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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모두예술극장 <야호야호 Echoing Dance> 집담회 우린 준비 됐어. 자, 우리의 세계로 가자

  • 김재리・이은민・정소영・이희원 
  • 등록일 2026-01-21
  • 조회수 66

인터뷰

〈야호야호 Echoing Dance〉는 신경다양성 어린이 관객을 위한 무용 공연 형식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확장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된 공연으로, 신경다양성 어린이들이 어려움을 겪는 언어적·교육적 소통 수단 대신 신체・사운드・이미지 등 비언어적 감각 요소를 공연의 언어로 사용한다. 기존 언어 중심의 공연 문법에서 벗어나 신체와 감각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형태의 이 공연을 창작자, 학부모, 교사가 모여 다양한 관점에서 읽고 의미와 가능성을 나눈다.

개요

  • 일시2025년 12월 15일 오전 10시

  • 장소가재울초등학교 수업지원실

참석자
좌장.
이희원 문화예술교육가, 이음온라인 기획위원
패널.
김재리 연출
이은민 학부모
정소영 가재울초등학교 교사
  • 네 사람이 가까이 모여 밝게 미소지으며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이들 뒤로 짙은 회색으로 칠해진 벽 중앙에는 영문으로 ‘GAJAEUL’이라고 쓰여 있고, 벽을 따라 리코더, 차임벨 등 악기와 교구들이 놓여 있다.

    왼쪽부터 이희원 기획위원, 이은민 학부모, 정소영 교사, 김재리 연출

감각적인 놀이와 관계 맺기 방식의 실험

이희원오늘은 각자의 위치에서 〈야호야호〉가 어떤 울림이 있었는지 나누고, 다시 그 메아리를 내보내는 이야기 자리가 될 것 같다. 우리가 모인 이 장소도 이전 워크숍과는 다른 이야기를 끌어낼 것 같다. 먼저 어떻게 〈야호야호〉와 연결되었는지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저는 발달장애가 있는 둘째 아이가 말은 안 하는데 자꾸 뭔가 만들고 그리려는 것을 관찰하면서 장애예술을 만나게 되었다. 제 아이는 이미 중학생이어서 이 공연에 참여할 수는 없었지만, 저는 매개 ‘당한’ 사람으로서 열심히 덕질했다.

김재리저는 〈야호야호〉 연출을 맡았다. 〈야호야호〉는 모두예술극장에서 어린이 대상, 그중에서도 발달장애나 신경다양성 관점에서 무용 공연을 제작하고 싶다고 먼저 제안해 주었다. 신경다양성으로 불리는 어린이들은 자기만의 소통 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무용이라는 장르가 몸짓이나 감각, 감정을 통해 소통하는 매체로 적당하다고 보았고, 저 역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미 형식화된 춤 공연은 무용수는 어떠해야 하고 관객은 어떤 상태로 만나야 한다고 하고, 특히 동시대 춤에서 요구하는 이슈들은 규범화되어 있다. 정형화된 것에서 벗어나 다른 관점과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예술가의 상상이 필요하다. 이 작업을 통해 다양성, 다른 방식의 사고와 소통 가능성 등을 배워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장애예술의 카테고리 안에서 창작한다는 관점보다는, 춤에 관한 질문이나 우리의 예술적 상상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누구를 포함하고 포용할 수 있을지, 이 범위의 제한은 어디까지일지 같은, 예술가로서의 질문이 첫 번째였던 것 같다.

이은민저는 발달장애가 있는 첫째 아이, 장애가 없는 둘째 아이가 있다. 아이들과 함께 〈야호야호〉에 참여했는데, 오늘 〈야호야호〉를 통해 감동받은 이야기를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무용수분들이 “아이들은 우리의 선생님”이라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 대한 혐오의 말과 지적만 듣다가, 우리 아이의 존재에 관심 두고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며 같이 연결되자고 하고, 이 방식 자체가 충분히 가치 있다고 말해주었을 때 제 인식이 많이 깨졌다. 아이도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고, 장애가 있는 사람이 편하면 다 편한 거로 생각하며 저 스스로 당당해질 수 있었다.

김재리처음에는 장애나 장애예술을 잘 모른다고 생각해서 리서치를 많이 했다. 무용 치료나 신경다양성의 전문가들도 만나고 뇌과학 같은 분야와 장애예술에 관해 계속 공부했다. 그런데 어린이들을 만나고부터는 어느새 장애예술이라는 것을 아예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냥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그 안에서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는 거였다. 저희는 다양한 어린이를 만나는데, 만날 때마다 매번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고 다른 모습들을 보여줘서, 장애예술 하나로 묶어서 얘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장애예술은 이래야 해” “장애인과 만나려면 이래야 해”와 같은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체득하고 난 다음부터는 좀 더 자유가 생겼던 것 같다. 그런 자유로움 안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이도 하고 무용도 했다. 놀이 중심으로 가다 보니 어떤 게임 같은 상황이 일어나면 무용수가 아이들이랑 싸우기도 한다. (웃음) 참여형 공연, 무용놀이 이런 말들 이전에, 우리가 만났던 이 자유로운 방식이 공연이고 춤이었고, 아이들에게 무용수는 놀이를 지도하는 가이드였다. 이런 정체성도 불분명한 춤 속에서 자유로움이 생기고, 그게 공연 형식까지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은민저희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는 장애통합교육이 잘 되어 있는 어린이집에 다녔고, 같은 일반 학교에 보냈다. 아이들을 등하교시키다가 버스에 붙어있는 모두예술극장 개관 광고를 보고 팔로우하며 관심 두게 되었다. 둘째 아이가 종로 아이들극장에서 넌버벌 퍼포먼스 〈네네네〉를 보고 와서 너무 좋아했었다. 아이들이 소란스러웠지만 공연자들은 별로 당황해하지 않았고, 넌버벌 퍼포먼스여서 말을 거의 안 했는데, 이런 공연이라면 첫째 아이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모두예술극장에서 본 〈똑똑똑〉 공연도 모든 게 허용되었다. 수용받는 느낌이 들어 너무 좋았고, 기회만 되면 뭐든 해보려고 했다. 둘째 아이는 첫째와 함께 참여한 무용놀이 수업도 좋아했고 〈야호야호〉 공연도 좋아했다. 사실 비장애 형제자매는 장애가 있는 형제자매하고 놀고 소통하는 게 조금 어렵다. 그런데 오빠랑 〈야호야호〉에 같이 참여하면서 일체감도 느끼는 거다. 아까 김재리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좋은 프로그램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다 좋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두 아이가 존중받는 것처럼 느껴지고, 즐거워하고 발전해 가는 모습은 저한테 또 다른 발견이었다.

