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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투백시어터 〈사냥꾼의 먹이가 된 그림자〉

리뷰 당신들과 우리들의 자리

  • 전강희 공연평론가
  • 등록일 2023-11-29
  • 조회수165

리뷰

1987년에 호주에서 창립된 백투백시어터(Back to Back Theatre)는 지적·신체적 장애가 있거나 신경발달장애가 있는 배우들과 연출가 브루스 글래드윈이 주축이 되어 작품을 만들고 있다. 〈사냥꾼의 먹이가 된 그림자(The Shadow Whose Prey the Hunter Becomes)〉는 2020년 호주에서 초연된 이래로 지금까지 북미와 유럽에서 20회 이상 공연되었다. 연출가인 브루스 글래드윈을 포함해서 마크 딘스, 마이클 챈, 사이먼 래허티, 사라 메인워링, 스콧 프라이스, 소냐 투벤이 공동으로 대본을 만들었고, 대부분의 공연에서 출연은 사이먼 래허티, 사라 메인웨링, 스콧 프라이스가 맡았다. 이번 모두예술극장 개관공연에서도 이 세 배우가 무대에 올랐다.

무대는 단출하다. 의자 세 개와 큰 회색 블록 몇 개가 놓여있다. 무대 뒤쪽으로 영문 자막과 한글 자막이 보이는 스크린 두 개가 있다. “호주 질롱에 있는 마을회관”이라는 설명이 보인다. 사라와 스콧이 마을회관에서 회의를 준비하는 모습으로 극이 시작된다. 이들은 의자를 세팅하고, 블록을 세워 임시 강단을 만든다. 빈 곳이나 마찬가지인 무대 앞쪽에 노란색 테이프를 길게 붙이는데, 마치 이곳이 무대임을 표시하는 듯했다. 아마도 이 공연이 올라간 공간이 질롱 지역에 있는 실제 마을회관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극장이 아닌 공간에서 무대와 객석을 구분하기 위한 간단한 지표로서 테이프를 사용했을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반대로 극장이 마을회관이 되었다. 무대 위 배우들은 관객에게 적극적으로 극에 개입하라는 신호를 보내지는 않았지만, 마을회관의 발언대를 꾸미는 그들의 행위 자체가 이 연극에서 관객의 역할이 능동적인 마음가짐으로 회관을 찾은 사람으로서 무대에서 발화되는 이야기에 집중할 의무가 있는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당신들의 자리와 우리들의 자리가 같은 선상에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관객으로서 연극에 집중할 마음으로 객석에 앉았지만,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두서없이 흘러간다. 스콧과 사라는 성희롱에 관한 대화를 시작한다. 누군가가 몸을 만지도록 허락해서는 안 되며,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는 자기 몸을 만지면 안 되지만, 혼자 있을 때는 괜찮다 등의 말을 한다. 어른인 이들의 대화 내용과 말하는 방식을 통해, 두 사람이 지닌 장애의 정도를 바로 알 수 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만약 미국 대통령이 다른 사람들의 생식기를 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린 바다에서 길을 잃은 거야.”로 끝난다. 이 대화는 등장인물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세상이 이들에게 가하는 위협의 정도와 이들이 받는 침해의 크기를 비유적으로 드러낸다.

이어서 사이먼이 무대에 등장한다. 그는 자신들이 장애인의 권리와 옹호에 관한 마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안내드립니다. (…) 정중하고 차분한 회의가 되었으면 하고, 모두 서로를 존중했으면 합니다. 개인적인 공격은 금물이며 호의적 태도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이 대사는 관객 역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이 자리에 왔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이제 강연을 통한 본격적인 내용이 시작될 거라는 기대와 달리, 또 이들의 대화가 이어진다. 스콧은 사라가 다수의 청중을 대상으로 발언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연사로 적절하지 않다고 말한다. 사이먼은 사라를 사람들 앞에 내세우는 자신이 사라를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는 취지의 말을 한다. 이들 사이의 복잡성이 드러나는 대목으로, 극은 장애인이면서도 여성인 사라가 공동체 안에서 좀 더 취약한 자리에 있음을 반복적으로 드러낸다.

이들은 자신들을 장애인이라고 소개할 때 지적장애라는 말을 써도 되는지, 자신의 상태를 공유하는 것이 괜찮을지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장애를 드러내기를 원하지 않고, 누군가는 장애인이라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 장애의 정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스크린을 통해 자막으로 드러나는 언어는 결국 같고, 모두가 같은 장애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는 대화도 나눈다. “우리는 다른 언어를 말하지 않아.”라는 대사는 관객에게 향하는 말로 들린다. 당신들의 자리와 우리들의 자리가 같은 곳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말처럼 들린다.

