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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이음

신재혁 싱어송라이터

인터뷰 버프도 쉴드도 필요 없는, 연습 천재 음악인

  • 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
  • 등록일 2023-11-29
  • 조회수443

인터뷰

사실 인터뷰를 하기 전에는 음악인 신재혁을 알지 못했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들은 신재혁의 음악은 맑고 밝았을 뿐 아니라 매우 깔끔했다. 그리고 인터뷰하면서 만난 신재혁은 신중함과 명민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매력적인 음악인이었다. 짧은 인터뷰가 그의 진심과 꿈을 다 담아내지는 못한다. 꼭 신재혁의 음악을 들어주시기 바란다.

  • 의자에 앉아 기타를 잡고 포즈를 취하는 신재혁

먼저 웹진이음 독자들에게 간단히 소개해 주시겠어요?

기타 치고 노래하는 신재혁입니다. 마음속에 있는 얘기를 그대로 전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면서 보훈공단 필로스합창단, 그룹 데이스윗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밖에서는 저를 ‘가수님’이라고 불러주시고, 시각장애인 대상으로 복지관에서 기타 레슨을 하는데 ‘강사님’이라고 불려요. 합창단에서는 테너, 이렇게 세 가지 호칭으로 불리네요. (웃음)

그러면 하루를 어떻게 보내세요?

많이 안 자도 피로가 풀리는 스타일이어서 새벽 4시에서 4시 반쯤에 일어나요. 아침을 챙겨 먹기도 하고 기타 연습을 합니다. 먹는 걸 좋아해서 많이 먹는데요. 살도 빼야 하고 건강을 위해 실내자전거를 좀 타요. 오늘도 1시간 반 정도 탔어요. 덕분에 살을 많이 뺐어요. 그러고 나서 씻으면 7시예요. 합창단에 출근했다가 퇴근하면 1시가 되요. 이후에 일정 있으면 레슨 하러 가고, 별다른 일정이 없는 날도 많아요. 그럴 때면 집에 가서 쉬기도 하고 여자 친구를 만나기도 하는 보통의 일상이에요.

MBTI가 궁금해지네요.

ENTJ입니다. 외향적(E)이고, 상상하기 좋아하는데(N), 이성적(T)이고 계획형(J)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잘 모르겠어요. (웃음) ENTJ라고 하면 “까칠하겠구나” 같은 안 좋은 얘기를 많이 해요. 확실한 거 좋아하고 애매한 거 안 좋아하고요. 장점이라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 계획적이라는 것이죠.

음악은 언제부터 시작하게 된 거예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기타를 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아버지가 권유해서 배웠어요. 저는 노래를 배우고 싶었는데 기타를 배우라고 해서 갈등이 있었지만, 시키는 대로 해봤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아버지 말이 맞았죠.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면 됐으니까요. 일렉트릭 기타보다는 어쿠스틱 기타 쪽이 취향에 맞는 것 같아 이것저것 듣다 보니 핑거스타일 연주에 입문하게 되었어요. 2000년대 후반만 해도 대중적이지는 않았어요. 6개월 정도 기초를 배웠고 그 후로는 독학으로 익혔어요.

재능이 있다고 느끼셨어요?

그랬던 것 같아요. 저보다 재능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음감도 있었고, 남들은 한 달쯤 걸리는 곡을 2주 만에 치니까 ‘남들보다 조금 빠르구나’ 했죠. 어느 순간 학원에서는 기타를 제일 잘 치는 사람이 된 거예요. 제가 약간 ‘관종’이었는데, 애들이 저에게 많이 말을 걸었어요. 선생님께 “재혁이 형처럼 치려면 얼마나 걸리냐”고 묻는다는 얘기도 듣는 거예요. ‘오늘은 또 누가 내 칭찬하나’ 하며 은근 즐겼죠. (웃음)

하다 보니까 잘하는 것 같고 음악 하는 게 좋아서 자연스럽게 음악인이 되겠다고 결심한 것 같네요.

자연스럽게 음악 쪽으로 흘러갔어요. 중3 때부터 고2 때까지 기타를 치니 공부와는 너무 멀어졌고 할 수 있는 게 기타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대학도 실용음악과에 갔고요. 실용음악과를 갔으니 어떻게 해요. 음악 열심히 해야죠. 원래 가고 싶었던 학교는 다른 학교였는데, 다시 공부해서 둘 다 붙었어도 (지금처럼) 백석예술대학교에 갔을 것 같아요. 시각장애가 있는 저는 지하철역이랑 가까운 게 제일 좋거든요.

