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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

김상미 배우×조화영 배우

이슈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반짝반짝 일곱 빛깔

  • 주소진 프로젝트 궁리
  • 등록일 2023-08-23
  • 조회수1190

이슈

서로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고 다른 세계를 일깨우는 예술가 친구는 어떻게 만나게 될까? 일로 만난 사이를 넘어 예술과 삶을 나누는 관계는 어떻게 이뤄질까? 예술활동에 영향을 주고받는 동료이자 친구 간에 일어나는 창작의 ‘케미’와 갈등,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보자.

김진주 작가×창파 아트디렉터

       |       

백우람 배우×전박찬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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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미 배우×조화영 배우

책상 위, 빼곡하게 답변을 적은 노트, 그리고 커피 한잔. 마치 무대 오르기 전 모든 준비가 끝난 배우처럼 다부진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장애여성공감 활동가이자 극단 춤추는허리 배우 김상미·조화영의 인연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발달장애여성 모임 ‘일곱빛깔무지개합창단’에서의 첫 만남은 김상미에게는 “당황스러운”, 조화영에게는 “반짝반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둘은 무대 안팎에서 건강한 긴장을 유지하며 함께 작업하는 동료이자,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친구, 서로를 돌보는 가족 같은 사이가 되었다. 존중과 애정이 듬뿍 담긴, 생생한 표정과 대사로 한 편의 연극처럼 들려준 그녀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 조화영 배우와 김상미 배우가 2인용 소파에 나란히 앉아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웃고 있다.

왼쪽부터 조화영 배우, 김상미 배우

두 분이 처음 만난 때는 언제인가요? 서로 첫인상은 어땠나요?

조화영 2014년에 장애여성공감 ‘일곱빛깔무지개합창단’에 들어왔어요.

김상미 저는 2003년에 장애여성공감에 왔어요.

조화영 우리는 2014년에 ‘일곱빛깔무지개합창단’(이하 합창단)에서 만났어요. 발달장애여성들의 자조 모임이에요. 노래도 부르고 하는. 처음 합창단에서 만났을 때 상미 님이 가장 눈에 띄었는데, 다이아몬드처럼 반짝반짝한 걸 하고 있었어요. 귀걸이도 하고 목걸이도 하고. 저도 반짝반짝한 거 좋아해서 눈에 확 띄었던 것 같아요. 친해지려고 다가가려고 했지만, 상미 님이 조금 거부(?)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약간 친해지기가 잘 안됐던 것 같아요.

김상미 처음 (만난 날) 말을 시켜서 당황했어요. 그런데 다음날 만났을 때 나도 모르게 말하고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된 것 같아요.

같이 활동하는 배우, 동료로 더 친해지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혹시 서로 부르는 호칭이나 별명이 있나요?

조화영 저의 별명은 ‘쪽파’에요. 어떻게 부를지 활동가들과 이야기하다가 조화영, 쪼화영…. 부르다가 쪽파가 별명이 되었어요.

김상미 저는 빨간색을 좋아해서 제가 ‘빨강’이라고 지었어요.

조화영 특수학교에 다닐 때 연극동아리에서 처음 연극 활동을 했고, 배우가 되어서 공연도 했어요. 2014년에 합창단 단원으로 들어와서 처음으로 춤추는허리 공연 〈이사〉를 보러 갔는데, 보고 막 울었어요. 나도 연극 했었는데, 나도 여기 들어가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상상을 해봤어요. 그래서 활동가님에게 말해서 춤추는허리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연극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그렇게 배우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상미 님도 배우 활동하고 싶다고 저에게 이야기했죠. 그래서 코난 연출님과 상의해보면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 주었어요.

김상미 말은 잘하지 못하지만, 무대에 서서 말하지 못했던 기분을 얘기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춤추는허리 배우를 하고 싶었어요. 또 화영 님이 무대에서 배우 하는 게 멋있었어요. 그래서 화영 님에게 이야기했어요.

