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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이음

A의 특별한 손님④ 강지혜 시인

인터뷰 이웃의 마음을 만들기 위해 동시가 필요하다

  • 노지영 문학평론가
  • 등록일 2024-01-31
  • 조회수442

인터뷰

장애 감수성을 기르는 본격 문학방송 〈A의 모든 것〉에서는 초대 손님과 함께 작가의 작품 세계에 관해 깊이 있고 생생한 이야기를 나눈다. 올해는 웹진 이음을 통해서도 만나보자. 2020년부터 다녀간 특별한 손님들은 팟빵과 팟캐스트에서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다.

강지혜 시인의 동시집에는 유난히 가족 이야기가 많다. 날로 약해져만 가는 휠체어 사용자 엄마나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할아버지, 육체노동자인 아빠, 서로 안겨서야 잠드는 동생이 동시 속에 빈번히 등장한다. 아빠와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삼촌들이나 “항상 보 밖에 낼 줄 모르는” 지적장애인 친구, 휠체어 리프트를 놓아주는 버스 운전사 아저씨, 길가에서 앙상한 손으로 나물을 파는 할머니도 그녀의 동시에서는 모두 가족같이 염려하는 돌봄의 관계로 묘사된다. 길고양이, 길강아지, 텃밭의 달팽이, 담장 밑 개미들도 “옹기종기 모여 사는 따듯한 지구마을”에서는 좁은 길을 가는 외발 수레도, 누구나 앉을 수 있는 가게 앞 빈 의자도 가족의 마음을 닮는다. 그렇게 전 지구와 너른 강산에 들꽃처럼 퍼져있는 작고 약한 것들의 마음이 바로 그녀의 문학 그 자체였다. 그래서 오늘의 시인은 자신을 ‘강산들꽃’이란 이름으로 불러 달라고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노지영(이하 노평)『반딧불이의 희망』(2023)이란 동시집은 그동안 썼던 동시를 총망라한 시집처럼 보인다. 이전에 썼던 동시집의 시도 일부 수록되어 있다. 어떤 마음으로 이번 동시집을 묶게 되었나?

강지혜(이하 강산들꽃)동심 속의 ‘어른아이’가 되어 어린아이와 어른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시집을 엮고 싶었다. 또 인간애를 바탕으로 삶의 온기를 전하며, 독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최근 창작시를 포함하여 잔잔한 울림을 주는 동시 80편을 선정해서 엮게 되었다.

노평세상의 편견이나 언어의 추상적인 한계를 넘어서서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모든 걸 가능하게 하는 일이 너무나 중요한 시대이다. 요즘같이 언어가 잔혹하고 혼탁해졌을 때는 동심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번 동시집에 수록된 80편의 시 모두 동심의 가능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 매력적인 시여서 인상적이었다. 더불어 모든 동시마다 그와 어울리는 삽화들이 배치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동시를 읽는 즐거움과 더불어 그와 어우러진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강산들꽃장동일 미술작가가 페이지마다 그림을 정성껏 그려주었다. 당시 장동일 작가는 개인 전시회를 앞두고 있어 전시회 작업에 매진하는 것도 힘들었을 시기인데, 시간에 쫓기면서도 밤을 새워 그림을 그려주었다. 특별한 친분이 없는데도 2013년 『별나무』라는 동시집을 낼 때 그림을 그려주었던 인연이 있다. 80편의 동시에 80개의 그림을 그린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너무 죄송스럽고 무리한 부탁이 아니었나 싶은데,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노평첫 시집 『별을 사랑한 죄』를 펴낸 이후, 주로 동시집을 출간해 왔다. 어떤 계기로 동시를 쓰기 시작하였는지 궁금하다.

강산들꽃2012년에 [아동문예]지에 동시가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동시 쓰기를 즐겨왔다. 내가 나타내고 싶은 것이 동시에서 더 잘 표현되고, 메시지도 더 잘 전달되는 것 같아서 동시를 즐겨 쓴다.

노평동시를 쓰기 위해서 따로 공부하거나 스승에게 사사하는 과정이 있었나?