정소영저는 장애와 비장애,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의 구분 없이 그냥 ‘교육’을 잘하는 선생님이 아이들에게도 좋은 분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장애예술’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울림을 줄 수 있는 게 좋은 공연이 아닐까. 아이들의 특성, 개별 성향, 장애에만 몰입하다 보면 진도가 안 나가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어려운데, 이 공연은 이를 뛰어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희가 〈야호야호〉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모두예술극장에서 현장체험학습으로 오면 좋겠다고 전화가 온 거다. 2학기 때는 뭘 해볼지 얘기하던 차였다. 학교 이름 덕에 항상 맨 먼저 연락이 온다. (웃음) 올해 특히 1, 2학년 학생이 많았고, 이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는 어떤 모습일지 늘 궁금했는데, 이번 기회로 한번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 초대 공연도 있다고 알려줘 사전답사 겸 참석했는데, 결과적으로 선택하길 잘했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과 본공연도 보고, 이후 학교로 찾아가는 워크숍도 신청해서 참여했다.

이희원〈야호야호〉는 무용으로 놀이를 경험하는 공연이었다. 그 안에는 감각적인 리듬이 있었고 함께하며 관계를 경험하는 요소도 있었다. 사실 양육자에게는 아이들과의 놀이가 제일 어려운 과제다. 어떤 양육자는 자녀가 놀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기도 하고, 함께 놀 수 없다고도 했다. 그래서 결국 많은 아이가 놀이치료실에 간다. 〈야호야호〉에서의 놀이, 관계 맺기를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

김재리〈야호야호〉에서 놀이는 중심에 있는 활동이자 작품을 만들어내는 개념이다. 우리는 아이들을 “우리의 선생님”이라고 얘기하는데,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게 거의 놀이에 대한 거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공연은 대부분 놀이, 체험이 공연을 위한 유인책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저희도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했는데, 아이들의 놀이적 순간에 보이는 것들이 반짝였다. 아이들은 우리의 놀이 제안과 규칙을 그대로 유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얼음땡’ 놀이를 할 때 우리가 “얼음”이라고 외치면 아이가 “개미”라고 외치는 식이다. 놀이가 누군가에 의해서 계속 변하고 전환하는 거다. 아이들은 ‘얼음땡’ 놀이에 미련을 두지도 않는다. 미련을 갖는 건 어른들밖에 없다. 그리고 누군가가 어떤 매체에 관심을 보이면 그 매체 때문에 또 다른 놀이가 다시 시작되는데, 그 전환 속도가 엄청 빠르다. 그렇다고 그 놀이에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저마다 속도가 달라, 여기서는 이런 놀이로 시작하고 또 저기서는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혼자 할 수 있는 놀이를 한다. 놀이 안에서의 시간성, 규칙을 변화시키고, 어떤 규범이나 미련도 없다. 근육을 움직이고 숨을 쉬고 뛰며 살아가는 생기(vital)가 놀이가 변하는 타이밍에 올라온다. 우리는 그 리듬을 바라본다. 그래서 우리 공연은 고정될 수가 없는 게, 아이들이 어떤 제안을 하느냐에 따라서 방향과 맥락이 완전히 바뀐다. ‘놀이성’은 이 공연 안에서 개념적 장치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참여시키고 좀 더 주체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방식이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는 놀아보지 못한 데서 오는 게 많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과격한 놀이를 하다가 다치면 어쩌나, 싸우면 어쩌나, 뭐든 “오케이”라고 했을 때 안전상의 문제는 없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 보호하는 방식을 너무 잘 알고 있더라. 우리는 그 안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를 관찰하게 되었고, 예상하지 못한 순간이 계속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공연에 라이브 연주를 위한 마이크가 있었는데, 한 아이가 갑자기 마이크를 잡고 “안녕하세요. 관리사무소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공연에 내용이 생기는 거다. 그처럼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놀이한다기보다는, 아이들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보게 되는 것 같다.

