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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적 예술공간을 위한 제언

이슈 차별 없는 공간으로, 고치고 바꾸고 어울리자

  • 좌동엽 장애인문화예술판 대표
  • 등록일 2021-06-02
  • 조회수357

이슈

포용적 예술공간을 위한 제언

차별 없는 공간으로, 고치고 바꾸고 어울리자

좌동엽 장애인문화예술판 대표

그동안 장애인 기본권이 너무나 열악하여 주거 공간, 필수적인 교육 공간, 지역 내 자립 생활을 위한 공공시설 공간 등 장애인에게 가장 기본적인 활동 공간에서조차 차별이 만연했다. ‘장애 없는 예술공간’은 차마 거론조차 하기 힘들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장애 인권 운동가의 싸움으로 인해서 기존의 비장애인 중심적인 공간들이 바뀌었고, 이제 장애인 예술공간에도 변화의 시기가 온 것 같다. 그러나 본질적인 장애 없는 예술공간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한계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단지 물리적인 접근으로서만이 아니라 장애인 예술에 대한 사회 인식과 정책적인 변화가 동시에 수반되어야만 하는 아주 어려운 제안이기 때문이다.

사회적·정책적 인식 변화

첫째는 아직도 기존의 예술공간에서는 장애인 예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존재한다. 심지어 공공 예술공간을 대관하는 과정에서 장애인 예술은 아직도 시혜의 대상이거나 아니면 작품성과 전문성이라는 잣대로 도전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놓고 말해서 장애인 예술은 아직 우리 극장에서 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야기한다. 예술에도 공공성이 필요하다고. 그러면서 느낀다. 예술만큼 ‘평등’에 대한 철학적 깊이가 부재한 영역도 없는 것 같다고.

장애인 예술도 기회가 필요하고 도전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기존 예술계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 출발선이 다르고 토양 자체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장애인 예술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좀 더 문턱을 낮추고 최소한의 기회라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 예술도 실패를 통해서 성장하고 도전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장애 없는 예술공간을 확보한다지만 여전히 현장의 장애 예술인의 목소리를 담아서 실질적인 논의를 하기보다는 아직도 보여주기식, 아니면 결과물 중심의 장애 예술 정책이 대부분이다. 최근에 ‘장애 예술 전문 공연장’을 짓는다고 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씁쓸하기 그지없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예술공간인가? 정부와 지자체가 제대로 된 장애 예술 정책과 장애 예술 전문 공간을 만들겠다고 계획안까지 발표하면서 약속한 지 10여 년이 넘었지만 지켜진 적이 없었다. 장애 예술이 너무도 척박하고 장애 예술공간이 전무하던 때는 (차별적인 접근이긴 하지만) 전용 극장이라도 필요하다고 요구했었다. 그러다가 현장에서 요구하지도 않는 지금에 와서 갑자기 장애 예술공간을 들고나온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변화의 시기이고, 더 많은 공공·민간 예술공간에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바꿔나가야 하는 시기이다. 이제 장애 예술계도 예전과 같지 않고 변화와 토양을 만들어 가는 중요한 시기이다. 기존 극장과 공간을 고치자. 바꾸자. 지역 사회에 존재하는 예술 소수자에게 접근 가능한 극장을 찾아내고 지원하자. 이러한 슬로건으로 바뀔 때다. 어느 한 극장을 장애인 차별 없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이 당연히 가는 예술공간을 장애인도 당연히 함께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어야 한다.

2008년 내가 속한 극단의 창단 공연을 준비하면서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하루하루 투쟁했던 시기가 있었다. 아침마다 공간을 찾아 돌아다니면서 대관해달라고 빌고 또 빌고, 공연할 극장을 찾아 기획서를 고치고 또 고치면서, 계단이 많으면 전동 휠체어도 함께 올리고, 그러면서 극단 식구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좋은 시설이 갖추어진 공연장에 끊임없이 문을 두드렸지만, 선심 쓰듯 계단 많은 지하 소극장을 내어주는 것을 보고는 지치고 실망하여 더는 희망을 품지 않게 되었다. 누구는 왜 좋은 공연장에서만 하려고 하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그 당시에는 소위 좋은 공연장만이 장애인 접근이 가능했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에서 남발했던 장애인 예술공간 정책은 무슨 일인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장벽도 차별도 시혜도 없이

그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속 편하게 공연하고 있다. 오늘 공연은 또 어떤 사람들에게 벽을 만들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공연하지 않는다. 어쩌면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포기일 수도 있고 힘들고 지친 마음에 대한 표현일 수도 있다. 이제 여기저기 장애인 접근 가능한 공간을 만든다고 하지만, 지원기관들만의 요란한 잔치일 뿐, 무관심해진 것이 사실이다. 장애인 예술 현장이 갈수록 힘들고 그만큼 지쳤기 때문인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현장에 필요한 재원은 늘 부족하다. 할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 못하는 것도 너무 많다.

