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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 의해 방송에서부터 시각장애인을 위한 해설서비스가 진행되었다. 이때 ‘화면해설(Descriptive Video Service)’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 단어 자체가 영상에 국한되다 보니 공연, 관광 등 현장에서 사용하기에는 괴리감이 있을 수밖에 없는 용어였다. 2014년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에서 포럼을 통해 외국에서 통용되고 있는 ‘음성해설(Audio Description)’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것을 제기하였으나, 시각장애인계에서는 이미 ‘화면해설’이라는 단어가 대중화되어 있어 이용자 편의를 이유로 흐지부지되었다.
그러다가 필자가 회사를 설립해 2018년 말 공연 배리어프리 버전 제작에 뛰어들게 되면서 ‘화면해설’과 ‘음성해설’의 구분이 시작되었다. 실제 현장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에 맞게 적절한 용어가 사용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비시각장애인이 ‘화면해설’이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단어 자체도 낯설고, 단어에서 주는 이미지로 인해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음성해설’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해당 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본문에서는 ‘미디어와 무대예술에서 음성해설의 차이’라는 주제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음성해설’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되 ‘화면해설’과 ‘음성해설’을 구분해서 사용했다.
음성해설 제작 현황
필자는 화면해설작가로 시작해서 현재 배리어프리 버전 제작자로 활동 중이다. 2011년부터 방송, 영화 등 영상 분야의 화면해설 대본 집필 및 제작에 참여해오다가 2015년에 장애인 당사자주의에 입각해 배리어프리 버전 제작 회사를 설립하고 장애인 참여형 시스템으로 제작하고 있다. 영상의 경우 화면해설이 어느 정도 제공되고 있었던 2018년 말부터 불모지인 공연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영상 분야도 제작 환경이 열악했는데 공연계는 더 심했다. 당시 공연계에서는 배리어프리에 관심은 있었지만 잘 알지 못해 ‘장애의 이해’와 ‘배리어프리의 필요성’에서부터 시작해 ‘배리어프리 서비스’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배리어프리 버전 제작을 위해서 소요되는 시간, 투입되는 인력 등에 대한 안내가 필요했다. 제작비는 턱없이 부족했고, 본공연만큼이나 배리어프리 버전 공연의 완성도도 중요한데 충분한 제작 시간을 확보하기가 어려웠기에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극단이나 극장 내에 배리어프리 버전 제작 전문인력이 필요함을 느껴 제작 워크숍을 진행하거나 극단과 협업해서 제작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했다.
다행인 건지 2020년 코로나로 인해 공연계가 어려움에 부닥쳤는데도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배리어프리 인식 또한 높아졌고, 현재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자막이 제공되는 공연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공연 영상도 국립극단과 국립극장 등에서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제작해 제공되고 있다. 영화의 경우에는 코로나 이전에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으로 매해 50~60편 정도 배리어프리 영화가 제작되다가 2021년부터는 100편 이상 제작되고 있다. OTT의 경우에는 2017년 넷플릭스가 한국에 론칭되면서부터 자체 제작한 작품에 화면해설과 자막을 사전 제작해 큰 반향을 일으키며 모범이 되고 있다.
음성해설 제작 과정
음성해설은 평균 5초 정도의 대사 사이 공간에 소리의 궁금증을 최우선으로 해서 극의 흐름에 맞게 들어간다. 그리고 내레이터의 발성과 호흡, 낭독 속도 등을 고려해 대본을 작성하게 된다. 영상 화면해설이 최종결과물로 작업이 진행되는 반면에, 공연 음성해설은 공연을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공연이 무대에 올라가 끝날 때까지 작업이 계속 진행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영상 화면해설은 최종결과물로 작업을 하기 때문에 러닝타임(상영시간)을 포함해 화면해설이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그에 반해 공연 음성해설은 배우의 컨디션 및 텐션을 포함해 현장에서 발생하는 변수로 인해 변동될 수 있다. 그래서 동일한 작품이라고 해도 영상이냐, 공연이냐에 따라 화면해설의 내용과 해설량이 다를 수 있다.