환대하기, 함께 있기

이희원누군가는 신경다양성 아이들의 행동을 집중력 부족, 주의산만으로 표현하는데, 김재리 연출님은 놀이 규칙이 변하고 있는 거라고 해석하고 아이들의 움직임 변화를 예민하게 포착하셨다. 놀이에 모두가 참여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큰 규칙 역시 누구에게든지 좋지 않았을까. 다시 한번 춤이라는 예술이 유연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편, 교사나 양육자로서는 아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게 참 어렵잖나. 〈야호야호〉에서는 어떻게 아이들이 움직일 수 있었을까?

정소영아이 중에는 누가 해보라고 하지 않아도 즐기며 노는 법을 알지만, 조심스럽고 긴장과 불안이 높아 시작이 힘든 아이도 있다. 저희끼리는 “시동을 걸어줘야 한다”라고 표현한다. 공연팀에서 요청한 사전 조사서에도 장황하게, ‘이 아이는 어느 점이 걱정되고 이런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준비를 해서 갈 것’이라는 등의 내용을 써서 보냈다. 처음에 참관 갔을 때도 한 아이가 거의 마지막까지 공연에 들어오지 못하다가 끝나갈 무렵에 잠깐 들어왔고, 다른 아이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뛰어들어서 노는 모습들을 보며, 이 힘이 뭘까 생각이 깊어졌다. 대부분 자폐 혹은 신경장애 아동은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고 여긴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감각이 너무 많이 열려서 방어적으로 닫는 게 아닌지 생각할 때도 있다. 그런 아이는 일단 자기 스스로 준비되고 편안해져야 한다. 신뢰하는 누군가가 있어야 그 공간 안에서 편안해하고,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이 뭘 하는지를 살피면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긴장한다. 너무 많이 열려 있는 관심을 조절하기 위한 자기만의 치열한 싸움 중인 거다. 그 아이도 역시나 무용수들과 공간을 관찰하며 무섭지 않은 곳이라는 것에 편안함을 느끼며, 친구들이 노는 모습에 동화되어서 놀이에 들어갔고, 생각보다 잘 놀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각성하고 잠깐 살펴보고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의 기다림, 편안한 공간, 이런 모든 것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어떻게 해야 한다는 규칙은 없지만 잘 정돈된 상황에서 지낼 때, ‘함께 논다는 것’이 어떤 힘이 될지 저도 너무 궁금했다.

이은민저는 〈야호야호〉를 생각하면, 볼이 빨개지고 땀이 송골송골 맺혀서는, 끝날 때가 되면 더 놀자고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저는 올해 함께 논다는 것에 대해 강렬한 경험을 했다. 첫째와 둘째가 졸업한 장애통합 어린이집 다섯 가족이 놀러 갔는데, 첫째가 눈이 퉁퉁 붓고 눈가가 헐 정도로 울고 또 울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했던 게, 거기 있던 아이 중 아무도 첫째가 왜 우는지, 왜 힘들어하는지를 안 물어보는 거다. ‘쟤도 울 수 있어. 우리끼리 놀자. 있다가 괜찮아지면 같이 놀고’ 이런 식으로 하루 종일 보냈다. 그러다가 첫째가 진정하자 아이들이 같이 놀았다. 함께 논다는 건 꼭 같이 손잡고 뭔가를 하는 게 아니라, 공간에 같이 있으면 괜찮다는 것 같았다.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알아서 놀고 있을게. 네가 준비되면 같이 놀자’ 이런 건가 싶더라. 근데 〈야호야호〉에서도 똑같았다. ‘네가 준비 안 됐어? 오케이, 우리끼리 놀게. 재밌어 보이면 와도 돼. 싫어? 그럼 가도 돼’ 우리는 이렇게 같이 앉아 있는 게 ‘함께’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곁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 역시 ‘함께’였다. ‘함께’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좁았던 게 아닌가 생각했다. 둘째 아이도 긴장 상태가 풀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한 아이여서, 처음 무용놀이에 참여할 때 굉장히 긴장했다. 그러면서도 시작할 때까지 잘 기다렸다. 장애가 있든 없든, 아이들한테도 기다림이 필요했던 거다.

이희원기다림이 어린이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는 말씀을 두 분이 공통으로 해주셨다. 또한, 워크숍이나 공연을 통해서 짧더라도 반복적으로 경험했던 것도 아이들을 움직이게 만들지 않았을까. 제가 있는 커뮤니티 아이들도 참여했었는데,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2년 동안 저랑 눈도 마주친 적이 없고 천장을 주로 봤던 아이가 〈야호야호〉 공연 안에서는 무용수들에게 눈을 마주치자고 먼저 얼굴을 들이미는 거다. 약간의 배신감도 느꼈지만, (모두 웃음) 그 아이는 여기가 자기를 위한 장소이고 자기가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던 거다. 그 아이가 느낀 환대는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처음 기획했을 때 이런 면을 어떻게 고려했는지 궁금하다.

