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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장애의 시선①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독립된 개인 간의 연대, 따로 또 같이

  • 황진미 영화평론가
  • 등록일 2019-09-25
  • 조회수 461

트렌드리포트

장애의 시선①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독립된 개인 간의 연대, 따로 또 같이

황진미 영화평론가

<나의 특별한 형제>는 <방가?방가!>를 찍었던 육상효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에서 코믹한 접근으로 이주노동자의 인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담아냈던 감독은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도 친근한 접근을 통해 장애 문제에 대한 다층적인 문제의식을 담는다.

영화는 지체장애인 최승규 씨와 지적장애인 박종렬 씨가 한 몸처럼 지내며 서로 돕는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두 사람의 사연은 마치 ‘장님’과 ‘앉은뱅이’의 설화처럼, 결핍을 보완해주는 장애 극복의 성공적인 모델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두 사람의 사연을 단지 미담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두 사람의 공생관계에서 숙고할 만한 질문들을 던진다.

1. 머리 좀 쓰는 형과 몸 좀 쓰는 아우의 만남

영화는 두 소년이 장애인 시설에서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경추마비로 목 아래 전신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세하(신하균)가 동구(이광수)를 괴롭히는 아이들을 쫓아낸다. 뭘로? ‘구강액션’과 ‘깡다구’로! 그 후 동구는 세하의 손발이 되고, 세하는 형처럼 동구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 하나하나 가르친다. 세하는 동구의 보살핌으로 공부를 하고 사회복지사가 된다. 동구 역시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노동을 제공하며 보살피는 주체가 됨으로써 자존감이 높아졌다. “형아는 내가 휠체어를 밀어주지 않으면 아무 데도 못 가”라는 동구의 말에는 엄마에게 버림받은 소년의 안도감이 숨어있다.

둘은 약자들끼리 서로 돕기에 강해질 수 있다는 신부님(권해효)의 말을 새기며 살아간다. 하지만 신부님이 돌아가시자 시설은 해체 위기에 빠진다. 세하는 시설 유지를 위한 아이디어를 내보지만, 구청의 폐쇄 조치가 내려진다. 세하는 동구와 자립 생활을 준비한다. 그러나 갑자기 나타난 동구 어머니가 동구와 함께 살겠다고 한다.

2. 착하지 않은 장애인?

세하는 여느 장애 영화 속 캐릭터와 다르다. 식사나 대소변 관리는 물론이고, 돌아누울 수도 없어서 자세를 돌봐주지 않으면 질식사할 수도 있는 중증의 장애인이다. 하지만 사고능력과 언어능력은 누구보다 뛰어나다. 인간을 ‘생각하는 동물’이자 ‘말하는 동물’이자 ‘사회적인 동물’이라 했던가. 지적 능력과 사회적인 소통 능력을 갖춘 세하의 장애는 오히려 경미해 보인다. 동구를 비롯해 지적장애인들과 함께 있을 때, 그는 지시하고 책임지는 리더가 된다. 그는 까칠하고 냉소적인 말투에, 생존을 위해서는 복지제도의 허점을 노리거나 속임수를 쓰기도 한다. 요컨대 ‘착하지 않은’ 장애인의 면모를 보이는데, 기존의 시혜적인 관점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장애인의 모습이다.

여기서 동구의 노동력을 세하가 착취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발생한다. 영화는 법정 장면에서 세하와 동구의 관계가 평등한 것이었는지 질문한다. 동구 엄마 측 변호인은 동구가 세하에게 지배되고 있다며, 동구가 진정으로 누구와 살기 원하는지 정확하게 탐문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세하는 법정에서 “동구가 나를 도왔다면 나도 동구를 도운 것”이라고 주장하며, 동구가 자신과의 삶을 택할 것이라 확신한다. 그러나 동구는 뜻밖의 대답을 들려준다.

3. 독립된 개인들의 연대

영화는 성인이 된 장애인이 누구와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다. 장애인들끼리 자조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것이 답일까. 아니면 가족과 함께 살아야 할까. 영화는 중반까지 세하의 관점을 따라가며 장애인들끼리 서로 돕는 삶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는 시설에서의 삶을 다소 낭만적으로 미화하는 경향이 있다. 신부님은 이상적인 휴머니스트로 등장하며, 시설이 폐쇄되는 상황에서 장애인들이 저항하는 모습은 현실에서 극악한 시설들이 폐쇄될 때도 어김없이 볼 수 있는 광경이라 역설적인 기시감을 자아낸다. 약자들끼리 서로 돕고 산다는 뜻은 옳지만, 이는 마치 ‘꽃동네’ 같은 폐쇄적인 공동체를 지향하는 분리주의 정책을 지지하는 양 오해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지향할 가치는 장애인들이 사회적인 지원을 받으며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사는 것이지, 장애인들만의 자족적인 삶이 아니다.

그렇다면 장애인들이 가족과 함께 살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법정에서 세하 측 변호인은 동구 엄마에게 “가족들이 지적장애인과 함께 사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 선의로 시작한 일이지만, 동구 가족은 동구와의 동거를 감당하지 못한다. 게다가 가족이 장애인의 돌봄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도 옳지 못하다. 영화는 재판을 통해 양자택일의 우문을 던지지만, 결국 제3의 현답을 찾아간다.

결말에서 세하와 동구는 자립 생활을 시작하고, 동구 가족은 이들을 돕는다. 그런데 세하와 동구가 이전처럼 서로의 결핍으로 백퍼센트 맞물리는 관계가 아니다. 세하는 이제 일상을 동구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조종하는 전동휠체어와 인공지능 ‘지니’가 생겼다. 동구에게도 세하 이외에 가족을 비롯해 믿고 의지할 사람들이 생겼다. 또한 이들에게는 활동지원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다. 영화는 혼자서는 일상을 영위할 수 없는 장애인들이 절박한 필요에 의해 공생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도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상태에서 독립된 개인으로 만나 연대하는 삶이 바람직하다는 해답을 제시한다. 장애인도 한 명의 시민임을 감안한다면 너무도 당연한 결말이다. 그들도 우리처럼, ‘따로 또 같이’ 살아가야 한다.

황진미

황진미

영화평론가, 대중문화 평론가. 2002년에 [씨네21]을 통해 영화평론가로 데뷔한 후, 각종 매체에 영화와 대중문화에 대한 글을 싣고 있다. 여성, 장애, 노동, 인권, 민주주의, 역사 등에 관심이 많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조직위원, 여성인권영화제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chingmee@hanmail.net

사진제공. NEW

2019년 9월 (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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