강산들꽃동시를 쓰기 위해 따로 사사하지는 않았고, 제1회 경기문협(한국문인협회 경기지회) 문예창작반을 수료한 적은 있다. 그래도 내가 동시를 쓸 때 스승이 되어준 존재들을 꼽자면 일 순위가 우리 집 아이들일 것이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늘 시간에 쫓기곤 했지만, 작은애를 유아차에 태운 채 큰애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과정에서 학교 도서관에 매여 있곤 했었다. 종일 도서관에 있으면서 책을 많이 접하게 되었으니, 글 쓰는 동기는 우리 아이들이 준 것 같다.

노평동시집을 출간할 즈음 비슷한 시기에 산문집도 출간했다. 산문집에 보면 사고로 다리를 다친 이야기나 도어락 만드는 회사에서 일한 얘기, 또 3평 남짓한 구제 옷가게를 운영한 얘기나 식당 운영한 얘기도 담겨 있다. 그렇게 생활세계에 충실했던 7년 동안 글쓰기는 내려놓고 지냈는데, 어떤 계기로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강산들꽃당시 아이들이 어렸기 때문에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했다. 그래서 그때 창작을 내려놓았고 이후 어느덧 7년이란 시간이 흘러버렸다. 아이들이 훌쩍 자라면서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됐지만, 다시 큰 병을 얻게 되면서 운영하던 식당을 폐업했다. 그 당시 병원 생활을 하면서 나를 돌아보며 마음 치유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면서 다시 문학을 접하게 됐다. 오래 입원했던 병원이 좀 큰 곳이어서 병원 내에 작은 도서관이 있었다. 한 달 가까이 도서관에 드나들면서 책을 접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다시 시를 쓰게 되었다.

노평창작을 내려놓은 7년간의 세월을 세상 구경값 톡톡히 치른 시기라고 얘기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시기에 힘들었던 경험이 자신의 문학에 어떤 모습으로든 반영되어 있을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한 동시집과 산문집에도 각자 반영이 되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동시집의 단정한 언어와 산문집의 핍진한 언어는 상당히 결이 다를 것 같은데, 자신에게 동시는 어떤 것이고 산문은 어떤 것인가?

강산들꽃부끄럽지만, 산문집은 나의 고백서 같은 게 아닐까 싶다. 나의 경우를 통해서 장애인들이 조금이라도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 절망 가운데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좋은 때가 또 찾아온다는 것을 느꼈으면 해서 고백서 형식의 글을 산문집으로 내게 되었다. 반면 시는 쉽고 간결한 어조로 내 모습을 투영시켜서 거기서 또 희망을 찾아내게 하는 기능이 더 있지 않나 한다. 시의 그런 성격은 산문과는 다른 전달력에서 온다. 그래서 나에게 동시는 매력이 크다.

노평중도장애인으로서 스스로 장애를 받아들이는 마음이 어떠하였는지 궁금하다.

강산들꽃선천적인 장애와 중도장애는 매우 다르다. 나의 경우, 처음에는 자기 극복이 안 되어서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더라. 마약성 진통제까지 맞아가면서 죽을 고비를 굉장히 많이 넘겼다. 그런데 더 힘든 건 마음의 극복이 잘 안되는 거더라. 나 자신의 상황을 스스로 납득하기 어려웠다. 달라진 세상에서 적응한다는 게 굉장히 힘이 들었지만, 그때 문학이라는 것이 마음을 단련하게 만들고 내 삶의 큰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장애를 받아들인 후, 세상 밖으로 걸음을 디딜 때마다 지금도 한없이 떨리고 아이처럼 설레기도 한다. 힘들었지만 그렇게 처음 시를 썼던 그 맑은 마음으로 부단히 걸어가려 한다. 가볍게 읽히지만 나름의 생각을 담아서 절대 가볍지만은 않은 메시지를 담은 시를 쓰고 싶다. 세상에 잔잔한 여운이 되고 싶다. 그런 책임감으로 오늘도 무거운 발걸음을 한 발짝씩 내디딘다.