김재리저희는 ‘함께 놀기’가 아니라 ‘함께 있기’를 연습했다. 아이들이 반응하지 않아도 그 상태에서 우리가 어떻게 같이 있을지 계속 연습했다. 아이들은 눈을 마주치는 것이나 우리에게 표현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공간에 익숙해지는 것도 저마다 속도가 다르다. 그래서 저희는 천천히 다가가는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상태를 만들려고 계속 노력했다. 만남 혹은 눈 맞춤의 단계가 우리 공연의 단계이기도 하다. 그래서 공연을 시작하기 30분 전에는 웬만하면 터치하지 않고, 그냥 이 공간에 누가 있는지 탐색하고 서로 눈이 마주치면 인사하고, 조금 더 갈 수 있으면 하이 파이브를 시도한다. 근데 거의 안 해준다. (모두 웃음) 하이 파이브에 미련을 두지 않는 우리의 방법론이라면, 아이들이 자기 속도대로 나가게 하고, 그다음 단계에는 조금 더 놀이에 초대하는 방식으로 소품을 가운데 두고 약속을 잡는 거다. 직접 터치하지 않고 실 같은 오브제를 쓴다. 맨 마지막이 되어서야 드디어 손을 한 번 잡는다. 사실 우리 공연은 손을 잡고 끝나는 공연이다. 그래서 기다림을 견디는 방식의 환대가 굉장히 중요했다.
처음에는 아이들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다 따라다녔다. 1시간 동안 뛰는 아이들이 있으면 무용수들도 1시간 동안 뛰었다. 근데 그게 아이들이랑 같이 있는 건가, 그 아이에게 반응하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조금 더 반응하는 방식을 연습하고 시뮬레이션했다. 예를 들면, 아이가 계속 울거나 소리 지를 때, 옆에서 같이 우는 퍼포먼스를 만드는 게 좋을지, 아니면 동그랗게 모여 아이를 편안하게 해줄 벽이 되어줄 것인지, 큰소리를 낼지, 이게 다 선택지다. 아이들을 인식하고 같이 있으면서, 우리의 방식이든 너의 방식으로든 대화를 해보자는 거다. 이때 무용수들 역시 하나의 주체로서 아이와 동등하게 소통을 시작하는 방법을 발전시켜 갔다. 먼저 있었던 사람으로서 환대하는 방식들로부터 시작하면서,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이야기가 공연 내용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희원‘함께 놀자’라는 초대 자체가 일방적일 수 있고 굉장히 폭력적일 수 있다. 초대했지만 함께 있으면서 반응이 오기를 기다리는, 견디는 방식의 환대였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의 움직임에 반응한 것이 대화의 시도였다는 점에서, 비언어적인 대화, 춤으로 나눌 수 있는 움직임에 관한 대화 또한 예술이기에 가능했다고 생각된다.

정소영무용수분들이 잠깐 놀아주다가 빠져 있었던 장면이 떠올랐다. 저도 ‘환대’가 잘 어울리는 표현이라 생각했다. ‘환영’ ‘장애 친화적인 배리어프리’ ‘존중’ 등의 표현은 약간 비약적이긴 하지만, 너와 나는 다르고, 누군가 우위에 있는 사람이 타인을 배려한다고 느끼게 한다. 반면 환대는 상대에게 모든 좋은 걸 다 갖다 붙여서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의미라는 생각이 든다. 늘 하지 말라고 제지했던 행동들이 여기서는 소통의 매개가 되고 시작 버튼이 되는 게 신기하고 좋았다.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어서 참여형 무용 수업은 상상이 안 됐다. 그런데 몸짓, 움직임, 비언어적인 모든 게 무용이라는 생각이 들고, 아이들이 수용과 환대 속에서 하고 싶은 걸 충분히 하고 왔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은민저 역시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스태프나 무용수분들이 웃으며 맞이해주는 모습에서 ‘우린 널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 자, 우리의 세계로 가자’ 이런 느낌을 받았다. 그때는 그게 준비가 다 되어 있고 훈련된 분들이라 그렇다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는 너를 존중하고, 너와 같이 갈 거야’라는 마음이 다들 있으셔서 아이도 여기서는 편하게 해도 된다고 느꼈던 것 같다. 양육자는 공개수업 같은 데 가면 자기도 모르게 개입해야 하나 싶어 엉덩이가 들썩거리기도 한다. 그런데 〈야호야호〉에서는 아이가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편하게 있을 수 있고, 모두가 자기를 존중해 준다. 그래서 양육자인 저도 전혀 눈치보거나 긴장하지 않았다. 그게 아이가 느끼게 되는 환대가 아니었을까.

  • 이희원 기획위원

  • 정소영 교사

  • 김재리 연출

  • 이은민 학부모

부르면 응답한다

이희원연출님이 앞서 공연에 사용되었던 실이 ‘접촉의 단계적 설정’이었다고 말씀해 주셨다. 공연장 안에는 다양한 빛과 오브제가 있었다. 라이브 연주도 있었는데, 아이들의 음악을 에코잉하며 따라가고 있더라. 보통 예술 프로그램에서는 클래식 음악이나 차분한 음악, 자연의 소리처럼 이완을 위한 음악이 이끌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야호야호〉에서는 음악이 먼저 가지 않는 것에 깜짝 놀랐다. 큰소리를 지르다가도 “음악이 안 나와”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음악 소리를 다 듣고 있는 거다. 아주 작고 천천히 흘러가는 기타 한 대뿐이었지만, 분명히 그 소리가 영향을 주었을 거다.