조화영 춤추는허리는 중증장애여성 그룹이었고 발달장애여성이 들어와서 같이 하는 게 쉽지가 않거든요. 그런데 제가 들어가서 하게 되었고, 상미 님이 하고 싶다고 해서, 그냥 물어보지 말고 저처럼 조르면서 여쭤보라고 했어요. 그렇게 발달장애여성 배우가 두 명이 된 거죠. 상미 님이 춤추는허리에 들어왔을 때 조금은… 솔직히 말하면, 질투 반 걱정 반 그리고 거리감이 있었어요. 다른 배우님들이 저에게 “화영 님 혼자만 돋보이려 하지 말고 다 같이 돋보이게 하라”고 조언을 해주었는데도 저만 돋보이게 했어요. (웃음) 그래서 처음에는 거리감을 두었어요. 그런데 같이 연습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친하게 되었어요.

김상미 처음 들어와서는 어색했는데 화영 님이 있어서 든든했고 마음이 편했어요. 그래서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화영 님은 이미 다른 배우들과 친하고, 연기도 잘해서 질투가 났지만 ‘싸우지 말자’ 생각했어요.

연극 활동을 할 때 의견이 달라 다투거나 서먹했던 경험 또는 도움을 받았던 경험이 있었나요?

조화영 신마다 각자 역할이 있어서 연습하는데, 제가 연기를 제대로 못 해서 계속 반복됐어요. 상미 님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가 화가 나서 밖으로 나가버렸어요. 다른 배우님들이 말로 풀자고 해서 이야기 나누고 연습을 이어갔죠. 쉬는 시간에 상미 님(기분)을 풀어줬어요. “이따 다시 연습할 때는 제가 잘해볼게요. 배우님 연습하는 거에 맞춰서 잘하도록 노력해 볼게요.”

김상미 화영 님이 얘기 안 하고 삐지면, 화났다고 표를 내면 제가 눈치 봐요. ‘말 시키면 안 되겠다’ 피해요. (웃음)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만나면 (웃으면서) “안녕. 열심히 하자. 파이팅!” 해요.

조화영 상미 님은 연습할 때 안됐던 점, 몸짓이나 대사를 틀리거나 까먹을 때를 잘 보시거든요. 그래서 연습 끝나고 오늘 어땠는지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에 그거를 콕(!) 짚어서 얘기를 해줘요. 사실 상미 님의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계속 뚱해서 연습할 때 지장이 있어요. 다음 날이면 눈 녹듯이 사라지다가도 제가 얼굴이 잘 바뀌어서 다른 배우님들도 힘들어해요. 잘 안되면 연습하다가 이탈해서 힘들어해요.

김상미 화영 님이 다운될 때가 많아서 삐지면 말을 안 하고 표정이 달라져요. (조화영 배우가 울그락불그락한 얼굴을 해 보인다) 이렇게.

조화영 도와줬던 때는, 공연할 때 상미 님이 모자 소품이 있었는데 그걸 빠뜨리고 (무대에) 나가서 제가 무대에 밀어 넣어 줬어요.

김상미 그때 감사했어요. 싸우진 않지만, 화영님이 삐진 적이 있어요. 떡볶이 때문에. 건강 걱정 안 하게 너무 많이 먹지 말라고 이야기했는데 삐졌어요.

조화영 연습 끝나고 상미 님이 저에게 물었어요. 왜 연습 제대로 안 하냐고. 다음에는 뚱하지 말고, 화내지 말고 잘해보자고 이야기해줬어요.

김상미 잔소리(를 하죠).

조화영 그럼 전 또 얌전히 있다가 얼굴이 바뀌어서 나타나죠. 그럼 배우님들이 더 힘들어해요. 속으로 불안해하죠.

  • 정색한 표정으로, 웃는 표정으로 이야기 나누고 있는 조화영 배우와 김상미 배우
  • 정색한 표정으로, 웃는 표정으로 이야기 나누고 있는 조화영 배우와 김상미 배우
  • 정색한 표정으로, 웃는 표정으로 이야기 나누고 있는 조화영 배우와 김상미 배우
  • 정색한 표정으로, 웃는 표정으로 이야기 나누고 있는 조화영 배우와 김상미 배우

두 분은 얼마나 자주 만나나요? 함께 했던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조화영 화요일만 빼고 월수목금 봐요. 화요일에도 모임이 있으면 월화수목금.

