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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국제거리극축제의 접근성 강화를 위한 실천

트렌드 누구나 편안하고 즐겁게 축제를 즐기도록

  • 당현진 안산거리극축제 공연팀장
  • 등록일 2024-06-26
  • 조회수131

트렌드

올해로 스무 살을 맞은 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2024년 5월 4일부터 6일까지 경기도 안산시 문화광장 및 호수공원에서 개최되었다. 축제 기간 사흘 중 이틀간 비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약 35만 명의 관객이 축제 현장을 찾아 예술가 및 예술작품과 호흡하며 다채로운 시간을 보냈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매년 20만에서 35만 명의 관객이 모이는, 안산시를 대표하는 축제이자 연간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행사이기도 하다. 이전까지는 많은 관객과 방문객을 수용하기 위한 통합적인 공간 배치와 안전관리에 시간과 예산을 들였다면, 올해는 스무 살을 맞은 성숙한 축제인 만큼 관객 개인에 초점을 두고 접근성 강화를 위한 실천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도심 한복판에서 개최된다. 축제 현장에 근접한 시설에는 요양병원, 산부인과, 어린이집, 학원 등이 있다. 그래서 축제 현장에는 장애인, 외국인, 노인, 임산부, 어린이, 청소년 등 어쩌면 광장에서 소외감을 느끼거나 거리극 축제에 온전히 참여할 수 없었던 시민이 늘 한 쪽에 공존했다. 올해 축제는 우리가 그동안 관심을 많이 두지 못했던 관객들을 찾아 나서고 그들을 위한 지원체계, 안전망, 편의시설을 충원하여 최대한 편안한 환경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 이 과정에서 축제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적극적이고 따뜻한 소통체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의 실천 중 3가지 사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시민이 직접 이야기하는 릴랙스드 퍼포먼스

릴랙스드 퍼포먼스(Relaxed Performance)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나 지적장애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낯설지 않은 공연 환경에서 편안하게 감각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관람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극장형 공연뿐 아니라 거리극 축제에서도 릴랙스드 퍼포먼스 안내가 자주 들린다. 다만, 딱딱한 말투와 정제된 목소리보다는 안산시민들의 다양하고 진심 어린 목소리로 안내된다면 공연 전 관객의 긴장감이 조금은 덜어질 것 같아 ‘릴랙스드 퍼포먼스 안내 멘트 녹음 참여자 모집’ 프로젝트를 준비하였다. 축제 두 달 전 안내 멘트 녹음 참여자를 모집했고, 5세에서 64세까지 총 47명의 시민이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 방문해 녹음을 진행하였다. 안내 멘트는 다음과 같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를 찾아주신 관객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안산 ○○동에 사는 ○○○입니다. (중략)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조금 더 편안한 환경에서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어 가고자 지속적으로 단계별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중략) 관람 중 자연스러운 소리와 행동을 허용하고 휴식을 위한 이동이 가능합니다. (하략)”

이렇게 녹음된 시민의 목소리는 29개 공연 사이트에 랜덤으로 배정되어 관객과 만날 수 있었다. 시민 참여자들의 목소리는 다소 떨리고 조심스럽고 혹은 흥분하거나 실수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관객에게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이 진정성 있게 전달되었다. 안내 멘트가 방송되는 동안 시민들은 미소를 띠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들어주었다. 이 과정을 거쳐 관객들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쉬운 의사소통을 위한 보완대체의사소통 도입

안산시장애인복지관, 언어치료AAC센터 ‘사람과소통’과 협업하여 처음으로 축제에 AAC를 도입하였다. AAC란 ‘보완대체의사소통(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의 약자로, “독립적으로 말이나 글을 사용하여 의사소통할 수 없는 사람들의 문제를 감소시키고 언어능력을 촉진하기 위해 사용하는 말(구어) 이외의 여러 형태의 의사소통 방법”을 말한다. 축제에서는 연령, 사회경제적 지위, 인종, 장애와 상관없이 쉽게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제작한 그림판을 활용했다. 언어적 의사소통이 어려운 관객이 그림판을 통해 축제에 대한 안내를 받고, 축제에 참여하고, 필요한 부분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축제 석 달 전부터 안산시장애인복지관과 소통하며 어떤 방식으로 AAC를 준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지 논의하였고, 축제 한 달 전부터 그림판을 제작하였다. 종합안내소, 미아보호소, 의료지원 부스, 휠체어 및 유아차 대여소 등 안내가 필요한 모든 부스의 상황과 안내 내용에 맞게 맞춤 제작해 비치했다. 또한 공연 사이트마다 AAC 그림판과 안내 자원봉사자를 배치하여 사전예약 공연, 참여 공연, 워크숍 프로그램 등 의사소통이 필요한 공연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