김재리무용수의 움직임이나 음악의 전략이 같다. ‘콜 앤 리스폰스(call and response)’, 부르면 응답한다는 게 하나의 연출 방향이기도 하다. 항상 아이들이 먼저다. 아이들의 상황이 내 눈에 캡처되면 그때 반응하는 방식이다. 음악도 아이들이 뭔가를 제안해 주면, ‘아, 이렇게 놀고 싶구나’ 하면서 거기에 대한 응답으로 반응하는 거다. 때로는 상황에 맞게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 그 제안에 아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느냐에 따라 장면이 달라진다. 저는 이게 공연예술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미술작품의 경우 그 상태로 있어야 하잖나. 그런데 공연은 언제나 변동할 수 있고 환수할 수 있다.
이 공연에서는 연극적인 텍스트나 서사가 없고, 오브제도 설치되었다기보다는 아이들이 손을 대면 쉽게 바뀔 수 있는 것들이다. ‘의자인 줄 알았지? 사실은 미끄럼틀이야’ ‘이게 실인 줄 알았지? 사실은 그물이야. 너희를 다 묶을 거야’ 이런 방식으로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연약하고 취약한 오브제들이다. 아이들이 실을 잡고 뛰고 싶다고 하면 줄넘기가 만들어지고, 돌고 싶다고 하면 강강술래가 되는 거다.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우린 언제든지 무용수였다가, 가이드였다가, 꿔다 놓은 보릿자루도 된다. 계속 바뀔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게 라이브 아트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외부에서는 오브제가 너무 많아 보인다고 말하기도 한다. 춤을 보고 싶었다는 반응도 있다. 그런데 저희는 오브제를 단순히 소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언제나 어떤 조건으로서 있는 거고, 반응하지 않으면 무의미해도 상관없었다. 어떤 기호로 작동하는 것도 아니었다. 예를 들면, 빨간색은 에너지고 공은 우리의 화합이라는 식의 기호는 절대 작동할 수가 없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의 볼륨감과 음높이에 대한 신경다양적 음악을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어떤 것을 제안하고 제시하느냐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공연의 세팅이 부드럽고 유연하고 연약해야 언제든지 누구라도 초대할 수 있고, 어떤 반응이든 보일 수 있다. 그런 방식으로 모든 요소가 구성되었다.

이은민부드럽고 유연하고 연약해야 한다는 말이 와닿고 제 인식이 많이 깨지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게 우리 아이들이 가진 큰 특성 중 하나이고 단점으로 취급당했던 거였기 때문이다. 저는 아이들을 약간 푸시하고 훈련시키며, 하기 싫어도 시도해 보자고 강압하는 엄마였다. 이제는 유연하고 연약함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이 깊이 다가온다.

이희원공연이 사람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말씀을 들으니 연약하고 취약한 존재와 그 공연이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오기까지 수많은 선택의 과정이 있었을 것 같다.

김재리사실 재료는 다 아이들한테서 왔다. 워크숍을 몇십 회 하면서, 아이들과 만나면서 우리가 준비하고 의도했던 것들이 모두 다 바뀌었다. 처음에는 안전 염려증 때문에 매트를 깔았고, 세이프가드 등 안전장치도 많았다. 오자미, 동물 피규어 등 갖가지 물건으로 엄청난 놀이터를 만들어 놨다. 그런데 아이들은 정작 그것에는 관심을 안 보이고, 깔아놓은 사각형 매트 한가운데에 구멍을 내더니 그 매트 조각을 뜯어서 매트 놀이를 시작했다. 뜯어낸 공간 안으로 들어가서 몸을 맞추면서 움직이고 자기만의 공간을 만든 거다. 그렇게 공간이 바뀌는 걸 보면서, 가령 의자를 만들더라도 아이들이 바꿀 수 있고 흔들 수 있게 해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거다. 예술 하는 사람으로서 가끔 아이들의 창의력에 질투가 난다. 아이에게 제가 무용치료에서 배운 방법론으로 춤을 추도록 유도하지만, 아이는 별로 관심 두지 않다가 빈백을 끌고 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또 어떤 아이는 무대 밖에서 종이 찢기에만 열중했는데, 무용수들이 그 아이와 함께 종이를 찢어서 날리고 종이로 길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무대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 경험으로 무대 위에 구름 같은 종이 설치물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만들어낸 재료를 이용해 저희가 아는 지식으로 공연에서 사용할 수 있게 배치한 거고, 모든 소스는 아이들에게서 나온 거다. 이번에 워크숍을 하면서 너무 많아져서, 지금이라면 3시간짜리 공연도 만들 판이다. (모두 웃음)

이은민양육자들은 항상 위축돼 있고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마음이 있다. 공연에 참여한 첫째 아이 친구가 종이 찢기를 좋아하는데 두 번째 〈야호야호〉 공연 때 종이가 오브제로 나와서 짜릿했다.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아이들이 마이크에 대고 말할 때였다. 무용에서는 언어가 방해 요소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소리 내면서 즐거워하고, 그게 또 놀이가 되면서 독특하게 느껴졌다. 첫째 아이가 음향 부스에 관심 가지는 것도 신기했다. 아이가 경험이 반복되고 축적되면서, 이거 괜찮네, 하며 스스로 느끼는 순간들이 놀랍고 신기했다.

정소영찾아가는 워크숍 때 여러 오브제 중 선택해서 신청할 수 있었는데, 마지막에 종이를 선택했었다. 아이들이 공연에서 즐겁게 놀았는데 뭔가 아쉬움이 남아, 맘껏 찢으라고 종이로 골랐다. 아까 오브제의 기준을 얘기하실 때 한계가 없고 유연함에 대한 이야기해 주셨는데, 상대의 상황을 보고 대처해서 반응하려면 많은 경험과 숙련도 필요하고, 고민도 깊었겠다 싶었다. 그런 준비된 여유와 자신감 덕분에 아이들도 편안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음악도 연주자가 아이들을 따라가며 반응해 준 것도 있지만, 큰 흐름 속에서 텐션이 필요할 때는 올려주고 마무리할 때는 차분하게 눌러줬다. 저희가 음악을 틀어줄 때 낯설거나 예측하지 못한 음악이 나오면 아이들이 끄라고 하는데, 〈야호야호〉에서는 아무도 음악을 터치하거나 불을 켜달라고 얘기하지 않고 몰입해서 잘 스며들었다. 준비된 유연함 덕분인 것 같다. 문득 〈야호야호〉와 모두예술극장의 매력은 뭘까 궁금해진다. 어두컴컴한데도 아이가 울지 않고, 소리에도 아무렇지 않아 하니.