김상미 (공연은 배우님들과) 같이 가요.

조화영 공연을 보러 갈 때 상미 님이 멀찌감치 뒤에서 오거든요. 저는 다른 배우님들과 같이 가고 있는데 뒤에 혼자 있을 때 제가 “상미 님도 얼른 와요. 같이 걸어가요.” 말할 때가 많아요.

김상미 그럼 저도 열심히 따라가요.

조화영 서로 챙겨주는 것 같아요. 저는 (상미 님을) 조금 챙겨주고, 오히려 상미 님이 (저를) 조금 더 챙겨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배우님들이 (상미 님에게) “화영 님만 챙기지 말고 저희도 챙겨요” 해요. 질투는 아니지만 모두 챙겨줬으면 하고 바라죠.

김상미 저는 걸음을 천천히 걸어서 (화영 님이) 저를 많이 챙겨줘요. 그래서 저도 화영 님을 더 많이 챙겨요.

조화영 모임이나 연습이 없을 때 밖에서 만나요. 상미 님이 먼저 카톡을 해서 약속 잡고 놀거나 아니면 찜질방 가거나. 처음 찜질방 갔을 때는 저하고 상미 님하고 회원 한 분 이렇게 셋이 갔어요. 또 시간이 흐르고 나서 단둘이 만나서 갔어요. 그다음에 (상미 님) 집에 초대받아서 가서 놀고. 상미 님이 드리마 <동이>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동이> 같이 보고, 뭐 먹고. 또 춤추는허리 휴가가 있어서 휴가를 상미 님 집으로 갔어요. 춤추는허리에서 건강한 음식, 건강한 간식을 먹자고 했는데, 우리는 몰래 건강 안 한 음식을 먹고. 그게 들통나서 미진 님이 깜짝 놀라고. (웃음)

김상미 치즈떡볶이, 순대, 튀김 그리고 음료수.

조화영 그리고 또 있잖아요, (흐흐흐) 짜장면. 처음 찜질방 가기 전에 ‘배우님들이랑 한 번 가볼까?’ 하고 우리 둘이 미진 님에게 물어봤는데 “저는 안될 것 같아요. 제 몸은 소중해요. 그리고 다리가 불편해서 미끄러워서 안 되요. 두 분이 알아서 가면 좋을 것 같아요.” 거절당했어요. 지원 님도 물어봤지만 거절당했고, 혜미 님도 물어봤지만 거절당했고. 그래서 다른 회원님 중 한 명에게 물어봐서 같이 갔어요. 발달장애랑 지체장애는 다른 것 같아요. 지체장애인은 휠체어 타거나 보조기구 하시는 분도 있고 한데, 목욕탕 가면 미끄럽고 돌도 있고, 턱도 있고, 안전장치도 없다 보니까 같이 목욕탕 가는 게 쉽지가 않아요.

(두 배우는 장애여성공감이 위치한 건물 지하에 있는 찜질방에 다녀왔다.)

김상미 처음에는 갈까 말까 했는데, 내가 먼저 얘기해 봤어요. “찜질방 갈래?” 그랬더니 “좋아!” (처음에는) 셋이서 갔어요. 재밌었어요. 얼음방.

조화영 덧붙이면, 셋이 갔을 때는 수건으로 양머리를 만들어서 쓰고, 둘이 갔을 때는 사우나 옷 입고 올라와서 “우리 사우나하고 올게요” 그랬더니, 활동가님들이 “부끄러운 것 없군요. 우리 지체장애여성은 부끄러움이 많거든요”라고 했어요. 올라와서 막 자랑했어요. (웃음)

연습, 모임 등 거의 매일 만나고 주말에도 함께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도 서로 보고 싶을 때가 있나요?

조화영 공감 활동이 없을 때나 활동 끝나고 난 후에 보고 싶을 때가 있어요. 가족이 모두 볼일 보러 나가고 집에 혼자 있을 때 TV 보면, 친구 또는 직장 동료가 TV 프로그램에 막 나와요. 그걸 보면 “상미 님 뭐 하고 있을까? 나도 밖에 나가서 상미 님이랑 놀고 산책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보고 싶을 때가 있어요.