이제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는 듯하다. 관객을 향해 장애인이 차별받았던 역사에 대해서 쭉 읊다가 수녀원에서 강제로 장난감 만드는 일을 해야 했던 사건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야기는 예상치 못하게 장난감의 이름을 나열하면서 또 샛길로 빠져든다. 큰 줄기의 이야기가 흐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처럼, 이야기는 샛길을 찾아 계속 방향을 틀면서 진행된다.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한 명목으로 ‘시리’(애플이 만든 음성인식 AI 앱 서비스)가 동원되기도 한다.

회의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를 이야기하면서 이번에는 ‘정상’이라는 개념에 관해서도 대화를 나눈다. “우리는 정상인들보다 더 정상이야. 정상인들은 실제로 정상이 아니야.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정상이야.”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을 알기에는 교육이 부족한데, 공통점이 있을까로 이야기가 이어져 나간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로 오랫동안 대화를 나눈다면 공통점을 알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때 진행되던 이야기가 갑자기 놀라운 국면을 맞는다.

말과 관련하여, SF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에 등장하는 ‘할’이라는 컴퓨터와 유명한 체스 챔피언 카스파로프를 이긴 딥블루라는 슈퍼컴퓨터를 언급하며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강조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앞지를 때, 사람들은 어떤 대우를 받게 될까? 인공지능은 사람들을 장애인을 대하듯이 다룰까?” 이런 질문이 이어진다. 언어 문제가 있어 일상에서 실패하는 우리들, 공동체를 하나로 만들어 내지 못하는 우리들,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들, 세상을 바꿀 수 없는 우리들의 실패가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우리 모두의 실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극은 이야기하고 있다.

극에서 인공지능 이야기가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은 아니다. 극 중 사라는 “자막이 뜨는 게 모욕적이야. 컴퓨터가 우리 목소리를 듣고 텍스트로 변환해. 누가 나한테 침 뱉고 윤내는 거 싫어.”라고 언급한다. 거친 자신의 말이 컴퓨터를 통해 매끄럽게 변환되는 과정에서 자신이 다른 사람 같다는 불쾌함에 대한 호소였지만, 이 장면은 극의 말미에 인공지능에 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장면으로 복선과도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 장애인의 언어가 자막을 통해서 드러날 때, 소위 ‘정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언어와 별반 차이가 없다. 컴퓨터를 통해 변환되는 인공지능은 모두를 똑같은 사람, 실패한 자들로 만든다. 미래에 당신들의 자리와 우리들의 자리는 같은 곳에 있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 한 사람이 연단처럼 세로로 길게 놓은 박스 앞에 있고, 두 사람이 그 앞에 나란히 놓인 다섯 개의 의자의 양 끝에 앉아 있다.
  • 의자에 앉아 있는 두 사람. 한 사람이 휴대폰을 들어 다른 사람 얼굴 앞에 들이민다.
  • 세 사람이 의자에 앉아 서로에게 몸을 돌려 무언가 얘기한다.
  • 나란히 놓인 다섯 개의 빈 의자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서서 무언가 얘기한다.
사냥꾼의 먹이가 된 그림자

백투백시어터 〈사냥꾼의 먹이가 된 그림자〉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2023.10.19.~10.22.|모두예술극장

2023/2024 모두예술극장 개관프로그램. 백투백시어터는 이 작품에서 인권과 젠더 정치, 점차 지배력을 넓혀갈 것으로 예상되는 인공지능에 대한 서사를 엮어 오늘날 개인과 집단의 책임을 이야기한다.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실수와 오독, 오해에 기반한 연극으로,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며(뉴욕 타임즈) “통찰과 지혜, 정서적 반향을 담는다”(보스턴글로브)는 평가를 받으며, 우리 중 누구도 고립되어 살아갈 수 없으며,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상기시킨다.