이 글을 청탁받아서 할 수 없이(?) 제안한다. 먼저 공공의 공간을 바꾸고 기존의 예술계가 진정으로 마음을 열어야만 ‘장애 없는 예술공간’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장애 없는 예술공간’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예술이라는 마당에서 함께 어울릴 모든 사람을 위해서 선을 긋는 행위가 아니라 선을 없애는 작업이다. 가장 먼저 기존 비장애 중심의 예술 관성을 깨야 한다. 지금은 변화할 때다. 문턱을 낮출 때다. 예술공간 범주를 더욱 확장할 때다. 그것은 단지 장애인뿐만이 아니라 예술 정책 소수자 모두에게 해당한다. 진정한 ‘포용적 예술공간’이란 포용하는 사람과 포용 받는 사람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이라는 물리적인 벽 이전에 마음과 차별의 벽이 없어야 한다. 장애인 또는 장애 예술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것은 없다. 그것은 또 다른 차별과 시혜일 수 있다. 모든 소수자,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는 공간을 만들고자 고민하고 애쓸 때, 바로 ‘장애 없는 예술공간’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좌동엽

노들장애인야간학교 교사대표,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을 역임했고, 2008년 장애인극단판을 설립하였다. 2012년 장애인문화예술판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장애인 예술 창작, 공연, 교육 및 종합적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장애 예술, 사회적기업, 문화예술(교육) 관련 다수의 강의와 연구에 참여했고, 2015년부터 지역 장애인과 주민을 잇는 꿈꾸는 마을극장 프로젝트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jwa-1@hanmail.net

사진제공.필자

2021. 6월 (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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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적 예술공간을 위한 제언

차별 없는 공간으로, 고치고 바꾸고 어울리자

좌동엽 장애인문화예술판 대표

그동안 장애인 기본권이 너무나 열악하여 주거 공간, 필수적인 교육 공간, 지역 내 자립 생활을 위한 공공시설 공간 등 장애인에게 가장 기본적인 활동 공간에서조차 차별이 만연했다. ‘장애 없는 예술공간’은 차마 거론조차 하기 힘들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장애 인권 운동가의 싸움으로 인해서 기존의 비장애인 중심적인 공간들이 바뀌었고, 이제 장애인 예술공간에도 변화의 시기가 온 것 같다. 그러나 본질적인 장애 없는 예술공간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한계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단지 물리적인 접근으로서만이 아니라 장애인 예술에 대한 사회 인식과 정책적인 변화가 동시에 수반되어야만 하는 아주 어려운 제안이기 때문이다.

사회적·정책적 인식 변화

첫째는 아직도 기존의 예술공간에서는 장애인 예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존재한다. 심지어 공공 예술공간을 대관하는 과정에서 장애인 예술은 아직도 시혜의 대상이거나 아니면 작품성과 전문성이라는 잣대로 도전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놓고 말해서 장애인 예술은 아직 우리 극장에서 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야기한다. 예술에도 공공성이 필요하다고. 그러면서 느낀다. 예술만큼 ‘평등’에 대한 철학적 깊이가 부재한 영역도 없는 것 같다고.