공간과 접속한다는 것

이희원오브제의 선택에 예술가의 겸손함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과감하게 자신들의 기획을 무르고 아이들이 관심 두는 것을 더 발전시켜 보자 결정하고, 그것을 놀이화해서 아이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거기에 어떻게 춤을 얹을지를 고민하는 과정이, 결국 어린이에서 출발해서 공연이 완성되었던 것 같다. 이 학교의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눠보고 싶다. 신경다양성 어린이를 위한 공연이 대부분 극장 안에서 이루어졌는데, 극장 밖인 학교에서도 진행한 점이 독특했다. 〈야호야호〉 무용놀이를 극장 밖에서 하게 된 이유와 학교에서 진행했을 때는 어땠는지가 궁금하다.

김재리〈야호야호〉는 개별성이 중요한 신경다양성 어린이를 위한 공연이어서 소수로 진행했는데, 더 많은 아이를 만나기 위해 학교로 찾아가게 되었다. 저희의 니즈로 가긴 했지만, 학교는 아이들의 공간이다. 아이들에게 익숙한 공간으로 찾아가면서 전환되는 것을 느꼈다. 학교마다, 아이들 그룹마다 특징도 있었다. 아이들끼리의 친밀함도 있고. 그래서 아이들이 저희를 초대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극장이라는 공간은 낯설어서 그곳을 탐색하고 그 안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긴장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아이끼리도 서로 처음 보는 거라, 관계 맺기를 위한 자기만의 실험을 계속한다. 반면 학교는 낯선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요소가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활동에 더 집중했다. 학교 안에서 작동하는 질서를 무너뜨리는 통쾌한 해방감도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면서,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너무 통제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하시더라.
‘겸손함’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아직 모르는 게 많아서 겸손할 수밖에 없다. 저희는 우리가 만난 아이들밖에 모른다. 모두예술극장에서 이 프로젝트를 기획할 당시에는 공연 제작 이전에 리서치와 기록화,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다수의 워크숍을 제안해 줬다. 공연을 하기 위한 연구와 준비, 대상과의 직접적인 만남 등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미 경험을 통해서 알았던 거다. 다양한 형식으로 아이들을 만났을 때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반복해서 참여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경험이 계속 쌓이고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속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이번에 비장애 형제자매까지는 포함했지만, 누구까지 범위를 넓혀서 만날 수 있을까. 끝나지 않은 질문이 계속되고 있다.

정소영그런 부분에서는 저희가 특혜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모두예술극장 공연이 인상 깊고 좋았다. 모든 것이 아이들을 위해 구성되어 있었다. 모두예술극장 공연 관람을 현장학습으로 계획했는데, 1학년 아이들에게는 현장학습 자체가 처음이었고, 사전 교육을 하며 기대치를 약간 높여주었다. 극장에 도착하니 공연장 앞에 쉬는 공간이 조성되어 있었다. 거기서 아이들이 마음껏 빈백에 누워도 보며 편안하게 기다렸다. 시간이 되어 공연장에 들어가자, 무용수들이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맞아주고 자리에 안내해 줬다. 그래서 공연장에서도 즐겁게 보내고 왔다. 한편, 학교에서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할 때는 한 아이가 울었다. 그 아이 관점에서 찾아가는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몸짓터(무용실)는 통합 학급 친구들과 수업을 하러 가는 곳이다. 그런데 갑자기 누리봄반(특수학급) 친구들과 가야 한다고 하니 자기에게 익숙한 공간에서 오히려 루틴이 틀어지는 것에서 터져버린 것 같다. 마지막에는 잘 참여하긴 했지만, 저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익숙한 환경이니 당연히 잘할 거라고 기대했는데, 오히려 그 아이에게는 전혀 다른 환경이었던 거다.
두 공간을 다 경험해 본 입장에서는, 교사로서는 운영상의 제약이 많다 보니 학교로 찾아와줘 감사하지만, 이왕이면 모두예술극장에서 진행할 때 아이들이 순간 몰입하고 충분히 누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짓터 바닥이 매트가 아니라서, 아이들이 분명 드러눕고 뛰어내릴 텐데 준비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그래도 아이들이 재미있게 활동하고 해방감을 느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장 공연도 지속하면 좋겠다. 그리고 교사를 먼저 초대해서 저희도 준비가 됐던 점이 좋았다. 찾아가는 프로그램만 진행하더라도 교사 대상 사전 연수나 사전 참가 과정이 있으면 좋겠다. 찾아와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만 보고는 이 긴 스토리와 의도를 다 파악하지 못하고, 그냥 와서 2시간 신나게 아이들이랑 놀아주고 간다고만 생각하면 너무 아쉽잖나.

