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섬, 제주
제주특별자치도(이하 제주도)의 장애예술 현장을 만나는 날, 제주도엔 폭설이 내렸다. 넘치는 비행기에 마음만 먹으면 가는 섬 같았는데, 항공편 취소를 걱정하며 마음을 졸였다. 자본과 인간이 초래한 기후 위기의 경고가 분명했다. 그러나 개발과 성장의 권력은 철새가 머무는 성산에 제2공항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제주도는 1,850제곱킬로미터 면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이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위쪽은 제주시, 아래쪽은 서귀포시로 나뉜다. 아름다운 여행지로 유명하고 평화의 섬이라 불리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강정 투쟁과 4.3의 역사를 기억하는 섬, 2018년 예멘 난민이 도착한 섬, 평화란 부당한 폭력과 전쟁에 맞서는 분투이며 차별 없는 삶임을 깨닫게 해주는 섬, 제주.
장애인이 살아가는 삶터, 제주
제주도는 인구 675,862명(주1)으로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적으며 28,824명의 이주민이 함께 살고 있다. 등록장애인은 36,918명으로 제주도 전체 인구의 약 5.5%이며, 전국 평균 5.1%보다 약간 높고, 제주시에 25,517명(69.1%), 서귀포시에 11,401명(30.8%)이 살아간다.(주2) 제주도는 고령 장애인이 많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장애인 중 50세 이상 65세 미만 27.2%, 65세 이상 50.9%이며, 중증장애 비율은 50세 이상 65세 미만 31.3%, 65세 이상 27%이다.(주3) 2023년 기준 사회복지 예산 전국평균은 37.3%이지만 제주도의 사회복지 예산은 20% 수준이다. 2028년까지 사회복지 예산을 25%로 확보한다고 밝혔지만(주4) 2023년, 2024년 연속 전국 광역지자체 중 사회복지 예산 비율이 가장 낮다.(주5) 게다가 2025년 제주도 사회복지 예산 중 장애인복지과 예산은 0.6%에 불과하다.
2023년 7월, 인권침해가 여러 번 발생한 장애인 거주시설 사랑의집(사회복지법인 성심원) 사건은 탈시설 현황을 짐작케 한다. 해당 시설은 폐쇄 명령이 내려졌지만,(주6) 탈시설 지원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입소 대기자들의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내륙은 다른 지역으로 쉽게 갈 수 있지만, 제주도는 ‘섬’이라 쉽지 않다”며 시설 수용정책을 선택했고,(주7) 제주시 신규 공립시설이 2025년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제주의 장애인 거주시설 입소 대기자는 제주시 280명, 서귀포시 80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기 현상은 장애인의 탈시설 의지가 낮아서가 아니라 기반과 지원이 부족한 탓이다. 제주도 탈시설 장애인 자립정착금 지원은 4천만 원(대상자 4인)에 그쳤고, 2019년 7월 시행 이후 2025년 2월까지 14명에 그쳤다.(주8) 도내 장애인 자립지원주택도 제주시에 41호가 운영 중이지만, 서귀포시는 하나도 운영되지 않는다.(주9) 또한 제주도는 장애인 고용률이 2022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기준 28.2%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으나, 2024년에는 37.4%로 증가하였다. 장애인 일자리 확대 등의 영향으로 보이나 안정적 일자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더 지켜볼 일이다.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 중심의 정책과 비수도권 지역 간 차별, 장애인 노동 현실을 고민케 하는 현상이다.
장애예술 관련 제도와 지원
2024년 전국 자치단체 장애예술인 활동지원 평균 예산 규모는 5억8천6백만 원인데 비해 제주도는 10억2천7백만 원으로 평균보다 높다.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조례」는 72개(29.6%)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다.(주11) 제주도의 경우 2016년에 조례 제정이 이루어졌다. 2020년 「장애예술인 문화예술에 관한 법률」(약칭 장애예술지원법) 제정 이후 「장애예술인의 문화예술 활동 지원 조례」가 제정되었고, 제주도 역시 2021년에 장애예술인 지원 조례가 제정되었다. 이는 전국 지자체 중 11.2%에 해당한다. 제주도는 장애인 및 장애예술인의 문화예술 활동 지원 조례 모두 제정되어 있어 제주도의 장애인예술 및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 관련 지원 근거가 명확하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조례에서 예술인 실태조사 포함 현황을 명시하고 있지만 실시한 이력은 전무하다.
제주 지역에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지원을 받는 비율을 ‘2023년 장애예술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살펴보면, 사업유형별(창·제작 기반, 창·제작 활동, 교류활동, 향유활동)로 전체 신청 대비 1.4%(856건 중 12건), 전체 선정 중 2.4%(248건 중 6건)로 나타난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장애예술 창작지원,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을 해오고 있다. 2025년 재단 통합공모(1차)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중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에 11곳이 선정되었고 2억 4천만 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독자적으로 일궈온 축제와 새로운 시도
제주 지역은 오랫동안 독자적으로 일궈온 축제들이 있다. 2000년에 시작한 제주국제장애인인권영화제는 25년간 국내외 장애 관련 영화를 발굴하고 사전제작을 지원하는 활동을 해왔다. 한편 2024년에는 장애인복지관과 예술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제주발달장애인영화제가 시작되기도 했다.