장애인 예술도 기회가 필요하고 도전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기존 예술계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 출발선이 다르고 토양 자체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장애인 예술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좀 더 문턱을 낮추고 최소한의 기회라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 예술도 실패를 통해서 성장하고 도전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장애 없는 예술공간을 확보한다지만 여전히 현장의 장애 예술인의 목소리를 담아서 실질적인 논의를 하기보다는 아직도 보여주기식, 아니면 결과물 중심의 장애 예술 정책이 대부분이다. 최근에 ‘장애 예술 전문 공연장’을 짓는다고 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씁쓸하기 그지없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예술공간인가? 정부와 지자체가 제대로 된 장애 예술 정책과 장애 예술 전문 공간을 만들겠다고 계획안까지 발표하면서 약속한 지 10여 년이 넘었지만 지켜진 적이 없었다. 장애 예술이 너무도 척박하고 장애 예술공간이 전무하던 때는 (차별적인 접근이긴 하지만) 전용 극장이라도 필요하다고 요구했었다. 그러다가 현장에서 요구하지도 않는 지금에 와서 갑자기 장애 예술공간을 들고나온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변화의 시기이고, 더 많은 공공·민간 예술공간에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바꿔나가야 하는 시기이다. 이제 장애 예술계도 예전과 같지 않고 변화와 토양을 만들어 가는 중요한 시기이다. 기존 극장과 공간을 고치자. 바꾸자. 지역 사회에 존재하는 예술 소수자에게 접근 가능한 극장을 찾아내고 지원하자. 이러한 슬로건으로 바뀔 때다. 어느 한 극장을 장애인 차별 없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이 당연히 가는 예술공간을 장애인도 당연히 함께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어야 한다.

2008년 내가 속한 극단의 창단 공연을 준비하면서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하루하루 투쟁했던 시기가 있었다. 아침마다 공간을 찾아 돌아다니면서 대관해달라고 빌고 또 빌고, 공연할 극장을 찾아 기획서를 고치고 또 고치면서, 계단이 많으면 전동 휠체어도 함께 올리고, 그러면서 극단 식구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좋은 시설이 갖추어진 공연장에 끊임없이 문을 두드렸지만, 선심 쓰듯 계단 많은 지하 소극장을 내어주는 것을 보고는 지치고 실망하여 더는 희망을 품지 않게 되었다. 누구는 왜 좋은 공연장에서만 하려고 하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그 당시에는 소위 좋은 공연장만이 장애인 접근이 가능했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에서 남발했던 장애인 예술공간 정책은 무슨 일인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장벽도 차별도 시혜도 없이

그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속 편하게 공연하고 있다. 오늘 공연은 또 어떤 사람들에게 벽을 만들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공연하지 않는다. 어쩌면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포기일 수도 있고 힘들고 지친 마음에 대한 표현일 수도 있다. 이제 여기저기 장애인 접근 가능한 공간을 만든다고 하지만, 지원기관들만의 요란한 잔치일 뿐, 무관심해진 것이 사실이다. 장애인 예술 현장이 갈수록 힘들고 그만큼 지쳤기 때문인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현장에 필요한 재원은 늘 부족하다. 할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 못하는 것도 너무 많다.

이 글을 청탁받아서 할 수 없이(?) 제안한다. 먼저 공공의 공간을 바꾸고 기존의 예술계가 진정으로 마음을 열어야만 ‘장애 없는 예술공간’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장애 없는 예술공간’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예술이라는 마당에서 함께 어울릴 모든 사람을 위해서 선을 긋는 행위가 아니라 선을 없애는 작업이다. 가장 먼저 기존 비장애 중심의 예술 관성을 깨야 한다. 지금은 변화할 때다. 문턱을 낮출 때다. 예술공간 범주를 더욱 확장할 때다. 그것은 단지 장애인뿐만이 아니라 예술 정책 소수자 모두에게 해당한다. 진정한 ‘포용적 예술공간’이란 포용하는 사람과 포용 받는 사람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이라는 물리적인 벽 이전에 마음과 차별의 벽이 없어야 한다. 장애인 또는 장애 예술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것은 없다. 그것은 또 다른 차별과 시혜일 수 있다. 모든 소수자,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는 공간을 만들고자 고민하고 애쓸 때, 바로 ‘장애 없는 예술공간’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좌동엽

노들장애인야간학교 교사대표,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을 역임했고, 2008년 장애인극단판을 설립하였다. 2012년 장애인문화예술판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장애인 예술 창작, 공연, 교육 및 종합적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장애 예술, 사회적기업, 문화예술(교육) 관련 다수의 강의와 연구에 참여했고, 2015년부터 지역 장애인과 주민을 잇는 꿈꾸는 마을극장 프로젝트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jwa-1@hanmail.net

사진제공.필자

2021. 6월 (20호)

댓글(2)

2021-06-16 19: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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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5 17: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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