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텍스트 크기

가

고대비

통합검색

툴팁 텍스트

잠깐! 찾고 싶은 정보와 관련 있는 핵심 단어를 적어주세요.

예시) 장애인예술교육 분야 자료집을 찾고 싶을 땐, "예술교육"처럼 핵심 단어를 적어주세요.

추천 키워드

배리어프리 콘텐츠 검색하기

인터뷰 A의 특별한 손님⑧ 설미희 시인 “시는 나를 살아가게 하는 끈이다”

  • 노지영 문학평론가
  • 등록일 2025-08-20
  • 조회수 81

인터뷰

장애 감수성을 기르는 본격 문학방송 [A의 모든 것]에서는 초대 손님과 함께 작가의 작품 세계에 관해 깊이 있고 생생한 이야기를 나눈다. 웹진 이음을 통해서도 A의 특별한 손님을 만나보자. 2020년부터 다녀간 특별한 손님들은 팟빵과 팟캐스트에서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다.

설미희 시인의 산문집은 자신이 창작한 시 옆에 자신의 생애를 나란히 배치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신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시가 병렬적으로 놓여 있어, 시와 삶이 마치 대화하는 모양새다. 시의 언어가 매번 자신이 경험한 세계에 다정하게 응답하는 것 같다. 멕시코 시인 옥타비오 파스의 「속담」이란 시에는 “천둥은 번개가 한 일을 알려주어요”라는 구절이 있다. 비 오는 날, 번개와 천둥은 늘 하나의 짝으로 등장하곤 한다. 어느 시인의 해석처럼 번개가 ‘생’이라면 천둥은 ‘시’라고 은유할 수 있을 것이다. 시라는 천둥이 거대한 울림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은 그 이전에 시인의 삶이 대화하듯 번쩍였기 때문이다. 깜깜한 밤에도 조용히 번쩍이던 생이 있었기에, 시인의 시는 더 큰 울림으로 퍼져나갈 수 있었다. 사소하고 보편적인 시어들을 운용하면서도, 울림의 진폭을 천둥같이 확장해 내는 힘은, 성실하게 생을 살아낸 시인의 태도에서 온다. 이번 〈A의 모든 것〉 시즌 6에서는 천둥 같은 시를 시인의 낭독으로 들으며, 번개같이 환한 존재를 드러내던 설미희 시인의 여실한 생에 다감히 귀를 기울였다.

[A의 모든 것 시즌6] 1화 설미희 시인 (1부)

노지영(이하 노평)간단한 자기소개를 포함해 활동 내용을 알려달라.

설미희(이하 파파캔디)2009년에 『장애 콜, 신기사』라는 단편소설로 제19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2년에는 「친밀한 타인」이란 시로 구상솟대문학상을 받았고, 수상자 특전으로 시집 『내 마음 여기에…』를 발간하게 되었다. 산문집 『시인이라는 이름이 아름다운 설미희』 외에 동화집 『바다와 소년』 등 다양한 작품을 펴내며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종종 장애 문인들의 작품을 읽고 심사를 하기도 한다. 장애인 일자리사업 체험 공모전 심사위원 등을 했고, 어제도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을 심사하고 왔다. 생계를 위해 복권방을 운영하기도 했었고, 10년간 장애인을 대상으로 상담 업무도 했지만, 지금은 모두 그만두고 작품 창작에 집중하고 있다.

노평작품을 보면 자연과 자연물을 묘사한 시들이 주조를 이룬다. 자연스럽게 작가의 생애사가 궁금해진다. 경남 사천시에 속한 ‘늑도’라는 작은 섬에서 태어났다고 들었는데, 유년 생활의 섬 경험이 작품 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하다.

파파캔디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늑도에 살았다. 지금도 말투에 경상도 사투리가 좀 남아있지 않나. 고향의 흔적이 언어에 남아있다. 내 고향은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라는 〈클레멘타인〉 동요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정도로 정말 아름다운 섬이었다.