한동안 새 음반이나 싱글을 안 내는 것 같아요.

공백이 있었던 게 맞아요. 그동안 써놨던 곡들을 차츰 발표할 계획이에요. 데이스윗 싱글 〈I’m Into You〉가 올해 11월 6일에 나왔어요. 봄에 내려고 써놓은 제 솔로곡이 있는데 아직 못 냈어요. 내년 봄에는 꼭 내려고 12월부터 준비할 예정이에요.

음악이 맑고 서정적이에요.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하나요? 가장 많이 들은 음반과 곡은 뭔지 궁금합니다.

김동률을 많이 좋아해요. 3집 《귀향》에 〈사랑한다는 말〉이라는 곡이 있어요. 중학생 때부터 들었는데 지금까지도 안 질리는 곡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더 클래식의 〈마법의 성〉도 들으면 들을수록 잘 만든 곡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예쁜 가사며 코드며 멜로디도 완벽한 데다가, 여자 친구와의 인연을 만들어 준 곡이거든요. 원래도 좋아하던 곡인데 더 좋아하게 됐어요. 어릴 때 들었던 게 그런 음악이어서 그런지 만들면 서정적인 쪽으로 가더라고요.

공연도 하고 레슨도 하지만, 음악을 통해서 생활을 꾸려나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다른 일을 하면서 음악을 부업처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어떠세요?

이번 달부터 필로스합창단에 출근하면서 생활이 가능해졌어요. 원래는 저도 안마 일을 같이 했어요. 지금 제가 돈을 버는 건 합창단, 기타 레슨, 그리고 공연 활동들인데, 다 음악 일이잖아요. 그래서 행복해요. 남들이 볼 때는 많은 금액이 아닐 수 있겠지만, 남들은 느껴볼 수 없는 저만의 행복이니까 굉장히 좋습니다.

시각장애인 음악인이라서 주목받거나 반대로 외면당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요?

무대에 오를 때면 혼자 안 올라가고 항상 다른 사람의 팔을 붙잡고 올라가니까 늘 주목받아요. 못해도 잘했다 그러고, 잘해도 잘했다고 해요. ‘장애가 있는데 저 정도 기타 치려면 얼마나 노력했겠어’ 이렇게 좋게 봐주긴 해요. 그러다 보니 자기 객관화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장애인이 얼마나 잘하겠나 하고 봤는데, 진짜 잘하네’ 그래야 또 저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기중심을 잘 잡고 가야겠다고 마음먹게 돼요.
섭외를 거절하거나 하진 않아요. 그런데 비장애인과 똑같이 기회를 잡기는 힘들어요. 가령 버스킹 공모전 같은 소식이 올라오면 비장애인은 자기가 영상을 찍어서 보내면 되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영상 하나 찍으려면 ‘누구한테 부탁해야 하지?’ ‘나를 찍으려면 혼자는 못 할 텐데’ 그렇게 망설이다가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있어요. 공연장에 가려는데 안내해 줄 수가 없다고 하면 누구를 데려가야 할지 고민하고 찾는 과정에서 지쳐요. ‘안 할래. 다음에 하지’ 이러다 보면 기회를 놓치게 되고, 그런 게 외면으로 이어지는 거죠.

시각장애인 음악인이기 때문에 기회가 없기도 하고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고, 또 자기 중심을 잘 잡는 게 중요하다고도 했는데, 아티스트로서의 철학을 더 듣고 싶네요.

그동안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시각장애인이 안 나왔던 게 아니에요. 몇 번 나왔었죠. 방송 보면 사람들이 다 울고 패널들도 감동받았대요. 그런데 한 번 나오고 다시 안 나와요. 장애인이 나오면 아직은 약간 버프(강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눈물샘 자극하는데 일희일비하지 않고, 끊임없이 연습하고, 나만의 색깔을 찾는 노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언론에서는 장애인이 뭔가 할 때 ‘감동, 인간 승리’ 이런 식으로 프레임화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예를 들어 척수장애인은 노래하는 데 핸디캡이 있지만, 시각장애인이 노래하고 연주하는 데는 딱히 핸디캡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연습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더 좋은 기회로 계속 연결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사실 인간 신재혁으로 봐주면 좋겠고, 더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은데, 기본적인 일을 한 것만으로 대단한 사람으로 추켜세워요. 식당에서 컵에 물을 따르고 택시 탔을 때 안전벨트를 매는 건 아무것도 아닌데, 그것만 해도 “천재네” 이러더라고요. “물 따르는 게 천재면 기타 치면 신인가?” 장애인은 아무것도 혼자 못하고 도움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아직 많이 있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점점 인식이 좋아지고 있는 걸 느껴요. ‘모두예술극장’이 생긴 것만으로도 변화를 느끼고 있고요. 예전에는 음료수병에 “탄산” 혹은 “음료” 두 글자만 점자로 쓰여 있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상품명을 쓰더라고요. 점자 표시가 점점 늘어나는 것 자체가 모두가 평등하게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깔리는 거니까 좋아요. 시각장애인은 바우처 택시를 많이 이용하는데 차량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시각장애인용 흰지팡이를 들고 있으면 “혹시 안내 도와드릴까요”라고 먼저 물어봐 주는 사람이 예전보다 월등하게 늘어났어요.