AAC 그림판의 활용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뇌병변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지적장애, 자폐성장애가 있는 관객부터 어린이, 노인, 외국인 등 당사자가 직접 그림판을 활용하여 축제 스태프와 소통하였고 필요한 정보와 적절한 안내를 받았다. AAC를 통해 축제에서 따뜻한 의사소통 환경을 구축하고 당사자의 선택권과 참여기회를 확대할 수 있었다. 그리고 AAC 사용을 적극적으로 홍보함으로써 지역 내 장애인과 언어적 약자들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만남의 기회를 확대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접근성 지도와 픽토그램 사용

올해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즉각적이고 편안한 안내를 위해 축제 현장 및 프로그램북, 홈페이지 등에서 제공하는 지도의 형태를 ‘접근성 지도’와 ‘공연 지도’로 이분화하여 제작하였다. 접근성 지도에는 장애인 화장실, 휠체어 대여, 의료지원, 수유실, 주차장 등의 접근성 정보를 담았다. 공연 지도에는 공연 사이트 위치와 체험 프로그램 정보 등 공연 안내를 담았다. 이전에는 한 지도 안에 공연 정보와 접근성 정보가 모두 들어가 있어서, 접근성에 관한 내용을 한눈에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부분을 보완한 이분화된 지도는 시설의 접근성 정보를 찾던 관객이 더욱 편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도왔다.

또한 공연마다 접근성 정보를 픽토그램으로 표기하여 장애인 관객이 더욱 편하고 안전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홍보하였다. 총 8개의 픽토그램을 이용하여 프로그램북과 홈페이지에 대사가 많이 들어있는 공연, 음악 중심의 공연, 대본이 제공되는 공연(한글/영어), 휠체어석 확보가 되어있는 공연, 한국 수어 통역 지원이 가능한 공연, 이동형 공연, 이동 동선 중 경사로 및 턱이 있는 공연 등으로 표기했다.

공연마다 접근성에 대한 준비를 위해서는 공연단체의 협조와 여러 번의 회의가 필수적이다. 대사가 많이 들어있는 공연은 청각장애인과 외국인을 위해 대본을 제작해야 하고, 이동 동선 중 경사로와 턱이 있는 공연은 휠체어나 유아차를 이용하는 관객을 위한 별도 동선을 준비하고 안내 스태프를 배치해야 했다. 한 가지 유형의 접근성을 위해서도 다각화된 준비와 안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20회 안산국제거리극축제의 접근성 강화 노력은 참여했던 모든 공연단체와 예술가들이 축제의 노력에 동감하며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었기에 가능했다. 접근성 강화를 위해서는 축제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의 동의와 노력 그리고 따뜻한 소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내부 합의와 단계적 실천을 위한 발걸음

앞에 소개한 세 가지 사례 외에도 경기도농아인협회 안산시수어통역센터와 함께 진행한 한국수어통역 지원 장치, 장애인 사전예약 우선 시스템, 장애인기업 및 중증장애인 생산품 사용, 공연 사이트별 휠체어석 마련, 접근성 강화를 위한 내부 직원 워크숍, 접근성 강화를 위한 스폰서 모집 등 총 24개의 실천을 축제에서 실현할 수 있었다.

누구나 접근성 강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다만 행동하고 현실화하고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축제를 통해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었다. 24개의 접근성 실천을 위해서 축제의 공연팀, 운영팀, 홍보팀이 작년 10월부터 매주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 동안 밀도 높은 회의를 진행했다. 당사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사한 자료와 인터뷰 결과를 공유하고, 축제 현장에서 추진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리스트를 만들어 단계적 계획을 세웠다. 또한 각자 추진사항에 맞는 세부 계획을 세우고 홍보문구를 만들었으며 구체적인 현장 운영계획을 수립하였다. 보통의 집념과 당위성이 아니고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시간과 인력, 예산이 수반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내부 직원들의 합의가 있다면, 또 욕심부리지 않고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실천해 나간다면, 접근성 확대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도 배웠다. 이번에 실현되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16개 정도 있고 올해 진행했던 실천 중 아쉬운 부분도 많다. 앞으로도 내·외부적으로 따뜻한 대화와 합의를 바탕으로 우리의 실천을 단계적으로 보완하고 행동하며 축제의 접근성 강화를 위해 나아갈 것이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의 접근성 강화를 위한 발걸음을 지켜보고 동참해 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 광장에서 우비를 입은 두 사람이 휠체어가 그려진 커다란 패널을 붙들고 서 있다.