노평산문집을 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에 이르는 사계절의 고향 풍경을 배경으로 형제자매들과 나누던 애틋한 이야기들이 서술되어 있다. 여러 에피소드가 있지만, 늑도의 기후가 따뜻하여 섬에 사는 동안 눈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 날, 물을 부어 놓은 절구에 얼음이 얼어 있어 언니랑 좋아서 팔짝팔짝 뛰었다는 일화가 인상적이던데, 그 얼음조차 소중히 여기며 장난을 치며 놀았다고 술회하고 있다. 섬이란 곳이 이처럼 무엇이든 귀하지 않나. 그 섬에서 모든 걸 귀하게 보고, 오래 보고, 자세히 보면서, 세상을 아끼고 보듬는 감각이 발달하지 않았을까.

파파캔디그런 것 같다. 그곳은 내가 가진 장애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고향의 원형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바다가 좋아서 항상 바다를 보러 갔다. 작은 섬이라 친구는 없었다. 늘 혼자였고, 그런 고독 속에서 자연물을 유심히 바라보면서 문학적인 감수성이 발달하지 않았나 싶다.

노평2006년 3월 한국장애인개발원 사업으로 장애인 작가 양성 과정에 참여하며 글쓰기를 시작하였다. 작가 양성 과정에 지원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파파캔디인생의 밑바닥을 쳤다고 느꼈던 시절이었다.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이 많았는데, 그 밑바닥이 날 다시 살게 해준 듯하다. 당시 가족과 헤어져 아들과 단둘이 살게 되었는데, 아들이 다니던 학교에서 학부모에게 숙제를 내주었다. 편지 같은 것을 써서 제출해야 했는데, 아들의 담임선생님이 나의 글재주를 칭찬해 주었다. 장애가 있는 이에게 위로차 해주는 말처럼 느껴졌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평가를 한번 듣고 나니 글을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우연히 한국장애인개발원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작가 양성 과정을 발견했다. 용감하게 신청서를 냈는데, 다행히 합격했다. 사물을 좀 더 깊이 보는 습관이 있고, 혼자 상상하는 걸 좋아하고, 일기 같은 걸 끄적이기는 했지만, 그 이전까지는 나에게 글재주가 있다는 생각은 전혀 못 했다. 이후 KBS 방송국에서 6개월간 작가 양성 교육을 받으며 글쓰기에 대한 의욕이 생겼고, 문학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노평아들이란 존재를 통해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발견하게 된 셈이다.

파파캔디엄마가 아니라 여자로만 살았다면 이렇게까지 오래 못 살았을 것 같다. 엄마로 살았기 때문에 좀 더 강하게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엄마는 강하다.

노평첫 시집을 엮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제목은 어떻게 정했나?

파파캔디2021년 솟대문학상을 수상하고 나서 도서출판 연인M&B에서 솟대문학상의 부상으로 시집을 내주었다. 감사하게도 내가 부상의 첫 수혜자다. 평소 비공개 밴드에 글을 쓰는 공간이 있는데, 그 이름이 ‘내 마음 여기에…’다. 글을 모으던 공간의 이름을 그대로 시집 제목으로 가져왔다. 지금도 이 밴드가 내 글 연습장이자, 항상 같이 다니는 내 손안의 친구다.

노평밴드 이름은 왜 그렇게 지었나? 제목에 굳이 말줄임표까지 붙였다. 시에도 말줄임표가 이례적으로 많은 편이다.

파파캔디말 그대로 내 마음을 담았으나,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하고 줄여서 표현했다는 뜻이다. 내 마음을 더 줄여놓았으니 압축 뒤에 숨은 행간의 의미를 잘 읽어주었으면 했다.