노평『반딧불이의 희망』에는 상당히 많은 장애인이 등장한다. 책을 보면서 이렇게 주변의 장애인이 많이 보일 정도면 자기 반경을 넘어서서 굉장히 넓은 세계로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의 많은 장애인을 시화하게 만드는 힘은 또 가족이라는 구심점에서 나오는 것도 같다. 아까 아이들 얘기도 하였지만, 『반딧불이의 희망』에는 가족과 관련된 시도 꽤 많다. 작품세계에서 가족이 매우 중요한 모티브인 것 같은데, 시인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지 듣고 싶다.

강산들꽃가족이란 나를 일으켜 세우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다들 그러겠지만 가족이 제자리에서 잘 있어 준 덕분에 가족 사랑이 묻어나는 좋은 글이 나온 것 같다. 남편과 두 아이가 적극적으로 응원해 주고, 또 엄마를 매우 자랑스러워한다. 남편은 자기 얘기 좀 많이 써달라고 한다. 가족이 적극적으로 격려해 주고 묵묵히 믿어준 것이 큰 밑거름이 되어서인지 시집 내에도 가족 친화적인 시가 많다. 「펭귄엄마」 같이 나 자신을 화자로 삼아 「엄마의 힘」에 대해 말하는 시를 쓰고 싶다.

노평「반딧불이의 희망」이란 시를 표제로 삼고, 특별히 팟캐스트의 낭독 시로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

강산들꽃어두운 세상, 소외계층, 장애인 등 어두운 곳을 환히 빛내는 그런 반딧불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시에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하늘로 힘껏 날아오르며 반짝이는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런 희망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이 시를 통해 나 자신도 위안을 많이 받고 있다.

노평「반딧불이의 희망」에서 마지막 행의 “밤이 하나도 무섭지 않아”라는 외침은 매우 복합적이면서 압축적인 서정성을 보여준다. 시는 결국 한 문장으로 기억되곤 하는데, 이 문장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시 속에 배치된 하나의 문장이 놀람, 신비, 감탄, 각성 등 참 많은 감각으로 읽혀서 개인적으로는 시의 흐름을 고양시켜 주고 의미를 증폭시켜 주는 “밤이 하나도 무섭지 않아”가 이 시집의 제목이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시 외에도 〈A의 모든 것〉을 보고 듣는 분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시가 있다면 추천 바란다.

강산들꽃「손과 발」이라는 동시다. 손과 발이 하나가 되어 서로를 다독이고 위로하는 따뜻한 시다. 어두운 세상을 밝게 비춘다는 의미를 담았다. 듣는 이와 읽는 이의 마음이 정화되고 가슴에 따뜻하게 스미는 그런 시인 것 같다.

노평「손과 발」은 서로의 염려로 피가 돌게 되는 순환의 순간을 아주 잘 형상화한 작품인 것 같다. 그렇게 순환되면서 연결된 존재에 대한 이미지가 이 시집에는 상당히 많이 출현한다. 장애인을 비롯한 타자들의 감각은 물론 지구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고 있고, 「나의 꿈」 「따뜻한 집」 혹은 「엄마의 힘」같이 가족을 이야기하는 작품을 봐도 지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집이라는 장소, 그리고 내 주변이라는 장소를 지구라는 공간으로 확장해서 온 생명과 ‘어울더울’ 모여 사는 세계를 꿈꾸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이주노동자 이야기를 소재화해서 세계시민으로서의 연결감을 드러내려는 의도도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어떤 세계를 더 확장해서 얘기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강산들꽃시에 등장하는 모두가 지구촌에 함께 사는 우리 이웃이라고 생각한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 같은 것들을 버리고 이제는 더불어 사는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다양한 타자가 등장하는 시가 많은 편이다. 실제로 남편 회사에 상당수의 이주노동자가 일하고 있어서 함께 일하는 삼촌들에 대한 애틋한 이야기들을 많이 듣는다. 이제는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좀 더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 마음을 만들기 위해서 동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쓴 시들을 보면 결말이 항상 희망적인 편이다. 그러면서 밝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내용으로 끝맺을 때가 많다. 우리 모두 다 같은 이웃이고, 그런 이웃 한 분 한 분이 늘 희망적으로 동심을 기억하려 한다면 좀 더 환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노평이웃을 어떤 범위로 보고 있는가가 결국 시인의 시야가 되곤 한다. 그런 면에서 『반딧불이의 희망』은 진폭이 아주 넓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가 담긴 시집을 통해 유년 시절부터 감정의 훈련과 감수성의 확장을 해나갈 수 있다는 건 독자들에게 아주 큰 행운인 것 같다.