김상미 심심할 때나 청소할 때, 밥 먹을 때, 잠잘 때 궁금해서 전화하고 싶은데 “낮에 해보자”. 밤에는 연락 안 하고 아침이나 점심때 (연락해요).

조화영 공감에서 같이 점심을 먹으니까. 아침, 저녁, 밤 이렇게 상미 님이 먼저 전화해요. 뭐하냐고. “우리 집에서 하룻밤 잘래?” 초대해요.

배우로, 활동가로 만날 때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좋은 친구인 것 같아요. 서로 멋있어 보일 때가 있다면 언제인가요?

김상미 제 이야기를 들어줄 때. 끝까지 다 들어줘요.

조화영 퍼포먼스 할 때. 상미 님이 적극적으로 할 때가 있어요. 저는 퍼포먼스 잘하려고 노력하지만 잘 못 맞춰요. 상미 님이 몸짓 표현을 잘할 때 제일 멋있어 보여요.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고.

서로를 한 단어로 소개한다면 뭐라고 말할 수 있나요?

김상미 화영 님은 좋은 동료, 동생. 저는 남동생이 있지만, 여동생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조화영 저를 멀리서 지켜주는, 때로는 언니처럼 동료처럼.

진짜 동료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화영 서로 눈을 바라봐야 하고. 동료가 어떤 행동을 하든지 어떤 몸짓을 하든지 그 길을 따라가야 하는, 그게 동료인 것 같아요.

김상미 존중, 동생, 친구. 케어하고, 서로 좋지 않은 부분이 있더라도 친동생처럼. 하지만 공감에서는 동료. 사이좋게 활동하고 존중해요.

서로에게 응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조화영 상미 님이 공감에서 더 많은 활동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상미 의논하고, 건강 챙기고, 활동 열심히, 화이팅!

  • 조화영 배우가 고개를 들어 무언가 외치고 있다.
  • 김상미 배우가 고개를 숙이고 깊이 생각하는 모습
  • 두 배우가 무대에 있다. 조화영 배우는 한 손에 마이크를 들고 있고, 휠체어를 탄 배우는 깃발을 들고 있다. “낙태죄를 폐지하라”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라”라고 쓰여 있다.
  • 왼손에 꽃다발을 든 김상미 배우가 창문 모양의 사각형 나무틀에서 밖을 바라보고 서 있다. 나무틀 왼쪽 상단에는 “KTX 강릉행”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 공연 <빛나는>

김상미

극단 춤추는허리 배우. 2010년부터 현재까지 일곱빛깔무지개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극 <빛나는> <폭풍공감> <불만폭주라디오> 출연, <관객연습: 사람이 하는 일> 공동제작 및 출연, 2018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마침, 좋은 삶> 전시 및 퍼포먼스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2019 문화·여성주의·기획-문화다움 기획상131’을 수상했다. 최근 자립해 소소한 일상을 꾸려가는 중이며, 사람들과 추억할 수 있는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조화영

극단 춤추는허리 배우. 연극 <거북이 라디오 3> <불만폭주 라디오> <빛나는> 출연, <관객연습: 사람이 하는 일> 공동제작 및 출연, 2018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마침, 좋은 삶> 전시 및 퍼포먼스, <같이 있는 가치> 퍼포먼스, 웹독백극 <춤추는 혼잣말>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장애인 인권교육, 활동보조인 보수교육 등 교육연극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2019 문화·여성주의·기획-문화다움 기획상131’ 수상, 제58회 동아연극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연극과 무대를 사랑하며, 사람들과 새로운 모임을 해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

진행·정리. 주소진 프로젝트 궁리 기획자 funkyiju@naver.com
사진. 이재범 POV스튜디오 andy45@naver.com
자료 사진 제공.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

2023년 9월 (45호)

상세내용

이슈

서로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고 다른 세계를 일깨우는 예술가 친구는 어떻게 만나게 될까? 일로 만난 사이를 넘어 예술과 삶을 나누는 관계는 어떻게 이뤄질까? 예술활동에 영향을 주고받는 동료이자 친구 간에 일어나는 창작의 ‘케미’와 갈등,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보자.

