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드리포트
캐나다 내셔널 액세스 아트센터
예술가 중심 창작공간의 새로운 비전
캐나다의 장애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오랜 사회문화적 인식과 역사에도 불구하고 최근에야 생기기 시작했다. 2019년 캐나다 ‘장벽 없는 캐나다법(Accessible Canada Act)’은 지역에서 장애인 지원을 위한 법 제정의 이정표가 되고 있다. 또한, 최근 캐나다 예술위원회는 장애 예술 담당관을 두고 예술적 성취를 이룬 장애 예술인에게 보조금을 지원하기도 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 캐나다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장애 예술 기관 중 하나인 내셔널 액세스 아트센터가 지역 사회에서 세계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한다. _ 편집자 주
필자는 세계적인 문화예술공간인 밴프센터(Banff Centre for Arts and Creativity)에서 일하다가 2017년 내셔널 액세스 아트센터(National access Arts Centre : NaAC)의 대표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때 당시에는 문화예술 공간이라기보다는 장애인의 사회복지를 위한 공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후 1년 동안 우리 단체의 모든 면을 바꾸는 데 큰 노력을 해야 했다. 이전에 있던 사회복지사들은 문화예술의 경험과 지식이 있는 멘토로, 참여자들은 복지공간의 수혜자가 아닌 아티스트로 다시 포지셔닝하면서, 캐나다 내에서 다른 문화예술단체와 견줄 수 있는 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지역으로 세계로 연결하기
2018년부터는 캐나다 최초로 장애인 문화예술 국제교류 활동을 시작했다. 이러한 활동을 하는 동안 캐나다의 장애인 문화예술이 얼마나 다른 나라에 비해서 뒤처져 있는지를 느끼게 되었고, 우리 단체가 해외의 장애인 문화예술단체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큰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작은 생각의 변화로 우리 단체에 속해 있는 아티스트에게 무한하고 역사적인 기회들이 펼쳐지게 되었다. 캐나다 최초로 캘거리 시와 파트너가 되어 퍼블릭아트 프로그램 <유틸리티 박스 프로젝트(Utility Box Project)>를 시작하며 지역 커뮤니티와 적극적으로 만났다.
2019년에는 캐나다 최초로 6명의 발달장애인 작가가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또한 같은 해에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두바이 국제공항에서 전시회를 하게 되었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첫 문화예술단체로서 의미 있는 걸음을 뗀 것이다. 이러한 기회를 통하여 우리 단체는 매해 10만 달러(한화 약 1억 원)의 아티스트 피(artist fee)를 예술가에게 지급하고 있다. 또한, 작가이자 예술가로서 공정한 대우를 받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무한한 창작활동의 원동력
내셔널 액세스 아트센터는 1975년에 세워진 인데피니트 아트센터(Indefinite Arts Centre)를 전신으로 한다. 2020년에 장애인 댄스컴퍼니 모모 무브먼트(Momo Movement)와 신체장애와 뇌손상장애 성인을 위한 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아티스틱 익스프레션(Artistic Expressions)을 합병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이제는 예전의 인데피니트 아트센터가 포커스를 맞추던 시각예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용, 음악, 연극, 문학 등 예술의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하여 아티스트들이 자발적으로 다른 형태의 문화예술을 통한 무한한 창작활동을 펼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 또한, 한 가지 문화예술 형태가 아니라 틀에 박히지 않고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는 다원예술의 창작 기회를 마련했다.
이러한 획기적인 변화를 통해 내셔널 액세스 아트센터로 리브랜딩하면서 한 단계 도약했다. 이런 지속적인 변화가 가능했던 바탕에는 10배 이상의 펀드레이징과 정부 지원이 있었다. 그 결과 지난 3년간 기관의 규모가 2배로 확장되었다. 현재 앨버타 주정부, 캐나다 예술위원회(Canada Council for the Arts), 앨버타 예술재단(Alberta Foundation for the Arts), 캘거리 예술개발재단(Calgary Arts Development) 등에서 약 200만 달러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나머지 50% 이상의 예산은 다양한 펀드레이징 활동으로 충당한다.
아티스트 퍼스트 원칙
이런 많은 변화 속에서도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은 ‘아티스트 퍼스트(Artist First)’ 원칙이다. 스튜디오 내에서의 창작활동에서도 멘토가 이끌어가거나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가 창작을 이끌어가고, 멘토는 동등한 작가·예술가로서 자문하거나 작가나 예술가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테크닉과 지식을 나누는 역할을 한다. 아티스트 퍼스트 원칙에 여러 가지 기회가 합해지면서 아티스트들이 창작활동에 이전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작가·예술가로서의 욕심과 꿈이 생기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단체가 지원하는 350여 명의 아티스트 중 90%는 발달장애인이며, 특히 이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최근 한 아티스트의 부모는 “이제껏 딸이 문화예술에 재능이 있는지를 몰랐는데 기관의 프로그램을 통해 딸의 재능을 발견했다”며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이 모습을 보며 우리 단체의 역할은 장애인 문화예술가들이 스스로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새로운 창작 플랫폼을 준비하며
내셔널 액세스 아트센터의 다음 과제는 세계적인 수준의 장애인을 위한 다원문화예술 공간을 건립하는 것이다. 캘거리 시의 페어뷰 아레나(Fairview Arena)와 지붕을 나란히 했던 아트센터는 2018년 아레나 지붕 붕괴 사고로 큰 피해를 입었다. 이 시점에서 다른 공간으로의 이전 대신에 같은 장소에서 새로운 비전과 개발 계획을 가지고 내셔널 액세스 아트센터를 건립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캘거리 시와 협상 한 결과 340평 규모의 땅과 건물을 1년에 10달러에 임대해, 15년 동안 보장되는 갱신 가능한 계약을 맺었다.
한편, 2021년부터 2년 동안 약 1,500만 달러(한화 약 168억 원)를 들여 1,000평이 넘는 규모로 북미 최초 장애인 다원문화예술 캠퍼스를 완공할 예정이다. 캘거리 시가 250만 달러를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여러 정부 지원을 받고, 앞서 아트센터가 맺은 것과 같은 형태로 캘거리 시와 계약할 예정이다. 이 캠퍼스에는 세계에서 손꼽는 건축가들의 디자인으로 최상의 시각문화예술 공간, 디지털미디어 공간, 음악과 무용 시설, 예술의전당이 들어서게 된다. 장애 예술인들은 이제 남이 쓰다가 버려진 공간을 쓰는 것이 아니라, 바닥부터 천장까지 그들이 원하는 공간, 필요로 하는 예술 공간을 만들 것이다.
유정석 (Jung-Suk (JS) Ryu)
제39대 캐나다 연방국회 보좌관으로 활동을 시작해 주 캐나다 일본대사관에서 대사의 선임 연설비서관, 캐나다 맹인협회 로비스트, 밴프센터 로비스트로 활동했다. 2017년 인데피니트 아트센터(현 내셔널 액세스 아트센터) 대표로 초빙되었다. 2018년에는 잘츠부르크 글로벌 펠로우, 2019년에는 ‘만 40살 미만의 캘거리를 빛낸 40명의 위인’으로 선정이 되었다. 한 살 때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주한 한인 2세로 캐나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주목하고 있는 젊은 리더이다.
js.ryu@accessarts.ca
사진·영상 제공.내셔널 액세스 아트센터
2021년 6월 (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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