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리포트
지난 2년간 코로나19는 사회 곳곳을 근본부터 바꾸어 놓았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교환하던 수많은 가치는 온라인 공간에서 디지털 신호로 대체되어 모니터를 통해 교환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소외를 야기하였다. 소외는 항상 충분한 사회적 이유를 가지고 가장 취약한 대상에게 나타난다. 문화예술 비영리 사단법인 ‘오늘은’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문화예술 활동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청년 그룹에 주목하고 그 이유를 살펴보고자 했다.
문화예술 활동마저 상당수가 비대면-온라인으로 전환된 사회 속에서 청년 중에서도 누가 가장 문화예술 활동에서 소외되었을까? 온라인 시대에 대부분의 정보를 제공하는 휴대폰과 모니터 화면, 청년들이 가장 많은 콘텐츠를 즐기는 유튜브에서 공연 콘텐츠를 재생하고 SNS 피드 속 사진을 보며 소외의 원인을 우리의 감각과 신체에 대입해 보았다. 많은 것이 모니터와 휴대폰 화면을 통해 시각 정보로 전달되는 온라인-비대면 시대에 누가 가장 소외되는지에 대한 답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코로나19 시대에 온라인에서 상대적으로 큰 어려움에 부닥친 시각장애 청년들의 온라인 문화예술 활동에 관해 조사해 보기로 했다. 조사 과정에서 총 130명의 시각장애 청년(만 18세~34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먼저 코로나19 이후 부정적으로 변화한 것에 관해 물었더니 ‘문화예술, 여가활동의 기회’(76.9%)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그렇다면 문화예술은 시각장애 청년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응답자의 83.1%는 ‘문화예술이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76.9%가 ‘코로나19 이후 문화예술 활동 기회가 적어졌다’고 밝혔고, ‘코로나19 이전보다 활동 횟수가 적어졌다’는 응답도 60%에 달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문화예술 경험을 합한 것임을 생각하면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에서의 문화예술 활동 기회와 횟수가 감소가 된 것이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코로나19 이후에도 교육, 쇼핑 등 우리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분야는 별 문제 없이 온라인 환경으로 전환됐지만, 시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해 아름다움의 가치를 전달하던 문화예술 영역은 온라인 전환 흐름에 충분히 올라타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줄어든 문화예술 활동 기회가 여느 분야와 같이 온라인을 통해 충분히 대체되었다면, 전체 문화예술 활동 기회와 경험에 대한 시각장애 청년들의 응답도 조금 달라졌을 것이다. 물론 몰입감이나 현장감 등이 중요시되는 문화예술의 특성과 온라인화를 위한 기술적 한계, 저작권과 같은 환경적 한계는 시각장애라는 요소를 제외하고 생각하더라도 온라인 중심의 문화예술 활동을 어렵게 하는 이유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시각장애 청년을 위한 문화예술 온라인 전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있다. 이번 조사에서 85.3%가 한 번 이상 온라인 문화예술 활동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높은 경험 비율과는 달리,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를 통해 파악한 온라인 문화예술 활동 경험의 질은 높지 않았다. 우리는 이 결과가 현재 온라인 공간의 문화예술(콘텐츠 포함) 활동이 비장애인의 필요와 편의에 맞춰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각장애 청년도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온라인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찾았고,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제작된) 많은 문화예술 콘텐츠를 접할 수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미흡한 배리어프리 환경으로 인해 시각장애 청년이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문화예술 활동을 경험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클릭 하나로 다 되는 세상 vs 클릭이 제일 두려운 사람
2021년 현재 사회 전반적으로는 배리어프리에 관한 관심과 구체적인 실천이 늘어나고 있고, 이에 따라 여러 유형의 장애 청년들이 즐길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도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온라인에서 문화예술을 경험한 시각장애 청년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응답자 중 40%가 ‘불편한 UI/UX’를 선택했다. 시각장애 청년이 생각하는 주요 문제는 잘 만들어진 배리어프리 콘텐츠 자체가 아니라, 그 콘텐츠를 찾아가는 과정에서의 접근성과 시각장애인의 사용 경험을 반영한 콘텐츠인가 하는 부분이다. 유명한 앱에서 좋은 배리어프리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정작 그 앱에 접속하여 콘텐츠에 접근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장벽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에서 콘텐츠를 제공할 경우 접근 과정 중 음성 안내, 큰글자 모드, 단축키 지원 등 편의 기능이 개선되어야 한다.”
“마우스까지 사용해야 할 정도로 페이지 접근성이 안 좋은데,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이 마우스를 사용하기는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다.”.
온라인 환경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기획하는 담당자들이 지금이라도 시각장애 청년의 목소리에 관심을 가지고 검토해야 한다.
