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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보편적 극단 〈거북이 할머니〉 축복처럼 다정하게 살아볼까

  • ‘흐흠!연극으로 놀아볼까’ 연극 관람팀 
  • 등록일 2024-08-28
  • 조회수 514

인터뷰

우리는 지난 5월 말부터 6월 말까지 5주 동안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세 시간 동안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가지고 미국에서 개발된 연극놀이 프로그램인 ‘헌터 하트비트 메소드(Hunter Heartbear Method)’를 우리 식으로 해석하고 놀아보는 〈흐흠(HHM)! 연극으로 놀아볼까〉 워크숍을 함께 했던 성인 발달장애인과 연극인·활동가 팀이다.

매번 퇴근해서, 혹은 각자 낮 활동을 마치고 스튜디오에서 만나 워크숍만 하기에는 아쉬워서, 워크숍이 없는 날에는 밖에서 만나 영화 〈인사이드 아웃2〉나 연극 〈거북이 할머니〉를 보고 같이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각자 일정이 맞고 보고 싶은 걸 골랐더니 워크숍 참가자인 경일, 승준(발농맨), 재영, 지원, 진호, 초현, 그리고 연극을 하는 민솔, 은정, 주영, 활동가인 하은이 함께 미아리고개예술극장에서 공연을 보게 되었다.

〈거북이 할머니〉는 배우들이 인형을 조종하면서 대사를 하는 인형극이다. 나이가 많이 들어 몸도 마음도 쇠약해진 할머니가 어느 날 갑자기 거북이로 변신한 후, 다른 동물로 변한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만나 이 세상에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방법을 찾는 모험담이었다.

아래 내용은 공연을 함께 본 아홉 명이 관람 후에 공연장 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와 감자튀김과 콜라를 나눠 먹으며 나눈 소감이다.

한 시간 동안 모두 엄청나게 집중해서 공연을 보는 것 같았어요. 여러분들 웃음소리도 많이 들렸고요. 공연 어땠어요?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요?

승준 인형들이 움직이는 게 재미있었어요. 할머니가 (버스정류장에서 민방위훈련 사이렌 소리를 듣고) 전쟁 때 일이 떠올라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예전에)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던 일이 떠올라 (힘들어하곤 하는 내 모습 같았어요.)

진호 곰(으로 변한 할아버지)이 (자기 모습에 놀라서 주변 ‘사람’들에게) 화내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초현 인형이 귀여웠는데, 그중에서도 (땅을 파서 집을 짓는) 두더지가 제일 귀여웠어요. 할머니는 슬퍼 보였어요.

지원 나비와 새가 재미있었어요. 정말로 극장을 날아다니는 것 같아서 신기했고요. 인형도 좋아하고 연극 보는 것도 좋아해서 재미있게 봤어요.

재영 할머니가 아파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경일 (학교 선생님이었던) 다람쥐와 거북이(가 된 할머니)가 (함께) 살았고, 축복받았어요(사이좋게 지냈어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하나가 되어서(친구가 되어서) 신기했어요.

나이 들고 몸이 아팠던 할머니가 오래 사는 초록색의 딱딱한 등껍질을 가진 거북이로 변했잖아요. 다른 할아버지, 할머니는 다람쥐, 두더지, 나비, 곰 같은 걸로 변했고요. 여러분들이라면 무엇으로 변하거나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재영 개가 되고 싶어요. 사람들이 귀여워하니까요.

진호 매미로 변하고 싶어요. 오래 못 사는 매미가 불쌍해서요.

승준 사슴이요. 착한 동물이 되고 싶어요.

지원 무당벌레요. 귀여워서요.

초현 (활동가) 하은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좋은 사람이니까요.

민솔 개로 태어나고 싶어요. 아무것도 안 해도 예쁨 받잖아요. 아니면,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서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하은 전 돌이 되고 싶어요.

주영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지만, 굳이 태어나야 한다면 반려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어요.

은정 저는 오이요. 이번 생에는 오이를 못 먹지만 다음 생에는 사랑해 주려고요.

우리는 아직 거북이가 된 할머니만큼 나이가 들거나 몸이 아프지는 않지만, 거북이로 변해 오히려 자유롭게 바깥세상에 나가 친구를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서로가 가진 장점과 친절을 나누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물론 마지막에는 그 모든 게 다 할머니가 꾼 꿈이었다는 걸 알게 되지만. 우리도 처음 만났을 때 함께 정한 약속처럼 “서로 칭찬해 주기, 반말하거나 허락 없이 남의 몸이나 물건 만지지 않기로 서로를 존중하며” 마지막 워크숍과 발표회까지 마쳤다. 워크숍을 마친 후에도 세상에 나가 우리의 속도로 자유롭게 잘 지내고 있다.

거북이 할머니, 저희 잘하고 있나요?

  • 버스정류장 옆 벤치에 앉은 할머니 인형을 배우들이 대화를 나누듯 둘러싸고 있다.
  • 화려한 색의 커다란 천을 나비 날개처럼 펼치고 선 배우 밑에서 할머니 인형과 곰 인형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 울긋불긋 꽃이 핀 언덕에 걸터앉은 여우, 할머니, 너구리, 새 인형을 배우들이 조종하고 있다.
  • 할머니 인형과 곰 인형이 서로 마주 보고 있다. 그 뒤로 인형을 조종하는 배우들이 보인다.

거북이 할머니

보편적 극단|2024.6.25.~6.30.|미아리고개예술극장

중장년을 위한 동화 인형극 〈거북이 할머니〉는 나이가 들면 경험하게 되는 낯선 신체 감각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느끼는 신체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살아온 시간 자체가 삶의 훈장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공연은 전 회차 ‘열린 객석’으로 운영된다.

이음온라인 [문화소식]

‘흐흠! 연극으로 놀아볼까’ 연극 관람팀

2024년 5월 말부터 6월 말까지 5주 동안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세 시간 동안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가지고 미국에서 개발된 연극놀이 프로그램인 ‘헌터 하트비트 메소드(Hunter Heartbear Method)’를 우리 식으로 해석하고 놀아보는 〈흐흠(HHM)! 연극으로 놀아볼까〉 워크숍을 함께 했던 성인 발달장애인과 연극인·활동가 팀. 이번 관람과 리뷰에는 고주영, 기재영, 김경일, 김민솔, 김하은, 박초현, 변진호, 유은정, 이승준, 홍지원이 참여했다.

사진 제공.보편적 극단

2024년 9월 (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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