이희원공연장에서의 티켓팅 경험조차 공연 퍼포먼스의 하나로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대부분 학교에서는 이런 찾아가는 활동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이미 연간 계획과 학기별 계획이 다 짜여 있어서 계획을 변경하기도 쉽지 않고, 아이들을 너무 각성시킨다거나 질서유지와 통솔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소영그래서 모두예술극장 공연이나 찾아가는 워크숍 시작 전에 교사들이 공연을 미리 보는 것을 추천한다. 저 역시 처음 체험학습을 신청했을 때 기대했던 공연 모습과 교사 참관 후 생각이 크게 달라졌다. 학생들이 참여했던 모두예술극장에서의 공연과 학교에서의 워크숍 또한 각각 다른 이해와 감동을 경험했다. 말이나 글로 설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사전 공연 관람 한 번으로도 기획 의도나 준비 사항들을 다 파악할 수 있다. 열린 마음도 함께.
학교는 기관이다 보니 교육과정이나 절차가 촘촘한 편이다. 현장체험학습과 찾아가는 워크숍 모두 장단점이 있다. 체험학습을 위해서는 여러 번의 사전 교육과 연습이 필요하고, 이동의 부담이 있다. 찾아가는 워크숍은 교내 강당이나 무용실 등 공간 대관이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서로 다른 학생들의 일정을 조율하는 등 준비 과정도 공통으로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특수학급 현장학습 추세도 초대하는 형식으로 버스까지 보내주는 경우가 많고, 학교로 찾아오는 프로그램도 늘고 있다. 체험학습의 필요성에 공감하기에 그런 기회를 많이들 기다린다.

이은민저도 양육자로서 제가 많이 찾아보고 신청해서 가는 편이다. 하지만 양육자 대부분은 가사 노동이나 다른 아이 양육이 추가되기 때문에 잘 가지 못한다. 게다가 지방에 산다면 진짜 어렵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치료비가 우선이기 때문에 공연을 보는 게 경제적으로 부담되기도 하지만, 볼 공연 자체가 없다. 제약이 너무 많아 안타깝다. 한 번이라도 아이를 위한 공연을 보면 양육자에게도 용기가 된다. 우리의 존재를 알고 애써준 사람이 있다는 게. 그래서 저는 지방에도 찾아가는 워크숍이나 공연을 하면 좋겠다.

어린이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

이희원이제 마지막 질문으로 마무리를 해보려고 한다. 우리가 〈야호야호〉를 통해 새롭게 배운 것, 어린이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은 무엇일까.

김재리아이들을 보면서, 겉으로는 땀에 젖을 정도로 신나게 노는 아이들의 변화나 경험도 있겠지만, 예술로서 무용 공연이 키즈 카페나 놀이치료와 어떤 점에서 다를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이를테면, 무용을 잘 따라 하고 반복 훈련을 통해서 아이의 머리가 좋아졌을 수도 있다. 오브제를 사용하면서 소근육을 발달시키거나 아이들이랑 노는 방식을 통해서 사회에 적합한 관계 맺기를 배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기능적인 효과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한편, 예술은 아직 여기에 없지만 분명히 미래에 그려질 세계에 대한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학교를 넘어 우주의 질서를 바꿀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예술 작업이기에 그 정도의 꿈은 꿔야 움직일 동력이 생기지 않을까. 아이들한테서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들을 계속 배우고 알게 된다. 예컨대, 한 아이가 손에 집중하며 섬세하게 움직일 때, 우리는 그것을 보고 손 춤을 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손가락 사이의 빛과 그림자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거였다. 신경다양성의 세계처럼 안 보이는 것들을 보여주면서, 그것과 만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을 알게 되면 이 세상이 얼마나 다양해질까. 이런 세상을 꿈꾸기 때문에 계속 예술 활동을 하고 극장의 판타지를 느끼게 된다. 그 안에서 각자의 기대는 다르겠지만, 효율이나 체력은 덤이지 메인은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을 획득할 수 있다. 우리 공연의 모든 소스가 아이들한테서 온 것처럼, 이제 극장뿐만 아니라 다른 데로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영향력 있는 기관이나 학교에 있는 교사들은 어떻게 다른 변화를 느낄 수 있을까, 양육자는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 그들이 모인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계속 그런 꿈을 꾸는 거다. 우리가 꿈꿀 수 있는 세상을 아이들이 보여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소영이렇게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는 게 의지가 되고 위로가 된다. 예술계에서도, 학교 안에서도, 양육자도 각자 나름의 자리에서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이 열려 있다는 것만으로도 동료애 같은 게 느껴진다. 그래서 아이들뿐 아니라 저희한테도 좋은 기회였다. 처음에는 ‘에코잉 댄스’라는 말이 아동극스러운 재미있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움직임을 에코잉하는 무용수들을 보며 ‘에코(echo)’가 소통의 시작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를 따라 하며 편안함을 느끼고, 소통하며 나아가서는 나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예술적인 경험을 통해 학교 수업과는 다른 성장을 한다. 작년에 고학년 아이들이 연극치료협회 선생님들과 1년 동안 연극 수업을 한 뒤 무대에 서는 활동을 했다. 의상을 갖추고 여러 감독님과 대사와 동선을 체크하며 아이들의 자존감이 높아졌다. 올해 1, 2학년 아이들도 모두예술극장에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온 뒤 신나는 놀이 시간, 그 이상의 것을 얻었다. 워크숍을 통해 학교에서 선생님들을 한 번 더 만나면서 〈야호야호〉를 기억하고 먼저 얘기하더라. 자연스럽게 온몸으로도 표현하고 소통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좋은 경험으로 남아 있구나, 좋은 자산이 되겠구나 싶었다.