제주장애인문화예술센터가 주관하는 전국장애인연극제는 2024년 15회를 맞았다. 제주장애인문화예술센터는 제주장애인인권포럼 부설기관으로 2011년 개소한 문화공간이다. 문화예술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증장애인을 위한 문화예술교육(뮤지컬, 연극, 영상미디어, 공예)과 장애인극단·밴드·풍물 자조모임을 운영하며 문화예술행사 및 전국 단위 축제를 개최한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장애인극단 도란토닥(주12)을 만들어 활동 중인 서귀포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미영 사무국장은 활동의 의미를 이렇게 말한다.
“장애인의 삶은 그리 녹록하지 않잖아요. 저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대본을 만들고 힘든 연습을 거쳐 공연하게 되었어요. (중략) 저는 학교 다닐 때 일어서서 책을 읽으려면 숨차고 떨리고 도저히 듣기 어려운 목소리였거든요. 지금도 그런 현상은 발표할 때 나타납니다. 그런데 공연할 때는 그런 게 없어요. 공연할 때 제 안에 그런 힘, 그런 능력이 있는 줄 몰랐거든요. 이런 제가 할 수 있으니 다른 사람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우리 기관에서 2010년에 연극 자조모임을 만들었고, 사업자등록증도 내어 어엿한 극단으로 탄생했어요. (중략) 공연하기까지의 과정이 험난하다 할까요. 하지만 우리 극단은 단원이 하고자 하면 어떤 역할이든 같이 합니다.”
- 김미영 서귀포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또 다른 시도로 ‘폴리시랩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제주 장애예술 창작기반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운영되었다. 이 과정에서 제주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 및 창작 환경에 대한 현황 파악과 예술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정책 실험의 설계, 운영을 시도했다. 또한 장애예술인 활동이 전문 예술기관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혀야 하며 이를 위한 지원과 예산 확대, 장애인 당사자의 주체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주13) 이 시도는 청년 장애예술교육랩 ‘두번째집’으로 이어져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운영하는 ‘예술공간 이아’ 내에서 진행 중이다.
제주도에서 섬과 육지, 서귀포시와 제주시, 장애와 비장애를 넘나들고, 제도와 비제도 사이에서 연결성과 독자성을 오가며 장애예술의 터전을 일궈가는 이들이 있었다. 따로 또 같이 장애예술을 실천 중인 제주도에 이를 뒷받침할 공적 지원과 공간이 더 생겨나고, 장애예술인이 더 많은 자원과 권한에 닿고 동료 관계를 구축하며, 그 중심에서 자신의 세계를 펼쳐가길 응원한다.
주2.보건복지부, ‘장애인 등록 현황’(2023년 12월 기준),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주3.제주연구원 제주사회복지연구센터, 「제주특별자치도 장애인의 고령화에 따른 지원방안 연구」,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사회보장특별위원회, 2023.
주4.제주연구원 제주사회복지연구센터, 「제주특별자치도 사회복지예산 분석 및 중장기 전략 수립 연구」, 사회복지연구 2023-02, 2023.
주5.“제주도, 사회복지 예산 2년 연속 최하위”, 프레시안, 2024.11.13.
주6.“제주시, 장애인학대 거주시설 ‘사랑의 집’ 시설폐쇄 행정처분”, 에이블뉴스, 2023.7.13.
주7.“인권침해 시설 폐쇄하고 신규 시설 짓는 제주도 “입소 대기자가 많아서”, 비마이너, 2024.1.27.
주8.“제주시, 탈시설 장애인 자립정착금 1000만원 지원”, DWBNEWS(장애인복지뉴스), 2025.2.18.
주9.제주연구원 제주사회복지연구센터, 「제주특별자치도 장애인 거주시설 실태조사 및 향후 발전방안 연구」, 2024.
주10.제주특별자치도, 「2025년 예산서(일반 및 기타특별회계)」, 2025.1.3.
주11.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역별 지원제도 조사 및 표준조례안 연구」, p.110, 2024.
주12.장애인극단 도란토닥은 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 여성장애인자조모임에서 2007년 한국장애인재단 자조모임 운영사업으로 시작하였다. 2019년, 2020년, 2022년에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지원을 받기도 하였으며 〈우동 한 그릇〉 〈동반자〉 〈남편을 죽이는 법〉 등을 공연했다.
주13.김연주 책임연구 외, 「2021 장애예술 창작기반 구축사업 제주 장애예술 창작기반 구축사업 폴리시랩 프로젝트」, p.124, 제주문화예술재단,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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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에서 장애여성 동료들과 연극을 만든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2021년부터 이음온라인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wdc214@gmail.com
2025년 3월 (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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