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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호주 투티아츠 코로나19를 건너는 ‘모두’의 예술

  • 이보람 장애 예술 연구자
  • 등록일 2020-09-30
  • 조회수 599

트렌드리포트

호주 투티아츠

코로나19를 건너는 ‘모두’의 예술

이보람 장애 예술 연구자

사상 초유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비대면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예술 창작 및 참여 방법들이 온라인상으로 옮겨 왔고 전 세계적으로 공급되는 영상화된 공연들과 가상 현실 미술관 투어 등으로 공연장과 갤러리들은 문을 닫았지만 예술의 수요는 줄어들지 않았다. 하루 이용객 수가 3억 명이 넘는다는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은 코로나19 시대 전 세계인의 화두로 떠올랐고, 특히 면역력이 약한 장애 예술인들의 자가격리 기간 중 소통의 창으로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다.

장애·비장애 구분 없이, 수많은 예술인들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전문 예술 활동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어떻게 창착 활동을 이어가고, 어떻게 관객들과 소통해야 할까?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이 불확실한 시기를 장애 예술인들은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남호주 장애 예술단체 투티아츠(Tutti Arts)를 통해 알아보았다.

투티아츠, 모두를 향해 여는 문

음악 클라이맥스에 자주 등장하는 모두의 합주 또는 합창을 ‘투티’(tutti)라고 부른다. 멀티 아트 허브(Hub) 투티아츠는 학습 또는 지적 장애인을 전문 예술가로 양성하는 예술단체이다. 성인을 위한 주중 프로그램과 6세 이상 아동‧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학기 중에 제공한다.

투티아츠는 1997년 남호주 극작가‧작곡가인 팻 릭스(Pat Rix)가 7명의 지적 장애인들과 함께 창단했고, 장애인 복지 및 주거관리 시설인 민다(Minda Inc.) 캠퍼스에서 시작되었다. 지난 23년 동안 투티 아츠는 빠르게 성장하여 200명 이상의 남호주 장애 예술인들의 음악, 공연예술, 시각예술, 무용, 문예창작, 영화 및 뉴미디어 활동의 중심지가 되었고, 27명의 전문 예술 스태프, 10명의 장애인 활동보조인 스태프와 함께 창작활동을 하며 국내 및 국제 무대에서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아왔다. 2019년 11월, 민다 캠퍼스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투티아츠는 문을 닫게 된 근처 초등학교를 인수하고, 5년 임대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프로그램 참여를 기다리고 있던 더 많은 신진 장애 예술인들에게 문을 열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창작 공간의 발견

2020년 3월 말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했고 투티아츠의 새로운 독립 공간이 문을 채 열기도 전, 투티 예술가들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예술감독인 팻 릭스는 모든 스태프들과 함께 어떻게 온라인상에서 투티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속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 줌을 포함한 여러 플랫폼을 테스트해보는 과정을 거친 후, 예술가 한 명 한 명 온라인에 접속이 가능한지를 체크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접근성이었기 때문에, 집에 컴퓨터나, 노트북 또는 태블릿PC나 헤드셋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없는 이들을 위해서는 호주국립장애인보험제도(NDIS)의 지원을 통해 방법을 찾아갔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콘텐츠입니다. 온라인 프로그램이 매력적이어야 합니다. 하루에 6시간 동안 참여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스태프들로부터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았고 4월 14일에 온라인 프로그램이 정규화되었다. 팻 릭스는 처음 4주 동안 사람들이 온라인상에서 서로를 다시 만났을 때 얼마나 안도했는지를 보고 놀라웠다고 한다. 많은 장애 예술인들이 몹시 고립되어 있었고 이 기간을 외롭고, 끔찍하고, 비참하고, 지루했다고 묘사했다고 한다. 그래서 매일 작업전 워밍업은 서로의 감정과 기분을 확인하는 데 투자했고 화상회의 공간은 점차 새로운 창작 공간으로 자리잡아 갔다.

라디오와 독백, 말걸기와 말하기

코로나19 봉쇄령 시기에 투티아츠가 선보인 새롭고 흥미진진한 프로그램 중 하나는 ‘투티라디오’(Tutti Radio)다. 최근 투티는 지난 23년 동안의 작품들을 디지털화 하는 중이었고 그동안 만들어진 합창, 오페라, 콘서트, 뮤지컬, 음악극 등의 양은 일주일 내내 틀어도 부족하지 않았다. 그래서 라이선스 문제 없이 투티의 음악을 24시간 재생할 수 있는 라디오 채널을 만들었다. 하지만, 투티 예술가들은 자신들이 디제이가 되어 좋아하는 플레이 리스트를 틀고 싶어 했고, 지금 우리의 삶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추가되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투티 예술가들은 남호주의 주지사, 유명 라디오 디제이와 코미디언 등을 인터뷰하는가 하면, 서로를 인터뷰하거나, 장애인 보조 장비들을 리뷰하는 섹션도 추가했다고 한다. 투티 라디오는 투티 예술가들의 삶에 밀접하게 관련된 부분을 이야기하고 서로에 대해서 더 알 수 있게 되는 또 다른 창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팻 릭스는 온라인상에서 창작활동을 할 때 의미 있는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소규모로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매일 화면 앞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투티 예술가들은 피곤함을 느꼈고, 그래서 공연예술팀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것에 초점을 맞춘 모놀로그(monologue) 쓰기 작업을 시작했다. 곧 흥미로운 모놀로그들이 모여 공연으로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한다.

소외 없는 연대와 결속의 시간

코로나19를 경험하며 전 세계적으로 장애 예술 단체들이 기존의 활동을 국내외 다른 단체들과 협력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투티아츠 역시 2014년에 시작된 ‘앉아서 입 닥치고 영화 봐! 필름&뉴미디어 페스티벌’(Sit Down, Shut up and Watch! Film & New Media Festival)을 올해는 애들레이드 국제 영화제(Adelaide International Film Festival)와 함께 선보인다. 이 축제는 2년마다 열리는 호주 최초 학습 장애인 주도 영화제이다. 각본 작가, 배우, 감독, 프로듀서, 카메라 운영자 등 영화 크리에이티브 팀의 주요 기여자가 학습 장애 또는 자폐 장애를 가진 사람이어야 영화제 공모에 참여할 수 있다. 주로 단편 영화들을 공모하고 접근성을 위해 영어 자막을 필수로 한다. 올해는 전국에서 500편 이상의 영화가 접수되었다고 한다. 팻 릭스는 왜 다른 장애가 아닌 학습 장애가 있는 사람이, 시나리오 쓰기와 편집을 통해 영화의 스토리와 방향의 중심에 있어야 하는지를 전했다.

“영화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 중 하나는 학습 장애가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학습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너무 자주 소외되어왔고, 남들을 통해 말해지거나 표현되어왔기 때문입니다.”

7월 22일부터 투티 프로그램은 1.5m 사회적 거리두기, 인원수에 따른 모임 제한, 손 소독제 사용 등 남호주 주의 안전방침을 준수하며 대면으로 전환되었다. 언제 코로나19 봉쇄령이 다시 시작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돌고는 있었지만, 취재를 위해 방문한 투티아츠의 새 공간에서 활기차게 예술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예술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투티아츠 예술가 인터뷰 영상(필자 제공)

이보람

현재 남호주대학교에서 문화예술경영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관객개발, 문화다양성, 축제경영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장애인 예술 접근성 향상, 장애 예술인 전문성 개발, 장애 예술 국제 교류 프로그램 유치 및 연구 중이다.
boram.Lee@unisa.edu.au

메인사진 출처. 투티아츠 페이스북

2020년 09월 (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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