활동하면서 시각장애로 인해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오늘 사진 찍을 때도 잘하지 못했던 건데, 제스처 같은 게 다른 것 같아요. 비시각장애인들은 가수들이 무대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제스처로 쇼맨십을 보여주는지 어릴 때부터 보잖아요. 자연스럽게 학습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반면 저희는 100% 말로만 들으니까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서 나온다기보다는 그냥 하는 느낌이어서 어색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그런 게 어려움으로 다가올 때가 있는 것 같아요.

퍼포먼스가 어색하거나 쇼맨십이 부족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했는데, 그럼 어떻게 하나요?

멘트를 재밌게 해서 말만 해도 뻥뻥 터지는 사람 있잖아요. 그런 가수들을 레퍼런스 삼아서 멘트 연습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잘하고 싶으니까 적고 외워서 갔더니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말을 술술 잘해” 하는 거예요. 준비 없이도 잘하면 좋겠지만, 저는 매일 한 시간씩 연습했어요. 그렇게 몇 번 해보니 자신감이 붙고, 이제는 공연 20분 전에 멘트를 준비할 수 있을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계속 연습하면 점점 더 잘하겠죠. 제스처는 아직 좀 어색한데, 기타가 약간 쉴드를 쳐주는 것 같기는 해요.

어떤 꿈이 있나요?

행복하게 음악 하는 게 꿈이에요. 언제나 행복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내 목소리를 계속 좋아해 주면 좋겠고, 내가 내 음악을 계속 좋아할 수 있고, 계속 발전하는 뮤지션으로 대중들에게 보이고 싶고, 히트곡도 만들고 싶어요. 음악이 재미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음악 속에서 행복을 찾아 나가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 10여 명의 남녀 혼성합창단원이 빙 둘러 서 있고, 앞쪽 중앙에 신재혁 단원이 의자에 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하고 있다.

    보훈병원 로비에서 열린 보훈공단 필로스합창단 창단공연
    사진 출처.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홈페이지

  • [MV] 신재혁 - With You (Acoustic Ver.)
    영상 출처. 유튜브 채널 MUSIC&NEW

신재혁

백석예술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했고,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로,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보훈공단 필로스합창단에서 테너로 활동 중이다. 강여경과 ‘데이스윗’이라는 이름으로 듀엣 활동도 한다. 2017년에 정규 1집 《With You》를 발매했고, 2023년 12월에 싱글을 발매할 예정이다. 2012년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에 출연해 감미로운 목소리와 기타 실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2018 김광석 노래 부르기’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콘서트 투어에도 참여했다. 2022년 이음가요제 대상, 스페셜K 어워즈 문체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유튜브 채널 씽재혁(SINGJAEHYUK)

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 맛있는 빵과 디저트를 사랑한다. 음악의 아름다움이 구현되는 방식과 사회적 역할에 특히 관심이 많다.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고, 스스로 놀라는 글을 쓰고 싶어 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한다. 블로그에 가면 어떤 음악을 들으며 사는지 엿볼 수 있다. 쓴 책으로는 『그렇다고 멈출 수 없다』 『음악열애』 『누군가에게는 가장 좋은 음악』 『음악편애―음악을 편들다』 『밥 딜런, 똑같은 노래는 부르지 않아』가 있고, 『대중음악의 이해』 『대중음악 히치하이킹하기』 『인간 신해철과 넥스트시티』 등을 함께 썼다.
bandoby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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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재범 POV스튜디오 실장 andy45a@naver.com

2023년 12월 (48호)

상세내용

인터뷰

사실 인터뷰를 하기 전에는 음악인 신재혁을 알지 못했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들은 신재혁의 음악은 맑고 밝았을 뿐 아니라 매우 깔끔했다. 그리고 인터뷰하면서 만난 신재혁은 신중함과 명민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매력적인 음악인이었다. 짧은 인터뷰가 그의 진심과 꿈을 다 담아내지는 못한다. 꼭 신재혁의 음악을 들어주시기 바란다.