    휠체어석 표지판을 들고 있는 자원활동가 (ⓒ안산국제거리극축제)

  • 한 아이가 밝은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 서 있다. 그 뒤로 여러 장비가 놓인 선반이 있다.

    릴랙스드 퍼포먼스 안내 멘트 사전 녹음을 하는 어린이 시민 (ⓒ안산국제거리극축제)

  • (좌) 한 아이가 자기 가슴 앞에 든 그림판을 손으로 짚고 있다. (우) ‘How To Be’라고 제목을 쓴 그림판. 9개의 칸에 손, 머리, 팔, 다리, 발바닥 등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좌) 그림판을 선택해서 의견을 전달하는 AAC, (우) 손으로 지목하여 체험하는 AAC (ⓒ안산시장애인복지관)

  • 축제 공간을 표시한 지도에 주차장, 휠체어 대여, 의료지원, 수유실 등의 표시가 있다.

    축제 현장에 부착한 접근성 지도 이미지 (ⓒ안산국제거리극축제)

당현진

안산국제거리극축제 공연팀장. 안산문화재단에서 5년째 일하고 있으며 예술교육, 공연, 축제를 통한 시민들과의 만남을 지속해오고 있다. 안산문화재단의 4계절 축제 프로젝트(봄-안산국제거리극축제, 여름-여르미오페스티벌, 가을-김홍도축제, 겨울-윈터원더랜드)를 위해 끊임없이 일하는 중이다.
donnadang22@gmail.com

사진 제공.안산국제거리극축제

2024년 7월 (54호)

상세내용

트렌드

올해로 스무 살을 맞은 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2024년 5월 4일부터 6일까지 경기도 안산시 문화광장 및 호수공원에서 개최되었다. 축제 기간 사흘 중 이틀간 비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약 35만 명의 관객이 축제 현장을 찾아 예술가 및 예술작품과 호흡하며 다채로운 시간을 보냈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매년 20만에서 35만 명의 관객이 모이는, 안산시를 대표하는 축제이자 연간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행사이기도 하다. 이전까지는 많은 관객과 방문객을 수용하기 위한 통합적인 공간 배치와 안전관리에 시간과 예산을 들였다면, 올해는 스무 살을 맞은 성숙한 축제인 만큼 관객 개인에 초점을 두고 접근성 강화를 위한 실천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도심 한복판에서 개최된다. 축제 현장에 근접한 시설에는 요양병원, 산부인과, 어린이집, 학원 등이 있다. 그래서 축제 현장에는 장애인, 외국인, 노인, 임산부, 어린이, 청소년 등 어쩌면 광장에서 소외감을 느끼거나 거리극 축제에 온전히 참여할 수 없었던 시민이 늘 한 쪽에 공존했다. 올해 축제는 우리가 그동안 관심을 많이 두지 못했던 관객들을 찾아 나서고 그들을 위한 지원체계, 안전망, 편의시설을 충원하여 최대한 편안한 환경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 이 과정에서 축제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적극적이고 따뜻한 소통체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의 실천 중 3가지 사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시민이 직접 이야기하는 릴랙스드 퍼포먼스

릴랙스드 퍼포먼스(Relaxed Performance)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나 지적장애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낯설지 않은 공연 환경에서 편안하게 감각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관람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극장형 공연뿐 아니라 거리극 축제에서도 릴랙스드 퍼포먼스 안내가 자주 들린다. 다만, 딱딱한 말투와 정제된 목소리보다는 안산시민들의 다양하고 진심 어린 목소리로 안내된다면 공연 전 관객의 긴장감이 조금은 덜어질 것 같아 ‘릴랙스드 퍼포먼스 안내 멘트 녹음 참여자 모집’ 프로젝트를 준비하였다. 축제 두 달 전 안내 멘트 녹음 참여자를 모집했고, 5세에서 64세까지 총 47명의 시민이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 방문해 녹음을 진행하였다. 안내 멘트는 다음과 같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를 찾아주신 관객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안산 ○○동에 사는 ○○○입니다. (중략)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조금 더 편안한 환경에서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어 가고자 지속적으로 단계별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중략) 관람 중 자연스러운 소리와 행동을 허용하고 휴식을 위한 이동이 가능합니다. (하략)”