[문화소식] 공연정보

전강희

영문학과 연극학을 전공하고 예술현장에서 공연평론가, 드라마투르그, 축제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있다. 새로운 극적 언어를 탐색하고 장르 간 해체와 협업이 활발한 공연 만들기에 관심이 많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편집인으로 활동하며 여러 장르의 신진예술가 작업을 기록하고 소개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서울변방연극제 대표이자 프로그래밍 디렉터로서 축제를 만들었다. 인천아트플랫폼, 우란문화재단, 광주ACC 레지던시에 입주작가로 참여한 바 있다. 현재 국립극단 창작프로젝트 [창작공감: 연출] 운영위원으로 참여 중이다.
winnie3000@hanmail.net

사진 제공.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Studio YAGIN)

2023년 12월 (48호)

상세내용

리뷰

1987년에 호주에서 창립된 백투백시어터(Back to Back Theatre)는 지적·신체적 장애가 있거나 신경발달장애가 있는 배우들과 연출가 브루스 글래드윈이 주축이 되어 작품을 만들고 있다. 〈사냥꾼의 먹이가 된 그림자(The Shadow Whose Prey the Hunter Becomes)〉는 2020년 호주에서 초연된 이래로 지금까지 북미와 유럽에서 20회 이상 공연되었다. 연출가인 브루스 글래드윈을 포함해서 마크 딘스, 마이클 챈, 사이먼 래허티, 사라 메인워링, 스콧 프라이스, 소냐 투벤이 공동으로 대본을 만들었고, 대부분의 공연에서 출연은 사이먼 래허티, 사라 메인웨링, 스콧 프라이스가 맡았다. 이번 모두예술극장 개관공연에서도 이 세 배우가 무대에 올랐다.

무대는 단출하다. 의자 세 개와 큰 회색 블록 몇 개가 놓여있다. 무대 뒤쪽으로 영문 자막과 한글 자막이 보이는 스크린 두 개가 있다. “호주 질롱에 있는 마을회관”이라는 설명이 보인다. 사라와 스콧이 마을회관에서 회의를 준비하는 모습으로 극이 시작된다. 이들은 의자를 세팅하고, 블록을 세워 임시 강단을 만든다. 빈 곳이나 마찬가지인 무대 앞쪽에 노란색 테이프를 길게 붙이는데, 마치 이곳이 무대임을 표시하는 듯했다. 아마도 이 공연이 올라간 공간이 질롱 지역에 있는 실제 마을회관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극장이 아닌 공간에서 무대와 객석을 구분하기 위한 간단한 지표로서 테이프를 사용했을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반대로 극장이 마을회관이 되었다. 무대 위 배우들은 관객에게 적극적으로 극에 개입하라는 신호를 보내지는 않았지만, 마을회관의 발언대를 꾸미는 그들의 행위 자체가 이 연극에서 관객의 역할이 능동적인 마음가짐으로 회관을 찾은 사람으로서 무대에서 발화되는 이야기에 집중할 의무가 있는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당신들의 자리와 우리들의 자리가 같은 선상에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관객으로서 연극에 집중할 마음으로 객석에 앉았지만,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두서없이 흘러간다. 스콧과 사라는 성희롱에 관한 대화를 시작한다. 누군가가 몸을 만지도록 허락해서는 안 되며,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는 자기 몸을 만지면 안 되지만, 혼자 있을 때는 괜찮다 등의 말을 한다. 어른인 이들의 대화 내용과 말하는 방식을 통해, 두 사람이 지닌 장애의 정도를 바로 알 수 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만약 미국 대통령이 다른 사람들의 생식기를 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린 바다에서 길을 잃은 거야.”로 끝난다. 이 대화는 등장인물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세상이 이들에게 가하는 위협의 정도와 이들이 받는 침해의 크기를 비유적으로 드러낸다.

이어서 사이먼이 무대에 등장한다. 그는 자신들이 장애인의 권리와 옹호에 관한 마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안내드립니다. (…) 정중하고 차분한 회의가 되었으면 하고, 모두 서로를 존중했으면 합니다. 개인적인 공격은 금물이며 호의적 태도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이 대사는 관객 역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이 자리에 왔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이제 강연을 통한 본격적인 내용이 시작될 거라는 기대와 달리, 또 이들의 대화가 이어진다. 스콧은 사라가 다수의 청중을 대상으로 발언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연사로 적절하지 않다고 말한다. 사이먼은 사라를 사람들 앞에 내세우는 자신이 사라를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는 취지의 말을 한다. 이들 사이의 복잡성이 드러나는 대목으로, 극은 장애인이면서도 여성인 사라가 공동체 안에서 좀 더 취약한 자리에 있음을 반복적으로 드러낸다.

이들은 자신들을 장애인이라고 소개할 때 지적장애라는 말을 써도 되는지, 자신의 상태를 공유하는 것이 괜찮을지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장애를 드러내기를 원하지 않고, 누군가는 장애인이라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 장애의 정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스크린을 통해 자막으로 드러나는 언어는 결국 같고, 모두가 같은 장애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는 대화도 나눈다. “우리는 다른 언어를 말하지 않아.”라는 대사는 관객에게 향하는 말로 들린다. 당신들의 자리와 우리들의 자리가 같은 곳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말처럼 들린다.