김진주 작가×창파 아트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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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람 배우×전박찬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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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미 배우×조화영 배우

책상 위, 빼곡하게 답변을 적은 노트, 그리고 커피 한잔. 마치 무대 오르기 전 모든 준비가 끝난 배우처럼 다부진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장애여성공감 활동가이자 극단 춤추는허리 배우 김상미·조화영의 인연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발달장애여성 모임 ‘일곱빛깔무지개합창단’에서의 첫 만남은 김상미에게는 “당황스러운”, 조화영에게는 “반짝반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둘은 무대 안팎에서 건강한 긴장을 유지하며 함께 작업하는 동료이자,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친구, 서로를 돌보는 가족 같은 사이가 되었다. 존중과 애정이 듬뿍 담긴, 생생한 표정과 대사로 한 편의 연극처럼 들려준 그녀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 조화영 배우와 김상미 배우가 2인용 소파에 나란히 앉아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웃고 있다.

왼쪽부터 조화영 배우, 김상미 배우

두 분이 처음 만난 때는 언제인가요? 서로 첫인상은 어땠나요?

조화영 2014년에 장애여성공감 ‘일곱빛깔무지개합창단’에 들어왔어요.

김상미 저는 2003년에 장애여성공감에 왔어요.

조화영 우리는 2014년에 ‘일곱빛깔무지개합창단’(이하 합창단)에서 만났어요. 발달장애여성들의 자조 모임이에요. 노래도 부르고 하는. 처음 합창단에서 만났을 때 상미 님이 가장 눈에 띄었는데, 다이아몬드처럼 반짝반짝한 걸 하고 있었어요. 귀걸이도 하고 목걸이도 하고. 저도 반짝반짝한 거 좋아해서 눈에 확 띄었던 것 같아요. 친해지려고 다가가려고 했지만, 상미 님이 조금 거부(?)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약간 친해지기가 잘 안됐던 것 같아요.

김상미 처음 (만난 날) 말을 시켜서 당황했어요. 그런데 다음날 만났을 때 나도 모르게 말하고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된 것 같아요.

같이 활동하는 배우, 동료로 더 친해지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혹시 서로 부르는 호칭이나 별명이 있나요?

조화영 저의 별명은 ‘쪽파’에요. 어떻게 부를지 활동가들과 이야기하다가 조화영, 쪼화영…. 부르다가 쪽파가 별명이 되었어요.

김상미 저는 빨간색을 좋아해서 제가 ‘빨강’이라고 지었어요.

조화영 특수학교에 다닐 때 연극동아리에서 처음 연극 활동을 했고, 배우가 되어서 공연도 했어요. 2014년에 합창단 단원으로 들어와서 처음으로 춤추는허리 공연 〈이사〉를 보러 갔는데, 보고 막 울었어요. 나도 연극 했었는데, 나도 여기 들어가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상상을 해봤어요. 그래서 활동가님에게 말해서 춤추는허리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연극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그렇게 배우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상미 님도 배우 활동하고 싶다고 저에게 이야기했죠. 그래서 코난 연출님과 상의해보면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 주었어요.

김상미 말은 잘하지 못하지만, 무대에 서서 말하지 못했던 기분을 얘기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춤추는허리 배우를 하고 싶었어요. 또 화영 님이 무대에서 배우 하는 게 멋있었어요. 그래서 화영 님에게 이야기했어요.

조화영 춤추는허리는 중증장애여성 그룹이었고 발달장애여성이 들어와서 같이 하는 게 쉽지가 않거든요. 그런데 제가 들어가서 하게 되었고, 상미 님이 하고 싶다고 해서, 그냥 물어보지 말고 저처럼 조르면서 여쭤보라고 했어요. 그렇게 발달장애여성 배우가 두 명이 된 거죠. 상미 님이 춤추는허리에 들어왔을 때 조금은… 솔직히 말하면, 질투 반 걱정 반 그리고 거리감이 있었어요. 다른 배우님들이 저에게 “화영 님 혼자만 돋보이려 하지 말고 다 같이 돋보이게 하라”고 조언을 해주었는데도 저만 돋보이게 했어요. (웃음) 그래서 처음에는 거리감을 두었어요. 그런데 같이 연습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친하게 되었어요.