강산들꽃〈A의 모든 것〉이 장애·비장애인의 편견을 없애고 장애 감수성을 기르는 장애 문학방송이지 않나. 나 또한 감수성을 확장하여 앞으로 더 울림 있는 시로 지면에서 뵙고 늘 함께하겠다. 오래오래 기억해 주시고, 많은 응원의 박수 부탁드린다.

강지혜

충북 진천에서 나고 자랐다. 제1회 경기문협 문예창작반을 수료했고, (사)한국아동문예작가회에서 발행하는 [아동문예]지에 동시로 등단했다. 청암문학회 회원으로 문예지와 신문 등에 활발히 작품 발표를 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었고, 세계문학상(동시), 성호문학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 『꽃소금』(2023) 『반딧불이의 희망』(2023) 『별나무』(2013) 『별을 사랑한 죄』(2010) 등이 있다.
zosel5056@hanmail.net
작가 홈페이지

노지영

문학평론가. 2010년 계간 [내일을여는작가] 등을 통해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에서 문학 및 교양 수업을 강의하고 있으며, 계간 [시와시학] [백조] [영화가 있는 문학의 오늘]에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담집 『뒤를 보는 마음』을 펴냈고, 『정본 노작 홍사용 문학 전집』 『오장환 전집』 등을 함께 펴냈다. 현재 [A의 모든 것] 고정 게스트로 출연 중이다.
norae@hanmail.net

장애 감수성을 기르는 본격 문학방송 ‘A(able)의 모든 것 시즌4’

제5회. 강지혜 시인

▸ 유튜브에서 [전체방송 듣기]
▸ 팟빵에서 [전체방송 듣기]
▸ 팟캐스트에서 [전체방송 듣기]

사진.이효영 사진작가

2024년 2월 (50호)

상세내용

인터뷰

장애 감수성을 기르는 본격 문학방송 〈A의 모든 것〉에서는 초대 손님과 함께 작가의 작품 세계에 관해 깊이 있고 생생한 이야기를 나눈다. 올해는 웹진 이음을 통해서도 만나보자. 2020년부터 다녀간 특별한 손님들은 팟빵과 팟캐스트에서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다.

강지혜 시인의 동시집에는 유난히 가족 이야기가 많다. 날로 약해져만 가는 휠체어 사용자 엄마나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할아버지, 육체노동자인 아빠, 서로 안겨서야 잠드는 동생이 동시 속에 빈번히 등장한다. 아빠와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삼촌들이나 “항상 보 밖에 낼 줄 모르는” 지적장애인 친구, 휠체어 리프트를 놓아주는 버스 운전사 아저씨, 길가에서 앙상한 손으로 나물을 파는 할머니도 그녀의 동시에서는 모두 가족같이 염려하는 돌봄의 관계로 묘사된다. 길고양이, 길강아지, 텃밭의 달팽이, 담장 밑 개미들도 “옹기종기 모여 사는 따듯한 지구마을”에서는 좁은 길을 가는 외발 수레도, 누구나 앉을 수 있는 가게 앞 빈 의자도 가족의 마음을 닮는다. 그렇게 전 지구와 너른 강산에 들꽃처럼 퍼져있는 작고 약한 것들의 마음이 바로 그녀의 문학 그 자체였다. 그래서 오늘의 시인은 자신을 ‘강산들꽃’이란 이름으로 불러 달라고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노지영(이하 노평)『반딧불이의 희망』(2023)이란 동시집은 그동안 썼던 동시를 총망라한 시집처럼 보인다. 이전에 썼던 동시집의 시도 일부 수록되어 있다. 어떤 마음으로 이번 동시집을 묶게 되었나?