이제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는 듯하다. 관객을 향해 장애인이 차별받았던 역사에 대해서 쭉 읊다가 수녀원에서 강제로 장난감 만드는 일을 해야 했던 사건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야기는 예상치 못하게 장난감의 이름을 나열하면서 또 샛길로 빠져든다. 큰 줄기의 이야기가 흐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처럼, 이야기는 샛길을 찾아 계속 방향을 틀면서 진행된다.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한 명목으로 ‘시리’(애플이 만든 음성인식 AI 앱 서비스)가 동원되기도 한다.

회의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를 이야기하면서 이번에는 ‘정상’이라는 개념에 관해서도 대화를 나눈다. “우리는 정상인들보다 더 정상이야. 정상인들은 실제로 정상이 아니야.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정상이야.”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을 알기에는 교육이 부족한데, 공통점이 있을까로 이야기가 이어져 나간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로 오랫동안 대화를 나눈다면 공통점을 알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때 진행되던 이야기가 갑자기 놀라운 국면을 맞는다.

말과 관련하여, SF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에 등장하는 ‘할’이라는 컴퓨터와 유명한 체스 챔피언 카스파로프를 이긴 딥블루라는 슈퍼컴퓨터를 언급하며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강조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앞지를 때, 사람들은 어떤 대우를 받게 될까? 인공지능은 사람들을 장애인을 대하듯이 다룰까?” 이런 질문이 이어진다. 언어 문제가 있어 일상에서 실패하는 우리들, 공동체를 하나로 만들어 내지 못하는 우리들,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들, 세상을 바꿀 수 없는 우리들의 실패가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우리 모두의 실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극은 이야기하고 있다.

극에서 인공지능 이야기가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은 아니다. 극 중 사라는 “자막이 뜨는 게 모욕적이야. 컴퓨터가 우리 목소리를 듣고 텍스트로 변환해. 누가 나한테 침 뱉고 윤내는 거 싫어.”라고 언급한다. 거친 자신의 말이 컴퓨터를 통해 매끄럽게 변환되는 과정에서 자신이 다른 사람 같다는 불쾌함에 대한 호소였지만, 이 장면은 극의 말미에 인공지능에 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장면으로 복선과도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 장애인의 언어가 자막을 통해서 드러날 때, 소위 ‘정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언어와 별반 차이가 없다. 컴퓨터를 통해 변환되는 인공지능은 모두를 똑같은 사람, 실패한 자들로 만든다. 미래에 당신들의 자리와 우리들의 자리는 같은 곳에 있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 한 사람이 연단처럼 세로로 길게 놓은 박스 앞에 있고, 두 사람이 그 앞에 나란히 놓인 다섯 개의 의자의 양 끝에 앉아 있다.
  • 의자에 앉아 있는 두 사람. 한 사람이 휴대폰을 들어 다른 사람 얼굴 앞에 들이민다.
  • 세 사람이 의자에 앉아 서로에게 몸을 돌려 무언가 얘기한다.
  • 나란히 놓인 다섯 개의 빈 의자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서서 무언가 얘기한다.
사냥꾼의 먹이가 된 그림자

백투백시어터 〈사냥꾼의 먹이가 된 그림자〉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2023.10.19.~10.22.|모두예술극장

2023/2024 모두예술극장 개관프로그램. 백투백시어터는 이 작품에서 인권과 젠더 정치, 점차 지배력을 넓혀갈 것으로 예상되는 인공지능에 대한 서사를 엮어 오늘날 개인과 집단의 책임을 이야기한다.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실수와 오독, 오해에 기반한 연극으로,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며(뉴욕 타임즈) “통찰과 지혜, 정서적 반향을 담는다”(보스턴글로브)는 평가를 받으며, 우리 중 누구도 고립되어 살아갈 수 없으며,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상기시킨다.

[문화소식] 공연정보

전강희

영문학과 연극학을 전공하고 예술현장에서 공연평론가, 드라마투르그, 축제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있다. 새로운 극적 언어를 탐색하고 장르 간 해체와 협업이 활발한 공연 만들기에 관심이 많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편집인으로 활동하며 여러 장르의 신진예술가 작업을 기록하고 소개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서울변방연극제 대표이자 프로그래밍 디렉터로서 축제를 만들었다. 인천아트플랫폼, 우란문화재단, 광주ACC 레지던시에 입주작가로 참여한 바 있다. 현재 국립극단 창작프로젝트 [창작공감: 연출] 운영위원으로 참여 중이다.
winnie3000@hanmail.net

사진 제공.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Studio YAGIN)

2023년 12월 (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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