  • 의자에 앉아 기타를 잡고 포즈를 취하는 신재혁

먼저 웹진이음 독자들에게 간단히 소개해 주시겠어요?

기타 치고 노래하는 신재혁입니다. 마음속에 있는 얘기를 그대로 전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면서 보훈공단 필로스합창단, 그룹 데이스윗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밖에서는 저를 ‘가수님’이라고 불러주시고, 시각장애인 대상으로 복지관에서 기타 레슨을 하는데 ‘강사님’이라고 불려요. 합창단에서는 테너, 이렇게 세 가지 호칭으로 불리네요. (웃음)

그러면 하루를 어떻게 보내세요?

많이 안 자도 피로가 풀리는 스타일이어서 새벽 4시에서 4시 반쯤에 일어나요. 아침을 챙겨 먹기도 하고 기타 연습을 합니다. 먹는 걸 좋아해서 많이 먹는데요. 살도 빼야 하고 건강을 위해 실내자전거를 좀 타요. 오늘도 1시간 반 정도 탔어요. 덕분에 살을 많이 뺐어요. 그러고 나서 씻으면 7시예요. 합창단에 출근했다가 퇴근하면 1시가 되요. 이후에 일정 있으면 레슨 하러 가고, 별다른 일정이 없는 날도 많아요. 그럴 때면 집에 가서 쉬기도 하고 여자 친구를 만나기도 하는 보통의 일상이에요.

MBTI가 궁금해지네요.

ENTJ입니다. 외향적(E)이고, 상상하기 좋아하는데(N), 이성적(T)이고 계획형(J)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잘 모르겠어요. (웃음) ENTJ라고 하면 “까칠하겠구나” 같은 안 좋은 얘기를 많이 해요. 확실한 거 좋아하고 애매한 거 안 좋아하고요. 장점이라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 계획적이라는 것이죠.

음악은 언제부터 시작하게 된 거예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기타를 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아버지가 권유해서 배웠어요. 저는 노래를 배우고 싶었는데 기타를 배우라고 해서 갈등이 있었지만, 시키는 대로 해봤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아버지 말이 맞았죠.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면 됐으니까요. 일렉트릭 기타보다는 어쿠스틱 기타 쪽이 취향에 맞는 것 같아 이것저것 듣다 보니 핑거스타일 연주에 입문하게 되었어요. 2000년대 후반만 해도 대중적이지는 않았어요. 6개월 정도 기초를 배웠고 그 후로는 독학으로 익혔어요.

재능이 있다고 느끼셨어요?

그랬던 것 같아요. 저보다 재능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음감도 있었고, 남들은 한 달쯤 걸리는 곡을 2주 만에 치니까 ‘남들보다 조금 빠르구나’ 했죠. 어느 순간 학원에서는 기타를 제일 잘 치는 사람이 된 거예요. 제가 약간 ‘관종’이었는데, 애들이 저에게 많이 말을 걸었어요. 선생님께 “재혁이 형처럼 치려면 얼마나 걸리냐”고 묻는다는 얘기도 듣는 거예요. ‘오늘은 또 누가 내 칭찬하나’ 하며 은근 즐겼죠. (웃음)

하다 보니까 잘하는 것 같고 음악 하는 게 좋아서 자연스럽게 음악인이 되겠다고 결심한 것 같네요.

자연스럽게 음악 쪽으로 흘러갔어요. 중3 때부터 고2 때까지 기타를 치니 공부와는 너무 멀어졌고 할 수 있는 게 기타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대학도 실용음악과에 갔고요. 실용음악과를 갔으니 어떻게 해요. 음악 열심히 해야죠. 원래 가고 싶었던 학교는 다른 학교였는데, 다시 공부해서 둘 다 붙었어도 (지금처럼) 백석예술대학교에 갔을 것 같아요. 시각장애가 있는 저는 지하철역이랑 가까운 게 제일 좋거든요.

한동안 새 음반이나 싱글을 안 내는 것 같아요.