강지혜(이하 강산들꽃)동심 속의 ‘어른아이’가 되어 어린아이와 어른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시집을 엮고 싶었다. 또 인간애를 바탕으로 삶의 온기를 전하며, 독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최근 창작시를 포함하여 잔잔한 울림을 주는 동시 80편을 선정해서 엮게 되었다.

노평세상의 편견이나 언어의 추상적인 한계를 넘어서서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모든 걸 가능하게 하는 일이 너무나 중요한 시대이다. 요즘같이 언어가 잔혹하고 혼탁해졌을 때는 동심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번 동시집에 수록된 80편의 시 모두 동심의 가능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 매력적인 시여서 인상적이었다. 더불어 모든 동시마다 그와 어울리는 삽화들이 배치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동시를 읽는 즐거움과 더불어 그와 어우러진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강산들꽃장동일 미술작가가 페이지마다 그림을 정성껏 그려주었다. 당시 장동일 작가는 개인 전시회를 앞두고 있어 전시회 작업에 매진하는 것도 힘들었을 시기인데, 시간에 쫓기면서도 밤을 새워 그림을 그려주었다. 특별한 친분이 없는데도 2013년 『별나무』라는 동시집을 낼 때 그림을 그려주었던 인연이 있다. 80편의 동시에 80개의 그림을 그린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너무 죄송스럽고 무리한 부탁이 아니었나 싶은데,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노평첫 시집 『별을 사랑한 죄』를 펴낸 이후, 주로 동시집을 출간해 왔다. 어떤 계기로 동시를 쓰기 시작하였는지 궁금하다.

강산들꽃2012년에 [아동문예]지에 동시가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동시 쓰기를 즐겨왔다. 내가 나타내고 싶은 것이 동시에서 더 잘 표현되고, 메시지도 더 잘 전달되는 것 같아서 동시를 즐겨 쓴다.

노평동시를 쓰기 위해서 따로 공부하거나 스승에게 사사하는 과정이 있었나?

강산들꽃동시를 쓰기 위해 따로 사사하지는 않았고, 제1회 경기문협(한국문인협회 경기지회) 문예창작반을 수료한 적은 있다. 그래도 내가 동시를 쓸 때 스승이 되어준 존재들을 꼽자면 일 순위가 우리 집 아이들일 것이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늘 시간에 쫓기곤 했지만, 작은애를 유아차에 태운 채 큰애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과정에서 학교 도서관에 매여 있곤 했었다. 종일 도서관에 있으면서 책을 많이 접하게 되었으니, 글 쓰는 동기는 우리 아이들이 준 것 같다.

노평동시집을 출간할 즈음 비슷한 시기에 산문집도 출간했다. 산문집에 보면 사고로 다리를 다친 이야기나 도어락 만드는 회사에서 일한 얘기, 또 3평 남짓한 구제 옷가게를 운영한 얘기나 식당 운영한 얘기도 담겨 있다. 그렇게 생활세계에 충실했던 7년 동안 글쓰기는 내려놓고 지냈는데, 어떤 계기로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강산들꽃당시 아이들이 어렸기 때문에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했다. 그래서 그때 창작을 내려놓았고 이후 어느덧 7년이란 시간이 흘러버렸다. 아이들이 훌쩍 자라면서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됐지만, 다시 큰 병을 얻게 되면서 운영하던 식당을 폐업했다. 그 당시 병원 생활을 하면서 나를 돌아보며 마음 치유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면서 다시 문학을 접하게 됐다. 오래 입원했던 병원이 좀 큰 곳이어서 병원 내에 작은 도서관이 있었다. 한 달 가까이 도서관에 드나들면서 책을 접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다시 시를 쓰게 되었다.

노평창작을 내려놓은 7년간의 세월을 세상 구경값 톡톡히 치른 시기라고 얘기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시기에 힘들었던 경험이 자신의 문학에 어떤 모습으로든 반영되어 있을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한 동시집과 산문집에도 각자 반영이 되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동시집의 단정한 언어와 산문집의 핍진한 언어는 상당히 결이 다를 것 같은데, 자신에게 동시는 어떤 것이고 산문은 어떤 것인가?

