되어 예술이 된다.
박은영, 〈Untitled〉, 2026, 인터랙티브 설치(투명 구체, LED, 물, 센서, 모터), 가변크기
기술 구현 및 제작: RGB Lab
박성민, 〈Antigravity〉, 2026, 퍼포먼스(전자음악, 무용, 현악 4중주), 4분 30초
박유석, 〈Cylinder Movement〉, 2026, 인터랙티브 사운드-비주얼 설치(라이다 센서, 360도 모터 제어 베이스, 조명, 다채널 오디오, 커스텀 소프트웨어), 가변크기
김유석, 〈식물로봇〉, 2023/2026, 인터랙티브 설치(모터, MCU, LED, 서버 등), 가변크기
곽요한, 〈창조의 순간〉, 2026, 2채널 비디오, 2채널 사운드, 8분
기술 구현 및 제작 : 이대행
이요, 〈이후에 기척이 있다〉, 2026, 스틸, 케이블, 모터, 특수 제작 우퍼 스피커, 목재, 앰프, 사운드, 165×100×121.8(h)cm

미디어 술래 術來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2026.7.16.~8.21.|모두미술공간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고 표현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미디어 술래 術來》(영문 제목: Media Sullae: When Technique Follows)는 이러한 기술적 환경 속에서 장애예술인의 고유한 감각 체계와 디지털 신기술이 서로를 ‘술래’처럼 뒤쫓으며 만나는 지점을 탐색한다.
참여작가: 곽요한, 김유석, 박성민, 박유석, 박은영, 이요
퍼포먼스: 강혜라, 공민배, 김윤세, 이현성, 장미솔
∙ 전시정보 : 이음온라인 [문화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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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희
미학연구자. 감성정책연구소 소장. 대학에서 미학 및 예술정책 강의를 하며, 공공예술 및 시각예술정책 외 학술, 정책, 예술 현장 등에서 광범위하게 활동하고 있다. 「랑시에르 사유에서 예술과 노동의 문제」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예술을 통한 함께 살기에 관한 연구와 이에 기반한 실천적 활동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2018년 이후 장애예술 현장에 관심을 가지며 장애예술 비평 담론과 장애미학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mediaaura@hanmail.net
사진 제공.모두미술공간
2026년 9월호 (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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