노평산문집 『시인이라는 이름이 아름다운 설미희』에 보면 ‘사랑하는 아들에게’ 쓰는 편지가 수록되어 있다. 아들이 2020년 1월에 자립해서 지금은 따로 살고 있다. 장애를 가진 나의 자립과 자녀의 자립은 다소 그 의미가 달라 보인다. 파파캔디 님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

파파캔디아들이 학교에 복학하면서 학교 근처로 방을 얻어 떠났다. 지금은 1인 가구로 지내고 있다. 나에게 가족이란 감사한 분들이다. 2019년 1월에 소천한 어머니가 가장 생각난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늑도를 떠나게 되었다. 초등학교를 딱 한 달 다니고 8살에 서울로 이사 왔는데, 학교에서 전학을 안 받아주더라. 키가 작고 장애가 심하니, 좀 더 좋아지면 내년에 오라는 식이었다. 엄마는 그런 과정을 세 번이나 반복하면서도 끝까지 내 손을 잡고 학교로 가더라. 11살이 되어서야 입학할 수 있었다. 엄마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학교도 못 갔을 거다. 포기하지 않고 나를 학교로 이끌어준 마음 자체가 정말 감사하다.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노평원 가족으로서 어머니 얘기를 해주었지만, 내가 선택해서 만든 또 다른 가족이 있다. 특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 씩씩하게 자라준 아들에 대한 얘기가 산문집에는 참 많더라. 처음 도전한 단편소설 「장애 콜, 신기사」가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에서 대상을 받게 돼서 그 기쁨이 남달랐을 것 같다. 장애인 엄마를 가졌다는 이유로 주변에서 차별받고 힘든 경험을 많이 겪었던 아들에게 용기를 주려고 쓴 소설이라고 들었다.

파파캔디맞다. 우리 아들이 공부를 좀 잘하는 편이었는데, 어느 날 학원을 보내달라고 하더라. 나는 당시 학원 보낼 능력이 되지 않아서 아들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너는 스스로 공부하고, 엄마는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에 도전하겠다. 서로 한번 노력해 보자” 그런 약속을 하고 처음으로 소설 작업을 시도했는데, 한 번에 당선되어 너무 놀랐다. 아들에게도 나의 수상이 큰 용기가 된 것 같다.

노평이야기를 듣다 보니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라는 브레히트의 시가 생각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 나에게 말했다. / 당신이 필요해요. // 그래서 나는 / 정신을 차리고 / 길을 걷는다 /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시의 전문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누군가가 자신이 필요한 줄 알게 되면, 나라는 존재가 소중해지지 않나. 빗방울 하나에도 섬세히 반응하면서 나를 소중히 지키게 된다. 그것이 가족이나 온통 헌신해 온 자식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자기 스스로를 소중히 지키지 않으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가해자가 될 수 있으니까. 파파캔디 님의 시를 보면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며 글로써 스스로를 소중하게 지키며 살아내겠다고 다짐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아침저녁으로 다짐하는 성실한 마음.

파파캔디그런 말을 들으니 눈물이 난다.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에 수상자로 지명된 후, 63빌딩이란 공간에서 각계각층에서 많은 것을 이룬 분들을 만났다. 그분들 앞에서 문학상을 수상하고 나니 마음가짐을 더 조심하게 되더라. 가작이나 우수상을 거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생각지도 못한 대상을 받고 나니 나의 부족함이 누군가에게 민폐가 될까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방송통신대학교에 들어가서 공부했다.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문화교양학과, 사회복지학과까지 세 개의 전공을 공부했고, 이제 대학원에 진학하려 준비 중이다.

노평졸업 3관왕까지 하셨으니 글쓰기의 깊이가 배가될 거 같다. 글 쓰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편인가? 주로 언제 글을 쓰는지 궁금하다.

파파캔디정해져 있지는 않다. 그런데 요즘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이상하게도 눈이 빨리 떠진다. 하루를 빨리 시작하라는 몸과 정신의 신호인 것 같다. 아침형 인간처럼, 새벽에 무조건 집을 나선다. 동네에 7시에 오픈하는 유명한 카페가 있다. 그곳에 무작정 앉아서 시를 쓴다. 워밍업을 특별히 하지 않아도 시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으면 글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다.