공백이 있었던 게 맞아요. 그동안 써놨던 곡들을 차츰 발표할 계획이에요. 데이스윗 싱글 〈I’m Into You〉가 올해 11월 6일에 나왔어요. 봄에 내려고 써놓은 제 솔로곡이 있는데 아직 못 냈어요. 내년 봄에는 꼭 내려고 12월부터 준비할 예정이에요.

음악이 맑고 서정적이에요.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하나요? 가장 많이 들은 음반과 곡은 뭔지 궁금합니다.

김동률을 많이 좋아해요. 3집 《귀향》에 〈사랑한다는 말〉이라는 곡이 있어요. 중학생 때부터 들었는데 지금까지도 안 질리는 곡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더 클래식의 〈마법의 성〉도 들으면 들을수록 잘 만든 곡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예쁜 가사며 코드며 멜로디도 완벽한 데다가, 여자 친구와의 인연을 만들어 준 곡이거든요. 원래도 좋아하던 곡인데 더 좋아하게 됐어요. 어릴 때 들었던 게 그런 음악이어서 그런지 만들면 서정적인 쪽으로 가더라고요.

공연도 하고 레슨도 하지만, 음악을 통해서 생활을 꾸려나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다른 일을 하면서 음악을 부업처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어떠세요?

이번 달부터 필로스합창단에 출근하면서 생활이 가능해졌어요. 원래는 저도 안마 일을 같이 했어요. 지금 제가 돈을 버는 건 합창단, 기타 레슨, 그리고 공연 활동들인데, 다 음악 일이잖아요. 그래서 행복해요. 남들이 볼 때는 많은 금액이 아닐 수 있겠지만, 남들은 느껴볼 수 없는 저만의 행복이니까 굉장히 좋습니다.

시각장애인 음악인이라서 주목받거나 반대로 외면당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요?

무대에 오를 때면 혼자 안 올라가고 항상 다른 사람의 팔을 붙잡고 올라가니까 늘 주목받아요. 못해도 잘했다 그러고, 잘해도 잘했다고 해요. ‘장애가 있는데 저 정도 기타 치려면 얼마나 노력했겠어’ 이렇게 좋게 봐주긴 해요. 그러다 보니 자기 객관화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장애인이 얼마나 잘하겠나 하고 봤는데, 진짜 잘하네’ 그래야 또 저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기중심을 잘 잡고 가야겠다고 마음먹게 돼요.
섭외를 거절하거나 하진 않아요. 그런데 비장애인과 똑같이 기회를 잡기는 힘들어요. 가령 버스킹 공모전 같은 소식이 올라오면 비장애인은 자기가 영상을 찍어서 보내면 되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영상 하나 찍으려면 ‘누구한테 부탁해야 하지?’ ‘나를 찍으려면 혼자는 못 할 텐데’ 그렇게 망설이다가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있어요. 공연장에 가려는데 안내해 줄 수가 없다고 하면 누구를 데려가야 할지 고민하고 찾는 과정에서 지쳐요. ‘안 할래. 다음에 하지’ 이러다 보면 기회를 놓치게 되고, 그런 게 외면으로 이어지는 거죠.

시각장애인 음악인이기 때문에 기회가 없기도 하고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고, 또 자기 중심을 잘 잡는 게 중요하다고도 했는데, 아티스트로서의 철학을 더 듣고 싶네요.

그동안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시각장애인이 안 나왔던 게 아니에요. 몇 번 나왔었죠. 방송 보면 사람들이 다 울고 패널들도 감동받았대요. 그런데 한 번 나오고 다시 안 나와요. 장애인이 나오면 아직은 약간 버프(강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눈물샘 자극하는데 일희일비하지 않고, 끊임없이 연습하고, 나만의 색깔을 찾는 노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언론에서는 장애인이 뭔가 할 때 ‘감동, 인간 승리’ 이런 식으로 프레임화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예를 들어 척수장애인은 노래하는 데 핸디캡이 있지만, 시각장애인이 노래하고 연주하는 데는 딱히 핸디캡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연습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더 좋은 기회로 계속 연결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사실 인간 신재혁으로 봐주면 좋겠고, 더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은데, 기본적인 일을 한 것만으로 대단한 사람으로 추켜세워요. 식당에서 컵에 물을 따르고 택시 탔을 때 안전벨트를 매는 건 아무것도 아닌데, 그것만 해도 “천재네” 이러더라고요. “물 따르는 게 천재면 기타 치면 신인가?” 장애인은 아무것도 혼자 못하고 도움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아직 많이 있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점점 인식이 좋아지고 있는 걸 느껴요. ‘모두예술극장’이 생긴 것만으로도 변화를 느끼고 있고요. 예전에는 음료수병에 “탄산” 혹은 “음료” 두 글자만 점자로 쓰여 있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상품명을 쓰더라고요. 점자 표시가 점점 늘어나는 것 자체가 모두가 평등하게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깔리는 거니까 좋아요. 시각장애인은 바우처 택시를 많이 이용하는데 차량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시각장애인용 흰지팡이를 들고 있으면 “혹시 안내 도와드릴까요”라고 먼저 물어봐 주는 사람이 예전보다 월등하게 늘어났어요.