강산들꽃부끄럽지만, 산문집은 나의 고백서 같은 게 아닐까 싶다. 나의 경우를 통해서 장애인들이 조금이라도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 절망 가운데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좋은 때가 또 찾아온다는 것을 느꼈으면 해서 고백서 형식의 글을 산문집으로 내게 되었다. 반면 시는 쉽고 간결한 어조로 내 모습을 투영시켜서 거기서 또 희망을 찾아내게 하는 기능이 더 있지 않나 한다. 시의 그런 성격은 산문과는 다른 전달력에서 온다. 그래서 나에게 동시는 매력이 크다.

노평중도장애인으로서 스스로 장애를 받아들이는 마음이 어떠하였는지 궁금하다.

강산들꽃선천적인 장애와 중도장애는 매우 다르다. 나의 경우, 처음에는 자기 극복이 안 되어서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더라. 마약성 진통제까지 맞아가면서 죽을 고비를 굉장히 많이 넘겼다. 그런데 더 힘든 건 마음의 극복이 잘 안되는 거더라. 나 자신의 상황을 스스로 납득하기 어려웠다. 달라진 세상에서 적응한다는 게 굉장히 힘이 들었지만, 그때 문학이라는 것이 마음을 단련하게 만들고 내 삶의 큰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장애를 받아들인 후, 세상 밖으로 걸음을 디딜 때마다 지금도 한없이 떨리고 아이처럼 설레기도 한다. 힘들었지만 그렇게 처음 시를 썼던 그 맑은 마음으로 부단히 걸어가려 한다. 가볍게 읽히지만 나름의 생각을 담아서 절대 가볍지만은 않은 메시지를 담은 시를 쓰고 싶다. 세상에 잔잔한 여운이 되고 싶다. 그런 책임감으로 오늘도 무거운 발걸음을 한 발짝씩 내디딘다.

노평『반딧불이의 희망』에는 상당히 많은 장애인이 등장한다. 책을 보면서 이렇게 주변의 장애인이 많이 보일 정도면 자기 반경을 넘어서서 굉장히 넓은 세계로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의 많은 장애인을 시화하게 만드는 힘은 또 가족이라는 구심점에서 나오는 것도 같다. 아까 아이들 얘기도 하였지만, 『반딧불이의 희망』에는 가족과 관련된 시도 꽤 많다. 작품세계에서 가족이 매우 중요한 모티브인 것 같은데, 시인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지 듣고 싶다.

강산들꽃가족이란 나를 일으켜 세우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다들 그러겠지만 가족이 제자리에서 잘 있어 준 덕분에 가족 사랑이 묻어나는 좋은 글이 나온 것 같다. 남편과 두 아이가 적극적으로 응원해 주고, 또 엄마를 매우 자랑스러워한다. 남편은 자기 얘기 좀 많이 써달라고 한다. 가족이 적극적으로 격려해 주고 묵묵히 믿어준 것이 큰 밑거름이 되어서인지 시집 내에도 가족 친화적인 시가 많다. 「펭귄엄마」 같이 나 자신을 화자로 삼아 「엄마의 힘」에 대해 말하는 시를 쓰고 싶다.

노평「반딧불이의 희망」이란 시를 표제로 삼고, 특별히 팟캐스트의 낭독 시로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

강산들꽃어두운 세상, 소외계층, 장애인 등 어두운 곳을 환히 빛내는 그런 반딧불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시에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하늘로 힘껏 날아오르며 반짝이는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런 희망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이 시를 통해 나 자신도 위안을 많이 받고 있다.

노평「반딧불이의 희망」에서 마지막 행의 “밤이 하나도 무섭지 않아”라는 외침은 매우 복합적이면서 압축적인 서정성을 보여준다. 시는 결국 한 문장으로 기억되곤 하는데, 이 문장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시 속에 배치된 하나의 문장이 놀람, 신비, 감탄, 각성 등 참 많은 감각으로 읽혀서 개인적으로는 시의 흐름을 고양시켜 주고 의미를 증폭시켜 주는 “밤이 하나도 무섭지 않아”가 이 시집의 제목이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시 외에도 〈A의 모든 것〉을 보고 듣는 분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시가 있다면 추천 바란다.