김상미 처음 들어와서는 어색했는데 화영 님이 있어서 든든했고 마음이 편했어요. 그래서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화영 님은 이미 다른 배우들과 친하고, 연기도 잘해서 질투가 났지만 ‘싸우지 말자’ 생각했어요.

연극 활동을 할 때 의견이 달라 다투거나 서먹했던 경험 또는 도움을 받았던 경험이 있었나요?

조화영 신마다 각자 역할이 있어서 연습하는데, 제가 연기를 제대로 못 해서 계속 반복됐어요. 상미 님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가 화가 나서 밖으로 나가버렸어요. 다른 배우님들이 말로 풀자고 해서 이야기 나누고 연습을 이어갔죠. 쉬는 시간에 상미 님(기분)을 풀어줬어요. “이따 다시 연습할 때는 제가 잘해볼게요. 배우님 연습하는 거에 맞춰서 잘하도록 노력해 볼게요.”

김상미 화영 님이 얘기 안 하고 삐지면, 화났다고 표를 내면 제가 눈치 봐요. ‘말 시키면 안 되겠다’ 피해요. (웃음)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만나면 (웃으면서) “안녕. 열심히 하자. 파이팅!” 해요.

조화영 상미 님은 연습할 때 안됐던 점, 몸짓이나 대사를 틀리거나 까먹을 때를 잘 보시거든요. 그래서 연습 끝나고 오늘 어땠는지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에 그거를 콕(!) 짚어서 얘기를 해줘요. 사실 상미 님의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계속 뚱해서 연습할 때 지장이 있어요. 다음 날이면 눈 녹듯이 사라지다가도 제가 얼굴이 잘 바뀌어서 다른 배우님들도 힘들어해요. 잘 안되면 연습하다가 이탈해서 힘들어해요.

김상미 화영 님이 다운될 때가 많아서 삐지면 말을 안 하고 표정이 달라져요. (조화영 배우가 울그락불그락한 얼굴을 해 보인다) 이렇게.

조화영 도와줬던 때는, 공연할 때 상미 님이 모자 소품이 있었는데 그걸 빠뜨리고 (무대에) 나가서 제가 무대에 밀어 넣어 줬어요.

김상미 그때 감사했어요. 싸우진 않지만, 화영님이 삐진 적이 있어요. 떡볶이 때문에. 건강 걱정 안 하게 너무 많이 먹지 말라고 이야기했는데 삐졌어요.

조화영 연습 끝나고 상미 님이 저에게 물었어요. 왜 연습 제대로 안 하냐고. 다음에는 뚱하지 말고, 화내지 말고 잘해보자고 이야기해줬어요.

김상미 잔소리(를 하죠).

조화영 그럼 전 또 얌전히 있다가 얼굴이 바뀌어서 나타나죠. 그럼 배우님들이 더 힘들어해요. 속으로 불안해하죠.

  • 정색한 표정으로, 웃는 표정으로 이야기 나누고 있는 조화영 배우와 김상미 배우
  • 정색한 표정으로, 웃는 표정으로 이야기 나누고 있는 조화영 배우와 김상미 배우
  • 정색한 표정으로, 웃는 표정으로 이야기 나누고 있는 조화영 배우와 김상미 배우
  • 정색한 표정으로, 웃는 표정으로 이야기 나누고 있는 조화영 배우와 김상미 배우

두 분은 얼마나 자주 만나나요? 함께 했던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조화영 화요일만 빼고 월수목금 봐요. 화요일에도 모임이 있으면 월화수목금.

김상미 (공연은 배우님들과) 같이 가요.

조화영 공연을 보러 갈 때 상미 님이 멀찌감치 뒤에서 오거든요. 저는 다른 배우님들과 같이 가고 있는데 뒤에 혼자 있을 때 제가 “상미 님도 얼른 와요. 같이 걸어가요.” 말할 때가 많아요.

