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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는 ‘2021년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실태조사’를 통해 장애예술인의 문화예술 활동, 고용·소득 현황, 관련 시설·단체 운영실태 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를 근거로 시행된 첫 조사로, 장애예술인의 문화예술 활동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정책적 요구를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처럼 국가가 실태조사를 통해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는 것은 일반적인 수순이다. 그러나 어려움을 재확인하는 과정을 답습하고, 불평등한 구조를 제대로 드러내기 위한 질문을 갖지 못한다면, 새로운 정책 개발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장애예술인이 어려운 처지에 있다’는 단순한 명제가 아니라, 장애예술인의 불평등 경험과 상황을 구조적으로 접근하는 조사가 필요하다.
드러나지 않은 구조를 드러내기 위해
이번 조사는 장애 유형과 예술 분야, 문화예술 활동에서의 애로사항, 장애인 예술교육 및 문화향유 실태, 고용현황과 문화예술 활동 시 필요한 지원정책 등 여러 조사항목에도 불구하고 장애예술인의 불평등 경험과 복합적인 차별 상황이 드러나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조사 결과에서는 장애 유형으로 인한 상황과 특징이 제한적이나마 드러나지만 세대, 젠더, 지역 등의 차별과 특징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일례로 예술인 경력정보시스템 등록 여부의 경우 지적장애는 1.7%만 등록한 반면 청각·언어장애는 55.9%가 등록되어 있다. 또한 예술 활동 분야 중 영화가 88.9%로 압도적으로 높다. 이처럼 활동 분야별·장애 유형별 편차가 큰 요인은 무엇일까. 등록 여부가 지원금 등과 연관이 있어서인지, 특정 예술 분야별로 지원이 편중된 문제인지, 그리고 특정 장애 유형의 등록이 낮은 이유가 접근성의 문제로 장애등급제와 연관이 있는지 등 여러 의문이 생긴다. 자료의 결과를 ‘차별의 구조’로 교차적으로 분석하여 이후 실태조사에 반영해야 할 과제다.
또한 문화예술교육 활동 종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종사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지적장애(84.3%)와 자폐성장애(85.4%)에서 압도적으로 높다. 이는 의학적 기준의 장애 유형 특성이라기보다는 기존 지적·자폐성장애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장애 유형별로 고정화된 인식과 차별이 문화적 수혜자 혹은 대상자의 위치를 벗어나기 힘든 구조를 만드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사를 바탕으로 장애인이 경험하는 사회적 차별과 연결하여 지적·자폐성장애 당사자에게 어떠한 지원이 더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차별을 예방하기 위한 장기적 계획은 사라지고 단순한 수혜와 지원으로 정책이 굳어질 수 있다.
전용공간 보유 여부와 관련하여, 자폐성장애인은 창작/실연/실제 공연 등 작품 발표 및 참여 횟수가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이들의 66.6%가 문화예술 활동 전용공간이 없다고 답하였다. 실제 참여하는 문화예술 활동 영역의 특성과 발표 횟수를 비교해보면 아이러니한 수치이다. 연습 및 창작공간이 장애 유형별 차이를 보이는 이러한 상황은 참여하는 예술 활동 분야로 설명되기도 어렵다. 이러한 현실이 어떤 불평등을 드러내는 것일까? 실제 문화예술 활동이 가장 높은 집단이 가장 공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애예술인이 경험하는 어려움을 장애로만 환원하지 않기 위해서 후속연구와 현장 전담조직으로 질문의 빈틈을 채운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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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유형별 작품활동 횟수 및 전용공간 보유 여부 테이블 장애 유형별 작품활동 횟수 및 전용공간 보유 여부 구분 작품 발표 또는 참여횟수 (평균) 전용공간 보유 여부-없음 지체장애 12.9회 45.2% 시각장애 7.6회 26.5% 청각/언어장애 16.5회 31.1% 지적장애 11.0회 36.1% 자폐성장애 16.8회 66.6% 뇌병변장애 7.6회 40.1% 기타 9.8회 64.1%
복합적 조사설계와 분석의 필요
여러 질문 항목에도 불구하고 연령, 성별, 예술활동증명 등록 여부는 두드러진 특징 및 경험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장애 유형과 활동 분야, 성별, 연령을 제외한 정체성은 애초 조사항목에 포함조차 되지 못했다. 장애, 여성, 빈곤, 지역, 성적 지향, 가족 형태 등 한 사람을 구성하는 정체성은 복합적이다. 그렇기에 불평등 경험 또한 장애예술인이라 할지라도 장애로만 설명되기 어렵고, 활동하는 예술영역으로만 설명되기도 어렵다. 불평등 상황에 대한 다채로운 질문과 상상이 가능한 기초 조사는 현재 장애예술인의 상황과 경험을 사회구조와 연결 지어 변화의 시작을 드러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조사항목에서 장애예술인의 경험이 여전히 ‘장애’에만 머물러 있어 여러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경험이 잘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
지원 및 정책을 잘 마련하기 위해서는 불평등 경험을 잘 드러내어 사회의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요인들을 찾아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지원’이 수혜적 지원에 머물지 않도록 차별의 문제로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호혜적 지원이 얼마만큼의 덩어리로 해당 대상에게 가는지가 아닌, 어떠한 지원이 왜 필요하며 이것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가와 같은 역질문이 필요한 것이다. 지원을 구조적 차별의 문제로 드러내야 한다.