이렇게 녹음된 시민의 목소리는 29개 공연 사이트에 랜덤으로 배정되어 관객과 만날 수 있었다. 시민 참여자들의 목소리는 다소 떨리고 조심스럽고 혹은 흥분하거나 실수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관객에게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이 진정성 있게 전달되었다. 안내 멘트가 방송되는 동안 시민들은 미소를 띠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들어주었다. 이 과정을 거쳐 관객들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쉬운 의사소통을 위한 보완대체의사소통 도입

안산시장애인복지관, 언어치료AAC센터 ‘사람과소통’과 협업하여 처음으로 축제에 AAC를 도입하였다. AAC란 ‘보완대체의사소통(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의 약자로, “독립적으로 말이나 글을 사용하여 의사소통할 수 없는 사람들의 문제를 감소시키고 언어능력을 촉진하기 위해 사용하는 말(구어) 이외의 여러 형태의 의사소통 방법”을 말한다. 축제에서는 연령, 사회경제적 지위, 인종, 장애와 상관없이 쉽게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제작한 그림판을 활용했다. 언어적 의사소통이 어려운 관객이 그림판을 통해 축제에 대한 안내를 받고, 축제에 참여하고, 필요한 부분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축제 석 달 전부터 안산시장애인복지관과 소통하며 어떤 방식으로 AAC를 준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지 논의하였고, 축제 한 달 전부터 그림판을 제작하였다. 종합안내소, 미아보호소, 의료지원 부스, 휠체어 및 유아차 대여소 등 안내가 필요한 모든 부스의 상황과 안내 내용에 맞게 맞춤 제작해 비치했다. 또한 공연 사이트마다 AAC 그림판과 안내 자원봉사자를 배치하여 사전예약 공연, 참여 공연, 워크숍 프로그램 등 의사소통이 필요한 공연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

AAC 그림판의 활용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뇌병변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지적장애, 자폐성장애가 있는 관객부터 어린이, 노인, 외국인 등 당사자가 직접 그림판을 활용하여 축제 스태프와 소통하였고 필요한 정보와 적절한 안내를 받았다. AAC를 통해 축제에서 따뜻한 의사소통 환경을 구축하고 당사자의 선택권과 참여기회를 확대할 수 있었다. 그리고 AAC 사용을 적극적으로 홍보함으로써 지역 내 장애인과 언어적 약자들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만남의 기회를 확대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접근성 지도와 픽토그램 사용

올해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즉각적이고 편안한 안내를 위해 축제 현장 및 프로그램북, 홈페이지 등에서 제공하는 지도의 형태를 ‘접근성 지도’와 ‘공연 지도’로 이분화하여 제작하였다. 접근성 지도에는 장애인 화장실, 휠체어 대여, 의료지원, 수유실, 주차장 등의 접근성 정보를 담았다. 공연 지도에는 공연 사이트 위치와 체험 프로그램 정보 등 공연 안내를 담았다. 이전에는 한 지도 안에 공연 정보와 접근성 정보가 모두 들어가 있어서, 접근성에 관한 내용을 한눈에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부분을 보완한 이분화된 지도는 시설의 접근성 정보를 찾던 관객이 더욱 편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도왔다.

또한 공연마다 접근성 정보를 픽토그램으로 표기하여 장애인 관객이 더욱 편하고 안전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홍보하였다. 총 8개의 픽토그램을 이용하여 프로그램북과 홈페이지에 대사가 많이 들어있는 공연, 음악 중심의 공연, 대본이 제공되는 공연(한글/영어), 휠체어석 확보가 되어있는 공연, 한국 수어 통역 지원이 가능한 공연, 이동형 공연, 이동 동선 중 경사로 및 턱이 있는 공연 등으로 표기했다.