이은민김재리 연출님 얘기에 울컥했던 게, 세계에 관한 얘기를 하셨는데, 첫째 아이가 올 한 해 내면이 많이 성장했다. 〈야호야호〉를 통해서 움직이고 소통하면서 몸의 움직임도 달라졌고, 경험이 반복되면서 자기 자신에 관한 생각이 많이 바뀐 게 아닌가 생각했다. 별로 요구가 없는 아이였는데, 요구도 욕구도 표현도 늘어고 너무 많이 바뀌어서 제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다. 이러한 변화는 둘째 아이와도 연동되는 것 같다. 장애・비장애 형제자매의 관계가 특별하니까. 첫째 아이를 통해 둘째 아이의 세계도 넓어지고 있다. 〈야호야호〉에 함께 참여하다 보니 장애가 있는 다양한 아이들도 만나고, 첫째 아이 학급에 보낼 장애 이해 교육 책을 제일 먼저 보는 독자도 둘째 아이다. 그래서 사람에 대한 이해 범위가 굉장히 넓어지는 거다. 〈야호야호〉를 통한 첫째 아이의 성장이 우리 가족 모두가 성장하는 연결고리가 되었던 것 같다.

이희원〈야호야호〉를 통해서, 또 오늘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아이들이 가르쳐준 건 그들이 가진 어린이성, 예술성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장애, 신경다양성 등으로 구분 짓는데, 〈야호야호〉 안에서는 놀고 싶어 하고 놀 수 있는 아이, 어린이라는 능력을 마음껏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어린이들이 대단해 보였고, 예술가로 보였다. 그래서 연출님도 그들에게서 많이 배웠다고 말할 수 있었고, 양육자와 교육자가 감동하고 감탄했던 게 아닌가 싶다. 서로에게 영감이 되고 배우는 시간이었다. 더 많은 교육자와 양육자에게 우리들의 이야기가 ‘야호야호’ 울림이 되어 퍼지면 좋겠다.

  • 네 사람이 긴 테이블에 마주 앉아 서로를 바라보며 이야기 나누고 있다. 테이블 위에는 차와 자료가 놓여 있고, 정면으로 벽에는 모니터가 매달려 있고, 책이 가득 꽂힌 책장이 있고, 모니터 아래 선반에는 작은 교구와 화분들이 놓여 있다.

    왼쪽부터 김재리 연출, 정소영 교사, 이은민 학부모, 이희원 위원

야호야호 Echoing Dance

야호야호 Echoing Dance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2024.12.~2025.12.|모두예술극장, 서울 시내 초등학교

신경다양성 어린이 관객을 위한 무용 공연 형식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확장하는 프로젝트로, 2024년부터 진행된 신경다양성 어린이들과 함께 한 ‘무용-놀이’ 수업 및 연구 프로젝트에서 발전되어왔다. 2025년 6월 쇼케이스 공연, 9월 본공연을 올렸고, 12월에는 서울 시내 10개 초등학교에서 워크숍을 진행 중이다. 향후 신경다양성 어린이 대상 무용 공연의 레퍼토리 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언어적・교육적 소통 수단 대신 신체・사운드・이미지 등 비언어적 감각 요소를 공연의 언어로 사용한다. 관객들은 즉흥적 형태의 춤과 움직임을 통해 무용수와 직접 교감하며 공연에 참여하게 된다. 특히 신체 중심의 반응과 감각 기반의 극적 요소를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연결될 수 있도록 의도된 이번 공연은, 기존 언어 중심의 공연 문법에서 벗어나 신체와 감각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선보였다.

∙공연정보 : 이음온라인 [문화소식]

김재리

김재리

동시대 예술 현장에서 연출가, 드라마투르그, 무용학자로 활동하며 규범적 신체와 인식의 틀 바깥에서 발생하는 움직임과 감각에 주목해왔다. 국립현대무용단 드라마투르그, 무용역사기록학회 편집위원장, 컨템퍼러리 예술잡지 [Maska]의 객원편집장 등을 역임했다.
jaeleekim32@gmail.com

이은민

이은민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와 발달장애가 없는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로, 장애와 예술에 관심 가지고 두 아이와 함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야호야호〉와 연계한 무용-놀이 수업과 에코 댄스, 워크숍과 공연 등에 참여했다.
naryeo@naver.com

정소영

정소영

가재울초등학교에서 특수교사로 재직 중이다. 〈야호야호〉 교사초대 공연, 모두예술극장 공연을 관람했고, 가재울초등학교에서 학교로 찾아가는 워크숍을 했다.
tomywon@naver.com

이희원

이희원

세 자녀 중 둘째의 발달장애를 알게 되면서 ‘인간의 다양성’이라는 광활함의 면면을 관찰 중이다. 장애와 예술에 대해 말하고 쓰기를 좋아한다. 연천군에 ‘창작공간ㄴㄴ’을 만들고 장애·비장애 통합 문화예술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이음온라인 기획위원이다.
hiwoni12@gmail.com
창작공간ㄴㄴ 인스타그램 @creative.space.nn

정리.최순화 프로젝트 궁리 PD suna.choe@gmail.com
사진.이재범 라무팜스튜디오 실장 andy45a@naver.com

2026년 1월 (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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