활동하면서 시각장애로 인해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오늘 사진 찍을 때도 잘하지 못했던 건데, 제스처 같은 게 다른 것 같아요. 비시각장애인들은 가수들이 무대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제스처로 쇼맨십을 보여주는지 어릴 때부터 보잖아요. 자연스럽게 학습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반면 저희는 100% 말로만 들으니까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서 나온다기보다는 그냥 하는 느낌이어서 어색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그런 게 어려움으로 다가올 때가 있는 것 같아요.

퍼포먼스가 어색하거나 쇼맨십이 부족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했는데, 그럼 어떻게 하나요?

멘트를 재밌게 해서 말만 해도 뻥뻥 터지는 사람 있잖아요. 그런 가수들을 레퍼런스 삼아서 멘트 연습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잘하고 싶으니까 적고 외워서 갔더니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말을 술술 잘해” 하는 거예요. 준비 없이도 잘하면 좋겠지만, 저는 매일 한 시간씩 연습했어요. 그렇게 몇 번 해보니 자신감이 붙고, 이제는 공연 20분 전에 멘트를 준비할 수 있을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계속 연습하면 점점 더 잘하겠죠. 제스처는 아직 좀 어색한데, 기타가 약간 쉴드를 쳐주는 것 같기는 해요.

어떤 꿈이 있나요?

행복하게 음악 하는 게 꿈이에요. 언제나 행복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내 목소리를 계속 좋아해 주면 좋겠고, 내가 내 음악을 계속 좋아할 수 있고, 계속 발전하는 뮤지션으로 대중들에게 보이고 싶고, 히트곡도 만들고 싶어요. 음악이 재미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음악 속에서 행복을 찾아 나가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 10여 명의 남녀 혼성합창단원이 빙 둘러 서 있고, 앞쪽 중앙에 신재혁 단원이 의자에 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하고 있다.

    보훈병원 로비에서 열린 보훈공단 필로스합창단 창단공연
    사진 출처.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홈페이지

  • [MV] 신재혁 - With You (Acoustic Ver.)
    영상 출처. 유튜브 채널 MUSIC&NEW

신재혁

백석예술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했고,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로,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보훈공단 필로스합창단에서 테너로 활동 중이다. 강여경과 ‘데이스윗’이라는 이름으로 듀엣 활동도 한다. 2017년에 정규 1집 《With You》를 발매했고, 2023년 12월에 싱글을 발매할 예정이다. 2012년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에 출연해 감미로운 목소리와 기타 실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2018 김광석 노래 부르기’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콘서트 투어에도 참여했다. 2022년 이음가요제 대상, 스페셜K 어워즈 문체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유튜브 채널 씽재혁(SINGJAEHYUK)

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 맛있는 빵과 디저트를 사랑한다. 음악의 아름다움이 구현되는 방식과 사회적 역할에 특히 관심이 많다.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고, 스스로 놀라는 글을 쓰고 싶어 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한다. 블로그에 가면 어떤 음악을 들으며 사는지 엿볼 수 있다. 쓴 책으로는 『그렇다고 멈출 수 없다』 『음악열애』 『누군가에게는 가장 좋은 음악』 『음악편애―음악을 편들다』 『밥 딜런, 똑같은 노래는 부르지 않아』가 있고, 『대중음악의 이해』 『대중음악 히치하이킹하기』 『인간 신해철과 넥스트시티』 등을 함께 썼다.
bandoby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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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재범 POV스튜디오 실장 andy45a@naver.com

2023년 12월 (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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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1 17: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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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사시는 모습 응원합니다.멋진 연주로 감동과 교훈을 주시는것 같아 감사하네요. (댓글 이벤트참여도 합니다.)

2023-12-08 18: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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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속에서 행복을 찾아 나가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하셨는데, 이미 행복을 찾으신 것 같아요. 음악인 신재혁님 응원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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