공연마다 접근성에 대한 준비를 위해서는 공연단체의 협조와 여러 번의 회의가 필수적이다. 대사가 많이 들어있는 공연은 청각장애인과 외국인을 위해 대본을 제작해야 하고, 이동 동선 중 경사로와 턱이 있는 공연은 휠체어나 유아차를 이용하는 관객을 위한 별도 동선을 준비하고 안내 스태프를 배치해야 했다. 한 가지 유형의 접근성을 위해서도 다각화된 준비와 안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20회 안산국제거리극축제의 접근성 강화 노력은 참여했던 모든 공연단체와 예술가들이 축제의 노력에 동감하며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었기에 가능했다. 접근성 강화를 위해서는 축제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의 동의와 노력 그리고 따뜻한 소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내부 합의와 단계적 실천을 위한 발걸음

앞에 소개한 세 가지 사례 외에도 경기도농아인협회 안산시수어통역센터와 함께 진행한 한국수어통역 지원 장치, 장애인 사전예약 우선 시스템, 장애인기업 및 중증장애인 생산품 사용, 공연 사이트별 휠체어석 마련, 접근성 강화를 위한 내부 직원 워크숍, 접근성 강화를 위한 스폰서 모집 등 총 24개의 실천을 축제에서 실현할 수 있었다.

누구나 접근성 강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다만 행동하고 현실화하고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축제를 통해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었다. 24개의 접근성 실천을 위해서 축제의 공연팀, 운영팀, 홍보팀이 작년 10월부터 매주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 동안 밀도 높은 회의를 진행했다. 당사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사한 자료와 인터뷰 결과를 공유하고, 축제 현장에서 추진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리스트를 만들어 단계적 계획을 세웠다. 또한 각자 추진사항에 맞는 세부 계획을 세우고 홍보문구를 만들었으며 구체적인 현장 운영계획을 수립하였다. 보통의 집념과 당위성이 아니고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시간과 인력, 예산이 수반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내부 직원들의 합의가 있다면, 또 욕심부리지 않고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실천해 나간다면, 접근성 확대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도 배웠다. 이번에 실현되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16개 정도 있고 올해 진행했던 실천 중 아쉬운 부분도 많다. 앞으로도 내·외부적으로 따뜻한 대화와 합의를 바탕으로 우리의 실천을 단계적으로 보완하고 행동하며 축제의 접근성 강화를 위해 나아갈 것이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의 접근성 강화를 위한 발걸음을 지켜보고 동참해 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 광장에서 우비를 입은 두 사람이 휠체어가 그려진 커다란 패널을 붙들고 서 있다.

    휠체어석 표지판을 들고 있는 자원활동가 (ⓒ안산국제거리극축제)

  • 한 아이가 밝은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 서 있다. 그 뒤로 여러 장비가 놓인 선반이 있다.

    릴랙스드 퍼포먼스 안내 멘트 사전 녹음을 하는 어린이 시민 (ⓒ안산국제거리극축제)

  • (좌) 한 아이가 자기 가슴 앞에 든 그림판을 손으로 짚고 있다. (우) ‘How To Be’라고 제목을 쓴 그림판. 9개의 칸에 손, 머리, 팔, 다리, 발바닥 등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좌) 그림판을 선택해서 의견을 전달하는 AAC, (우) 손으로 지목하여 체험하는 AAC (ⓒ안산시장애인복지관)

  • 축제 공간을 표시한 지도에 주차장, 휠체어 대여, 의료지원, 수유실 등의 표시가 있다.

    축제 현장에 부착한 접근성 지도 이미지 (ⓒ안산국제거리극축제)

당현진

안산국제거리극축제 공연팀장. 안산문화재단에서 5년째 일하고 있으며 예술교육, 공연, 축제를 통한 시민들과의 만남을 지속해오고 있다. 안산문화재단의 4계절 축제 프로젝트(봄-안산국제거리극축제, 여름-여르미오페스티벌, 가을-김홍도축제, 겨울-윈터원더랜드)를 위해 끊임없이 일하는 중이다.
donnadang22@gmail.com

사진 제공.안산국제거리극축제

2024년 7월 (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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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비상업적 이용만 가능, 변형 등 2차적 저작물 작성 금지」의 조건에 따라 이용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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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9 10:3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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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거리극 축제가 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실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알찬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성장하기를 응원합니다.

2024-06-26 20: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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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제 2021-524호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WA-WEB 접근성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 | 1.업체명: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주소: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고 112 3.웹사이트:http://www.ieum.or.kr 4.유효기간:2021.05.03~2022.05.02 5.인증범위:이음 온라인 홈페이지 |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47조제1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9조제5항에 따라 위와 같이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를 발급합니다. 2021년 05월 03일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