강산들꽃「손과 발」이라는 동시다. 손과 발이 하나가 되어 서로를 다독이고 위로하는 따뜻한 시다. 어두운 세상을 밝게 비춘다는 의미를 담았다. 듣는 이와 읽는 이의 마음이 정화되고 가슴에 따뜻하게 스미는 그런 시인 것 같다.

노평「손과 발」은 서로의 염려로 피가 돌게 되는 순환의 순간을 아주 잘 형상화한 작품인 것 같다. 그렇게 순환되면서 연결된 존재에 대한 이미지가 이 시집에는 상당히 많이 출현한다. 장애인을 비롯한 타자들의 감각은 물론 지구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고 있고, 「나의 꿈」 「따뜻한 집」 혹은 「엄마의 힘」같이 가족을 이야기하는 작품을 봐도 지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집이라는 장소, 그리고 내 주변이라는 장소를 지구라는 공간으로 확장해서 온 생명과 ‘어울더울’ 모여 사는 세계를 꿈꾸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이주노동자 이야기를 소재화해서 세계시민으로서의 연결감을 드러내려는 의도도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어떤 세계를 더 확장해서 얘기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강산들꽃시에 등장하는 모두가 지구촌에 함께 사는 우리 이웃이라고 생각한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 같은 것들을 버리고 이제는 더불어 사는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다양한 타자가 등장하는 시가 많은 편이다. 실제로 남편 회사에 상당수의 이주노동자가 일하고 있어서 함께 일하는 삼촌들에 대한 애틋한 이야기들을 많이 듣는다. 이제는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좀 더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 마음을 만들기 위해서 동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쓴 시들을 보면 결말이 항상 희망적인 편이다. 그러면서 밝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내용으로 끝맺을 때가 많다. 우리 모두 다 같은 이웃이고, 그런 이웃 한 분 한 분이 늘 희망적으로 동심을 기억하려 한다면 좀 더 환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노평이웃을 어떤 범위로 보고 있는가가 결국 시인의 시야가 되곤 한다. 그런 면에서 『반딧불이의 희망』은 진폭이 아주 넓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가 담긴 시집을 통해 유년 시절부터 감정의 훈련과 감수성의 확장을 해나갈 수 있다는 건 독자들에게 아주 큰 행운인 것 같다.

강산들꽃〈A의 모든 것〉이 장애·비장애인의 편견을 없애고 장애 감수성을 기르는 장애 문학방송이지 않나. 나 또한 감수성을 확장하여 앞으로 더 울림 있는 시로 지면에서 뵙고 늘 함께하겠다. 오래오래 기억해 주시고, 많은 응원의 박수 부탁드린다.

강지혜

충북 진천에서 나고 자랐다. 제1회 경기문협 문예창작반을 수료했고, (사)한국아동문예작가회에서 발행하는 [아동문예]지에 동시로 등단했다. 청암문학회 회원으로 문예지와 신문 등에 활발히 작품 발표를 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었고, 세계문학상(동시), 성호문학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 『꽃소금』(2023) 『반딧불이의 희망』(2023) 『별나무』(2013) 『별을 사랑한 죄』(2010) 등이 있다.
zosel5056@hanmail.net
작가 홈페이지

노지영

문학평론가. 2010년 계간 [내일을여는작가] 등을 통해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에서 문학 및 교양 수업을 강의하고 있으며, 계간 [시와시학] [백조] [영화가 있는 문학의 오늘]에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담집 『뒤를 보는 마음』을 펴냈고, 『정본 노작 홍사용 문학 전집』 『오장환 전집』 등을 함께 펴냈다. 현재 [A의 모든 것] 고정 게스트로 출연 중이다.
norae@hanmail.net

장애 감수성을 기르는 본격 문학방송 ‘A(able)의 모든 것 시즌4’

제5회. 강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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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효영 사진작가

2024년 2월 (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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