김상미 그럼 저도 열심히 따라가요.

조화영 서로 챙겨주는 것 같아요. 저는 (상미 님을) 조금 챙겨주고, 오히려 상미 님이 (저를) 조금 더 챙겨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배우님들이 (상미 님에게) “화영 님만 챙기지 말고 저희도 챙겨요” 해요. 질투는 아니지만 모두 챙겨줬으면 하고 바라죠.

김상미 저는 걸음을 천천히 걸어서 (화영 님이) 저를 많이 챙겨줘요. 그래서 저도 화영 님을 더 많이 챙겨요.

조화영 모임이나 연습이 없을 때 밖에서 만나요. 상미 님이 먼저 카톡을 해서 약속 잡고 놀거나 아니면 찜질방 가거나. 처음 찜질방 갔을 때는 저하고 상미 님하고 회원 한 분 이렇게 셋이 갔어요. 또 시간이 흐르고 나서 단둘이 만나서 갔어요. 그다음에 (상미 님) 집에 초대받아서 가서 놀고. 상미 님이 드리마 <동이>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동이> 같이 보고, 뭐 먹고. 또 춤추는허리 휴가가 있어서 휴가를 상미 님 집으로 갔어요. 춤추는허리에서 건강한 음식, 건강한 간식을 먹자고 했는데, 우리는 몰래 건강 안 한 음식을 먹고. 그게 들통나서 미진 님이 깜짝 놀라고. (웃음)

김상미 치즈떡볶이, 순대, 튀김 그리고 음료수.

조화영 그리고 또 있잖아요, (흐흐흐) 짜장면. 처음 찜질방 가기 전에 ‘배우님들이랑 한 번 가볼까?’ 하고 우리 둘이 미진 님에게 물어봤는데 “저는 안될 것 같아요. 제 몸은 소중해요. 그리고 다리가 불편해서 미끄러워서 안 되요. 두 분이 알아서 가면 좋을 것 같아요.” 거절당했어요. 지원 님도 물어봤지만 거절당했고, 혜미 님도 물어봤지만 거절당했고. 그래서 다른 회원님 중 한 명에게 물어봐서 같이 갔어요. 발달장애랑 지체장애는 다른 것 같아요. 지체장애인은 휠체어 타거나 보조기구 하시는 분도 있고 한데, 목욕탕 가면 미끄럽고 돌도 있고, 턱도 있고, 안전장치도 없다 보니까 같이 목욕탕 가는 게 쉽지가 않아요.

(두 배우는 장애여성공감이 위치한 건물 지하에 있는 찜질방에 다녀왔다.)

김상미 처음에는 갈까 말까 했는데, 내가 먼저 얘기해 봤어요. “찜질방 갈래?” 그랬더니 “좋아!” (처음에는) 셋이서 갔어요. 재밌었어요. 얼음방.

조화영 덧붙이면, 셋이 갔을 때는 수건으로 양머리를 만들어서 쓰고, 둘이 갔을 때는 사우나 옷 입고 올라와서 “우리 사우나하고 올게요” 그랬더니, 활동가님들이 “부끄러운 것 없군요. 우리 지체장애여성은 부끄러움이 많거든요”라고 했어요. 올라와서 막 자랑했어요. (웃음)

연습, 모임 등 거의 매일 만나고 주말에도 함께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도 서로 보고 싶을 때가 있나요?

조화영 공감 활동이 없을 때나 활동 끝나고 난 후에 보고 싶을 때가 있어요. 가족이 모두 볼일 보러 나가고 집에 혼자 있을 때 TV 보면, 친구 또는 직장 동료가 TV 프로그램에 막 나와요. 그걸 보면 “상미 님 뭐 하고 있을까? 나도 밖에 나가서 상미 님이랑 놀고 산책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보고 싶을 때가 있어요.

김상미 심심할 때나 청소할 때, 밥 먹을 때, 잠잘 때 궁금해서 전화하고 싶은데 “낮에 해보자”. 밤에는 연락 안 하고 아침이나 점심때 (연락해요).