그러나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묻는 질문 구성 등을 보면 아쉬움이 든다. 해당 질문에 81.6%가 ‘창작지원(기금) 및 수혜자 확대’라고 응답하였다. 문화예술 활동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은 이어지는 문화예술 창작활동 수입 218만 1천 원, 고용보험 가입률 34.4%, 산재보험 가입률 30.1% 등의 숫자에서도 보인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실제 창작지원 및 수혜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결과 도출만이 아닌, 장애인의 노동권 문제, 노동현장에서의 차별과 괴롭힘, 부양 문제와의 연관성 등 후속연구를 추동해야 하는 근거이다. 그러나 여전히 장애예술인 관련 조사는 조사항목 및 질문에서 예술 활동을 위한 사회 서비스망, 안정망 및 기초적인 인프라에 대한 부분은 공백으로 둔 채 납작하게 구성되었다.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어떤 공간과 비용이 필요한가 등의 조사로만 질문이 구성되어 있으면, 결괏값은 자칫 단순하고 수혜적인 지원으로 수렴되고 차별의 구조가 묻힐 수 있다. 장기적 지원 설계를 위해서는 복합적인 차별의 구조를 분석하는 조사 설계가 필요하다.
코로나19가 문화예술 활동에 미친 영향과 관련하여서도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어진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수입 감소, 작업장·연습공간 폐쇄 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협회·복지관 등 공적 공간의 시설 폐쇄와도 연동해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동일한 시기 비장애 예술인의 고충과 상이한 점은 무엇인지, 연습공간 등의 인프라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조사해야 하지 않았을까. 재난 시기 예술 활동 등과 같은 활동 중단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과 제도의 공백을 묻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보면, 지자체의 지원 유무 등의 질문 구성은 그저 ‘지원’ 자체를 드러내는 결과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들은 장애예술인이 어떤 구조적 변화를 필요로 하는지를 드러내기보다, 어떤 지원을 요구하는지로 비칠 우려가 있다. 장애예술인 지원 취지는 동정과 시혜가 아닌, 권리를 확보하고 지지하기 위한 목적임을 상기해야 한다.
장애예술인의 권리 확보로 이어지도록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진행되었으면 하는 후속연구는 크게 두 줄기다. 첫째, 교육 지원이다. 교육비용 부담 비율을 보면 개인 부담 비율이 상당히 높다. 예를 들어, 입문 시기에 개인 부담 비율은 장애인 복지시설 45.2%, 공교육 65.4%이고, 예술전문학교, 개인레슨, 사설교육기관은 90%에 이른다. 전문예술인 교육기관별 비용 부담도 장애인 복지시설을 제외하고는 개인 부담이 85~90%에 달한다. 이는 공교육과 장애인 복지시설을 제외하고는 개인부담, 즉 원가족 및 주변의 지지가 없다면 예술 활동을 위한 교육을 지속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덧붙여, 장애 유형 및 활동 분야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활동 시 도움의 필요 유무를 묻는 질문에 70.5%가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는 44.2%가 가족, 19.5%가 활동보조인이라고 응답한 조사를 주목해야 한다. 자폐성장애의 경우 82.8%가 가족의 도움을 받는다고 답변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예술 활동 시 타인, 특히 가족의 조력 및 지원이 필요함을 말하며, 달리 말해 가족 등의 조력 없이는 활동이 불가능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장애인활동지원 등의 지원제도가 장애예술인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활동보조인 시간 혹은 관련 인적자원을 늘리는 제도 개선이 어떻게 왜 필요한지를 더욱 심층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연구가 이어지기를 바란다.
두 번째로, 활동 시작 경로에 관한 것이다. 예술전문교육을 받고자 할 때의 어려움으로 전문교육기관·시설의 부족이 62.0%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그다음이 교육비 부담으로 56.1%를 차지했다. 전문교육기관·시설의 부족은 장애인 복지시설 중심으로 세팅된 장애예술인 지원제도 도입 및 교육의 한계, 그리고 비장애인 중심 전문교육기관에 접근하기 어려운 현실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는 기존 예술인 양성 프로그램, 예술학교 등의 공교육 안에서 모든 장애 유형을 고려한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는지, 비장애 중심으로만 세팅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함을 말하기도 한다. 이는 예술 활동 시작 경로로 ‘장애인 복지시설 및 프로그램’이라는 응답이 36.9%로 가장 높은 것과도 연관 지어 고민해봐야 한다. 특히 지적·자폐성장애의 경우 50% 이상이 장애인 복지시설을 통해 예술 활동을 시작한다. 이처럼 장애 유형별 상이한 결괏값이 장애인 복지시설 등의 프로그램 접근 시 수혜적이고 일시적인 활동으로 이어지는 한계가 있지 않은지 확인이 필요하다. 활동 시작 경로에 따른 활동의 유형 및 이후 행보에 대한 심층 조사도 이어져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보도자료에서 창작·발표에 필요한 접근성 문제, 창작지원금, 연습공간 및 창작공간, 전문교육 지원 등을 정책과제로 발표하였다. 이와 같은 지원이 긴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장애예술인의 권리 확보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장애인 인권 현실 전반과의 교차분석을 통한 복합적인 실태조사와 후속연구가 필요하다. 그래야 지금의 장애인 인권운동이 지하철 투쟁으로 혐오와 차별의 한가운데 놓여있는 구조와 장애예술인이 겪는 차별의 문제가 함께 드러날 것이다. 이런 불평등 구조 분석을 우회하지 않아야 국가 정책이 더는 장애예술인을 대상화하지 않을 것이다.
[참고자료]
- 「2021년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실태조사 및 분석연구」 바로가기(링크)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로 극단 춤추는허리에서 연극을 만들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7기 위원이다.
rpvl72@gmail.com
2022년 5월 (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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