노평파파캔디 님에게 시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파파캔디시를 쓰는 건 참 재밌다. 언어를 배치하며 혼자서 낄낄 웃기도 한다. 친구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다. 혼자서도 잘 노니까. 시는 나의 친구이자, 영원한 동반자다. 시란, 글이란 날 살아가게 하는 끈이라고 생각한다.

노평소설을 대하는 방식은 좀 다를 것도 같다. 소설은 주로 어디서 쓰나?

파파캔디소설은 길기 때문에 공력이 필요하다. 반포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 장애인실에서 작업하곤 한다. 개인실 예약이 가능해서 너무 좋다. 사회복지사로 한 10년을 일하면서 장애인 이용자들을 데리고 가곤 했는데, 우리 외에는 거의 사용하는 사람이 없더라. 문인들도 거의 안 온다. 좋은 장소인데 장애인 문인들이 더 편하게 이용하면 좋겠다.

노평시시콜콜한 습관도 들어보고 싶다. 글쓰기 루틴이 따로 있을까? 글쓰기 전에 하는 행동 같은 것들이 있다면 알려달라.

파파캔디글쓰기 전에는 책상이 잘 정리정돈되어 있어야 안정감이 생긴다. 음료도 세팅해 둔다. 글쓰기 조건이 단정하게 갖추어져야 본격적으로 작업에 돌입할 수 있다. 한번 작업하기 시작하면 화장실 가기 전까지는 잘 안 일어난다. 글을 쓰는 동안은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설정해 두고 잘 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집필할 때는 연락이 잘 안된다.

노평평소에 자주 쓰는 단어가 있을까? 어떤 단어를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파파캔디평범하지만, ‘예쁘다’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길 가다가도 뭔가를 보면서 “예쁘다, 너 잘 있었니?” 혼자 이렇게 대화할 때가 많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 소리도 잘한다. 가령 예전에는 전철 등을 탈 때면 항상 ‘죄송하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뭘 잘못했다고 죄송하지 싶더라. 내 길을 가는 건데 말이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감사하다’는 말로 바꿔 쓰게 되었다.

노평시 속에서 형상화해 온 주된 정조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파파캔디외로움과 고독인 거 같다.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누군가에게 기대했기에 외로운 거고, 혼자 뭔가를 성취하지 못했을 때 고독하지 않나. 내 나름대로 그렇게 정의를 내렸다. 이제는 외로움을 느끼는 삶보다는 고독을 누리는 삶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할 것 같다. 외로움보다는 고독이라는 말을 많이 쓰고자 한다. 고독이 희열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

노평외부에서의 부재와 결핍의 조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외로움이라면, 고독이란 것은 매주 주체적이고 자발적으로 거리를 두면서 자기 내면에 깊이 잠기는 성찰의 행위가 아닐까 한다. 고독이란 외부의 조건에 맞서며 자기 성찰을 해나가는 창조성의 공간을 만들어준다. 파파캔디 님은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을 항상 입에 달고 살지만, 글을 쓰는 자아의 핵심 감정은 외로움 혹은 고독이라고 하였다. 언어의 짝패로서 존재하는 감정이 흥미로운데, 그런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인생 책 한 권을 추천해 준다면?

파파캔디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추천하고 싶다. 예전에 마음을 다스릴 필요가 있을 때 하루에 5~6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이 책을 필사했다. 5부 20권에 달하는 대하소설이니 전부는 할 수 없었지만, 9권 정도까지는 필사했다. 여성작가로서 가정소설을 넘어서 방대한 역사소설을 썼던 박경리 선생이 존경스러웠다.