조화영 공감에서 같이 점심을 먹으니까. 아침, 저녁, 밤 이렇게 상미 님이 먼저 전화해요. 뭐하냐고. “우리 집에서 하룻밤 잘래?” 초대해요.

배우로, 활동가로 만날 때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좋은 친구인 것 같아요. 서로 멋있어 보일 때가 있다면 언제인가요?

김상미 제 이야기를 들어줄 때. 끝까지 다 들어줘요.

조화영 퍼포먼스 할 때. 상미 님이 적극적으로 할 때가 있어요. 저는 퍼포먼스 잘하려고 노력하지만 잘 못 맞춰요. 상미 님이 몸짓 표현을 잘할 때 제일 멋있어 보여요.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고.

서로를 한 단어로 소개한다면 뭐라고 말할 수 있나요?

김상미 화영 님은 좋은 동료, 동생. 저는 남동생이 있지만, 여동생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조화영 저를 멀리서 지켜주는, 때로는 언니처럼 동료처럼.

진짜 동료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화영 서로 눈을 바라봐야 하고. 동료가 어떤 행동을 하든지 어떤 몸짓을 하든지 그 길을 따라가야 하는, 그게 동료인 것 같아요.

김상미 존중, 동생, 친구. 케어하고, 서로 좋지 않은 부분이 있더라도 친동생처럼. 하지만 공감에서는 동료. 사이좋게 활동하고 존중해요.

서로에게 응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조화영 상미 님이 공감에서 더 많은 활동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상미 의논하고, 건강 챙기고, 활동 열심히, 화이팅!

  • 조화영 배우가 고개를 들어 무언가 외치고 있다.
  • 김상미 배우가 고개를 숙이고 깊이 생각하는 모습
  • 두 배우가 무대에 있다. 조화영 배우는 한 손에 마이크를 들고 있고, 휠체어를 탄 배우는 깃발을 들고 있다. “낙태죄를 폐지하라”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라”라고 쓰여 있다.
  • 왼손에 꽃다발을 든 김상미 배우가 창문 모양의 사각형 나무틀에서 밖을 바라보고 서 있다. 나무틀 왼쪽 상단에는 “KTX 강릉행”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 공연 <빛나는>

김상미

극단 춤추는허리 배우. 2010년부터 현재까지 일곱빛깔무지개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극 <빛나는> <폭풍공감> <불만폭주라디오> 출연, <관객연습: 사람이 하는 일> 공동제작 및 출연, 2018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마침, 좋은 삶> 전시 및 퍼포먼스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2019 문화·여성주의·기획-문화다움 기획상131’을 수상했다. 최근 자립해 소소한 일상을 꾸려가는 중이며, 사람들과 추억할 수 있는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조화영

극단 춤추는허리 배우. 연극 <거북이 라디오 3> <불만폭주 라디오> <빛나는> 출연, <관객연습: 사람이 하는 일> 공동제작 및 출연, 2018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마침, 좋은 삶> 전시 및 퍼포먼스, <같이 있는 가치> 퍼포먼스, 웹독백극 <춤추는 혼잣말>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장애인 인권교육, 활동보조인 보수교육 등 교육연극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2019 문화·여성주의·기획-문화다움 기획상131’ 수상, 제58회 동아연극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연극과 무대를 사랑하며, 사람들과 새로운 모임을 해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

진행·정리. 주소진 프로젝트 궁리 기획자 funkyiju@naver.com
사진. 이재범 POV스튜디오 andy45@naver.com
자료 사진 제공.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

2023년 9월 (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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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6 18: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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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이 함께 서로 예술적 영감을 주고 받으시면서 이렇게 좋은 친구로 힘이 되어 주는 것이 보기 흐뭇해집니다! 눈빛만 보아도 마음을 읽는 진짜 동료로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멋진 활동 이어나가시기를 응원합니다:)

2023-08-25 14: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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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정한 동료이자 친구가 있다는 게 너무 부럽습니다. 서로에게 해주신 말씀처럼, 건강 챙기고 더 많이 활발하게 활동하시면 좋겠습니다! 아자아자 화이팅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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