익숙해진 온라인 vs 부족한 사회적 준비
2021년 11월 1일 위드 코로나 정책이 시작되었다. 사회 전반적으로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온라인에서 문화예술 활동에 도전하던 시각장애 청년은 코로나19만 끝나면 다시 오프라인 문화예술 활동으로 돌아갈까? 조사 과정에서 느낀 바로는 “그렇지 않다”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조사에 참여했던 만 18세~34세의 시각장애 청년들은 다양한 기술 덕택에 환경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이미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점, 온라인 활동의 이동 편의성 및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점, 낮은 비용 부담 등 여러 측면에서 온라인 환경에서의 문화예술 경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문화예술 활동이 다시 살아나는 것과는 별개로, 시각장애 청년의 온라인 문화예술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 분명하고, 이에 대비하여 보고서에서 지적한 여러 가지 불편 요소에 대한 사회적 준비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관심 있게 지켜봤으면 하는 조사 결과가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 따르면 만 15세~24세의 만화, 웹툰, 소설 감상 비율은 61.2%로, 웹툰이나 만화 같은 이미지 콘텐츠를 즐기는 청년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슷한 연령대인 이번 조사대상 시각장애 청년은 어떨까? 응답자의 70%가 앞으로 ‘경험해 보고 싶은’ 문화예술 분야에 관해 웹툰 등 이미지 콘텐츠라고 응답했다. ‘경험해 보고 싶은’이라는 단어가 핵심인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서술형 문항에서, 웹툰을 경험해 봤다고 답한 응답자의 의견은 다음과 같았다.
“대표 플랫폼인 네이버 웹툰, 카카오 웹툰 등에서 각 회차의 상세 페이지에 접근해보면 스크린 리더를 통해 어떠한 정보도 탐색할 수 없어 웹툰의 내용을 파악할 수 없었다.”
“네이버 웹툰 서비스를 이용해 연재만화를 보려고 시도했으나 그림으로만 되어있는 웹툰에 대체 텍스트가 제공되지 않아 감상을 포기했다.”
실제 세상을 온라인 환경, 특히나 시각적 요소로 가득 채운 공간으로 구성하는 메타버스는 앞으로 대세 문화가 된다고 한다. 이번 연구조사를 계기로 대표적인 온라인 플랫폼들이 대체 텍스트나 음성해설 등 접근성 부분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시각장애 청년의 문화적 간극과 소외를 줄일 수 있기를 바란다.
안될 것 같다는 걱정은 우리만 하고 있었다
조사 과정에서 얻은 통찰도 있다. 처음 시각장애 청년의 온라인 문화활동 조사설계 시 설문 진행방식에 대해 전화 설문, 점자 질문지 배포 등을 고려했었다. 그런데 실제 설문조사는 각 휴대폰 운영체계(OS)에서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스크린 리더’ 기능과 웹 기반의 ‘구글 설문지’를 활용하면 의외로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었다. 물론 아직 불완전한 부분도 존재하고 기술적 한계도 있지만, 어쩌면 이러한 UI/UX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시각장애인의 온라인 문화예술 활동에서의 장애 요인과 다르지 않았다.
한편, 자세한 추가 의견을 듣기 위해 시각장애 청년 8명과 FGI를 진행할 때, 원래 오프라인 모임으로 기획했지만 FGI 직전에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급히 줌(Zoom) 플랫폼을 활용해서 온라인 회의로 진행방식을 변경하였다. 그룹 통화 방식도 있었을 텐데, 왜 시각장애 청년을 대상으로 서로 보면서 대화하기 위해 만든 플랫폼을 사용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아마 정량조사를 진행하기 전이라면 우리도 그렇게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정량조사 진행 과정에서 상세한 가이드가 있으면 시각장애 청년들도 이러한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을 많이 어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덕분에 그룹 통화에서는 불가능한 시각 자료를 저시력 장애 청년에게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었고, 해당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녹취 기능 등을 활용해 인터뷰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이번 조사가 시각장애 청년의 문화활동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시각장애 청년의 온라인 문화예술 활동 조사 보고서」
사단법인 오늘은 | 조사기간 2021.6.10.~7.3. | 조사방법 온라인 설문 및 포커스 그룹 인터뷰
- 조사 보고서 다운로드 링크
- 조사 보고서 요약 음성으로 듣기 링크
강국현
사단법인 오늘은 사무국장. 사단법인 ‘오늘은’은 문화예술을 통해 청년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20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사업 외에도 시각장애 청년을 위한 문화예술 콘텐츠 채널 ‘오디아(AudiA)’, 장애 청년들의 도전 여행 ‘오늘은 배리어프리’ , 장애 청년의 문화예술 실무경험 ‘오늘부터 출근’ 등을 운영하고 있다.
koopy@oneul.or.kr
이미지 제공. 필자
2021.12월 (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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