노평『토지』를 3권까지밖에 읽지 못한 나로서는 파파캔디 님의 필사력도 존경스럽다. 그런 마음에 감사하며, 이제 〈A의 모든 것〉에 출연한 소감과 끝인사를 듣고 싶다.

파파캔디사실 그동안 낭송이란 것을 잘 안 해왔다. 뇌성마비 장애인으로서 떨리는 목소리 그대로 낭송을 했다는 것에 출연의 의의를 둔다. 이번 기회에 낭송도 했으니 용기를 갖고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장애를 가진 다른 문인들에게도 열심히 글을 쓴다면 여러 기회가 열린다는 걸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노평낭송할 때 떨까 봐 걱정하셨는데, 개별의 다른 몸들이 특수하게 발신하는 떨림의 감각을 전해주셔서 개인적으로는 더 좋았다. 매끈한 전형적인 낭독방식을 벗어나 그런 다양한 떨림의 표현도 가시화하는 것이 차후 우리가 해나가야 할 일이기도 하다. 직전에 파파캔디 님이 박경리 작가의 작품을 소개해 주었는데, 언젠가 박경리 선생이 “대단치 않은 사람들의 예사로운 말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에 대해 힘주어 이야기하신 것이 기억난다. 파파캔디 님도 대단치 않은 사소하고 작은 것에 주목하여, 그런 자연들을 자기 렌즈 속에서 새롭게 창조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 예컨대 파파캔디 님의 「개미의 사랑」이란 시를 보면, 제 몸의 수십 배나 되는 그리움을 짊어지고 가는 작은 것들의 힘이 느껴진다. 시라는 것이 작은 개미의 까만 두 눈의 반짝임까지 발견하는 확대경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그간 자신이 만난 작디작은 세계가 어떤 우주로 확대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시를 써왔으니, 앞으로도 대단치 않은 것들과의 인연을 속 깊은 사랑으로 채워 넣어 시와 삶의 그물망을 한 코 한 코 잘 꿰매어주시면 좋겠다.

설미희

설미희

시인 및 소설가, 동화작가. 사천시 늑도에서 출생. 만 4세에 고열로 뇌성마비 장애인이 되었다. 2009년 단편소설 「장애 콜, 신기사」로 제19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2년 「친밀한 타인」이란 시로 제32회 구상솟대문학상을 받았고, 시집 『내 마음 여기에…』를 발간했다. 산문집 「시인이라는 이름이 아름다운 설미희」 외에 동화집 『바다와 소년』 등 다양한 작품을 펴내며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prettynose@naver.com

노지영

노지영

문학평론가. 2010년 계간 [내일을여는작가] 등을 통해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에서 문학 및 교양 수업을 강의하고 있으며, 계간 [시와시학] [내일을여는작가] [평등과공정] 편집위원, [6411의 목소리] 편집자문위원 등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담집 『뒤를 보는 마음』을 펴냈고, 『정본 노작 홍사용 문학 전집』 『오장환 전집』 등을 함께 펴냈다. 현재 [A의 모든 것] 고정 게스트로 출연 중이다.
norae@hanmail.net

A의 모든 것

장애 감수성을 기르는 본격 문학방송 ‘A(able)의 모든 것 시즌6’

1화. 설미희 시인(1부)
∙ 유튜브에서 [전체방송 듣기]
∙ 팟빵에서 [전체방송 듣기]
∙ 팟캐스트에서 [전체방송 듣기]

사진.이효영 사진작가

2025년 8월 (66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제공하는 자료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서
「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비상업적 이용만 가능, 변형 등 2차적 저작물 작성 금지」의 조건에 따라 이용이 가능합니다.

댓글 남기기

제 2021-524호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WA-WEB 접근성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 | 1.업체명: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주소: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고 112 3.웹사이트:http://www.ieum.or.kr 4.유효기간:2021.05.03~2022.05.02 5.인증범위:이음온라인 홈페이지 |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47조제1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9조제5항에 따라 위와 같이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를 발급합니다. 2021년 05월 03일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