이처럼 영상 화면해설은 제작 시간이나 완성도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지만, 공연 음성해설은 제작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울 경우 완성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공연 음성해설 제작에서는 극단 및 극장과의 소통도 중요하고, 적극적인 협조도 필요하다. 제작 과정을 보면, 영상의 경우에는 화면해설 대본 초고 작업을 한 후 시각장애인·비장애인 모니터링을 진행해서 수정한 최종본으로 녹음을 하고, 믹싱이 끝나면 검수 단계에서 사후 모니터링을 진행해 최종결과물을 만든다. 공연의 경우에는 음성해설 대본 초고 작업을 한 후 배리어프리 공연 리허설 때 시각장애인·비장애인 현장 모니터링을 진행해서 수정한 최종본으로 본공연 음성해설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게 된다. 둘 다 제작 시간은 한 달가량 소요된다.
음성해설의 확장
필자는 교육을 진행할 때 ‘화면해설’을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들어서 알 수 없는 청각적 정보와 배경, 등장인물의 표정과 행동, 자막 등의 시각적 정보를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보조 서비스’라고 소개한다. 화면해설은 원저작물을 이용하려는 장애인에게 비장애인과 비슷한 감동과 재미를 주기 위해 보조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것이다. 이처럼 화면해설이 영상에서는 보조 역할에 그쳤으나, 공연으로 넘어오면서 창작자의 또 다른 표현 수단으로 작품에 접목되고 있다. 이를테면 그동안 관찰자 시점으로 해설했다면 전지적 시점으로의 해설이 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동안 화면해설은 2차 창작물이었는데 연출가나 극작가에 의해 음성해설이 1차 창작물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음성해설은 그렇게 확장되어 가고 있다.
물론 전지적 시점으로 음성해설 작업을 해온 사람도 있겠지만, 필자는 관찰자 시점에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설명해 시각장애인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왔던 만큼, 공연계에서의 경험은 원칙이 무너질 수도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한계도 느꼈지만, 더불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공연 배리어프리 버전을 제작하면서 음성해설 교육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시각장애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기술을 배우면 시각장애인에게 더 쉽게 음성해설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화면해설도, 음성해설도 창작 영역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기를 내심 바라본다.
모두를 위한 음성해설
얼마 전 서울문화재단에서 발표한 ‘2023 서울시민 문화 향유 실태조사’에서 장애인의 “배리어프리(barrier free·무장애) 문화관람 시설 이용 의향”을 묻는 항목에 응답자의 47%가 긍정적으로 답했을 정도로 배리어프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이는 ‘배리어프리 서비스’가 미디어든 무대예술이든 장애인만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서비스로 나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닐까. 배리어프리 콘텐츠 제작 환경이 더 나아지고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라본다.
강내영
사운드플렉스스튜디오 대표. 화면해설작가이자 배리어프리 버전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다. 영화 <7번방의 선물>, <변호인> 등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제작 작품 및 케이블방송 프로그램, <킹덤> 등 글로벌 기업(N사, D사)의 스트리밍 서비스 프로그램, 부산국제영화제, 서울장애인권영화제 출품작 등 11년간 300여 개 작품을 포함해 2,000여 편의 화면해설 대본 집필 및 제작에 참여했다. 영상뿐만 아니라 공연예술 및 관광, 미술전시 분야에서도 배리어프리 도입 초반부터 꾸준히 활동해 왔다. 배리어프리의 필요성을 포함한 장애 이해 교육, 공연 및 영상 배리어프리 버전 제작 워크숍 및 무용 음성해설 워크숍을 진행했다.
info@soundplex.org
자료 제공.필자
2023년 9월 (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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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화면해설과 음성해설 대해 처음 접하게 되었네요 개인적으로 아직 두 단어의 차이가 완벽히 이해되지는 않지만 배리어 프리 운동의 일환으로 발전하는 양상에서 나뉜 것이라 생각됩니다 보이지 않아도 보이도록 노력하시는 모습이 인상 깊습니다 공연을 관람할 때 앞으로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것 같습니다 유익한 칼럼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